1998년(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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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석환, 일본문화개방-그래도 태극기는 휘날린다, 원광문화, 1998.11.01
(C)중앙일보 1998년, 국민의 정부는 일본문화의 연내 개방을 놓고 사회각층의 눈치보기에 돌입했다. 각종 여론조사 통계에서도 일본문화의 개방을 소원하는 국민의 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이 문제는 우리사회를 대표하는 보수자들에 의해 감시당하고 있다. 정부는 모든 일은 국민의 뜻에 따라 실행한다는 원칙을 공고히 하려는 듯 TV토론 등을 통해 미디어정치의 진수를 선보이고 있다. 그러나 그들의 감시와 반발에 정면으로 대항할 만한 윤리 과학적 당위성은 아직 찾아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저 ‘감정 싸움’으로 점철되어 ‘문화쇄국’을 하고 있음은 ‘우리 국민의 손해’임을 알리는 정도가 고작인 것이다. ‘정부의 충실한 신하가 되어야 한다’는 미디어 권력자들의 통박 굴리기식 여론 형성과 국민 계도가 실..
2019.01.06 -
박석환, 허영만 김세영의 사랑해, 코코리뷰, 1999
다마고치의 생을 움켜쥐는 것보다 사람이 되는 사랑을 해라- 사랑은 사람을 만드는 기술입니다 사랑해라고 말하는 사랑을 기억합니까 채찍을 들고서, 감호소의 철창을 사이에 두고서, 무턱대고 총질을 하면서도 그들은 두 사람간의 관계를 좁힐 수 있는 유일무이한 주문 처럼 '사랑해'라고 말하는 것을 잊지 않는다. 그렇게 어렵사리 '사랑해'라고 말하는 사람들 속에서 통닭 냄새 정도에 구역질을 하는 여자가 김세영과 허영만의 만화 에 나오는 나영희이다. 수줍게 '사랑…… 무슨 뜻 인지나 알고들 말하는 걸까?' 라며 스물 한 살에 혼자서 알아낸 사랑을 대견스러워 하는 사람.이 이야기는 만화스토리작가 석철수가 친구의 소개로 만난 14살 연하의 여자 나영희와 결혼을 하기 전에, 그리고 그 후에 겪는 에피소드들로 이루어져 있다..
2019.01.04 -
박석환, 만화도 DJ와 함께 춤을 춰야 하지 않을까?, 히스테리, 1998
역대 대통령 당선자중 자타가 공인하는 최고의 문화 애호가는 김대중 이다. 선거전부터 영화전문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영상산업에 대한 관심을 피력하고, 애니메이션의 발전 가능성에 대한 논의를 전개하기도 했다. 급기야는 순정 호러 잡지 《아디》에 까지 출현 창간인사를 할 정도로 김대중은 문화마인드가 있는 지도자임에 분명하다. 여기저기 가리지 않는 선거 전략일 뿐이라고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는 이도 없지 않다. 그러나 무지에 가까운 문화정책을 펼쳤던 역대정권에 비한다면 그나마 깨어있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김대중 당선자는 이를 증명이라도 하려는 듯 미술 전시전 ‘호랑이의 눈’전에 참여 호감 가는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그러나 IMF체제하에 놓인 경제위기 상황은 문화를 거품으로 인식하고 있는 이들에 의해 난도질당할 ..
2019.01.04 -
박석환, 미술평론가 인하대 성완경 교수 인터뷰, 코코리뷰, 1998
나는 원한다. 문예로서의 만화, 접합으로서의 만화 사람의 수가 많다는 것이 다행스러울 때가 있다. 도무지 혼자서는 안 되는 일들을 할 때, 옆자리에 선 사람을 보는 일은 얼마나 반가운가. 그런 사람의 역할이 저마다 다르다는 것은 또, 얼마나 복된 일인가. 자신이 할 수 없는 일을 대신해주는 사람. 그의 믿음직한 어깨를 뒷자리에서 바라보는 것은 무척이나 행복한 일이다. 우리는 많은 노력을 한다. 어쩔 때는 그것이 노력만으로는 될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아마도 우리는 스스로의 능력에 절망하지 않기 위해 쉬지 않는지 모른다. 그러나 결국 주저앉고, 그러나 결국 분노하고, 그러나 결국 다른 일을 찾아야 한다. 또 다시 주변부를 맴돌 것이 뻔한 일이더라도. 그럴 때, 우리는 위안이 돼줄 사람을 만나고, 허덕이..
2019.01.04 -
박석환, 만화가 잘 자라야 애니메이션, 코코리뷰, 1998.12.25
코코리뷰, 한국만화문화연구원, 1998-12-25 게재 만화평론가 손상익은 92년 라는 제목의 만화평론집을 발표했다. 그리고 이어 95년 을 발표하고, 최근 를 출간하기에 이르렀다. 한 평론가의 저술 성과로 90년대 이후의 만화를 얘기하자면 이렇다. 90년대 중반을 넘어서며 천덕꾸러기 신세에 놓여있던 ‘만화’라는 매체가 새로운 문화의 주역으로 떠올랐고, 자기만의 세상(‘만화세상’)을 형성하고 있다. 그리고 그 세상의 도래가 예견된 후, 급속도로 성장한 만화는 이제 자기만의 영역에서 탈피 세상으로 들어와 있음을(‘만화로 여는 세상’) 말한다. 세상이 터부시했던 ‘만화’. 그로인하여 움직여지는 세상. 90년대 우리 만화가 이룬 쾌거, 그리고 그에 대한 기대는 놀라운 것이었다. 그러나 한 세기의 끝자락에서 기..
2019.01.04 -
박석환, 누들누드 vs 볼트에이지, 국민일보, 1998.11.04
[박석환의 만화요만화] ◎‘에로틱 SF’장르 개척/과학문명에 대한 풍자도 몇년 사이에 대형 만화가가 된 양영순의 데뷔작 ‘누들누드’는 전통적인 만화에 대한 개념을 바꿔놓았다.기존의 만화가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로 복잡하게 얽힌 이야기 구조를 보여줬다면 ‘누들누드’는 단편적이고 소소한 이야기거리를 작가의 독특한 사유로 분해하고 재구성해 낸다.설명적이지 않은 상황설정과 내레이션 중심의 간결한 언어,정지된 듯한 그림연출 등은 새로운 만화제작 환경으로 대두된 주간 만화잡지에 꼭 맞는 만화형식으로 인기를 끌었다.양영순은 기존의 성인만화가 범접하지 못하는 과격한 장면들을 만들어내면서 성을 가리고 있는 장막을 한꺼풀 벗겨냈다.그러나 ‘누들누드’(전5권) 한 작품을 끝으로 양영순은 성인만화계를 떠났다. 만화적 표현이 제..
2019.01.04 -
박석환, 일본만화개방과 야컴의 815코믹스, 국민일보, 1998.10.28
[박석환의 만화요만화] 일본만화개방 ◎일본의 상품성은 폭력·선정성/젊은 작가들 애국심 호소로 맞서 문화관광부는 최근 일본 대중문화의 1단계 개방원칙을 발표했다.50% 이상의 국내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는 출판만화와 비디오 시장을 개방하고 해외 영화제 수상작 등 우수영화에 대한 선별적 상영을 허용했다. 정부는 일본문화의 합법적 보급령을 선포하면서 일본문화가 IMF로 경직됐던 문화산업계에 기폭제 역할을 해주리라 기대하고 있다.그러나 업계에서는 일본 대중문화가 전면 개방된 것으로 보고 있다. 즉 수년전부터 경쟁력있는 일본산 대중문화 상품들이 국내에 수입된 채 개방의 날을 기다리고 있거나 이미 보급돼 왔다는 얘기다.국민들 역시 이분법적 찬반론을 만들고 있는 언론에 지쳐있는 눈치다. 사실 전파의 월경시대에 살고 있..
2019.01.04 -
박석환, 언더에게서 그라운드를 뺏어라, 만화동네, 한국만화가협회, 1998.08.01
지금, 언더그라운드(under ground)와 오버그라운드(over ground)의 경계가 만들어지고 있다. ‘새로움’, ‘도전적’, ‘독창적’ 등의 휘황찬란한 어휘를 온 몸에 두르고 ‘언더그라운드’가 등극하고 있다. 얼마 전까지 '작가주의', '비주류'라고 회자되던 이들도 이젠 케케묵은 ‘오버’가 된다. 그를 밀치고 ‘그라운드’를 차지하려는 ‘언더’의 목소리가 너무도 큰 탓이다. 그들의 주장은 한결같다. ‘오버’는 그저 ‘나쁨’과 동의어 정도라 표한다. ‘언더’는 그들의 원류에 무엇이 있었든지 간에 자기만의 그라운드를 차지하기 위해 ‘오버’를 규정하고 분리한다. 그런데 또 이건 무슨 일인가? 그 어떤 외압에도 굴하지 않고, ‘자기들만의 방’을 지키고 있던 ‘오버’들의 반격인가? 만화판이 다시 짜여지고 ..
2019.01.03 -
박석환, 이경석의 락커의 향기-대한민국 딸배맨이 전하는 일상 뉴스, 히스테리, 1998.07.01
이경석, 「락커의 향기」 ‘언더그라운드 만화작가 이경석.’ 무려 열자가 넘는 호칭을 지닌 신출내기 만화가.순정만화잡지 《댕기》의 공모전에서 4칸 만화로 장려상을 받으며 데뷔한 후 상업지의 전략에 응대하지 못하고 기형(奇形)이 된 화풍(畵風)만을 지닌 채 창작을 중단했었던 그. 96년 통신을 통해 알게된 7명의 작가지망생들과 실험만화동호회 ‘카트(cartoon art)’를 결성 현재까지 4권의 회지를 발간했다. 97년 신일섭을 주축으로한 만화잡지 《히스테리》가 상업만화잡지에 대한 대안적인 만화창작을 부르짖자 《히스테리》 2호를 통해 「락커의 향기」를 발표했다.그의 만화가 지닌 가늘고 거친 선(線)에서 체제 저항적인 요소를 읽는 이가 있다고 한다. 정리되지 않은 대사와 자기 주관적인 칸의 연결-장면의 전환으..
2019.01.03 -
박석환, 만화가 백성민 인터뷰, 히스테리, 1998.07.01
안티히어로, 역사만화 속으로 -백성민, 『토끼』- 스펙터클한 반상의 격돌이 이루어졌다. 마침내 꽃을 피우고 그처럼 환한 웃음과 조련된 언어로 미디어정치의 장단을 읽어낸 대통령님 DJ를 보고 있노라면 그런 생각은 보다 깊어진다. 혈연, 지연, 학연 등으로 옮아 메어져 꼼짝할 수 없는 우리 내 국민감정을 사람간의 선(線)이 아닌 새로운 시대의 선, 전선(電線)으로 연결해낸 그 사람. 전대의 지배권력이 확성기(擴聲器)를 통한 직접 추궁, 강요, 수긍의 순서도를 지니고 있었다면 이젠 간접제시, 설득, 이해의 순으로 이어져야한다. 그에게서 철지난 민주투쟁사를 읽어내려는 것은 아니다. 그의 절룩거리는 다리에서 시대의 흔적을 헤아려 모두의 가슴을 절룩이게 하려는 것도 아니다. 단지, 야권의 등극을 접하면서 시작된 단..
2019.01.03 -
박석환, 검정 선과 하얀 면이 만화의 색, 코코리뉴스레터, 1998.06.25
- 만화의 칼라화, '꿈꾸기'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 - 까치가 입었던 청자켓의 색깔을 궁금해한다. 자켓의 이름에 규정돼 있듯 청색일 뿐인 것을 여러 밤을 세워 고민한다. 그가 가진 머리칼과 피부색 역시 그처럼 궁금하다. 컬러TV와 영화에서 받은 느낌이 그대로 전이된 까닭일까? 영상이 지닌 다양한 색감(色感), 그것에 대한 경외감 탓일까?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만화의 여백, 누리끼리한 그 공간이 주는 느낌 탓이다. 만화는 두 가지 색을 지녔다. 그 시절의 만화는 그랬다. 만화는 두 가지 색을 지녔었다. 선(線)의 색과 면(面)의 색. 검정과 하얀 색뿐이었다. 스크린 톤의 사용이 지금 같지도 않았다. 기껏해야 라인과 도트, 그리고 이를 응용한 그라이데이션 정도가 사용됐다. '신경 좀 썼는데'하는 ..
2019.01.03 -
박석환, 만화가 컴퓨터 게임으로 만들어진다, 코코리뉴스레터, 1998.06.25
-원작만화의 변용과 훼손... 만화창작 경향 변화- 어떻게 문명을 파괴하지 않고, 과학이 진보할 수 있는가? 우리보다 월등한 외계의 존재를 만난다면 제일 먼저 묻고 싶은 것이 무엇일까?외계 존재와의 교신을 통해 ‘신(神)의 문명’과 ‘과학의 문명’에 대한 논의를 던졌던 영화 『콘텍트』에서 주인공 조디포스터가 받았던 질문이다. 과학자로 등장하는 조디포스터는 제법 흥분된 어조로 ‘어떻게 문명을 파괴하지 않고, 과학이 진보할 수 있었는가?’를 묻고 싶다고 답했다. 그의 질문은 수많은 논의를 가능하게 한다. 그 중에서도 필자는 ‘쓸모에 의해 과학기술이 개발되던 때’와는 다르게 ‘과학기술의 개발에 의해 쓸모가 생기는 현상’에 주목한다. 과학기술의 고색 창연한 발전은 기존에 생성됐던 문화의 양상을 변모시킨다. 물론..
2019.01.03 -
박석환, 책을 벗어난 정보단위로서의 만화, 코코리뉴스레터, 1998.03.25
책 아닌 디지털만화의 한계와 가능성-통신 환경에 맞는 새로운 형식 개발 시급 만화를 통신정보로 제공한다 IMF 한파로 늘어난 실직자들이 다시 대본소를 찾고 있고, 명퇴자들 사이에 소자본 창업이 활성화 되면서 만화관련 소점포와 재택창업이 가능한 정보통신 관련업종이 유망 아이템으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대본소의 성격과 정보통신 산업의 장점을 결합시킨 온라인 만화방도 그중 하나로 부각되고 있다. 진흙 속에 묻혀 있던 정보를 이용자들이 쉽게 볼 수 있도록 정리, 가공해 부가가치가 높은 상품으로 만들어 PC통신이나 인터넷을 통해 판매하는 IP사업이 '만화'라는 아이템을 끌어 앉은 것이다. 최근 한국만화가협회도 인터넷에 웹사이트를 개설 동일 성격의 정보제공에 나섰다. 인터넷 업체인 이드넷과 지난해부터 공동작업으로 ..
2019.01.03 -
박석환, 지옥에서 보낸 한 철, 히스테리, 1998.03.20
돌이켜 생각하면 지난날, 나의 인생은 향연이었다.잔치에는 모든 마음이 열리고 온갖 술들이 흘렀다. 지난 여름은 혹독하리 만큼 뜨거웠다. 일부 민간단체와 편협한 식자들의 미디어 놀음으로 일진회의 행동지침서가 되어버린 ‘만화’. ‘일진=만화’라는 저주스러운 짝짓기는 하이에나처럼 몰려드는 언론과 이를 신봉하는 무리들에 의해 설상가상의 지경까지 이르고 말았다. 제철도 아닌 터(그간엔 매년 5월이 만화탄압의 적기였다)에 계획된 만화사냥은, 몸으로 막아내는데 이력이 들었던 기성작가진영 마저 분개하게 만들었다. 어느 저녁 나는 美를 내 무릎에 앉혔다. - 그러고 보니 못마땅한 것임을 알았다. - 그래서 욕을 퍼부어 주었다. 이판을 벌린자들을 보자면 세퍼트 마냥 울대를 물고 늘어졌던 검찰이 있었고, 부엉이처럼 둥그레한..
2019.01.03 -
박석환, 담배 한 개비 안에서의 동래학춤, 코코리뉴스레터, 1997.10.20
허영만, 「담배 한 개비」, 「동래학춤」허영만이 택한 두 작품과 한 권의 책 허영만은 96년 5월 한 권의 복간작(復刊作)을 발표했다. 이 작품집은 대본소만화 체제가 사장사업(死藏事業)이 되고 서점용 만화가 대두(擡頭)되자 대본소용으로 제작된 작품들을 서점용으로 재간(再刊)하는 상황에서 나타났다. 서점용 만화 사업이 확장되면서 저작료를 내지 않아도 되는 일본의 87년 이전 작품이 바닥나자, 새로운 작품의 출간보다 출판비가 작게 나오는 복간작을 만들어낸 것이다.이 복간작에 열을 올리고 있는 출판사는 성인 주간지 《미스터 블루》의 세주문화사이다. 만화잡지의 일본화 경향에 일익을 담당하며 양대 체제로 눈부신 성장을 거듭한 대원동화와 서울문화사의 틈새기에서 우리 만화로 위치를 확보하고 하고 있는 이 출판사는 이..
2019.0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