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석환, 만화서평-외모지상주의(박태준 글/그림), 도서관이야기,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 2017.05.01

다른 삶을 꿈꾸는 이들을 위한 변신 판타지

학교 화장실. 불량기 가득한 남녀 학생이 담배를 피우고 있다. 거친 인상처럼 험악한 말을 내 뱉고 있는 남녀는 매우 우월해 보인다. 불량남녀 앞에는 상대적으로 작고 볼품없어 보이는 학생이 무릎 꿇고 앉아 있다. 주인공 박형석이다. 잔뜩 겁먹은 학생을 위협하고 있는 일진 남학생은 이태성. 형석은 일진들의 위협에 못 이겨 수치스러운 행동을 하고 이를 지켜보던 여학생은 일진들의 몹쓸 행동을 막으며 형석을 돕는 듯 했지만 말뿐이다.

 

못나도 너무 못난 주인공

주인공 형석은 짜리몽땅한 키에 배불뚝이, 주근깨 가득한 얼굴에 안경을 썼다. 집은 가난하고 학교 성적은 바닥이다. 일진들에게 상습적인 괴롭힘을 받고 있지만 주변 학생들은 관심조차 주지 않는다. 잘 하는 것 하나 없고 하고 싶은 것도 없다. 그저 일진들에게 괴롭힘을 당하지 않고 하루가 가 주기만을 바란다.

자존감 제로 상태의 인물이지만 자기 자신을 아주 버린 것은 아니다. 예쁜 여학생에 대한 관심도 있고 이성에게 잘 보이고 싶은 마음도 있다. 하지만 고작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식당에서 밤늦도록 일하는 홀어머니에게 큰 소리 치고 대드는 것뿐이다. 또래 앞에서는 인상한번 쓰지 못하면서 어머니 앞에서는위협적인 행동도 서슴지 않는 형석. 못나도 너무 못난 주인공이다. 학생들의 집단 따돌림이 극에 달하자 형석은 모든 것을 새롭게 시작하려 한다. 지금 자신의 모습을 알지 못하는 곳으로 도망치려는 것이다. 그 곳에서라면 지금과는 다른 친구 관계를 맺고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형편은 그렇지 못했다.

어머니는 직장 때문에 쉽게 이사를 할 수 없었고 형석이 전학 갈 수 있는 학교는 혼자 자취를 해야 하는 거리였다. 방 값이며 생활비가 만만치 않았다. 고민하던 어머니는 형석이 학교에서 왕따라는 사실을 알고 전학을 허락한다. 대신 식당 일이 끝나면 폐지 줍는 일을 시작했다. 이를 아는지 모르는지, 형석은 새로운 학교생활을 꿈꾸며 미용실에서 최신 헤어스타일로 단장을 한다. 더 이상 못나고 약해 보이지 않으려는 결심이었다. 하지만 거리에 나오자마자, 학교에 나가자마자 전과 다름없는 일상이 펼쳐졌다. 괴롭힘의 주체들이 바뀌었을 뿐 형석은 여전히 같은 반 학생들 앞에서 무릎을 꿇어야 했고 마음에 드는 여학생 앞에서 치욕을 당해야 했다.

현재의 삶을 바꿔보려 전학까지 했지만 더 나쁜 상황에 놓이게 된 것이다. 형석은 좌절과 눈물로 하룻밤을 보냈다. 그런데 기적과 같은 일이 발생한다.못나도 너무 못난 내가 내 눈 앞에 있고 나는 꿈에도 생각해보지 못한 꽃미남이 되어 있는 것이다.

 

 

다른 외모가 다른 삶을 만든다

<외모지상주의>는 왕따 고교생 박형석이 화려한 외모와 최강의 힘을 지닌 육체를 하나 더 갖게 되면서 벌어지는 사건을 다룬 작품이다. 왕따의 모습을 한 원래 육체가 있고 꽃미남의 모습을 한 육체가 하나 더 있다. 좋은 옷으로 갈아입거나 기능이 탁월한 차로 옮겨 타듯 정신은 그대로인데 육체를 바꿀 수 있게 된 주인공. 왕따 육체가 잠들면 꽃미남 육체가 깨어나고 정신은 피로감 없이 다른 육체에서 유지됐다.

이를 알게 된 형석은 또 다른 육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규칙을 정한다. 꽃미남 육체로 학교생활을 하고 그동안 왕따 육체는 자취방에서 쉬게 했다. 저녁이 되면 꽃미남 육체를 쉬게 하고 왕따 육체로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이제 형석은 두 개의 육체를 옮겨가며 수면을 통제 할 수 있게 됐고 잘생긴 외모와 강인한 체력으로 학교생활에서 우위를 차지할 수 있게 됐다. 심야에는 아르바이트로 돈을 벌 수 있어서 경제적 자립도 가능해졌다.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삶을 자기주도적 판단과 결정 하에 살 수 있게 됐다.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삶이다. 형석은 자신이 원하거나 택할 수 없었던 선천적 조건으로 인해 갈등했다. 이런 상황을 변화 시킬 수 없는 가정환경으로 인해 분노했고 혼자서 극복하기 힘든 학교생활 속에서 좌절했다. 모든 것으로부터 도망치듯 힘겹게 전학을 결정했지만 그곳에서도 달라진것은 없었다. 하지만 꽃미남 육체를 얻게 된 후 형석은 전혀 다른 삶을 살게 된다.

 

 

외모로 인한 차별, 비판하거나 동의하거나

<외모지상주의>는 제목 그대로 루키즘(Lookism)을 다룬 작품이다. 루키즘은 미국 ‘뉴욕타임스’의 칼럼리스트 윌리엄 새파이어가 인종·성별·종교·이념 등에 이어 외모가 새로운 차별 요소라고 주장하면서 일반화 된 개념이다. 통상적으로는 ‘외모가 개인 간 우열과 인생의 성패를 가르는 기준이라고 믿고 이에 집착하는 현상’을 부정적 의미로 규정할 때 외모지상주의라고 한다. 작품 역시 이를 정면으로 바라보고 있다.

상식과 교양을 지닌 대부분의 사람들은 외모가 개인의 역량보다 중요하지 않다고 믿는다. 그것이 올바른 생각이고 태도라고 배운다. 하지만 현실은 조금 다르다. 좋은 외모가 개인이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조금 더 제공해주기도 하고 동일한 역량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는 점을 경험하기 때문이다. 작품은 외모로 인해 달라진 삶을 살고 있는 주인공과 주변 인물 그리고 그 때문에 병적으로 외모에 집착하는 이들의 사례를 비판적으로 제시한다. 그리고 외모가 차별의 요소로 작용해서는 안 된다는 점 역시 분명히 한다. 하지만 현실이 꼭 그렇게 작동하지 않는 것처럼 작품의 전개와 독자의 반응 역시 제 각각이다.

작품이 외모로 인한 차별의 사례를 고발하고 이에 대한 경각심을 준다는 평가도 있지만 오히려 외모지상주의를 부추기고 있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여기에는 작가 박태준이 인터넷 얼짱 출신이었다는 점, 자신을 모델로 내세운 쇼핑몰을 운영해 성공한 사업가라는 점, 사업 홍보 차 그린 웹툰이 인기를 얻으면서 웹툰작가를 병행하고 있다는 점도 한 몫 하고 있다. 잘 생긴 외모만으로 할 수 없는 전문적인 분야에서의 성취임에도 불구하고 ‘잘 생겨서 성공했다’고 비난하는 것이다.

 

 

글/ 박석환(만화평론가, 한국영상대학교 교수)

1997년 스포츠서울 신춘문예로 등단한 후 만화평론가로 활동하고 있다. 만화콘텐츠기획자, 만화정책기획자, 만화전시기획자 등으로 일하다가 2013년부터 한국영상대학교 만화콘텐츠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저서로는 <코믹스 만화의 세계>, <만화리뷰쓰기> 등이 있다. 홈페이지는 www.parkseokhwan.com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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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석환(만화평론가, 한국영상대 만화콘텐츠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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