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석환, 만화서평-연애혁명(232 글/그림), 도서관이야기,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 2017.04.01

가짜인지 알면서 보는 

진짜 같은 하이틴들의 이야기



집안 문제로 원룸에서 혼자 살게 된 공주영. 이삼정보고등학교에 다니는 17세 소년이다. 이사 도중 떨어진 책 사이에서 어린 시절 그린 것 같은 여자 그림을 발견한다. 그리고 그의 곁을 지나쳐 가는 소녀. 같은 학교에 다니는 동갑내기 소녀 왕자림이다. 우연히 스쳐간 두 사람은 다음 날 등굣길 버스 정류장에서 만나게 된다. 혼자 살게 된 첫날, 허둥지둥 집을 나서느라 지갑을 두고 온 주영은 버스비를 내지 못해 안절부절 하고 있다. 이를 본 자림이 대신 버스비를 내준다. 별 다른 의미 없는 호의였지만 주영은 이를 자신에 대한 호감으로 생각한다. 


예측할 수 없는 고교생들의 줄다리기 로맨스



호의를 호감으로 해석한 금사빠(금방 사랑에 빠지는 사람). 주영은 자림과의 만남을 운명이라 생각한다. 친구들은 우연이라고 말했지만 주영은 절대 그럴 수 없다고 한다. 어느 날 갑자기 찾아 온 그녀가 자신이 이사 온 원룸의 맞은 편 아파트에 살고 있고 같은 학교 옆 반일 수 있냐는 거다. 친구 중 한 명의 집이 자림의 집과 더 가깝고 그 친구는 자림과 같은 반이라고 해보지만 주영에게는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는다. 거기다 이름마저 운명적이어서 ‘공주영과 ‘왕자’림, 공주와 왕자의 사랑 이야기 아니냐며 흥분한다. 주영은 ‘빌린 버스비를 갚아야 한다’는 이유를 들어 자림을 쫓아다닌다. 물론 주영이 빠져있는 ‘혼자만의 사랑’을 알 길 없는 자림은 ‘왠 스토커’가 따라 다닌다며 경계한다. 제법 괜찮은 외모에 활동적인 듯 해 보이는 주영이지만 자림을 향해 자라난 속마음을 선뜻 고백하지 못하고 뒤꽁무니만 쫓아다닌 것이다. 그러길 수차례. 왕자에 대한 공주의 사랑은 커져가고 왕자는 공주의 마음을 아는 듯 모르는 방어에만 열중한다.


혼자서도 시작하는 사랑, 그들에게도 있는 과거


포기를 모르는 17세 소년 공주는 왕자의 마음을 얻기 위해 온 갗 노력을 다한다. ‘용기 있는 자만이 미인을 차지한다’거나 ‘포기는 배추 세는 단위’, ‘결과는 노력을 배신하지 않는다’ 같은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환상에 기대어 시도 때도 없이 도전하고 또 다시 시도해보지만 왕자의 마음은 열릴 줄 모른다. 물론, 어느 사이 티격태격하던 두 사람의 관계는 다소 익숙해졌고 주변의 친구들이나 선생님들도 알고 있는 ‘사귀는 사이’ 같은 상황이 펼쳐진다. 그리고 이어진 찌질남의 ‘아날로그식 고백’과 쿨여의 ‘디지털 바운스’가 맞물리면서 두 사람은 ‘이제부터 1일’ 사이가 된다. 밀고 당기는 줄다리식 에피소드가 계속되면서 공주의 사랑 쟁취기로 끝날 것 같던 이야기는 언제 그랬냐는 듯 갈등 구조를 바꿔가며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다. 고교생인 현재시점으로 전개되던 이야기가 중학생 시절인 2년 전 과거 시점으로 넘어가고 다시 고교생인 현재시점으로 돌아온다. 하이틴 로맨스로 시작된 공주와 왕자 이야기가 과거와 맞물리면서 갈등과 긴장이 반복되는 서스펜스물로 확장되기도 한다. 2013년 9월 연재를 처음 시작할 때 네이버 목요 웹툰 중 인기 순위 3위로 출발, 장기간 1위를 유지한 인기 작품이다. 최근 얼마간의 휴재 후 연재를 재개하며 인기 돌풍을 이어가고 있다. 단행본은 현재 5권까지 발행됐다. 공주와 왕자의 새로운 갈등이 야기되는 ‘왕자림의 중학교 시절 에피소드’ 편이 담겨있다. 

  

리얼리티 예능 프로그램처럼 그 세계를 보여주는 학원 로맨스물



<연애혁명>은 조금 다른 설정을 취한 학원연애물이다. 멋진 남학생과 캔디 같은 여학생의 이루어질 듯 말 듯 한 로맨스가 이 장르의 일반적 공식이라면 작가 232는 이를 정반대로 뒤집은 설정을 만들어 놓고 이야기를 전개한다. 괜찮은 남학생이 찌질 하게 여자 주인공에게 매달리고 뭔가 사연이 많은 것 같은 여자 주인공은 이를 막아서고 있는 형국이다. 22살의 나이에 공식 연재를 시작한 작가는 주 독자층이 공감할 수 있는 실감나는 고등학생 시절의 이야기를 그대로 작품에 담아냈다. 마치 가짜인줄 알면서 진짜처럼 바라보고 있는 리얼리티 예능 프로그램 같은 공감 요소와 긴장감 넘치는 전개가 흥미롭다. 인터넷에서 회자 되고 있는 각종 패러디 아이템을 개그 컷으로 활용하는 부분이나 TV예능 프로그램에서 자주 쓰는 ‘자막을 통한 보완 설명’ 같은 요소들이 자주 등장한다. 이 같은 요소들은 독자들이 알고 있는 정보와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이야기의 교차 지점을 만들어내면서 작품에 대한 공감대를 확대하는 요소로 작동된다. 또, 이는 독자들이 작품에서 읽어내야 할 이야기의 외연을 확장 시키는 요소로도 활용된다. 주인공들의 로맨스로 시작됐던 이야기는 이 같은 요소와 새로운 사건들이 결합되면서 학원의 문제로, 학원에서 펼쳐진 이야기는 다시 사회 시스템의 문제로 확대된다. 물론, 결국 이야기가 드러내고 있는 부분은 남녀 주인공의 연애에 대한 것이지만 이를 통해 보게 되는 것은 그 두 사람이 살고 있는 그 세계에 대한 것이다. 



글/ 박석환(만화평론가, 한국영상대학교 교수)

1997년 스포츠서울 신춘문예로 등단한 후 만화평론가로 활동하고 있다. 만화콘텐츠기획자, 만화정책기획자, 만화전시기획자 등으로 일하다가 2013년부터 한국영상대학교 만화콘텐츠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저서로는 <코믹스 만화의 세계>, <만화리뷰쓰기> 등이 있다. 홈페이지는 www.parkseokhwan.com 이다.

이미지 맵

Parkseokhwan.com

박석환(만화평론가, 한국영상대 만화콘텐츠과 교수)

    'Critique/리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글에 남긴 여러분의 의견은 개 입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