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이크 없는 자전거에 오른 고교생들의 질주
자전거를 타고 독서실로 향하는 소년. 시원하게 뻗은 자전거도로를 달린다. 공사로 둔덕이 생긴 길이나 계단이 있는 곳에서도 거침이 없다. 경사가 심한 내리막길 앞. 아래쪽에는 자전거를 탄 한 무리의 소년들이 있다. 아찔한 높이의 경사로에서 소년은 깊은 숨을 들이마신 후 페달을 밟는다. 빠른 속도로 내려가는 자전거. 가속도가 붙은 자전거가 정면의 담벼락을 향해 질주한다. 소년들이 경악하고 있을 쯤 자전거는 강렬한 마찰음을 내며 멈춰 선다. 마치 마술이라도 펼쳐진 것 같은 상황. 낯선 강자의 등장에 소년들은 긴장한다.
자전거를 타고 길에 나온 아이들
오래 된 픽스드 기어 바이크(Fixed Gear Bike, 고정 기어 자전거)로 고도의 스키딩(Skidding, 옆으로 미끄러지면서 멈추는 기술)을 선보인 소년은 태양고교 2학년생인 조자현이다. 학생회장을 맡고 있고 전교 1등을 놓치지 않는 의사 집안의 큰 아들이다. 부모님의 과도한 기대와 공부에 대한 압박을 자전거 타기로 풀고 있다. 세계 대회를 석권한 바 있는 사이클 선수 조마현의 조카로 그의 재능과 자전거를 물려받았다. 일명 픽시라 불리는 이 자전거는 구동계가 고정되어 있다. 바퀴가 돌면 페달도 돌게 되어 있어서 발을 쉴 수 없는 구조이다. 가장 원시적이고 간단한 형태의 자전거로 다루기 쉽지 않지만 자전거 타기 열풍과 함께 힙합 문화가 넓게 퍼지면서 젊은 자전거 애호가들 사이에 선호 되고 있다. 무리를 이룬 소년들은 자전거 동아리 제피로스 크루의 멤버들이다. 크루의 리더인 윤민우는 이름만 대면 알만한 대기업 회장의 방황하는 아들로 태양고 출신이다. 자현의 등장에 긍정적 관심을 보인다. 반면, 김태진은 인근 상모고 출신으로 자현을 경계한다. 자현과의 대결을 통해 새로 구입한 자전거의 스펙과 자신의 실력을 증명하려 한다. 결과는 자현의 승리. 앙심을 품은 태진은 상모고 출신 멤버들과 함께 자현을 집단 구타한다. 리더인 민우는 멤버들의 비겁한 행동을 지적했다가 같은 학교에 다니는 자현 편을 든다는 이유로 크루에서 쫓겨나듯 나오게 된다. 이제 태진이 제피로스의 리더가 되고 민우는 낯선 강자 자현과 함께 하게 된다.
브레이크 없는 고교생활의 변화
<윈드브레이커>는 길거리에서 자전거를 타는 ‘스트리트 라이딩’을 소재로 한 웹툰이다. 국내 최초로 아마추어 크루를 대상으로 한 자전거 대회 ‘리그 오브 스트릿’이 개최된다. 1등을 한 팀에게는 1억 원의 상금과 해외 대회 출전권이 주어진다. 공부 외에 관심이 없던 주인공 주자현, 제피로스 크루를 나온 윤민우는 3학년 선배 이준우, 조직폭력배의 아들 강한남, 영국에서 온 교장 선생님의 손녀 셀리 등과 함께 허밍버드 크루를 결성한다. 1초에 90번의 날개 짓을 하는 허밍버드(벌새)처럼 ‘1초에 90번의 페달링을 한다면’ 원하는 것을 이룰 수 있을 거라는 막연한 기대감을 담았다. 태양고를 중심으로 결성된 허밍버드 크루, 상모고가 주축이 된 제피로스 크루, 은퇴한 미식축구 선수가 이끄는 몬스터 크루 등이 리그 오브 스피릿 대회에 참여해 박진감 넘치는 대결을 펼친다. 작품은 등장인물들이 왜 거리에 나오게 됐는지, 어떻게 자전거와 인연을 맺게 됐는지 그리고 거리를 질주하며 어떤 꿈을 이루려 하는지를 보여준다. 어느 한명 사연 없는 인물이 없고 아프지 않은 학생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구하나 그들의 상처에 제동을 걸어주지 않는다. 그런 아이들이 친구들과 함께 거리 위에서 변하기 시작한다. 자전거 위에서 서로를 위한 제동장치가 되면서 조금씩 변화하기 시작한다.
만화는 만화일 뿐 따라하지 말자
특이소재를 중심으로 지식정보와 함께 공감서사를 전달하는 작품을 전문소재만화라고 한다. 대체로 의학상식이나 건강정보, 운동이나 취미와 관련된 내용을 흥미롭고 감동적인 이야기에 담아서 ‘쉽게 이해하고 오래 기억될 수 있도록 구성’한다. <윈드브레이크> 역시 이 같은 구성을 취한 전문소재만화로 볼 수 있다. 전 국민이 자전거를 타는 시대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것들이 많다. 자전거의 종류와 특징, 각종 부품의 용도와 장점, 자전거 타기에 대한 기술과 안전수칙 등이 여러 에피소드를 통해 전달된다. 자전거 입문용으로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작품의 주 배경과 갈등 과정이 학원을 중심으로 하고 있는 만큼 학원스포츠물로 읽는 것이 좋겠다. 학원스포츠물은 학원 내에서 벌어지는 대립적 상황을 통해 주인공의 열정을 일깨우고 이성에 대한 질투나 배신감 등이 놀라운 투지를 만들어 내도록 구성된 장르다. 독자가 승리의 쾌감을 맛볼 수 있도록 구성한 만큼 ‘과장된 설정과 전개’가 포함된다. 사실적인 상황과 문제해결 방법이 제시되기도 하지만 대체로 과장된 상황과 환상적 문제해결 방법이 펼쳐진다. 이 작품의 자전거 타기 기술 역시 마찬가지다. 기술은 과장된 사실이고 위험과 부상은 직시해야 할 사실이다. ‘만화는 만화일 뿐 따라하지 말자.’ 친하기만 한 친구는 없죠, 친했지만 사이가 틀어진 친구도 있었습니다. 상미는 원래는 함께 어울려다녔지만 리더인 춘화가 본드를 마시는 행동을 싫어해 멀어졌습니다. 그래서인지 상미는 새로 나미를 못마땅해하며 해코지를 하려했지만 춘화에 의해 제지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써니에서 상미역을 맡았던 천우희 배우의 연기를 굉장히 좋아했습니다. 정말 본드를 한 것과 같은 신들린 듯한 연기와 본인 때문에 일어나게 된 일에 흔들리는 눈빛과 감정을 보이지만 말로 전할 수 없는 복잡미묘함때문에 가장 기억에 남았습니다.
글/ 박석환(만화평론가, 한국영상대학교 교수)
1997년 스포츠서울 신춘문예로 등단한 후 만화평론가로 활동하고 있다. 만화콘텐츠기획자, 만화정책기획자, 만화전시기획자 등으로 일하다가 2013년부터 한국영상대학교 만화콘텐츠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저서로는 <코믹스 만화의 세계>, <만화리뷰쓰기> 등이 있다. 홈페이지는 www.parkseokhwan.com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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