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석환, 진진돌이 에볼루션(김기정 글/ 윤종문 그림), 도서관이야기,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 2016.01.01

짐승이라서 괜찮아? 그들도 인간과 똑 같아!

어느 날 우리 군의 극비 군사시설이 정체불명의 적으로부터 습격을 받는다. CCTV에 찍힌 적의 정체는 무장한 새 때였다. 인간만한 크기에 말을 하고 손과 발을 사용하는 새 때가 날아와서 군사 시설을 파괴했다. 적의 정체를 파악한 군은 이에 맞설 아군 특수 전투부대를 소집한다. 전쟁으로 인한 인명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진행됐던 비인간 전투원 프로젝트, 일명 비전프로젝트의 실험대상 동물들이다. 인간의 잘못된 선택이 만들어 낸 동물들의 전쟁

<진진돌이 에볼루션>은 짐승으로 구성된 전투부대 JSS(JIM SEUNG SQUAD)가 적군의 도발에 맞서 싸우는 전쟁만화이다. 대규모 전투를 그린다기 보다는 침투와 기습이 주가 되는 소규모 살상전을 그린다. 전투부대원의 대장은 전쟁 경험 많은 진돗개 진진이다. 진진은 비전프로젝트를 담당했던 양박사에 의해 전투능력을 얻었고 조중령의 지도 아래 최정예 전투원으로 키워졌다. 그와 함께 JSS 팀을 이뤘던 이들은 예지력을 지닌 너귤, 강력한 힘을 지닌 곰탱, 영리한 생쥐, 저격수 물개형제 등이다. 
이름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너구리, 불곰, 쥐, 물개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진진처럼 말하고 이족보행을 하는 강력한 전투원이다. 군은 당초 전쟁 시 인명피해를 줄일 수 있는 방법으로 이 실험을 진행했지만 이들이 전투력과 함께 지적능력과 인간의 탐욕마저 지녔다는 것에 위험성을 느끼고 실험을 중단한다. 팀은 해체됐고 당국의 지시에 따라 대원들은 뿔뿔이 흩어져 동물의 모습을 한 채 살고 있었다. 그런데 그들과 동일한 능력을 지닌 새 때가 우리 군을 공격한 것이다. 실험 중단 후 행방불명됐던 양박사가 새들을 대상으로 전투부대를 만든 것이다. 



인간이 아니라 동료들을 위한 싸움

애꾸눈 까마귀 까막으로 대표되는 적군은 초기에는 인간의 명령에 순응해 아군을 공격하고 JSS부대원과 대립하며 싸운다. 하지만 전쟁이 길어질수록 까막은 동물들이 인간을 지배하는 세상을 꿈꾼다. 까막은 인간의 그릇된 선택으로부터 시작된 전쟁을 길짐승과 날질승 간의 대결로, 다시 수인과 인간, 파충류 등의 전쟁으로 확산시킨다. 인간의 탐욕을 대표하는 까막은 진진을 회유해 같이 인간 세상을 종말 시키고 동물 세상을 만들자고 하기도 한다. 하지만 진진은 너무나 인간스러운 까막의 탐욕을 거부하고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길을 선택한다. 그중 진진이 생각하는 최고의 가치는 동료였다. 상황에 따라 변하고 자신의 이익만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인간과 달리 목표하는 바가 같은 동료를 위해 전쟁에 나선다. 
<진진돌이 에볼루션>은 원로만화가 정운경의 원작 만화 <진진돌이> 시리즈를 김기정, 윤중문 작가가 리메이크 한 작품이다. 제목의 ‘에볼루션(진화)’이라는 표현에서 알 수 있듯 원작이 지니고 있던 설정을 기반으로 많은 부분을 현재적 감성으로 재창작한 것이다. 원작은 1961년 소년잡지 ‘학원’에 연재 된 바 있고 80년대에는 ‘소년중앙’에 연재되기도 했다. 당시에는 군대를 소재로 한 우스개 만화로 큰 인기를 얻었다. 경향신문 1968년 12월 25일 자에는 장편만화 ‘진진돌이’의 출간 기사가 실리기도 했다. ‘네발짐승과 날짐승들의 싸움으로부터 시작하여 방대한 우주전쟁에 이르기까지 변화무쌍하고 무한대한 내용으로 어린이들의 꿈을 키워주고 상상력을 돕는다.’는 문구가 인상적이다. 



특전물 만화의 정석

원작은 의인화된 동물들의 이야기를 군대라는 공간을 빌려 슬랩스틱 형식의 코미디로 그렸다. 하지만 리메이크 된 <진진돌이 에볼루션>은 인간의 이기심에 의해 소모품처럼 버려지는 동물 또는 군인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그리고 내부에 적을 만들고 갈등을 조장해 자신의 이익을 탐하는 인간의 추악한 본성을 묘사하기도 한다. 이로 인해 ‘진진돌이 이야기’는 탄생 50년이 넘는 만큼의 깊이와 무게가 더해졌다. 명랑만화가 보여주던 소극을 넘어서 전쟁영웅극화가 지닌 탄탄한 성격묘사와 인물 간 대립, 화려한 액션을 담아내면서 한국식 특전물 만화의 한 유형을 만들어 냈다. 특전물 만화의 정석은 독자적 능력을 지닌 대원들이 가공할 능력을 지닌 적의 위협에 맞서기 위해 하나의 팀을 이뤄 싸우는 것이다. 쫄쫄이 옷을 입고 가면을 쓴 ‘파워레인저’가 일본식 특전물의 대표 선수라면 ‘어벤져스’는 미국식 슈퍼히어로 특전물이라고 할 수 있다. 특전물 이야기의 매력은 뛰어난 각개전투 능력을 지닌 캐릭터가 적에게 어떻게 패배하느냐에 달려있다. 그리고 자신보다 강한 상대와 싸우기 위해서는 다른 능력을 지닌 사람과 힘을 모아야 한다는 것을 깨닫는 과정에 있다. 그 것이 곧 우정이고 도전이며 승리의 비법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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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석환(만화평론가, 한국영상대 만화콘텐츠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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