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석환, 만화서평-치즈 인 더 트랩(순끼 글/그림), 도서관이야기,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 2016.03.01

23살 홍설은 명문대 경영학과에 다니는 우수 학생이다. 예민한 성격이기도 하고 과거에 겪은 여러 가지 사건으로 인해 사람에 대한 경계심이 있지만 착하고 적극적인 편이다. 곱슬머리에 일자 눈, 주근깨 투성이 얼굴에 가정형편 상 매일 아르바이트를 해야 하는 처지이다. 외모 따위 신경 쓸 겨를도 없지만 가끔 듣는 ‘귀엽다’는 소리에 얼굴을 붉힌다. 평범해 보이는 여대생 홍설 앞에 군 제대 후 복학한 25살 완벽남 유정이 나타난다. 현대판 신데렐라와 왕자님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왕자는 어딘가 위험하고 신데렐라 역시 이상하다. 




 쉴 틈 없이 바쁜 신데렐라와 수상한 왕자님이 펼치는 로맨스 스릴러

관습적 평범함 속에 사는 신데렐라


<치즈인 더 트랩>은 집안 형편 때문에 휴학 후 복학 한 여주인공 홍설과 군 입대로 휴학했다 복학 한 남주인공 유정의 ‘캠퍼스 로맨스’를 그린다. 번번히 사업에 실패하는 아버지와 외국으로 유학 간 남동생을 둔 홍설은 그야말로 현대판 신데렐라이다. 전액 장학금을 받기 위해 공부에 매진해야 하고 생활비를 벌기위해 아르바이트도 쉴 수 없다. 학비 문제가 해결되더라도 생활비 문제가 해결되지 못하면 학교를 다닐 수 없어서 1년 공부하고 휴학 한 후 돈을 벌어서 또 1년을 공부하는 상황이다. 
집안 형편 탓이라고는 하지만 기실 홍설의 집안은 그리 빈곤해 보이지 않는다. ‘아들 유학비 될 돈은 있어도 딸 생활비 줄 돈은 없다’고 생각하는 ‘그 집안의 사정’ 때문이다. 케케묵은 ‘남아선호 사상’이 드러나는 부분이다. 그런데 작품은 이것을 각별한 상황이나 부모의 태도로 묘사하지 않고 ‘평범한’ 것으로 간주한다. 같은 대학생 모두에게 주어진 과제가 스스로 학업과 생계를 해결해야 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런 홍설 주변에 있는 다른 학생들, 학업과 생계를 스스로 책임지지 않거나 굳이 그렇게 하지 않아도 되는 이들이 오히려 그릇 된 것으로 묘사되기도 한다. 관습적으로 보면 틀리다 할 수 없다. 하지만 작품은 이 같은 전개를 통해 우리 사회에 여전히 존재하는 ‘딸에 대한 보이지 않는 억압과 폭력’을 드러나게 한다. 



겉으로 말하지 않은 폭력이 주는 공포

가정형편이나 사정과는 상관없이 가장 찬란해야 할 시절을 보내고 있는 홍설은 남자 선배와의 풋풋한 사랑을 꿈꿔보기도 하고 여느 로맨스 코미디에서처럼 얽히고설킨 삼각연애 사건에 빠져들기도 한다. 특히나 복학생이면서 장학생이 되어야 하는 홍설의 입장에서 강의실, 과사무실, 학교식당 등등을 오가며 전하는 사건 사고는 그대로 요즘 청춘들의 대학생활안내서로 읽어도 좋을 만큼 현장감이 넘친다. 또, 대학생이라 더욱 노력해야 하는 학업에 대한 걱정, 이성과 가족에 대한 문제, 취업과 미래에 대한 고민 등은 이 이야기가 허구 섞인 판타지가 아니라 현실의 문제를 논하고 있음을 암시한다. 
작품은 한 걸음 더 나아가서 가정에서 억압 된 삶을 살아온 여주인공은 가정 밖에서도, 가장 찬란해야 할 캠퍼스의 공간에서도 ‘억압과 폭력’ 앞에 놓여 있거나 놓여 있을 수 있다는 점을 힘겹게 설명해 간다. 홍설과 유정의 캠퍼스 로맨스가 밝게만 그려지지 않은 이유이다. 과거의 신데렐라는 억압 된 가정으로부터의 폭력에서 벗어나 왕자님과의 결혼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 신분상승을 이룬다. 그렇게 이룬 신분상승은 그간의 모든 문제를 와해시키지만 <치즈 인 더 트랩>은 이 모든 것이 ‘덫 안에 놓인 치즈’처럼 달콤한 함정일 수 있다고 말한다. 키 크고 잘생긴데다 공부까지 잘하는 부잣집 아들의 따듯한 시선에는 ‘뭔가 다른 이유가 있지 않을까?’ 의심하게 만든다. 이처럼 홍설은 가정 안에서도 가정 밖에서도 여러 가지 형태의 억압과 폭력 앞에 놓인다. 특히 캠퍼스에서 벌어지는 ‘딸’ 또는 ‘여학생’에 대한 온갖 형태의 억압 된 시선과 보이지 않는 폭력은 전혀 체감해보지 않았던 공포로 전달되기도 한다. 



로맨틱 코미디물의 색다른 변주

일반적인 로맨스 코미디물이 남녀 간의 감정을 중심으로 독자와의 교감을 형성하는 것과 달리 이 작품은 여주인공 주변의 일상과 전형적 등장인물들이 지닌 ‘이상한 태도’와 ‘위험한 인식’을 추리극이나 스릴러물 같은 구성으로 펼쳐 보인다. 
<치즈 인 더 트랩> 단행본은 시즌1-1, 1-2, 2-1~2-3, 3-1까지 각 3권씩 총18권이 발행됐다. 시즌 1, 2는 재미주의 출판사에서 발행됐고 시즌3 부터는 바이브릿지 출판사에서 발행하고 있다. 총 10만 부 이상 판매된 베스트셀러이기도 하다. 현재 포털사이트 네이버 웹툰에서 4부가 연재 중이다. 네이버의 해외 채널을 통해 일본어판과 영문판도 연재되고 있다. 일본에서는 디지털만화 순위 사이트에 랭크되어 있을 정도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작가 순끼는 건국대학교 영상애니메이션과 출신으로 2010년 웹툰 UCC채널이라고 할 수 있는 네이버 도전만화 코너에 동명의 작품을 올리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세련된 화풍과 섬세한 심리묘사가 주목 받으면서 베스트도전 코너로 승격됐다가 정식 웹툰으로 연재됐다. 데뷔작이 곧 최고의 인기작품이 되면서 많은 상을 받기도 했다. 2010년부터 3회 연속 독자만화대상 온라인만화상을 수상했고 2014년에는 오늘의 우리만화로 선정되어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글/ 박석환(만화평론가, 한국영상대학교 교수)
1997년 스포츠서울 신춘문예로 등단한 후 만화평론가로 활동하고 있다. 만화콘텐츠기획자, 만화정책기획자, 만화전시기획자 등으로 일하다가 2013년부터 한국영상대학교 만화콘텐츠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저서로는 <코믹스 만화의 세계>, <만화리뷰쓰기> 등이 있다. 홈페이지는 www.parkseokhwan.com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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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석환(만화평론가, 한국영상대 만화콘텐츠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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