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석환, 만화서평-닥터 프로스트(이종범 글/그림), 도서관이야기,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 2016.02.01

감정 없는 심리학자가 읽어낸 감정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

미러(mirror), 거울이라는 이름의 술집바 앞에 앉은 남성이 동행한 여성에게 반지를 선물하며 사랑을 고백한다남성은 지금의 관계가 영원히 지속되길 원한다여성도 선물에 대해 감사함을 표하며 좋아한다이를 조용히 지켜보고 있던 바텐더는 여성이 잠시 자리를 비운사이 희망에 들뜬 남성에게 여성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말한다그리고 돌아오지 않을지 모른다고 한다남성은 바텐더의 말도 안 되는 소리에 화를 냈지만 여성은 돌아오지 않았다바텐더는 사람들은 거울에 비추듯 여러 가지 방식으로 자신의 속마음과 무의식을 표현한다고 말하며 여성이 직접 말하지 않았지만 자신에게는 그 사람의 마음이 모두 보였다고 한다


타고난 것 하나 없는 천재 심리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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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 프로스트>는 저녁에는 술집에서 바텐더로 일하고 낮에는 용강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로 학생 상담소에서 일하는 천재 심리학자가 사람들의 마음 속 질병을 드러내 제거해가는 상담치료 소재의 작품이다주인공 닥터 프로스트는 잘생긴 얼굴에 184cm의 늘씬한 키, 34살에 대학 정교수가 된 매력적인 남성이다무려 6개 국어에 정통하고 첼로와 십자수를 취미로 즐기니 같은 남성들 입장에서는 시기의 대상이 되기도 하지만 여성들에게는 인기 만점의 믿기 힘든 캐릭터이다부족한 것 없이 금수저 물고 태어난 사람처럼 보이지만 작품 속에 등장하는 수많은 사람들처럼 그 자신도 마음의 질병을 한가득 안고 있는 없는 것 투성이인 인물이다

프로스트라는 예명 역시 타고난 이름이 너무 촌스러워서 스스로 붙인 예명이다
다른 사람들도 이름을 빼고 백교수라 부를 정도로 촌스럽다(작품 속에서 주인공의 본명은 한참 후에 공개된다). 부모도 없는 고아 출신이다어린 시절 발생한 사고로 부모를 잃고 부모의 상담치료사였던 천상원 교수의 후원 아래 성장했다잘 생기고 좋은 머리 탓에 여성들의 지지를 받는 듯 보이지만 여자친구도 없고 동료교수나 남자들에게는 괜한 시기의 대상이 된다무엇보다 감정이 없다다른 사람의 감정을 읽어야 할 심리학자에게는 치명적인 약점이다내담자가 품고 있는 고민과 문제에 공감하지 못하면서 그 사람의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과학적 분석과 사례로 읽는 사람의 감정

작품에 따르면 1952년 미국의 심리학자 고든 엑스너는 지구상에 60억 명이 있다면 그들의 심리상태와 기질성격은 전부 달라서 60억 가지의 심리와 성격기질이 있다며 인간은 모두 특별하다.’라는 내용의 논문을 발표했다고 한다그랬던 그가 죽기 직전 남긴 논문에서는 그건 사실 한 사람에 대한 60억가지 표현일 뿐이라며 인간은 누구나 똑 같다.’며 자신의 논지를 뒤집었다고 한다만화 <닥터 프로스트>는 이 일화를 바탕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어린 시절 경험한 사고와 비밀스러운 실험에 연구 대상이 됐던 주인공은 이후 백발의 머리를 얻었고 인간적 감정을 느낄 수 있는 능력이 부분적으로 마비됐다공포는 느낄 수 있지만 사랑이나 애정 같은 감정은 느끼거나 표현할 수 없게 된 것이다스스로 감정을 느낄 수 없는 상담자는 감정으로 인한 경험이 없고 내담자의 정서나 마음의 상처에 공감하지 못한다내담자의 상황을 배려하지 않고 귀에 쓴 말을 내 뱉어 오히려 상처를 입히기도 한다하지만 이 천재 주인공은 자신의 한계를 오히려 장점이라 믿는다내담자의 문제에 상담자의 정서가 개입할 수 없기 때문에 문제 자체를 더욱 객관적이고 과학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인간은 누구나 똑 같기 때문에 과학적 분석과 사례에 비춰 문제점을 찾아내고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물론 이 같은 초기 설정은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하나둘 무너진다그가 정서적으로 느끼지 못하는 부분은 상담소 조교인 윤성아가 전담하고 지원한다용강대 심리학과 우등생이자 조기 졸업 대상자인 윤성아는 상담심리학의 일반적 정의처럼 상담자의 공감 능력이 내담자를 치료하는데 절대적이라고 믿는다


  치료 소재 만화를 통해 얻는 치유의 힘

서로 다른 입장을 지닌 프로스트와 윤성아는 용강대 상담소를 중심으로 같은 듯 다르기 만한 사람들의 마음 속 문제를 하나둘 해결해 간다그리고 여느 치료 소재의 작품들처럼 그 과정을 통해 자기 자신의 문제에 접근한다시즌1에서는 부모에게 공감 받지 못해 결핍증이 생긴 남자공황장애를 겪고 있는 여고생사회공포증으로 고통 받는 대학생 등의 문제를 해결했고 시즌2에서는 불면증과 우울증을 앓고 있는 취업준비생이나 자살한 여고생 등의 사건을 중심으로 주인공의 과거와 현재를 찾아 가기도 한다사람들을 치료하는 과정을 통해 주인공 자신의 문제를 치유해 가고 있다단행본으로는 시즌2까지 출시됐고 웹툰으로는 시즌3가 진행되고 있다영문판일어판 등이 여러 국가에 서비스되고 있고 오디오 드라마, TV드라마로도 제작됐다
작가 이종범은 연세대 심리학과를 졸업한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이다프로스트처럼 다양한 외국어를 구사할 수 있고 음악에도 조예가 깊어서 아마추어 밴드의 연주자이기도 하다작품을 시작한 후로는 라디오 방송에서 고민상담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도 했다심리학 전공자가 관련분야 전문가의 자문과 고증취재와 사례 경험을 바탕으로 작품을 만들어 가고 있는 셈이다그만큼 전문적 지식과 상담 치료 사례가 흥미진진한 사건과 함께 제시되어 있어서 읽는 이들도 자기 자신의 마음 속 문제를 치유할 수 있는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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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석환(만화평론가, 한국영상대 만화콘텐츠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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