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석환, 만화서평-퍼펙트게임(장이 글/그림), 도서관이야기,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 2016.05.01

서울의 한 재래시장. 백발의 은퇴한 목수 할아버지부터 생선가게, 수제비집, 빵집을 하는 자영업자들과 공무원, 은행원, 이제 막 회사에 취직한 신입사원 그리고 동화작가 지망생과 복학생 쌍둥이 형제까지.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이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이들을 뭉치게 한 것은 야구. 재래시장을 중심으로 이웃에 살고 있는 이들은 평일에는 각자의 삶을 살지만 주말이 되면 블루엔젤스라는 이름의 같은 유니폼을 입은 야구선수로 변신한다.


혼자서는 이길 수 없는 삶 

‘팀’이라는 이름으로 쓴 성공 드라마




재미나게 사는 인생


사회인 야구팀 블루엔젤스의 에이스 투수 오찬호. 이름부터 한국 야구의 전설적 존재인 박찬호와 비슷한 재미난 인생이다. 사회인 야구계에서는 꽤 유명한 강속구 투수로 4번 타자이자 포수인 강용식(생선가게 주인)과 함께 지난 시즌 팀을 우승으로 이끌었다. 사회인야구를 즐기는 동안 쭈욱 백수였지만 팀의 우승과 함께 취업에도 성공해 진정한 의미의 사회인이 됐다. 블루엔젤스팀이 참여했던 리그도 2부에서 1부로 올라갔다. 사회인야구 리그는 취미인들로 구성된 3, 4부에서부터 선수출신의 참여 수 제한을 둔 1, 2부 까지 총 네 단계로 나뉘어 있다. 숫자가 적은 리그일수록 참여하는 팀의 수준과 선수의 능력이 높다. 

문제는 새로 뛰게 된 불꽃리그의 지난 시즌 우승팀이 새로 입사한 회사의 직장인 야구팀 D&M자이언츠라는 것. 그리고 소속 부서의 부장을 비롯한 다수의 직원이 한 팀이라는 점이다. 2부 리그 최강 투수였던 오찬호는 이제 같은 리그에 속해있는 1부 리그 최강 팀이자 직장 동료들을 향해 주무기인 강속구를 던져야 한다. 


팀을 믿어야 이기는 게임


결과는 14대 0, 5회 콜드 게임 패. 사회인 야구는 한 경기를 2시간 이내로 규정하고 5회까지 점수 차가 10점 이상이면 콜드 게임 패를 선언한다. 블루엔젤스가 D&M자이언츠에 용 한번 써보지 못하고 패 한 것이다. 직장 업무 때문에 경기에 참가하지 못한 정다봉(9급 공무원) 대신 노령의 감독할배 김현수(60세)가 경기에 뛰었다고 하지만 예상치 못한 대패였다. 물론 정다봉이 뛰었다 하더라도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이 작품의 구성이다. 작품은 블루엔젤스가 D&M자이언츠에 허망하게 패배했다는 것을 알려줄 뿐 야구만화의 백미인 경기 장면은 보여주지 않는다. 패전투수가 된 오찬호는 직장에서나 팀에서나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는 변명에 바쁘고 팀원들도 자기 수비보다는 타석에만 집중한다. 감독할배 역시 패배의 원인을 찾기 보다는 ‘최선을 다하자’ ‘재미나게 인생을 살아가자’며 독려하기 바쁘다. 그렇게 전개된 아스트랄 스타즈와의 게임. 선수 전원이 인기스타 장동건, 주진모, 양동근 등과 동명이인인 코믹한 팀에도 블루엔젤스는 패배한다. 작가는 그제야 블루엔젤스와 D&M자이언츠의 경기를 한 장면씩 복기한다. 그것도 다른 게임이나 일상의 에피소드가 전개될 때 잠깐씩 패전의 상황들을 보여준다. 작가는 이를 ‘천박한 야구’라 했다. 실력있는 한 두명의 선수에 의존하는 게임. 팀원을 믿지 않고 자신이 모든 문제를 해결하려는 경기 내용. 작가는 그렇게 2부 리그지만 지난 시즌 우승팀이 어떻게 1점도 내지 못하고 D&M자이언츠에 패배했는지를 보여준다. 그리고 그런 이들의 ‘천박한 야구’가 어떻게 하나둘씩 변해 가는지를 이야기 한다. 



누구를 위해 플레이할지 고민해야


블루엔젤스의 팀원들은 어린 시절부터 야구를 좋아했던 사람들이다. 소년기의 로망이었던 야구를 나이든 뒤에도 포기하지 않고 실천하고 있는 매력적인 어른들이다. 그런데 그뿐이다. 직업선수가 아닌 취미인들이고 한 주에 한 번 운동장에 나와 시합을 하는 것이 전부인 연습되지 않은 팀이다. 그나마 강속구 투수 오찬호와 강타자이자 포수인 강용식이 큰 역할을 해왔기 때문에 2부 리그 우승도 가능했다. 하지만 거기까지. 야구는 개인 종목이 아니고 단판 승부를 겨루는 스포츠도 아니다. 팀 경기이고 시즌 내내 펼쳐지는 경기에 나서서 승수를 겨뤄야 하는 스포츠이다. 한 두 명의 뛰어난 선수로 게임은 계속 될 수 없고 그렇게 이겨봐야 완벽한 게임이 완성되지도 않는다. 작가는 아스트랄 스타즈의 양동근 감독 입을 빌려 오찬호와 강용식만으로 우승을 했다는 것은 기적이지만 ‘감동 없는 기적’일뿐이고 1부 리그에서 승리를 하기 위해서는 ‘누구를 위해 플레이를 해야 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한다. 

작품은 재래시장 야구팀인 블루엔젤스와 대기업 D&M의 야구팀인 자이언츠와의 대결 구도에 머물지 않는다. D&M이 기업형 슈퍼마켓 사업을 전개하면서 재래시장 상권을 위협하게 되자 두 팀의 대결은 기업과 소상인들의 대리전으로 펼쳐지기도 한다. 작가 장이는 스무살 되는 해부터 만화를 공부해 31살에 데뷔한 늦깍이 신인으로 사회인야구 선수이기도 하다. 데뷔작격인 이 작품이 주목 받으면서 사회인야구 소재 만화의 대표 작가가 됐다. <퍼펙트게임>은 현재 시즌 1, 2가 북돋움 출판사에서 전8권으로 발행되어 있고 시즌3은 포털사이트 다음에서 연재되고 있다.


글/ 박석환(만화평론가, 한국영상대학교 교수)

1997년 스포츠서울 신춘문예로 등단한 후 만화평론가로 활동하고 있다. 만화콘텐츠기획자, 만화정책기획자, 만화전시기획자 등으로 일하다가 2013년부터 한국영상대학교 만화콘텐츠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저서로는 <코믹스 만화의 세계>, <만화리뷰쓰기> 등이 있다. 홈페이지는 www.parkseokhwan.com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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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석환(만화평론가, 한국영상대 만화콘텐츠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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