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석환, 만화서평-화음의 정원(오은지 그림/ 채한율 글), 도서관이야기,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 2015.10.01

조선시대 예능인 양성소 ‘장악원’


음악천재와 무용천재의 달달한 로맨스


조선의 문화가 화려하게 꽃피웠다는 영‧정조시대. 춤에 재능을 보였던 유일원은 궁중 음악과 연희를 담당하는 장악원 소속이다. 요즘 말로 하면 ‘연습생’ 신분이다. 낮에는 궁에서 춤 연습하느라 정신없고 저녁이면 생활비를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 하느라 바쁘다. 노망난 할아버지를 홀로 모시고 사는 소녀 가장. 고단한 소녀는 장악원의 부책임자인 절세미남 무현을 바라보며 위안을 삼는다. 무현은 이 시대의 아이돌 같은 존재. 두 선남선녀 사이에 고도의 청각능력을 지닌 청년 명연주가 등장해 삼각 로맨스를 펼친다. 


조선의 르네상스 시대를 배경으로 한 가상 역사 드라마 


<화음의 정원>은 장악원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천재들의 이야기이다. 장악원은 조선 시대 궁중 음악에 관한 일을 맡아보던 관청으로 1466년 음악에 조예가 깊었던 세조가 기존의 기관들을 통합해 설립했다. 정3품 벼슬인 정악을 중심으로 악사와 악생 등으로 구성된 조직으로 요즘으로 치면 국립국악원이나 국립교향악단으로 볼 수 있다. 그런데 작품 속 분위기는 SM엔터테인먼트나 YG엔테테인먼트처럼 아이돌을 육성하는 곳 같은 분위기이다. 

때는 1775년, 영조 임금이 51년 간 재위하고 있을 때이다. 늙은 임금을 대신해 사도세자의 아들이자 영조의 손자인 이산(후에 왕위에 올라 정조가 됨)이 대리청정을 하고 있을 때다. 세자가 왕이 되는 것을 반대하는 노론세력과의 갈등이 극에 달한 시점이기도 하다. 이산은 ‘한 나라의 음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으면 임금과 신하가 하나 될 수 없고 임금과 백성도 하나 될 수 없다’면서 궁중음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리고 왕에게 허락을 받아 장악원의 악기 관리와 연습, 행사 준비 등을 직접 챙겼다. 물론, 시대적 배경은 사실이지만 세세한 사건과 관련 인물들은 가상으로 꾸며낸 이야기(팩션, Fact + Fiction)이다. 


하늘이 내린 청춘의 재능을 허투루 소비하지 말라 


여자 주인공 유일원은 아침이면 장악원으로 출근해 무용 연습을 하고 저녁이면 삯바느질로 생계를 유지하는 억척 여성이다. 예쁜 용모로 장악원의 남자 악사들에게 인기가 높지만 오직 한 남자만을 가슴에 담고 산다. 저잣거리에서 위험에 빠졌을 때 자신을 구해준 미청년 무현을 사모한다. 유일원의 할아버지 유장백은 궁에서 쓰는 종을 제작하는 주종소의 장인이다. 도망친 노비 소년을 거둬들여 주종소에서 허드렛일을 하며 살 수 있도록 했는데 그가 바로 고도의 청각능력과 절대음감을 지닌 청년 명연주였다. 일원은 연주를 모른 채로 성장했지만 연주는 소년시절부터 일원을 보기만 하면 얼굴이 붉어지고 가슴이 뛴다. 그래서 일원이 모르게 그를 도우며 살고 있었다. 

청년은 사람이 들을 수 없는 소리까지 구분할 수 있는 능력을 타고 났다. 담 너머에서 들리는 사람의 기척을 들을 수 있고 문 안밖에 몇 사람이 있는지를 알 수 있었다. 악기를 제작하고 연주하는데 천부적인 재능을 타고 났지만 이 재능은 도둑질을 하는 데도 요긴했다. 아픈 동생을 건사해야 하는 연주는 양반집을 털어 가난한 사람에게 나눠주고 일부는 동생의 약값과 자신의 생계를 유지하는데 썼다. 하지만 일이 꼬이면서 한적회라는 도적단을 도와 왕의 악기로 알려진 ‘편경’을 훔쳐야 하는 처지에 놓인다. 하늘이 내린 재능을 허투루 쓴 청년은 이를 후회하지만 어찌할 수 없는 상황이다. 악기를 훔치기 위해 악사로 위장한 청년은 장악원에서 가슴을 뛰게 만들었던 일원과 자신의 재능을 단박에 알아 챈 무현 그리고 세자 이산을 만나게 된다. 이제 그의 재능은 제대로 쓰일 수 있을까? 


궁중음악 판 ‘대장금’으로 보는 우리 문화의 가치 


<화음의 정원>은 몇 편의 소품으로 이름을 알린 오은지, 채한율 작가가 작심하고 만든 기획 웹툰이다. 얼핏 드라마 <대장금>이 떠오르기도 한다. 어린 시절 궁궐에 들어가 수라간에서 잔심부름하던 소녀가 왕의 주치의로 성장한다는 내용이다. 배우 이영애를 한류스타로 우뚝 서게 한 작품인데 <대장금>이 요리와 의술을 중심으로 했다면 <화음의 정원>은 음악과 무용을 테마로 했다. 

아직 주인공들이 어떻게 성장해 갈지, 어떻게 사랑을 이어 갈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절대음감의 빈집털이범이 궁중 악사가 됐다’는 설정만으로도 매력적인 작품이 되기에 충분해 보인다. 이 작품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2014년 선정한 ‘글로벌 장편만화 제작지원’ 사업의 선정작으로 올 해 일반에 공개됐다. 현재 한 모바일 웹툰 사이트에서 연재되고 있고 1권 분량의 단행본이 발행됐다.


글/ 박석환(만화평론가, 한국영상대학교 교수)

1997년 스포츠서울 신춘문예로 등단한 후 만화평론가로 활동하고 있다. 만화콘텐츠기획자, 만화정책기획자, 만화전시기획자 등으로 일하다가 2013년부터 한국영상대학교 만화콘텐츠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저서로는 <코믹스 만화의 세계>, <만화리뷰쓰기> 등이 있다. 홈페이지는 www.parkseokhwan.com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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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석환(만화평론가, 한국영상대 만화콘텐츠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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