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석환, 만화서평-달려라 꼴찌(이상무 글/그림), 도서관이야기,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 2015.03.01

오로지 노력, 오로지 성공!

될 때까지 달리는 꼴찌의 자기 극복 드라마



경상북도 김천의 시골마을에서 부모 없이 자란 형제가 서울에 올라온다. 형은 야구에 천부적인 재능을 지녔고 동생은 이런 형이 야구선수로 대성하리라 믿는다. 형이 성공할 때까지 자신이 뒷바라지 할 것을 매번 결심하는 동생. 형은 이런 동생이 대견하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하다. 시골에서 본 적 없는 서울 환경이 낯설기도 하고 호기심 많은 사춘기 소년을 자극하는 일도 많지만 소년은 오로지 운동, 오로지 도전, 오로지 성취만을 향해 달린다.


소년들의 영원한 로망, 도전과 성취


독고탁의 아버지 독고룡은 아마야구 최고의 타자였다. 고교 무대를 평정하고 대학과 실업야구 무대에서 최고의 활약을 펼쳤지만 경기 중 머리에 공을 맞고 사망한다. 야구 밖에 몰랐던 아버지가 물려준 것은 가난과 야구재능 그리고 동생 독고아우 밖에 없었다. 야구 재주 하나 믿고 서울에 온 탁은 우수고등학교 야구부에 들어간다. 고등학생이라기에는 너무 작은 키에 고집과 심술이 가득한 탁을 좋아하는 이는 없었다. 하지만 우수고의 포수를 맡고 있는 봉구는 달랐다. 빠른 발과 강한 어깨, 천부적 야구재능을 지닌 탁에게 정을 줬고 탁의 공을 받을 수 있는 유일한 파트너가 된다. 봉구의 여동생 슬기도 마찬가지였다. 슬기에게 탁은 준 것 없이 미운 캐릭터였지만 어딘가 모르게 정이 갔고 괜히 신경이 쓰였다. 탁 형제는 그렇게 봉구 자매에게 의지하며 외롭고 힘든 서울 생활에 익숙해져 갔다.

탁은 야구선수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자신만이 던질 수 있고 아무도 치기 힘든 변화구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다. 탁은 동네 어귀에서 만난 한 미친 남자로부터 드라이브볼이라는 이름의 마구를 배운다. 모진 노력 끝에 이를 자신의 것으로 만든 탁은 단숨에 주목 받는 투수가 된다. 그런데 이 미친 남자는 알고 보니 탁의 아버지를 죽음에 이르게 한 상대편 투수였고 행방불명 됐던 봉구와 슬기의 아버지였다. 아버지 세대에 얽혀있는 운명적 사건 앞에서 탁이와 봉구는 갈등하게 되고 탁은 아버지를 죽음에 이르게 한 드라이브볼을 더 이상 경기에서 던지지 않겠다고 선언한다. 최고가 되기 위한 경기가 남았고 최고의 타자들과 맞서야 하는 상황, 탁과 봉구의 갈등과 고민은 깊어갔다.

 

아버지 세대가 남긴 원수, 화해와 복수


아버지를 죽음에 이르게 한 원수, 그의 아들과 딸은 둘도 없는 친구가 됐다. 뒤늦게 이를 알게 된 주인공은 어찌해야 할까? 독고 탁은 어떤 결정을 할까? 어찌 보면 고리타분해 보일 수 있지만 아버지 세대에 얽힌 불행한 역사가 아들 세대에 영향을 미치거나 되풀이 되는 식의 이야기는 현재도 있고 앞으로 계속될 극적인 테마 중 하나이다. <달려라 꼴찌> 아버지의 원수에 대한 복수와 화해라는 테마를 야구만화 장르에 담긴 타자와 투수 간의 대결, 같은 편 투수와 포수 간의 갈등 구도 등으로 풀어낸 걸작이다.

주인공 독고 탁은 7~80년대 최고의 인기 만화가였던 이상무(1946년 생) 작가가 만든 대표 캐릭터이다.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나 외롭게 성장했지만 결코 울지 않는 소년, 여린 마음을 지녔지만 어떤 어려움 앞에도 굴하지 않고 스스로 극복해 내는 소년, 그야말로 포기를 몰랐던 산업화 시대의 소년이 곧 독고 탁이다. 이상무 작가는 독고 탁을 주인공으로 수많은 걸작 만화를 창작했다. 독고 탁은 눈물 없이 볼 수 없는 가족 드라마의 주인공으로 등장하기도 했고 만주를 무대로 펼쳐지는 항일 드라마의 투사로 등장하기도 했다. 월드컵을 목표로 달리던 축구 영웅일 때도 있었고 외롭게 링 위에 올라 투혼을 불태우던 복서일 때도 있었다. 하지만 독고 탁을 가장 빛나게 했던 것은 야구였다.

이상무 만화의 재미를 만끽할 수 있었던 최고의 소재 역시 야구였다. 그 중에서도 <달려라 꼴찌> 이상무표 야구만화의 재미를 만끽할 수 있는 최고 인기작이자 걸작이다. 최고의 투수와 타자 간의 대결, 투수와 포수 그리고 팀원 간의 갈등과 화합, 승부를 위해 준비한 마구라는 비밀무기, 비밀무기를 무력화시키는 전략과 전술, 거기에 꼭 이겨야 하는 이유를 가진 운명적 등장인물 등등. 소년들의 가슴을 쥐고 흔들만한 극적 긴장 요소들이 가득 담겨 있다.


외로워서 독고탁, 자기극복이 필요해서 꼴찌


<달려라 꼴찌> 1982년 잡지 소년중앙의 별책부록으로 연재를 시작한 작품이다. 단행본이 발행된 것은 1984년이다. 단행본을 기준으로 해도 30년이 훌쩍 넘은 옛날 만화이다. 지금 중·고등학생 아들을 둔 아버지 세대가 즐겼던 작품이다. 신작이 나오는 날이면 옹기종기 모여 앉아 돌려봤고 작품을 보고나면 어김없이 신작로에 모여 야구놀이를 즐기게 만들었던 바로 그 작품이다. 아버지가 읽었던 작품의 감동을 아들 세대가 느낄 수 있도록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이 나서서 새롭게 복간했다. 작가가 직접 작업한 원고를 기준으로 초판본의 오기나 잘 못된 부분을 수정 보완했고 원고에 남아있는 얼룩이나 잡티 등은 디지털 방식으로 제거했다. 80년대 거리풍경이나 대사체, 의상이나 개그 스타일이 다소 진부하게 보일 법 하지만 마치 시대적 고증이 잘 된 요즘 만화를 보는 것처럼 거부감 없이 읽힌다.


소년들에게는 소년들만 아는 문제가 있다. 어른들과 함께 나누고 쉽게 도움을 요청할 수 없는 수많은 일들이 있다. 그럴 때마다 누군가에게 의지할 수는 없는 법. 지금은 아빠가 된 그 시절의 소년들은 <달려라 꼴찌>를 읽으면서, 독고 탁을 통해 외로워도 울지 않고 자기에게 벌어진 문제쯤은 스스로 해결하고 극복해내야 한다는 것을 배웠었다. 그런 독고 탁의 정신과 태도가 지금 시대의 소년들에게도 전해질 수 있다면 좋겠다.


/ 박석환(만화평론가, 한국영상대학교 교수)

1997년 스포츠서울 신춘문예로 등단한 후 만화평론가로 활동하고 있다. 만화콘텐츠기획자, 만화전시기획자, 만화정책기획자 등으로 일하다가 2013년부터 한국영상대학교 만화콘텐츠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저서로는 <코믹스 만화의 세계>, <만화리뷰쓰기> 등이 있다. 홈페이지는 www.parkseokhwan.com 이다.


 

이미지 맵

Parkseokhwan.com

박석환(만화평론가, 한국영상대 만화콘텐츠과 교수)

    'Critique/리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글에 남긴 여러분의 의견은 0개 입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