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술로 타인을 지키고 편지로 타인을 달랜 주인공
도술 능력보다 소중한 지혜의 힘, 머털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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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두호의 만화 <머털도사>는 머리털을 뽑아 도술을 부리는 머털이의 수련과 도전, 모험과 대결을 그린 아동만화이다. 1984년 잡지 ‘새벗’에 연재된 <도사님, 도사님, 우리 도사님>을 원안으로 한 시리즈물로 이 작품의 주인공은 털삼이였다. 털삼이의 스승은 맨발도사. 1985년 연재 매체를 ‘소년경향’으로 옮기면서 작품 제목을 <머털도사님>으로, 주인공의 이름을 머털도사와 누더기도사로 바꿨다. 1989년 어린이날 특집으로 제작 방영된 TV애니메이션 ≪머털도사≫가 시청률 58%라는 경이적인 기록을 세우면서 만화원작의 제목도 ‘님’자를 때고 <머털도사>로 변경됐다.
머털도사는 <바람소리> <열두대문> 등 성인대상의 정통사극만화에 몰두했던 이두호가 아동 팬들을 위해 작심하고 그린 작품이다. 가난하지만 평온한 누덕마을과 부귀영화를 쫓는 질악마을. 각 마을을 지키는 누더기도사와 왕질악도사 그리고 도사의 수제자인 머털이와 꺽꿀이. 의도적으로 단순화 한 세계관과 권선징악을 중심으로 한 서사구조, 각종 언어유희와 개그컷, 단순 명확한 캐릭터 간 대립요소와 대결구도 등 아동 독자의 흥미와 몰입도를 극대화 할 수 있는 요소로 가득하다. 그렇다고 이 이야기가 머리털을 뽑아 도술을 부려 적을 처단하는 손오공 유의 대전물로 전개되는 것도 아니다. 누덕마을 사람들의 자연주의적 삶과 질악마을 사람들의 개발주의적 삶을 대비시키며 우리사회의 ‘개발 제일주의’를 풍자하기도 하고 물질주의가 낳은 탐욕을 비판하기도 한다.
스승에게 골탕이나 먹고 자기 잔꾀에 당하기도 하는 어리숙한 초보도사 머털이는 도술로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능력자가 아니다. ‘할 수 있는 능력은 있지만 이 상황에서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우물쭈물하는 경험없는 아이’로 그려진다. 하지만 머털이는 자신에게 주어진 상황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을 스스로 찾으려 하고 주변의 도움을 받아 해결해 낸다. 작가는 이 같은 머털이의 모습을 통해 아동독자들에게 독립적으로 사고하고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만화 <머털도사>를 인기를 바탕으로 <머털도사와 108요괴> <머털도사와 벌레대왕> <머털도사와 또매형> 등의 시리즈 만화가 발간됐고 동명의 TV애니메이션도 총 3편이 제작 방영됐다. ‘머털도사’는 80년대를 대표하는 만화이자 90년대를 대표하는 TV애니메이션 캐릭터로 다양한 캐릭터상품과 게임 등으로 제작되기도 했다. 웹툰 <웃지않는 개그반>의 작가 현용민의 패러디웹툰 <도대체 왜?인구단>에 머털도사를 패러디한 ‘켜털도사’가 등장해 원작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2012년 EBS판 TV애니메이션 ≪머털도사≫가 26부작으로 새로 제작되어 방영되기도 했다. 머털이 탈을 쓰고 신분을 감춰야만 도술을 쓸 수 있는 탈도사로 변신한다는 설정을 추가해 변신을 꾀했다.
관계에 대한 소중함을 전하는 메신저, 빨간자전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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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화의 만화 <빨간 자전거>는 아름다운 시골마을 임화면 야화리에서 펼쳐지는 감동적인 에피소드를 담은 작품이다. 주인공은 꽁지머리를 한 우편집배원이다. 자전거와 우편이라는 근대적 통신수단을 바탕으로 현대적 소외와 동경을 그려냈다.
작품 속 시골마을 임화면 야화리 사람들은 ○○번지 ○○호라는 주소 대신에 ‘들꽃나무 울타리집’ ‘쌍 소나무 사이로 보이는 집’이라는 이름을 사용한다. 이름처럼 아름다운 전원주택이지만 우편집배원은 행정지번을 사용하지 않는 그들의 속내를 이해할 수 없다. 때마침 이 전원주택단지로 또 한 집이 이사를 온다. 뭔가 사연이 있는 듯 가족들은 불편해하는 표정이다.
가장은 그들 앞에서 ‘살면 살수록 정이 드는 집’이라고 힘주어 외친다. 지번을 사용하지 않는 또 한 집이 탄생한 셈이다. 우편물에 주소 좀 똑바로 적으라고 불평을 늘어놓을 만도 한데 꽁지머리 우편집배원은 그들을 지켜볼 뿐이다.
우리는 많은 것을 단순, 명쾌하게 정의하려고 한다. ‘이것은 무엇이다’라는 정의를 내리기 위해 사회과학은 ‘이것’을 계량화해 왔다. 수없이 많은 것을 수치화해서 개인적인 경험을 과학적이고 보편적인 지식으로 만들었다. 그중 하나가 골목마다 이름을 붙이고 땅마다 지번을 붙여서 ○○동 ○○번지라고 표기하는 주소체계다. 이는 우리 삶을 자연의 것에서 계획적이고 도시적인 것으로 변화시켰다. 그리고 그것은 부동산이라는 이름으로 우리 삶의 가치와 계급을 가장 극명하게 드러내는 상징이 됐다.
<빨간 자전거>의 우편집배원은 주소를 통해 사람들을 만난다. 부동산에 가치가 있고 지번이 있듯 그곳 사람들에게도 저마다의 형편과 처지가 있다. 농사를 짓는 노인들이 사는 빈농단지, 외지인들이 자리 잡은 전원주택단지가 우편집배원의 일터다. 주소에서 드러나는 차이와 달리 우편물 안에는 한결같은 가슴앓이가 담겼다. 우편집배원은 그들을 다독이며 고향의 모성애, 전원생활에 대한 동경과 소망, 무엇보다 소외된 사람들 간의 교통과 정서적 통신을 돕는 메신저가 된다.
이 작품은 150여 회에 걸쳐 일간지에 연재된 작품을 4권의 책으로 묶은 것이다. 2005년 발행된 프랑스어판은 일본 만화의 아류로 평가받았던 한국 만화의 독창적 서정을 과시한 역작이라는 평가와 함께 국내 최초로 ‘프랑스만화비평대상’ 최종 후보에 올랐다. 2007년 ‘부천만화대상’ 대상작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2013년에는 TV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어 인기리에 방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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