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석환, 만화서평-아만자( 김보통 글/그림), 도서관이야기,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 2014.12.01

느 젊은 암  환자의 현실과 모험 판타지

 




 

아만자. 이 낯선 단어는 한 텔레비전 드라마에서 처음 등장했다. 주인공 여배우의 대사 중 ‘나는 암 환자예요’라고 외치는 장면이 있었다. 이를 본 한 시청자가 ‘나는 아만자예요’라고 잘 못 듣고 ‘아만자’가 뭐냐고 포털사이트 질문란에 올린 것에서 비롯됐다. 이 질문은 금방 화제가 됐고 많은 사람들을 즐겁게 했다. 하지만 함께 웃지 못한 이들도 있었다. 진짜 암을 앓고 있는 환자들과 환자 가족들이다. 웹툰으로 연재됐다가 단행본으로 출간 된 김보통 작가의 <아만자> 역시 현실 세계에서 벌어진 이 에피소드로 시작된다.


말기 암 판정을 받은 스물여섯 살 청년의 투병기


주인공은 스물여섯 살 가을에 허리가 아파서 병원을 찾았다가 위암 판정을 받는다. 이미 손 쓸 수 없을 만큼 넓게 암이 퍼져있는 상태. 다른 장기로 암세포가 퍼지고 있어서 전혀 살 가망이 없는 말기 암이다. 그 날 저녁 주인공은 가족들과의 식사 자리에서 자신의 상태를 이야기했다. 아버지는 계속 ‘그래서’를 되풀이했다. 주인공은 수술도 할 수 없고, 항암치료도 가망이 없고, 점점 더 아프고, 약도 안들을 거라고 답했지만 아버지는 계속 ‘그래서’를 되풀이 한다. 주인공은 한참이나 머뭇거리다가 그러니까 ‘오늘은 그냥 밥 먹어요’라 답하고 아버지는 어딘가 가망이 있을 거고 희망을 가져야 한다는 대답 대신 참았던 눈물을 흘리며 ‘그래 밥먹자’고 한다.

아직 무슨 상황인지 이해하지 못하겠는 듯 동생은 멍한 표정이고 어머니는 연신 눈물을 훔치며 반찬을 더 챙겨오겠다며 일어난다. 암이라는 무시무시한 병을 늦게 발견한 것 일 뿐 누구의 잘 못도 아니었다. 하지만 그 날 이후 주인공의 주변은 온통 주인공에게 미안한 사람들뿐이다. ‘나중에 하자’는 손쉽고 일상적인 의사표현 조차도 주인공에게는 큰 상처가 되어버리고 말을 꺼낸 사람에게는 다시 담을 수 없는 미안한 상태가 된다.

숲의 황폐화를 막기 위해 사막의 왕을 찾아나서는 청년의 모험판타지

 

주인공은 갑자기 받아들여야 하는 죽음이 아직 제 것 같지 않다. 군대는 다녀왔지만 대학 졸업은 못했다. 취직도 준비해야 하고 여자친구와의 결혼도 생각해야 한다. 스물여섯 살이나 됐지만 아직 아무것도 못 한 나이. 그런데 더 이상 내일에 대해, 미래에 대해 생각하고 이야기할 수 없게 됐다. 이제 주인공은 내일이 없다는 것이 얼마나 슬픈 일인지 알게 된다. 그리고 그와 함께 찾아든 통증과 항암 주사로 인해 달라지는 모습을 하나 둘 자기 것으로 받아들여야 했다.



암 세포의 번식과 항암 치료의 고통은 주인공을 다른 세계로 안내했다. ‘숲’이라 명명된 이 공간에서 주인공은 자신이 누구인지 알지 못하고 왜 숲에 들어오게 됐는지 모른다. 그리고 자신의 몸이 조금씩 부서져 가고 있는 이유도 알 수 없다. 주인공은 숲에서 모가비, 비커리 등의 이름을 지닌 존재들을 만나게 되고 ‘사막의 왕’이 숲을 황폐화 시키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제 이야기는 젊은 암 환자의 고통스러운 투병기에서 숲을 지키기 위한 청년 영웅의 모험으로 전개된다. 환자의 몸으로 상징화 된 ‘숲’이라는 공간, 이 공간을 황폐화시키고 있는 ‘사막의 왕’을 찾아 나서는 청년의 모험판타지가 투병기와 함께 병렬 구조로 펼쳐진다. 현실 속 청년의 병증이 심해질수록 심상 속 숲은 더 황폐화 됐다.


암으로 사망한 아버지를 둔 작가의 자기고백

 

작가 김보통은 자신을 사서 겸 만화가로 소개한다. 암에 걸린 아버지를 곁에 두고 대학 공부를 했고 당당하게 대기업에 입사해 직장 생활도 했다. 아픈 아버지를 두고 회식 자리에 나가 신나게 놀기도 했다. 죄스럽기도 했지만 어쩔 수 없다는 듯 자신의 삶을 살았다. 그러던 중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다른 일을 찾겠다’며 직장에 사표를 냈다. 아무 것도 정해져 있지 않았지만 SNS를 통해 만난 사람을 위해 노래 가사를 쓰기도 하고 일러스트를 그려주기도 했다. 그렇게 서서히 자신이 하고 싶었던 세계로 모험을 떠났다.



본격적인 웹툰 창작의 기회를 얻게 된 작가는 첫 연재 작품에서 아버지의 암투병기를 자신의 삶에 비춰 이야기했다. 연재와 함께 작품은 곧 화제가 됐다. 실제 암을 앓고 있는 작가가 자신의 경험담을 웹툰으로 그리고 있는 것 아니냐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그만큼 작품은 암 환자와 가족들의 이야기를 현실적으로 그리고 있다. 특히 이야기 속 이야기 형식으로 펼쳐진 ‘숲’ 속 모험은 이 작품의 가치와 의미를 더하는 부분이다. 암에 걸린 환자의 몸처럼 제 기능과 역할을 하지 못하고 서서히 사막화 되어가고 있는 숲의 세계에서 주인공은 사막의 왕을 찾아 숲을 지키기 위해 싸운다. 삶을 포기하지 않고 고통을 극복하고자 하는 주인공의 의지가 강조된 부분이고 이 이야기를 슬픈 드라마가 아니라 희망의 메시지로 읽히게 하는 요소이기도 하다. 하지만 또 다른 의미도 있지 않을까. 암으로 아버지를 잃은 작가 자신이 숲으로 명명된 아버지의 암과 싸우지 못했었다는 아쉬움과 반성도 읽힌다.

이 작품은 지난 11월 3일 만화의 날에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는 ‘오늘의 우리만화’에 선정되기도 했다. 웹툰 연재분은 총 109화로 완결됐다. 전 5권 분량으로 출판될 예정이고 현재 프롤로그 ‘나는 아만자’편부터 40화 ‘컨휘더어언스으’편까지가 실린 1, 2권이 출시 됐다.


글/ 박석환(만화평론가, 한국영상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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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석환(만화평론가, 한국영상대 만화콘텐츠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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