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만화, 웹툰에서 스마트툰으로 또 한번 진화한다
100명 중 91명이 무선인터넷을 쓰는 나라
한국이 100개의 집으로 이뤄져 있다면 어떨까? 2013년 기준 인터넷을 이용하는 집은 82가구, 스마트폰을 보유한 집은 79가구이다. 100개의 집에서는 98가구가 인터넷에 접속한다. 그런데 스마트폰이 늘어나면서 유선인터넷 접속 비율은 낮아졌다. 반면 아무 때나 무선인터넷을 사용하는 집이 91가구로 늘었다. 2012년 58가구에 비해 크게 높아졌다.
스마트폰이 많아지고 무선인터넷 사용률이 급증하면서 관련 산업과 서비스에도 변화가 일어났다. 가정용 컴퓨터의 판매율이 줄어든 반면 스마트 모바일 기기(스마트폰과 패드 등)의 판매율은 급상승했다. 서비스 분야에서도 이메일 사용률이 줄어든 반면 카카오톡, 라인 등 인스턴트 메신저의 사용자(82가구)가 늘었고 모바일뱅킹(65가구)과 모바일쇼핑(43가구)의 이용비율도 크게 증가했다. 이 같은 정보통신 환경변화는 사람들의 문화소비에도 큰 변화를 가져왔다. 특히 정보통신 환경 변화에 맞춰 혁신을 거듭해 온 한국의 만화(Manhwa, Korean Comics)도 달라졌다.
** 인기리에 서비스됐던 야후코리아의 웹툰 페이지
하루 1천만 명이 보는 만화, 웹툰!
2012년 세계적 인터넷기업 야후(Yahoo!)가 한국을 떠났다. 한국의 소비자들이 불만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이메일, 포토앨범, 블로그 등 다양한 개인서비스를 진행했던 만큼 ‘소비자들의 데이터를 어떻게 이전해 줄 것인가’ 하는 점이 문제였다. 그런데 예상했던 이 문제보다 인터넷을 뜨겁게 했던 것은 야후카툰에 연재됐던 ‘웹툰’ 문제였다. 네티즌들은 ‘이 작품의 후속편은 어디서 볼 수 있을 것인가’라며 야후의 무책임한 정책을 성토했다. 그만큼 한국 사람들은 ‘웹툰’을 좋아했다.
하루 1천만 명 이상이 포털사이트를 통해 웹툰을 구독한다. 인기 웹툰 <미생, Misaeng>의 조회수는 10억 건, 만화책 판매량은 50만부를 넘었다. 모바일 드라마로 제작된 6부작 <미생 프리퀄, Misaeng Prequel>도 300만 건의 조회수를 기록(2013년 12월 기준)하며 다양한 산업분야에서 라이센싱 상품을 탄생시키고 있다. 웹툰 <은밀하게 위대하게, Secretly Greatly>는 영화로 제작되어 한국 내 관람객 700만 명을 동원하기도 했다. 이처럼 웹툰은 단순히 사람들이 좋아하는 콘텐츠를 넘어서 한국의 대중문화산업을 선도하는 원동력이기도 하다.
* 웹툰의 인기에 힘입어 모바일 드라마로 제작된 미생 프리퀄
웹툰(World Wide Web + Cartoon). 아직 생소할 수 있는 이 단어는 개인용 컴퓨팅 환경의 대중화, 인터넷의 멀티미디어적 특성 그리고 초고속 통신망이 결합하면서 탄생한 한국의 고유한 만화장르이다. 유튜브(Youtube)가 동영상 분야의 UCC(User Creative Content) 환경을 제공했다면 한국의 인터넷 기업인 네이버(Naver), 다음(Daum) 등은 2000년대 초반부터 만화 분야의 UCC 환경을 제공했다. 기존의 출판만화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이야기가 전개됐다면 웹툰은 위쪽에서 아래쪽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도록 꾸며졌고 대체로 올컬러로 그려졌다. 웹디자이너, 캐릭터 일러스트레이터, 방송작가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하던 창작자들과 만화가 지망생 등이 이 무대를 활용해 ‘자신 만의 만화’를 올리기 시작했다. 이 작은 변화는 한국만화를 출판산업 분야에서 정보통신산업 분야로 바꿔 놨다.
** 스마트폰을 통한 접속률 증가로 새로운 운영정책을 마련한 네이버
야후코리아는 Joo, Hoo-Min, Lee, Mal-nyun, Keean84, Mind-C 등의 인기작가를 데뷔시키며 독특한 성향의 매체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정보통신산업의 빠른 환경변화와 규제 정책에 대응하지 못하며 위축됐다. 특히 2010년 이후 스마트폰과 패드 등 모바일 인터넷 기기가 대중화되면서 유선인터넷 접속률이 급감하는 흐름을 따르지 못했다. 네이버는 스크롤방식에서 벗어난 화면전환 방식의 스마트툰(Smart Toon)을 내놓고, 다음은 아이패드 전용 어플리케이션을 발표했다. 한국 인터넷 기업들이 무선인터넷으로 빠져나가는 사용자를 붙들어 맨 것과 달리 야후는 별다른 발전방향을 찾지 못하고 사업철수에 이르렀다.
출판만화의 패러다임 바꾼 웹툰, 스마트툰으로 한 번 더 쉬프트
세계적인 만화이론가 스콧 매클루드(Scott McCloud)도 한국만화의 이 같은 변화에 놀라움을 표시하며 한국의 웹툰 <옥수역귀신, Ok-su Station Ghost>을 소개하기도 했다. 이 작품은 기존의 웹툰과 유사하게 이미지로 구성되어 있지만 귀신이 등장하는 장면은 무빙 효과를 주어서 마치 모니터에서 귀신이 튀어 나오는 것처럼 구성됐다. 이 작품을 보고 깜짝 놀라는 동영상이 유튜브에 등장하면서 아직 작품을 못 본 사람들을 놀라게 하는 놀이가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기도 했다.
** 휠마우스를 스크롤하는 방식에서 손가락 터치로 화면 이동 방식을 전환한 스마트툰
이처럼 웹툰은 마우스 스크롤과 화면 터치를 통해서 사용자가 작품에서 진행되는 ‘시간의 흐름’을 통제하는 방식에서 작가가 이 흐름에 관여하는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유선인터넷 사용 환경에 맞춰졌던 요소들이 모바일기기의 작은 창에 맞춰서 달라지고 있는 것이다. 창이 작아진 만큼 한 번에 한 컷을 보여주되 자동으로 전개되는 부분들을 포함시키고 있다. 이와 함께 모바일기기는 이어폰을 끼고 사용하는 사람들이 많은 만큼 사운드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마우스 스크롤을 돌리거나 손가락으로 터치를 계속해야 했던 것과 달리 몇 번의 터치로 극적인 연출과 사운드가 가미된 콘텐츠를 즐길 수 있게 됐다.
** 웹툰 OST와 배경음악 등을 반영한 호랑의 작품
웹툰은 2000년 초반 ‘스노우캣(Snow Cat)’ ‘마린블루스(Marine Blues)’ ‘파페포포(Pape Popo)’ 등의 작품으로 시작되어 강풀(Kang, Full ), 강도하(Kang, Do-Ha), 양영순(Yang, Young-Sun) 등의 작가를 중심으로 발전했다. 여기에 조석(Cho, Seok), 김규삼(Kim, Gyu-Sam) 등이 등장하며 웹툰 팬층을 두텁게 했다. 웹툰 탄생 10년이 훌쩍 지난 지금, 웹툰은 스마트툰으로 한 계단 더 진화하고 있다. 수익모델 측면에서도 광고모델에서 탈피해 다양한 수익지점들을 관리하고 있다. 무료로 제공되던 웹툰을 부분 유료화하거나 캐릭터 상품을 직간접적으로 판매 하는 등 적극성을 보이고 있다. 기존 출판만화시장과의 마찰을 우려해 웹툰 코너를 수익사업으로 생각하지 않겠다고 했던 초기와는 달라진 모습이다. 인터넷기업들이 웹툰시장에 대한 자신감을 확인했기 때문일 것이다. 대형 인터넷기업들은 최근 웹툰의 해외 서비스도 직접 챙기고 있다. 웹툰의 영어권 서비스를 하고 있는 타파스틱(Tapastic)을 통하던 방식에서 자사의 해외 서비스 창구를 통해 웹툰을 론칭시키고 있다. 웹툰의 외연이 확대되면서 다양성이 강조된 웹툰의 등장도 탄력을 받고 있다. 작가주의적 관점, 사회풍자성이 강한 작품, 특수한 취향의 작품 등이 등장하면서 웹툰의 외연을 확대시켜가고 있다. 그야말로 스마트한 만화콘텐츠, 스마트툰이다.
** 영어권 웹툰 서비스를 선보인 타파스미디어의 타파스틱
글. 박석환(Park, Seok-Hwan)
만화평론가, 한국영상대학교(Korea University of Media Arts)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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