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석환, 나의 목소리를 들어라(이현민 글/그림), 도서관이야기,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 2014.05.01

면접에서 이기는 기술

나의 목소리를 듣게 하라 



사람이 사람을 만나면 즐거워야 한다. 그런데 면접이나 면담이라고 하면 즐거움이 싹 가신다. 예상하지 못한 질문을 받아야 하고 시간과 분위기에 쫓겨 준비되지 않은 답변을 해야 할 때는 더더욱 그렇다. 짧은 시간의 만남과 대화를 통해 자신에 대한 평가가 점수로 나오는 일이니 반가울리 없다. 더군다나 그 결과에 따라 이후의 삶이 달라질 수 있으니 피할 수도 없는 일이다.


넒은 세상으로 나가는 첫 관문 면접



우리는 매일 누군가를 만나고 서로 묻고 답하면서 산다. 무의식적으로 누군가를 평가하기도 하고 좋든 싫든 누군가로부터 평가를 받으며 산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그 만남이 평생의 인연이 되기도 하고 그 평가가 인생의 변곡점이 될 때도 있다. 대상과 결과, 형식과 절차가 조금씩 다를 뿐 사람들은 누구나 크고 작은 면접시험을 매일매일 치르며 산다. 그래서 인생은 끊임없는 시험이니, 삶은 시험의 연속이니 하는 말들이 진리처럼 전해지고 있는지 모른다.



만화 <나의 목소리를 들어라> 면접시험을 소재로 한 웃기는 작품이다. 인기만화 <들어는 보왔나! 질풍기획>에 이어지는 이현민 작가의 두 번째 작품이다. ‘질풍기획이 광고회사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직장인들의 애환과 열정을 특유의 과장된 그림연출과 개그 감각으로 풀어냈다면 이 작품은 직장인이 되기 위해 면접시험에 도전하는 구직자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질풍기획의 프리퀄(시간상으로 앞선 이야기를 소재로 한 속편)이라 할 수 없지만 묘하게 연결된 요소들이 존재한다. 대기업 중심의 경제사회 구조 그리고 그 안에서 매일 매일 어떤 관문을 통과하며 살아야 하는 사람들이 동일하다.

 

질문자여 나의 목소리를 들어라


지방대 출신으로 학비와 학점의 관문을 어렵게 통과한 김건호와 황태룡, 완벽한 스펙과 많은 양의 자격증으로 엄친아급 자신감을 보유한 박재천, 온실 속 화초처럼 자란 듯 하지만 그늘이 있는 한유진 그리고 남자과 경쟁해 입사관문을 통과하려는 준비된 여성인재 정향실. 이 네 사람은 서로 다른 환경에서 전혀 다른 삶의 지향점을 지니고 자랐지만 국내 최대의 기업인 풍운전자에 입사하기 위해 똑 같은 관문 앞에 섰다. 600명의 서류전형 합격자들과 함께 23일 간 합숙으로 진행되는 면접시험. 그들 앞에는 자신감 하나로 24년 전 이 관문을 통과한 인재채용 담당관 최판규 부장이 있고 입사 후 아무 경쟁상대 없이 승승장구해 온 이지창 본부장이 있다.



이지창 본부장은 대기업에 입사할 만한 스펙을 지닌 타고난 인재를 찾는다. 반면 최판규 부장은 스펙과 상관없이 회사를 위해 잠재된 업무능력을 발휘해줄 인재를 찾는다. 수많은 아르바이트를 한 것 외에는 내세울 것 없는 김건호의 이력서와 어떤 상황에서도 긍정적인 사고를 하는 황태룡의 태도에서 최판규는 회사의 미래인재를 봤다. 하지만 이지창은 부실한 이력과 쓸데없는 자신감을 봤다. 감히 우리 회사에 들여 놓을 수 없는 쓰레기들 뿐이라며 면접관들에게 탈락 시킬 것을 주문했다. 위기에 빠진 응시자들. 회사 내부의 알력과 경영권에 대한 갈등이 더해지면서 그들은 한명도 입사하지 못할 상황에 처한다. 정향실은 기업이 성적만으로 채용을 한다면 시험만 보지 뭐하러 돈 들여 면접을 보겠어라며 마지막 가능성을 기대하지만 면접관들은 그들의 목소리를 들으려 하지 않았다.

 

조금 과장되어도 괜찮은 열혈 청춘드라마


어디에나 관문은 존재한다. 통과의례처럼 나이를 먹고 성장하면 정해진 절차와 과정에 따라 어떤 형태의 시험을 치러야 한다. 학교의 관문은 비교적 연차에 따라 승급되는 형식을 취하지만 학교 밖 관문은 시간이 지난다고 통과되는 것은 아니다. 상황에 맞는 질문에 답을 제시해야 하고 질문자를 설득시켜야 한다. 그런데 어떤 질문자들은 답을 듣기도 전에 이미 평가를 한다. 이력서에 적힌 대로, 겉모습에 드러난 대로, 다른 사람의 평가에 따라 그 사람을 평가하는 것이다. 주인공 김건호는 눈에서 불을 뿜어내듯 외친다. ‘저의 목소리는 평가되고 있는 겁니까!’라고.



작가는 삶이 시험의 연속이고 매 순간 관문을 통과해야 하는 어려운 과정임을 부정하지 않는다. 이 힘겨운 게임에 왜 그렇게 절박하게 매달려야 하느냐고 비웃지도 않는다. 다만 평가는 제대로 해달라고 요구한다. 어제까지 그 사람이 뭘 했는지가 아니라 지금부터 그 사람이 뭘 할 수 있는지를 봐달라고 한다. 사람과 사람이 만났으면 자신의 이야기만 하지 말고 타인의 목소리를 들어 달라고 한다. 그 목소리에서 그 사람의 의지와 열정을 확인해 달라고 한다. 한 페이지 한 페이지가 과도한 열정과 패기로 가득한 열혈 청춘드라마이다. 그런데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면접기술을 익힐 수 있는 실용서 같은 팁도 담았다. 질문과 답변의 기술을 익히는데 유용할 것 같다. 영리하게 기획된 상품이지만 작가의 진득한 주장이 담긴 매력적인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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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석환(만화평론가, 한국영상대학교 교수)

유년시절 이두호의 만화로 한글을 깨우치고 이상무의 만화로 울지 않는 법을 배우며 성장했다. 이현세의 만화를 보며 도전하는 남자의 매력을 알았고 허영만의 만화를 통해 현명한 어른으로 사는 방법을 찾았다. 스포츠서울 신춘문예로 등단해 만화평론가로 활동하고 있고 대학에서 만화를 가르친다. 저서로는 <코믹스 만화의 세계>, <만화리뷰쓰기> 등이 있다. 홈페이지는 www.parkseokhwan.com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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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석환(만화평론가, 한국영상대 만화콘텐츠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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