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석환, 제비원 이야기(주호민 글/그림), 도서관이야기,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 2014.07.01

승리를 탐하면 이길 수 없다


경상북도 안동은 ‘한국 정신문화의 수도’라 불린다. 고려의 불교문화와 조선의 유교문화가 지역 전체를 감싸고 있어서 수많은 민담과 설화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이 중 연미사라는 이름의 사찰과 미륵불상에 얽힌 이야기가 유명하다. <신과 함께>라는 웹툰으로 한국의 무속신앙과 저승관을 현대적으로 풀어냈던 주호민 작가가 이번에는 이 곳 안동의 이야기를 신작 <제비원 이야기>에 담아냈다.


@ 영원한 라이벌 형제~


영원한 라이벌, 형과 동생

<제비원이야기>는 고려시대 안동에 살았던 비운과 비몽 형제 이야기이다. 형제는 안동 이 곳 저 곳을 떠돌면서 절이나 불상을 만들며 살고 있다. 그 실력이 하도 뛰어나서 사람들은 목공(木工)을 잘하는 형은 ‘목비운’, 석공(石工)이 능한 동생은 ‘돌비몽’이라 부르며 칭송했다. 형은 사람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으면서도 늘 겸손했다. ‘광야를 달리는 말은 마구간을 모르는 법’이라며 한 곳에 정착하지 않고 일이 있는 곳을 찾아 다녔다. 하지만 동생의 생각은 조금 달랐다. 목공과 석공 모두에서 최고라는 평가를 받고 싶었고 사랑하는 연인과 한 곳에 정착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 국 식어요... 

동생은 언제나 자신을 위해 모든 것을 포기했던 형을 경쟁상대로 생각했다. 그런 마음을 비우고자 매일 밤 나무불상을 깎으며 기도했지만 경쟁심은 사라지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해, 형제는 연(燕)이라는 여인을 만난다. 동생은 연을 사모했지만 연은 동생이 아니라 형을 사모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동생은 형은 ‘언제나 나보다 앞에 있었고 사람들도 형을 좋아했어. 형은 늘 나를 위한다고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형이 모든 걸’ 가졌다며 대결을 청한다.

 

이기고 싶은 마음으로는 이길 수 없다

형은 ‘제비가 봉놋방 처마 밑에 둥지를 틀었어요. 제비가 둥지를 틀면 좋은 일이 생긴다던데…’라며 연(燕, 제비라는 의미도 있음)이가 동생의 연인이 되는 것을 꿈꾼다. 하지만 동생은 대결을 통해 최고가 되어서 연을 차지하고자 한다. 형은 대결을 하면 형제 사이가 달라질 것이라며 이를 피하지만 동생은 대결을 하면 사람들이 최고의 장인을 정할 것이라며 피하지 못하게 한다. 형 비운은 연이에게 ‘제비가 지지배배하고 울잖아요. 그게 시시비비(是是非非)라고 우는 거래요.’라며 이 이야기가 단순히 형제간의 승부를 가리는 것이 아니라 ‘옳고 그름을 가리는’ 것임을 암시한다.

 

@ 연이의 속 마음은...


형 비운과 동생 비몽은 한 번은 석공으로, 한 번은 목공으로 대결을 펼친다. 석공 대결에서 비몽은 돌을 앞에 두고 ‘부처님은 이미 이 안에 계신다. 나는 그저 꺼내드릴 뿐’이라며 필승을 다지지만 형 비운은 ‘누군가를 이기고 싶은 마음으로 만든 불상을 부처님이 좋아 할리’ 없다며 승리를 탐하는 동생을 안타까워한다. 승리를 탐하거나 이기려고만 해서는 절대 상대를 이길 수 없다는 것이다. 목공 대결에서도 형은 평소처럼 절을 지었지만 동생은 이기기 위한 방법으로 ‘못 없이 절’을 지어 보인다. 하지만 연이는 형제의 경연과 상관없이 여승이 될 것을 결심한다.

 

지역 이야기의 현대화, 스토리텔링의 힘

‘제비원’은 경상북도 안동시 이천동에 위치한 사찰 이름이다. 제비는 작품 속에서 연이를 상징하지만 말 그대로 제비를 뜻한다. 이 지역에는 유독 제비 연(燕)자가 들어간 지명이 많고 제비와 연관된 이야기가 많다고 한다. 원(院)은 고려시대에 중요한 교통로 근방에 있던 주막이나 여관을 의미했는데 지금은 원이 있던 지역을 지칭하는 지명으로 쓰이고 있다. 제비원에는 보물 제115호로 지정되어 있는 마애 미륵불이 있고 그 뒤편으로는 연미사라는 작은 절이 있다. ‘안동의 얼굴’로도 불리는 이 미륵불은 얼굴만 완성됐고 몸 부분은 미완성된 상태로 남아있다. 이 때문에 이 지역에는 미륵불이 미완성 된 이유와 관련된 많은 이야기가 전한다.

  

@ 제비원 이야기의 배경이 된 미륵불


웹툰작가 주호민은 이 미륵불과 연미사를 소재로 이 지역에 전승되어 온 여러 가지 이야기를 형제간의 대결을 테마로 엮어냈다. 형제애와 승부에 대한 한국적 인식, 불교적 세계관과 유교적 미풍양속 등이 두 사람의 갈등 관계 속에서 자연스럽게 형상화 됐다. 한 권 분량의 작품은 포털사이트 네이버에 웹툰으로 3개월 간 연재되면서 누적 페이지뷰 750만 건을 기록했고 그 여세를 몰아 최근 단행본으로 출시 됐다.


 @ 붓다아트페스티벌2014에 홍보 부스를 차린... 파주스님... 


<제비원 이야기>는 지역의 이야기를 웹툰이라는 대중적 형식에 담아 색다른 스토리텔링 콘텐츠로 만들어낸 것이다. 이는 곳 ‘제비원’에 대한 새로운 관심층 750만 명을 이끌어낸 것과 같은 효과라 할 수 있다. 지역의 이야기가 작품화 되어서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면 지역에 대한 관심이 증가되고 이는 곳 관광 수요로 이어진다. 그러면 지역에 기반을 둔 연관 산업도 자연스럽게 활력을 얻게 된다. 이야기가 재미와 감동을 전하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지역의 문화와 산업도 번성하게 할 수 있다. 이것이 곧 이야기의 힘이다.


웹툰으로 보기 : http://comic.naver.com/webtoon/list.nhn?titleId=605137


글/ 박석환(만화평론가, 한국영상대학교 교수)

유년시절 이두호의 만화로 한글을 깨우치고 이상무의 만화로 울지 않는 법을 배우며 성장했다. 이현세의 만화를 보며 도전하는 남자의 매력을 알았고 허영만의 만화를 통해 현명한 어른으로 사는 방법을 찾았다. 스포츠서울 신춘문예로 등단해 만화평론가로 활동하고 있고 대학에서 만화를 가르친다. 저서로는 <코믹스 만화의 세계>, <만화리뷰쓰기> 등이 있다. 홈페이지는 www.parkseokhwan.com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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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석환(만화평론가, 한국영상대 만화콘텐츠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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