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석환, 만화서평-소나기야(와루 글/그림), 도서관이야기,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 2014.04.01

시골, 그 곳에는 아직도 

세속의 때를 벗겨주는 소나기가 내린다


시골은 낭만의 대상이었고 인심의 천국이었다. 하지만 와루가 내린 시골은 그저 낯선 공간이었고 이방인에게는 실없는 말 한마디 건네지 않는 폐쇄사회였다. 불 빛 하나, 소리 하나 없는 그 공간에서 와루는 사람의 거리를 인식해야 했고 공포를 느끼게 됐다.


작지만 큰 청년 와루


꿈 많은 청년 와루(본명 최완우)는 대학에서 산업디자인을 전공하고 동아리에서는 음악활동을 했다. 졸업 후 IT회사에서 근무하다가 만화에 대한 꿈을 버리지 못하고 블로그에 스마일 브러시라는 타이틀로 감성적인 글과 일러스트를 선보였다. ‘포엠툰’, ‘에세이툰이라고 할 법한 이 소품들은 많은 사람들을 와루의 블로그에 모이게 했다. 와루는 어느 사이 파워블로거가 됐고 웹툰작가가 됐다. 그리고 그의 손을 통해 그려진 주인공 와루는 네이버 웹툰의 귀요미를 담당하는 캐릭터가 됐다.




머리가 길고 귀여운 소녀상인 와루는 사실 작고 머리 긴 남자 캐릭터이다. 남자 작가 와루는 캐릭터 와루가 자신과 동일 인물이 아니라고 수차례 이야기했지만 사람들은 그 와루와 이 와루를 굳이 다른 인물이라 구분하지 않았다. 그런데 관심 있는 몇몇 팬들이 작가 사인회 등을 통해 본 작가 와루가 캐릭터 와루를 100배 쯤 뻥튀기한 것 같다고 손소문을 냈다. 덩치 큰 작가가 쪼그만 캐릭터를 자신의 긴 머리 취향에 맞춰서 그린 것이 무슨 논란거리일까 싶지만 인터넷에서는 작가의 실제 모습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사진을 보고 나니 작가가 한사코 본인을 캐릭터화 한 것이 아니라고 하는 이유를 알 만(?) 했다. 사람들 역시 덩치 큰 락커 같은 작가의 모습에 적지 않게 충격(?)을 받은 것 같다.


 그런데 한편으로 캐릭터 와루의 거대한 마음 씀씀이가 어디로부터 나왔는지 알게 되어 반가웠다. 다른 사람들도 그렇지 않았을까.


시골로 모여드는 사람들


일상의 잔잔한 에피소드를 개그 컷과 함께 감성적 서술로 전달했던 캐릭터 와루의 시선은 넓었다. 그가 풀어낸 속마음 역시 깊어서 사람들은 와루의 시선에 자신의 일상을 맞출 수 있었고 와루의 마음으로 자신의 문제들을 쓸어 내렸다. 작가에게 <스마일 브러시>는 붓이었겠지만 사람들에게는 빗자루가 아니었을까. 이제 그 와루가 시골로 간다. 학창시절부터 심약했던 와루는 요양이 필요한 청년이다. 의사의 권유로 한적한 시골 마을에서 살게 된 와루는 갑자기 내리는 소나기를 우산도 없이 맡으며 자신의 문제를 해결할 준비를 한다.


와루의 생각 속에 시골은 낭만의 대상이었고 인심의 천국이었다. 하지만 와루가 내린 시골은 그저 낯선 공간이었고 이방인에게는 실없는 말 한마디 건네지 않는 폐쇄사회였다. 불 빛 하나, 소리 하나 없는 그 공간에서 와루는 사람의 거리를 인식해야 했고 요양이 아닌 공포를 느끼게 됐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하나 둘 만나게 되는 그 곳의 사람들 역시 와루처럼 이방인의 시간을 견뎌내야 했던 사람들 임을 알게 된다. 


신 내림을 받았던 유진, 외국인 여성 멜리사, 헤나 아티스트를 꿈꾸던 슈퍼마켓 주인, 육상 선수 출신의 여선생님, 동사무소에서 군역을 하고 있는 한류스타 등등등. 그들 역시 와루처럼 한 가지씩 자신의 문제를 이 곳 마을에서 풀어야 하는 사람들이었다. 이미 모여있는 공동체가 아니라 문제를 들고 모여들어서 하나 둘 크고 작은 사건들로 뭉쳐지게 된 사람들이었다.


힐링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내리는 감성판타지


심약한 와루는 자신의 문제를 풀기보다는 타인의 문제에 관심을 갖고 그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작은 몸을 내놨다. 큰 마음을 건냈다. 작지만 큰 와루는 이제 서로의 상처와 문제들로 거미줄처럼 얽혀있는 공동체 속으로 들어가 그들의 문제를 한꺼번에 제거하기 위한 사건을 만들어 낸다. 


각자의 문제를 안고 살아가던 마을 사람들은 와루가 마련한 소박한 잔치에 각자의 문제와 진심을 들고 참가한다. 시골 마을마다 한명쯤 있음직한 미친 여자 유진과 어느 날 갑자기 등장한 와루로부터 시작된 소박한 잔치는 먹고 사는 문제가 아니라 마음의 문제로 작아지던 마을을 깨어나게 했고 따로이 하나였던 이들을 융합하게 하는 힐링캠프가 됐다.


한 여름, 와루의 시골마을 요양 중에 펼쳐진 이 감성판타지는 시원한 소나기도, 힘겨운 소나기도, 어쩔 수 없는 소나기도 내리게 한다. 물론 자신의 상처와 타인의 상처를 씻어주는 소나기도 내리게 한다. 마술이라도 부린 듯 마음의 상처를 금방 아물게 하는 와루의 시간과 공간, 이 책은 힐링이 필요한 사람들이 한 번씩 들어왔다 가야하는 치유센터이다. 




/ 박석환(만화평론가, 한국영상대학교 교수)

유년시절 이두호의 만화로 한글을 깨우치고 이상무의 만화로 울지 않는 법을 배우며 성장했다. 이현세의 만화를 보며 도전하는 남자의 매력을 알았고 허영만의 만화를 통해 현명한 어른으로 사는 방법을 찾았다. 스포츠서울 신춘문예로 등단해 만화평론가로 활동하고 있고 대학에서 만화를 가르친다. 저서로는 <코믹스 만화의 세계>, <만화리뷰쓰기> 등이 있다. 홈페이지는 www.parkseokhwan.com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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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석환(만화평론가, 한국영상대 만화콘텐츠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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