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석환, 한승희의 연상연하, 국민일보, 1998.08.12

국민일보, 박석환의 만화요만화, 1998. 08. 12 게재

만화시비탕탕탕, 초록배매직스, 1999 게재

 


[박석환의 만화요,만화] 


`연하남자 신드롬`


백화점 신사복 매장에서 남녀 한 쌍이 정겹게 옷을 고른다.점원이 다가와 옷을 매만지고 있는 여자에게 하는 말.“남동생 옷 사주시게요?” 여자는 도끼눈을 뜨고 점원을 째려보고는 남자의 팔짱을 끼고 유유히 사라진다.드라마에나 나올 듯한 장면이지만 연상 여자와 연하 남자의 커플 사이에 일어날 수 있는 해프닝이다. 


요즘 `드메 신드롬`이 유행이다.쇼팽의 연인 조르주 상드의 고향 마을에 살았던 드메라는 청년이 연상의 여자만을 골라 사랑했다는데서 유래한 `드메 신드롬`.중년의 아저씨와 여고생이 사귀는 원조교제가 한창인 일본에서도 연상 여자와 연하 남자의 커플이 25%를 넘는다는 주장도 있다. 


만화가 드메 신드롬을 그냥 넘어갈 리 없다.`감각 테러리스트`라 불리는 만화가 김지원도 `고교 4년생` 등의 작품을 통해 연상 여인과의 사랑을 에피소드로 보여준다.하지만 서영웅의 `굿모닝 티처` 등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대부분의 경우는 여교사나 친구누나 등을 통해 어린 남성의 호기심과 관음 취미를 채워주고 이런 과정을 거친 후 성인이 된다는 식이다.한마디로 `응큼 쌉싸름한 이야기`들인 것이다. 


그러나 여성만화의 경우 이런 설정은 금기시 돼왔다.연애대상인 남성은 신데렐라의 꿈을 이루어주는 왕자님으로 등장한다.여기서 연하의 남자는 철없고 고집 세며 볼품없는 인물형으로,여성의 사랑을 방해하는 역할에 불과했다.하지만 만화잡지 `나인`에 연재 중인 한승희의 `연상 연하`는 이 원칙을 보기좋게 깨면서 드메 커플 신드롬에 일조하고 있다. 


이 작품이 기존의 연상 연하 커플 이야기와 다른 점은 만남보다는 생활을 보여주고 있다는데 있다.한 문학평론가에 따르면 요사이 대중소설의 주안점은 `남자 주인공과 여자 주인공을 어떻게 만나게 할 것인가`에 놓여있다고 한다.그러나 한승희의 `연상 연하`는 `어떻게 만날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관계를 지속할 것인가`라는 색다른 진행법을 택한다. 


지방대에 다니면서 함께 자취하게 된 상현과 하연.상현은 하연의 막내동생보다 어린 21살이고 하연은 직장생활하다 대학에 진학한 26살의 여자다.하연은 상현을 쟁취하려는 어린 여학생들의 틈바구니에서,상현은 하연과 결혼하려는 나이든 아저씨들 사이에서 서로를 보호하고 사랑한다.주변의 곱지않은 시선을 감내하며 이어가는 이들의 사랑이 신인만화가 한승희의 유려한 작화법을 통해 탐스럽게 전달된다.임재원의 학원만화 `짱` 최근편에서 주인공 상태의 여자친구는 남자 후배의 애정공세를 받으며 드메 커플의 열기를 이어간다. 


문제는 이것이 사회적이고 윤리적인 조건에 대한 반란이란 점이다.남상여하의 견고한 조건의 파괴.동참이 두려운 자는 만화책으로.


글/ 박석환(만화평론가, www.parkseokhwa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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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평론가 박석환 홈페이지. 만화 이론과 비평, 웹툰 리뷰, 인터뷰, 보도자료 등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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