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 박석환의 만화요만화,1998-08-19 게재
만화시비탕탕탕, 초록배매직스, 1999
[박석환의 `만화요, 만화`]
학원만화
만화는 매체의 특성상 금기에 대항하는 매력을 지녔다.만화의 특징중 `과장성`은 독자의 고정된 인식을 파괴하고 작가의 의도를 전달한다.몸짓 하나부터 소재,내용에 이르기까지 만화는 `만화적`이라는 손가락질을 감수하면서 금기에 대항한다.우리나라처럼 금기가 많은 나라에서 만화는 특히 어린이들에게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갖가지 금기에 맞서는 효과적인 대항수단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금기와 싸우는 선봉장을 시사만화라고 생각하는 건 착각이다.금기와의 싸움이 본격적으로 나타나는 것은 아동만화다.어른사회가 만들고 따르도록 강요하는 모든 질서에 대항하고 나름의 세상을 창조해내는 판타스틱한 공간이 바로 만화인 것이다.그중에서도 학교라는 제도적 공간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학원만화는 사실적이고 자극적인 묘사를 통해 아이들의 이야기를 보다 극적으로 전달한다.
정통 판타지물 보다는 팬시 취향이 강하고 유머러스한 작품들을 선보여온 손희준의 `마법학원 아테나`는 엘리트 퇴마사를 양성하는 마법학원을 배경으로 한다.그동안 학원만화는 학교를 배경으로 스포츠경기나 폭력서클간의 세력다툼 등을 다루는 것이 주종을 이뤄왔다.착한 힘을 수행하는 이들과 악의 힘을 수행하는 이들간의 대결이 작품의 전체를 형성한다.힘없는 아이들이 현실에서 풀지 못하는 그들만의 갈등은 판타스틱한 공간에서 마법이라는 절대적인 힘을 배우고 있는 이들에 의해 손쉽게 해결된다.하지만 독창적인 설정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으로 가벼움을 벗지 못한 작품이다.
반면 `언플러그드 보이`에 이어 또 하나의 화제작을 생산하고 있는 천계영의 만화는 나름의 문제의식을 지니고 출발한다.`언플러그드 보이`가 학교를 자퇴한 소년과의 사랑이야기를 학원만화식으로 풀어낸 작품이라면 최근작 `오디션`은 학교에 가지 않거나 가지못한 천재 음악 소년들의 이야기로 구성된다.학교에 있어야 할 아이들이 학교 밖에서 살아가는 이야기.음악이라는 공통분모를 통해 꿈 도전 우정 등을 다룬다.이 작품에 등장하는 황보래용 등 개성적인 네명의 아이들은 어딘가 쓸쓸하고 우수에 젖은 눈길을 지녔다.이것이 여성만화의 낭만성향으로 이해될 수도 있지만 제도권에서 소외받은 이들에 대한 만화가 천계영의 따뜻한 눈길이 드러나는 부분이기도 하다.
하지만 여전히 문제는 또 다른 절대적인 힘(마법,천재적 음악성)을 지녔다는 것이다.이 절대적 힘이 만화적 현실에서 부딪히는 모든 어려움을 해결하는 열쇠가 되면서 결국 `만화같은 이야기`로 끌날 수밖에 없는 한계를 드러낸다.하지만 학원만화의 주인공들은 어른사회의 힘에 대항하는 힘을 통해 일상적이고 현실적인 금기를 넘어선다.
그리고 독자는 그들의 손에 이끌려 새로운 세상의 즐거움을 경험한다.미래에 도래할 이상향의 공간 엘리지움의 세계를.
글/ 박석환(만화평론가, www.parkseokhwa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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