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석환, 이경석의 락커의 향기-대한민국 딸배맨이 전하는 일상 뉴스, 히스테리, 1998.07.01


이경석, 「락커의 향기」


‘언더그라운드 만화작가 이경석.’ 무려 열자가 넘는 호칭을 지닌 신출내기 만화가.

순정만화잡지 《댕기》의 공모전에서 4칸 만화로 장려상을 받으며 데뷔한 후 상업지의 전략에 응대하지 못하고 기형(奇形)이 된 화풍(畵風)만을 지닌 채 창작을 중단했었던 그. 

96년 통신을 통해 알게된 7명의 작가지망생들과 실험만화동호회 ‘카트(cartoon art)’를 결성 현재까지 4권의 회지를 발간했다. 97년 신일섭을 주축으로한 만화잡지 《히스테리》가 상업만화잡지에 대한 대안적인 만화창작을 부르짖자 《히스테리》 2호를 통해 「락커의 향기」를 발표했다.

그의 만화가 지닌 가늘고 거친 선(線)에서 체제 저항적인 요소를 읽는 이가 있다고 한다. 정리되지 않은 대사와 자기 주관적인 칸의 연결-장면의 전환으로 독자유입에 실패하고 있는 그의 연출을 새로운 작가주의 작법이라고 떠드는 이도 있다. 그런 까닭인지 그는 《히스테리》이후 언더그라운드 음악잡지 《펜진공》과 무가만화잡지 《딱지》 등 기존 출판시스템과는 다른 대안적인 제작, 유통방식을 취하고 있는 잡지에 작품을 연재중이다.

그가 창작의 주요한 소재로 택하고 있는 것은 음악(메탈)이다. 그리고 B급 호러영화와 저패니메이션 등을 즐긴다. 나이가 추정되지 않을 정도로 선한(조금은 우스운)웃음과 작은 외형을 지녔다. 손도 아주 작아서 펜을 쥐기가 어렵지 않을까 싶을 정도다. 

71년생인 그는 신문배달원이기도 하다. 비주류 창작인의 작업이 돈과는 무관한 까닭에 그가 선택한 생업. 이경석 만화의 미덕은 여기에 있다. 일상과는 거리를 두고 있는 듯한 과장 된 표현들이 넘쳐나지만 전혀 낯설지 않은 과장을 그리는 것이다. 


《히스테리》에 연재한 「락커의 향기」는 제목 자체가 지닌 탐미적인 요소에 대한 일반의 이해를 타파한다. 락커라는 낭만성을 지닌 인물과 70년대 우리 명랑만화의 사건 전개 방식 중 하나였던 ‘역한 냄새’를 만나게 한다.

작품 속에서 역한 냄새는 언더그라운드 뮤지션들에 대한 일반의 시선으로 처리되고, 비범치 않은 인물로 상정하는 장치가 된다. 락커의 주변인들은 그에 대한 방어장치들을 만들어 놓고 락커와의 격리를 원하는 듯하지만 그 뿐이다. 락커를 저주하거나 미워하지 않는다. 그저 다른 세상의 사람으로 인정하고 이해하는 태도를 보인다. 때로는 지배세력들이 그들을 위해 자리를 비켜주기까지한다.

락커는 작품 속의 공간에서 해괴망측한 백수건달로 묘사되고 있지만 그의 주변인들은 그 자체를 마다하지 않고 인정한다. 마치 벽안의 이방인들의 뜨거운 열정을 인정하고 그들의 문화상품에 관대한 것처럼, 그렇게 락커는 우리들로부터 관대(?)한 처우를 받는다.


2등신에 가까운 인물묘사와 말초적인 사고자라는 캐릭터는 MTV에 애니메이션으로 연재됐던 마이크저지의 『비비스와 버트헤드』를 떠올리게 한다. 분명 작가의 가는 선과 거친 터치, 얼굴묘사와 신체등위를 표현하는 화법은 비비스와 버트헤드를 닮아있다. 하지만 캐릭터를 이끄는 작법(作法)엔 차이가 있다.

비비스와 버트헤드가 주변인들에게 터부시되고, 그들로부터 자유롭고자 하는 이들의 방어장치가 파괴되면서 벌어지는 사건의 나열이라면, 위에서 지적한 것처럼 「락커의 향기」는 그 반대편에서 출발한다. 

급속한 과장과 혼란스럽도록 무질서한 그림이 연결되면서 포스트 모던한 느낌을 풍기기도 하지만 이경석의 그림 안에는 묘한 현실이 자리잡고 있다. 그것은 현실의 빼곡한 나열, 또는 상황의 결합과도 같은 것으로 보여진다.

투명 필름 위에 그려진 사실화 수백장을 겹쳐두고 있는 것과도 같은 양상이다. 비주류를 살고있는 모든 이들을 바라보는 주류의 모든 시선이 스텍트럼처럼 펼쳐졌다가 접혀지는 것이다. 독화자(讀畵者)는 이를 이경석의 작품이 지닌 칸새에서 들여다 볼 수 있다.

작가가 신문을 배달하기 위해 돌고있는 그 길 위의 일들.

일상의 비현실적인 개인과 비일상적인 대중을 만날 수 있는 것이다.


글/ 박석환(만화평론가, www.parkseokhwan.com )


히스테리, 모던코믹스봄, 1998. 7. 1

만화시비탕탕탕, 초록배매직스, 1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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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석환(만화평론가, 한국영상대 만화콘텐츠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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