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석환, 책을 벗어난 정보단위로서의 만화, 코코리뉴스레터, 1998.03.25

 

책 아닌 디지털만화의 한계와 가능성

-통신 환경에 맞는 새로운 형식 개발 시급


만화를 통신정보로 제공한다


IMF 한파로 늘어난 실직자들이 다시 대본소를 찾고 있고, 명퇴자들 사이에 소자본 창업이 활성화 되면서 만화관련 소점포와 재택창업이 가능한 정보통신 관련업종이 유망 아이템으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대본소의 성격과 정보통신 산업의 장점을 결합시킨 온라인 만화방도 그중 하나로 부각되고 있다. 진흙 속에 묻혀 있던 정보를 이용자들이 쉽게 볼 수 있도록 정리, 가공해 부가가치가 높은 상품으로 만들어 PC통신이나 인터넷을 통해 판매하는 IP사업이 '만화'라는 아이템을 끌어 앉은 것이다. 최근 한국만화가협회도 인터넷에 웹사이트를 개설 동일 성격의 정보제공에 나섰다. 인터넷 업체인 이드넷과 지난해부터 공동작업으로 진행 1년만에 선을 보인 이 사이트는 한국만화의 역사와 만화가협회에 소속된 5백20명의 작가에 대한 프로필, 작품 등을 담고 있다.  


만화, 정보 단위로 읽힐 수 있는가


  현재 4대 통신사(하이텔, 천리안, 나우누리, 유니텔)에는 50여개의 온라인 만화방이 개설되있다. 통신 에뮬레이터 프로그램으로 서비스사에 접속한 뒤 해당 항목으로 들어가 원하는 만화작품을 클릭하면 그림파일 또는 클립아트 형식으로 제작된 만화작품을 볼 수 있다. 무척 간단한 사용환경을 제공하고 있지만 통신서비스의 가장 큰 문제점인 속도의 문제는 심각할 지경이다. 하이텔 인포샵에서 제공하는 만화의 경우 컴퓨터 상에서 클립아트 형태로 모사함으로 인해 파일 용량을 줄이는 등 나름의 방책을 사용하고 있지만, 스캔을 통해 그림파일로 보는 작품보다 '만화 다운 맛'이 떨어진다. 하지만 무엇보다 문제로 지적되는 것은 출판만화의 특성을 모니터를 통해서는 맛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첫째로 작품의 규격에 관한 것이다. 모니터화면은 가로가 긴 상태지만 한페이지씩 전송되는 만화원고는 세로가 긴 상태이다. 이로인해 원작만화가 지닌 컷연출 등의 의도적 표현이 전달되지 못한다. 둘쨰로 일반 CD롬 만화에서 처럼 한번의 클릭으로 다음 페이지로 갈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다시 인덱스화면으로 이동한 뒤 다음 페이지 항목을 클릭해야한다. 물론 이 경우에도 다음 파일을 읽는 시간동안은 기다려야 한다. 셋째로 작품의 구비 수준이다. 주 사용 대상이나 통신 사용자들의 성향에 대한 조사가 무의한 상황인 것이다. 즉, 통신만화가 만화가에게 출판만화보다 더 높은 이익을 보장해줄 수는 없다. 이로인해 통신만화업체가 구비 할 수 있는 작품은 기존 출판된 작품들로 국한된다. 현재 잡지 연재중이거나 서점 등을 통해 팔리고 있는 작품이 통신상에서 무상 또는 유료로 제공된다 하더라도 통신상에서의 저작권은 작가에게 있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출판사와의 이해관계-판매논리-등으로 인해 실제적인 참여는 없는 실정이다. 김진태 등 몇몇 젊은 작가들이 의욕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정보제공업체도 있지만 극히 제한된 경우이고, 이 역시 구간들로 이루어진다. 넷째 정보통신업체들의 자금, 영업력 부재와 만화적 이해도 부족을 들 수 있다. 군소규모의 업체가 참여하거나 만화통신사업에 대한 투자액이 제한적인 업체가 태반인 탓에 서비스의 질적 완성도가 떨어진다. 작가섭외의 구태함 역시 이 경우에서 찾을 수 있다. 대부분의 업체가 서비스만을 개설해놓고 내용을 채우지 못한 채 '깡통'상태로 운영 중인 것이다. 또, 만화를 작품보다는 통신정보로 다루는데 익숙한 이들인 탓에 만화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하다. 스토리만화가 주류를 이루고 있는 우리만화 사정상 통신상에서의 만화구독 행위는 아직 실험적인 단계에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여의치 않은 부분들에 대한 개선 의지가 요구된다. 200여 페이지 10권 이상이 하나의 작품으로 구성돼 있는 우리만화가 통신상에서 읽히기엔 역부족인 것이다.-한 페이지를 전송 받는데 걸리는 시간은 33.6Kb 모뎀으로 1분 이상이 걸렸다. 


만화의 데이터화는 필요하다


현재 만화 IP사업을 하고 있는 이들은 만화를 통신상에서 보여주는 것에만 급급했지 우리만화의 특성을 이해하고 이를 컴퓨터로 옮겨 새로운 장르를 구축하는데는 실패하고 있는 것이다. 오히려 만화관련 통신동호회에서 개재하는 정보들이 더 값지고 완성도가 있는 온라인 만화상품으로 여겨진다면 정보사용료-1분에 30~50원-를 지불 할 이유가 없어지는 것이다. 통신동호회에서 만화관련자료로 올리는 것들을 보면 대부분 카툰, 일러스트, 케릭터 등의 것이다. 이는 1면 전송으로 완성도 있는 작품을 볼 수 있게 한 것이다. 이를 이용한 컴퓨터용 악세사리-스크린세이버, 배경그림 등-도 만화관련 상품으로 활용성이 기대된다. 해당 파일을 다운로드로 제공하는 방법도 원하는 그래픽 프로그램에서 작품을 보고 편집 할 수 있고,  전화비에 대한 부담감을 느끼는 청소년들에게 선호대상이 될 것이다. 대부분 일본만화를 소지한 이가 스캐너를 이용 업로드 한 것들이지만 개중에는 작품성 있는 카툰 등도 포함 되 있고, 시사만화, 순정만화체의 일러스트 화보 등도 인기를 누리고 있다. 통신 사용자들을 10대 후반에서 20대 중반까지로 본다면 좀 더 구체적인 대안들을 작성할 수 있을 것이다. 즉, 선호작가들과 작품성향에 대한 분석 등을 통해 구체적인 마켓팅 전략이 가능할 수 있다. 하지만 IP 업체들의 태반이 한달 200만원 이하의 수익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어 공격적인 마케팅의 요구 자체가 불가능한 지경이다. 결국 통신만화의 가능성은 어느 정도 인정되고 있지만 여러 가지 제반사항으로 인해 시기상조에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국내 출판 유통시장의 60%를 점유해온 보문당의 부도로 2천여 출판사와 2천7백여 서점이 연쇄 도산하는 등 출판계의 불황이 장기화되고 있고, 환율폭등으로 인한 지료비의 인상 등은 만화계의 출판, 창작환경에도 변화를 필요로 하는 것이 사실이다. 결국 장기적으로 대안적인 형태의 만화창작 환경이 필요한 때이다. 


누군가 해야 한다면


여러 가지 상황으로 인해 결국 대안적인 형태의 운영이 선행돼야 할 것이다. 아마추어 만화동인들이나 독립만화단체, 관련 연구기관 등이 세분화된 시장 안에서 버려진 시장(소수 성향), 발견되지 못한 시장(소수 성향)을 통신사용 환경에 적합한 창작형식으로 가공, 진입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경우 인터넷 웹사이트의 60%가 포르노성이며, 모든 전자 상거래의 80%가 성인품이라는 것, 국내 4대 통신사에서 제공하는 정보서비스 톱10에는 성인정보가 한 두개씩 끼어있으며, 전체 매출의 5~15%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 등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얼마전 인터넷에 MIX 홈페이지를 구축한 이진경의 주문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만화에 대한 마인드가 부족한 컴퓨터쟁이들이 아니라 만화하는 사람이 직접 참여해야 그 특성에 맞는 프로그램을 작성하고 완성도 있는 작품을 선별 제공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글/ 박석환(만화평론가, www.parkseokhwan.com )


코코리뉴스레터, 한국만화문화연구원,1998. 3. 25

만화시비탕탕탕, 초록배매직스, 1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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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석환(만화평론가, 한국영상대 만화콘텐츠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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