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선하고 창의적이다.”
4월 한국이 주빈국으로 참가한 ‘영국 런던 도서전’에서 외국인들이 자주 꺼낸 말이다. 누구의, 어떤 작품을 보고 이런 말을 했을까. 도서전에는 황석영 이문열 신경숙 등 한국을 대표하는 작가들이 참석했다.
찬사의 대상은 이들의 한국 문학 작품이 아닌 ‘웹툰’이었다. ‘웹(web)’과 ‘카툰(cartoon·만화)’을 합성한 말로 인터넷에서 연재하는 만화를 뜻한다. 도서전에 설치된 웹툰 전시를 보면서 ‘21세기 디지털 문화가 낳은 획기적인 장르다’ ‘이런 만화가 있었냐’는 반응이 많았다.
도서전에 참석한 웹툰 ‘미생’의 윤태호 작가(45)의 팬 미팅에는 수백 명이 몰렸다. 윤 작가는 “한국 웹툰은 올해를 해외 진출의 원년으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웹툰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사례다. 단순한 인기를 넘어 ‘한국 드라마’ ‘케이팝(한국 대중가요)’에 이은 ‘한류(韓流) 3번 타자’로 부각되고 있다. 미국, 유럽, 중국, 일본에서 웹툰 팬이 증가하면서 국내 업체의 해외 진출도 가속도를 내고 있다. 네이버는 하반기부터 미국, 영국, 호주, 중국에 영어, 중국어로 번역된 웹툰을 서비스한다. 웹툰 유통업체 타파스미디어는 2012년부터 북미에 최초로 웹툰 포털사이트 ‘타파스틱’을 개설해 운영 중이다. 다음은 지난달부터 타파스틱을 통해 웹툰 5편을 연재하기 시작했다. 웹툰 유통업체 레진코믹스는 일본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정부도 지난달 28일 “케이팝에 이어 만화 한류를 키우겠다”며 ‘만화산업 육성 중장기 계획(2014∼2018)’을 발표했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세계 만화 시장 매출 규모는 9조 원. 이 중 웹툰의 비중은 2017년 22.8%(3조 원)로 예측된다. 문체부 강수상 대중문화산업과장은 “웹툰은 한국이 개발한 창의적인 콘텐츠이기 때문에 전 세계 대중문화를 주도할 경쟁력이 높다”고 말했다. ‘웹툰 한류’, 가능한 꿈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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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는 공짜’라는 인식도 문제다. 이인화 이화여대 디지털미디어학부 교수는 “이런 열악한 상황에서 좋은 작품이 나온 것은 우연이자 일시적인 현상”이라며 “웹툰의 저작권을 보호하는 법안 등을 통해 양질의 작가가 계속 나올 환경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웹툰 한류’를 위해선 번역 지원이 절실하다. 만화 대사는 간결한 구어체 위주로 돼 있어 만화 전문 번역가가 필요하다.
해외에는 웹툰을 불법 게재한 후 독자를 모아 광고 수익을 올리는 불법 공유 사이트도 많다. 해외 사이트에서의 저작권 침해는 작가나 웹툰 업체가 대처하기 어렵다. 웹툰 유통업체 타파스미디어 김창원 대표는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한 부분”이라며 “해외 불법 사이트 모니터링을 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근본적으로는 개별 작품보다는 한국 웹툰의 그림, 연출 스타일, 나아가 플랫폼과 수익모델을 정교하게 구축해 이를 패키지로 수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 업체들이 해외에 웹툰 플랫폼을 수출하고 그 플랫폼을 채울 콘텐츠는 미국, 유럽, 중국인 작가들로 우선 채우자는 전략이다.
박석환 한국영상대 만화콘텐츠과 교수는 “한국 작가의 작품 위주로만 해외에 진출하면 언어적, 정서적 차이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해외 작가로 하여금 한국 웹툰 스타일로 작품을 만들게 하고 국내 업체가 만든 웹툰 플랫폼에 이를 연재하는 등 플랫폼 자체를 보급해야 ‘웹툰 한류’가 완성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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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종 zozo@donga.com·박훈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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