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웹툰, 어디까지 왔나, 2014.07.24

미국에 코믹스(comics), 일본에 망가(manga)가 있다면 한국에는 만화(manhwa)가 있다. 이들은 흔히 만화라는 카테고리 안에서 별반 구분 없이 소비되지만 조금만 파고들어보면 각기 다른 결을 지닌 독립 장르라 봐도 무방하다. 탄생부터 성장과정까지 다른 문화적 배경이 녹아들어 있어 사실상 대체 불가능한 역사적 단어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현재 한국의 웹툰을 여느 인터넷 만화와 구분지어야 하는 이유다. 웹(web)과 카툰(cartoon)의 합성어인 웹툰은 이제 단순히 웹을 기반으로 서비스되는 만화의 의미를 넘어섰다. 웹툰이라는 말에는 웹툰이 공급되는 환경, 다양한 장르와 다채로운 문법들, 소비자들의 이용 형태까지를 아우르는 개념을 포괄하고 있다.

003년 다음의 ‘만화속세상’ 코너에 정식으로 연재를 시작한 이래 웹툰은 포털을 중심으로 성장해왔다. 초기엔 포털 사이트의 서비스 유인책으로 시작했지만 2005년 최대 규모의 사용자를 확보하고 있던 네이버가 웹툰 서비스를 본격화하면서 저변이 급속도로 확대됐다. 시장이 커지자 자연스럽게 형태도 풍성해졌고 과감하고 이색적인 시도를 한 작품들도 점차 늘어났다. 놀 수 있는 판이 마련된 것이다. 당시 침체를 거듭하고 있던 잡지 시장과 맞물려 웹툰은 젊은 작가들의 대안으로 떠올랐다. 장르의 다양화는 다시금 새로운 독자의 유입을 불러왔고 기존의 잡지에서 활동 중이던 역량 있는 작가들도 흐름에 동참했다. 강도하, 양영순 등 기존 만화계에서 활동하던 작가들의 경험이 웹툰에 녹아들며 하나의 장르로서의 견고함이 더해져갔다. 웹툰이란 이름의 생태계는 그렇게 탄생했다. 몇 그루 묘목에서 시작해 울창하게 거듭난 만화의 숲. 숲은 정해진 영역 안에서 끊임없이 변화를 거듭한다. 때로 이 변화는 점진적으로 다가오기보다 어느 순간 극적으로 도약하곤 하는데, 웹툰 탄생 10년이 넘은 지금 한국의 웹툰은 또 다른 단계로 진화 중이다.

  

문제가 변화를 이끌다

웹툰 시장은 분명 거대하지만 이른바 ‘공짜경제’를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시장규모의 정확한 측정은 어렵다. 2014년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행한 ‘2013만화산업백서’에 따르면 대략 1500억원으로 추산되는데, 아직 측정의 기준이 미비해 환산은 까다롭지만 일단 이용자 규모만큼은 어마어마한 시장이다. 2014년 코리안클릭 기준으로 네이버와 다음의 웹툰 사용자 수는 월 630만명, 페이지 뷰는 9억회에 달한다. 한데 주목할 만한 점은 2012년에는 월 1천만명을 기록했다는 사실이다. 승승장구한다던 웹툰산업의 영향력이 줄어들었다는 말인가? 반대다. 대형 포털을 기반으로 하던 웹툰의 이용창구가 모바일, 중소 웹툰 전문 사이트 등으로 다변화되며 질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중이다. 이른바 웹툰 시즌2의 시작이다.

최근 웹툰 시장의 변화를 크게 4가지로 요약한다면 콘텐츠의 유료화, 플랫폼의 다변화, 작가 에이전시의 역할 증대, 작품의 표현영역과 장르 확대로 정리할 수 있다. 물론 크고 작은 변화를 언급하자면 끝도 없겠지만 특히 이 4가지 지점은 서로 긴밀히 연결되어 산업 전반의 패러다임에 균열을 일으키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사실 웹툰은 넓은 사용자 저변에 비해 산업모델로는 아직 초기 단계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고 볼 수 있다. 산업 규모와 정확한 수익 모델이 측정되지 않는 것이 (혹은 매번 다르게 측정되어 혼돈을 가져왔던 것이) 그 단적인 증거다. 이는 애초에 웹툰이 대형 포털 사이트 기반의 무료 콘텐츠로 소비되어왔기 때문이다. 시장과 저변 확대에 주력한 초기에는 이러한 형태에 별다른 무리가 없었지만 산업 규모가 커지고 웹툰 작가들이 대거 유입되면서 수익 모델에 대한 한계와 문제점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일례로 네이버와 다음의 신진 작가 발굴 시스템은 기회의 제공과 함께 아마추어 작가들에게 미래가 불분명한 무임금 노동을 유도한다는 그늘도 드리웠다.

이 밖에도 애초에 허브 역할을 담당해온 포털의 관리 부재도 도마 위에 올랐다. 1명의 기획자가 대략 20~30명의 작가를 관리하는 체계는 작품 전체의 질적 저하를 불러온다는 지적이었다. 이는 포털의 관리정책 문제라기보다는 시스템 자체의 허점이랄 수 있는데, 처음부터 사이트 유인책으로 웹툰을 활용해왔던 포털은 기존 잡지 매체처럼 철저한 작가 관리 시스템과는 달랐다. 단적인 예로 2차 판권의 경우에도 대부분 작가에게 일임하는 형태였는데, 웹툰이 각종 영화와 드라마의 원작으로 활용되는 등 영역이 확장되고 가시적인 성과가 드러나자 마냥 손을 놓을 수만은 없게 됐다. 하지만 포털 내부에서 이를 모두 처리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이는 콘텐츠 전반의 질적 저하, 표현 수위의 제한, 유해 콘텐츠에 대한 관리 부족이라는 또 다른 문제로 번져갔다. 비유하자면 잘 자란 만화의 숲은 이제 좁은 땅에서 포화상태에 이르렀다. 높게 자란 나무들이 드리운 짙은 그늘이 새로운 나무들의 성장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상태, 바야흐로 새로운 땅을 찾아 숲을 넓혀야 할 시기가 찾아온 셈이다.

 

 

플랫폼 무한경쟁시대

그런 측면에서 최근 웹툰 시장의 4가지 변화는 모두 기존 웹툰 시장이 안고 있던 문제들과 이어져 있다. 콘텐츠의 유료화는 불분명한 수익 모델 문제, 플랫폼의 다변화는 양대 포털 사이트 중심으로 돌아가는 독과점 문제에 대한 시장의 대답이다. 에이전시 역할 확대나 표현 수위와 장르 다변화도 마찬가지다.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포털 사이트인 만큼 표현 수위에 있어서 보이지 않는 제약이 적지 않았고 시장 지배적인 포털이 원하는 방향에 맞추지 않을 수 없었다. 무료 콘텐츠로 인해 아마추어 작가들의 권리와 수익이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작품의 질이 전반적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있었다. 특정 연령층, 특정 소비자를 위한 유료 콘텐츠의 필요성이 끊임없이 제기되어온 이유다. 다만 양대 포털 이외 뚜렷한 대안이 없는 상태에서 그때그때의 대응 외에는 전면적인 조치를 취하기 힘들었다(게다가 ‘질적하락론’은 일부 문제를 지나치게 확대해석하는 경향이 있다. 실제 웹툰 시장의 다양성과 질은 전체적으로 소비자의 욕구를 만족시켰다고 보는 편이 정당하다). 그런데 요 몇년간 극적인 변화의 기회가 찾아왔다. 다름 아닌 스마트폰의 보급이다.
 

스마트폰의 보급은 ‘웹’툰을 ‘앱’툰으로 만들었다. 이제 상당수 사람들이 PC를 사용해 웹툰에 접근하는 대신 스마트폰에서 웹툰을 본다. 코리안클릭에 따르면 네이버 웹페이지 방문자는 2012년에 비해 다소 줄어든 반면 모바일을 통한 방문자는 1690만명으로 51%가량 증가했고 이는 웹툰에도 고스란히 반영됐다. 이에 따라 최근 통신사들은 T스토어, 올레마켓 등을 서비스하며 웹툰의 주요 통로로 급부상하고 있고 기존 포털들도 모바일 서비스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여기서 중요한 건 플랫폼의 이동이 소비패턴에도 변화를 불러왔다는 점이다. 박석환 만화평론가는 모바일 플랫폼의 등장이 웹툰의 유료화로 넘어갈 수 있었던 결정적인 계기라고 말한다. “질의 문제가 아니라 사용자의 관습의 문제였다. 한번 무료 콘텐츠로 고착된 상태에서 결제 과정의 피곤함과 곤란함을 넘어설 정도의 콘텐츠를 제공하는 건 쉽지 않다. 유료화의 어려움이 있던 웹 환경에서 모바일로 넘어오자 자연스레 유료 서비스로 유도가 가능해졌다.”

 

[중략]

 

전문 보기 : http://www.cine21.com/news/view/mag_id/774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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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석환(만화평론가, 한국영상대 만화콘텐츠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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