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석환, 웹툰에 대한 공적 규제와 자율규제에 대한 단상, 만화 검열의 역사를 말하다 세미나 발표문, 한국만화영상진흥원, 2017.06.01

출처 : 부천타임즈

만화 검열의 역사를 말한다’, IT시대의 검열 : 온라인 만화의 검열 사례를 중심으로

 

사례 1.

 

201227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는 포털사이트 네이버 등에 연재 되고 있는 23개 웹툰을 청소년유해매체물로 결정하고 이에 따른 의견서를 제출하라는 공문을 발송했다. 만화계는 이에 반대 입장을 표했고 일부 언론과 시민사회도 심의당국의 과도한 규제를 비판했다. 만화계에서는 만화심의의 주체로 간행물윤리위원회가 있는데 방심위가 심의 권한 없이 개입했다고 주장했다. 여론이 악화되자 방심위는 ()한국만화가협회(이하 만협)자율규제협력에 대한 업무협약을 체결(201249)하고 방심위에 접수된 민원은 만화가협회로 보내고, 만화가협회는 만화문화연구소를 통해 관련 전문가에게 감수를 받으며 플랫폼의 의견을 청취해 개별 사안에 대한 대응을 방심위에 통보하기로 했다.

 

사례 2.

 

2015324일 방심위는 대표적인 전문 웹툰 플랫폼인 레진코믹스 사이트에 대해 국내 접속자 차단 조치를 취했다. ‘청소년 접근 제한 조치 없이 음란물이 유통 된다는 민원을 접수한 담당자가 해외 서버를 두고 있는 국내 사업자로 판단하고 임시 차단 조치한 것이다. ‘법에서 정한 소명 절차 없이사이트 전체를 유해매체물로 규정하고 차단한 것에 대해 SNS를 중심으로 공권력 남용이라는 의견이 모아졌고 언론에서도 이 사건을 뉴스화 하면서 과잉조치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여론이 악화되자 방심위는 차단 조치를 해제하고 같은 해 428일 통신심의소위원회를 열어 사업자에게 의견 진술 기회를 부여했다. 레진코믹스는 문제가 된 작품의 서비스를 자진 중단한 후 위원회에 참석했고 위원회는 사업자 쪽에서 자율규제를 한다는 평가와 함께 심의 보류를 결정했다.

 

사례 3.

 

2016630일 온라인 청원 사이트인 다음 아고라에 평범한 아빠의 네이버 고소 이유? 웹툰의 전체이용가 진실이라는 글이 게재됐다. 웹툰 <후레자식>(김칸비 작)살인자인 아빠가 아들을 살인자로 키우는 그런 내용인데 전체이용가로 유통되고 있다며 해당 웹툰의 작가와 유통사 그리고 방심위와 만협이 심의 책임을 소홀히 했다면서 서울 송파경찰서에 청소년보호법 위반 협의로 고소했다는 내용이었다. 청원 게시물이 올라오자 당시 기준으로 27천 여 명의 사람이 서명에 참여했고 이 사건은 주요 TV 뉴스와 신문 등에 소개되면서 사회적 논란이 됐다. 만협에 심의 의무를 소홀히 한 책임이 있는지도 논란 중 하나였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은 이 건과 관련 같은 해 930일 만협 등에 대한 피의사건 처분결과 혐의없음(증거불충분)’ 판결을 내렸다.

 

현상

 

2016113일 만협은 제16회 만화의 날을 맞아 웹툰자율규제위원회설립 계획을 발표했다. ‘특정 웹툰의 표현이나 소재 등에 문제가 있을 경우에 공권력의 일방적인 심의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만화가, 플랫폼, 독자가 상호협력과 조율을 통해 사회적 합의를 끌어 낼 것이라고 했다.

이어 2017410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김병욱 의원(더불어민주당, 성남 분당을)은 만화의 자율규제에 대한 정부의 지원을 규정한 만화진흥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 했다. 12(이용자의 권익보호) 조항에 만화의 청소년 보호법11조에 따른 청소년 유해 여부에 대한 자율 규제 지원항목을 신설했다.

만협은 20176월 중 웹툰자율규제위원회를 출범하고 자율규제의 구체적 방법과 기준을 마련해 시행한다는 계획이다. ‘전체 이용가 대상 작품에 대한 민원이 제기되면 타당성에 대해 논의하고, 나아가 연령 가이드(연령 등급 세분화) 도입 여부도 검토할 것이라는 게 협회 측 설명이다. ‘방심위도 직접적 규제보다는 이 같은 자율규제 기조가 유지되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검토

 

먼저, 현행법상 예술적 표현물에 대한 검열은 존재하지 않는다. 대한민국 헌법 제21조는 언론·출판에 대한 허가나 검열과 집회·결사에 대한 허가는 인정되지 아니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 ‘공중도덕이나 사회윤리를 침해하는 것에 대해서는 책임을 물을 수 있고 제22조에서는 모든 국민은 학문과 예술의 자유를 가지며 예술가의 권리는 법률로써 보호한다.’고 했다. 표현의 자유가 지니는 숭고한 가치를 법률로 보호하되 공익적 목적에 반하는 표현물에 대해서는 다른 법률을 통해 규제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법적 규제 조치를 현행법은 심의라 명기하고 있다. 검열의 역사를 논 할 수는 있으나 현재도 검열이 있는 것처럼 인식되게 할 이유는 없다.

 

만화와 관련한 법적 규제, 즉 심의와 관련된 조항을 담고 있는 법률로는 청소년보호법, 출판문화산업진흥법이 있다. 인터넷을 통해 제공되는 웹툰 등과 관련해서는 대상이 명시되어 있지는 않으나 정보통신망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방송통신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등이 청소년보호법 상의 청소년유해물에 대한 조항을 두고 있다.

청소년 보호법은 2장 청소년 유해매체물의 결정 및 유통 규제에서 청소년보호위원회가 청소년유해매체물을 심의하여 결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등급, 심의기준, 자율규제, 표시의무 등에 대한 규제 조항이 있다. 다른 법령에 의한 심의기관이 있는 경우는 예외로 하되 심의기관에서 심의를 하지 않을 때에는 청소년보호위원회가 심의를 요청할 수 있도록 했고 각 심의기관은 매체물과 관련된 단체가 자율적으로 청소년 유해 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했다.

이와 관련 출판문화산업진흥법 제5장 제17조 이하 조문에서 만화에 대한 심의기관으로 간행물윤리위원회를 두고 간행물 및 정기간행물의 유해성 심의를 하도록 하고 있다. 이 법은 전자출판물 조항을 통해 디지털만화나 웹툰이 이 법의 적용 대상이 됨을 알 수 있도록 했다. 한편, 웹툰은 정보통신망을 이용하고 있다는 측면에서는 정보통신 관계 법령 등을 통해 개입 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방송통신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행정규칙소위원회 구성 및 운영에 관한 규칙을 두고 이 규칙 제11통신심의소위원회의 심의 의결사항에서 청소년보호법령에 의한 청소년유해매체물의 확인, 결정 및 결정취소를 할 수 있도록 했다. 또 관계 법령 등을 통해 청소년유해매체물로서 상대방의 연령확인, 표시의무 등 법령에 따른 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하고 영리를 목적으로 제공하는 내용에 대해서는 취급의 거부·정지 또는 제한등의 제재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했다.

 

, 사례1에서 논란이 됐던 방심의의 심의 권한 문제와 관련, 방심위는 청소년유해물에 대한 확인/결정 권한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사례2에서 방심위가 해외 서버에서 운영되고 있는 레진코믹스에 대해 문제가 된 개별 콘텐츠가 아니라 사이트 전체에 대해 임시 차단 조치를 한 것 역시 법적으로는 가능하다.

사례3에서 만협의 심의 책임 문제는 청소년보호법 상 청소년보호위원회나 각 심의기관(방심위)매체물과 관련된 단체에게 자율적으로 청소년 유해 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한만큼 방심위와 자율규제에 대한 양해각서를 체결한 만협도 심의 책임이 있다고 할 수 있다. , 현 구조는 민원이 있을 때 위원회를 열고 심의를 진행 하는 것으로 절차가 되어 있다. 고소보다는 민원이 필요했던 사안이다.

 

문제

 

2012년 방심위의 웹툰에 대한 청소년유해매체물 결정이후 전개된 일련의 사건과 대응과정은 공권력의 과도한 심의로 인해 만화계가 과거의 검열체제아래 놓이는 것 아닌가 하는 불안 심리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일제강점기를 전후한 시기에 신문·잡지를 중심으로 등장한 한국만화는 일제의 사전검열에 시달렸다. 해방 후 한국전의 혼란기에도 나름의 성장을 보여줬던 한국만화는 군사정권 하에서 또 다시 사전검열의 아픔을 겪어야 했다. 19615.16군사정변 직후 일부 만화가들과 출판업자들로 구성된 한국아동만화자율회가 사전심의를 시작했고 1968년 문화공보부 산하에 한국아동만화윤리위원회가 설치되면서 이후 한국도서잡지윤리위원회,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 한국출판문화진흥원 소속 간행물윤리위원회로 명칭을 바꾸며 현재에 이르고 있다. 간행물윤리위원회의 사전심의 기능은 1997년 청소년보호법이 제정되면서 사후심의 체제로 변경됐다. 이는 만화계 내외부의 강렬한 저항을 통해 얻어낸 것이다. 공적 규제가 강화될 때마다 한국만화는 힘겹게 일군 시장을 내줘야 했다. 시장의 변화에 따른 결과로도 봐야 하지만 60년대 한국만화의 초기 황금기, 90년대 잡지만화 시스템 하의 성장기는 아동만화윤리위원회의 심의와 청소년보호법 시행으로 인해 좌초됐다.

이처럼 한국만화계는 검열에 준하는 사전심의와 자율이라는 이름으로 거행된 사전심의 그리고 법적 규제조치로서의 사전심의에 대해 깊은 상처를 지니고 있다. , 사전심의가 예술의 자유예술가의 권리를 통제 할 수 있게 했고 일부에서는 심의를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하기도 했다.

 

반면, 최근 전개되고 있는 웹툰에 대한 자율심의 논의는 말 그대로 타율적 지시나 요구에 의한 것이라기보다는 만화계 내부의 규제 시행의지가 더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 법적 권한을 지닌 심의기관이 심의를 결정한 것에 대해 만화계 내부에서 자체적으로 자율규제를 하겠다고 나섰고 심의기관의 업무를 협조해 진행했는가 하면, 이에 대한 권한과 지위를 얻기 위해 법률 개정에도 협조하고 있다.

자율 규제는 급성장해온 웹툰 시장의 안정성을 강화하고 법적 규제의 폐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임에 분명하다. 규제의 상처를 충분히 알고 있을 만협 내외부 관계자들의 주의 깊은 고민과 갈등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만화사는 자율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됐던 사적 규제의 폐해와 법적 규제로 인한 깊은 상처를 지니고 있다. 이 상처는 사후심의로 변경된 현재도 지속되고 있다. 현행법은 표현물의 창작이 아니라 표현물의 유통을 규제한다. 하지만 작가들은 창작 단계에서 자기검열에 시달리고 있고 일부 시민사회단체와 사법기관에서도 유통의 주체가 아닌 창작자의 창작 행위를 규제의 대상처럼 인식하는 경우도 있다. 이 같은 상황에 국가의 법적 지원을 받으면서 없었던 위원회를 신설하고, 없었던 규제의 대상과 세부기준을 정해 창작자 단체가 규제를 한다는 것은 웹툰시장의 자율성과 안정성, 성장성을 유지하기 위한 방향이라고 하더라도 시행 과정이나 결과로 인해 더욱 더 불안정한 상태를 만들 수 있다.

 

대안

 

1. 웹툰자율규제위원회의 명칭을 웹툰유통자율규제위원회로 변경해야 한다.

 

헌법이 정한 예술창작의 자유는 절대적이다. 하지만 예술표현(유통)에 대해서는 상대적이다. , 창작의 자유는 창작자가 지켜야할 소중한 가치이고 정신이다. 다만 이를 유통하는 것에 대해서는 규제가 가능하다. 규제의 필요성에 일정부분 동의한다. 하지만 창작물로서의 웹툰이 규제의 대상이 아니라 웹툰유통이 규제의 대상이어야 한다. 이에 따라 규제의 명칭, 위원회의 명칭 등에도 이를 명기할 필요가 있다.

 

2. 심의기구 조직 및 기능과 역할의 주체는 창작단체가 아니라 유통단체가 되어야 한다.

 

만화산업계에 대한 만화창작계의 불신과 피해의식은 크고 깊다. 그렇다고 산업계의 역할과 책임을 창작자들이 져야 할 이유도 없다. 웹툰창작물이 아니라 웹툰유통물이 규제의 대상이라면 그 책임과 과정 관리 역시 유통을 담당하는 산업계가 져야 한다. 이는 권리나 권한이 아니라 책임이다. 한편으로는 자율규제 논의의 출발이 작가들을 중심으로 전개됐기 때문에 이만큼의 진척이 있었을 것이다. 이제 작가는 창작의 소중한 자유와 권리를 지키는 역할에 매진하고 이를 유통하는 것에 대한 법적, 제도적 책임은 산업계가 지도록 해야 한다. 물론, 창작자도 사회적 책임으로부터는 자유로울 수 없다. 이처럼 역할과 책임을 분산 시키는 것이 문제 발생 시 상호 협력 하에 대응할 수 있는 기반이 되기도 한다.

 

3. 규제 중심 사고에서 탈피, 웹툰의 국가 기록 자산관리 체계 구축과 병행해야 한다.

 

출판물은 출판의 자유에 대한 지위를 유지하고 있는 한편, 국가 기록물로서 체계적으로 생산과 유통이 관리되고 있고 대상물과 관련 정보가 보존되고 있다. 만화출판물 역시 발행 시 국립중앙도서관에서 국제표준도서번호를 발급 받고 발행 후에는 도서관법 등에 의해 납본을 하도록 하고 있다. 이렇게 등록된 출판물에 의한 수익은 면세 혜택을 주고 있다. 웹툰이 법적 규제의 대상이 되고 이에 대해 사후심의와 등급분류 및 표시제도 등이 이뤄진다면 이를 위해 수집 관리하는 자료를 규제를 위한 것으로 제한 할 것이 아니라 웹툰창작자의 복지 기반(공표된 예술활동 기록 및 인증), 웹툰창작물의 보존관리(디지털납본), 웹툰유통사업자의 세금 감면(국가콘텐츠식별체계 등록 전자출판물 인증에 따른 면세) 등이 이뤄지도록 체계화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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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석환(만화평론가, 한국영상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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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석환(만화평론가, 한국영상대 만화콘텐츠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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