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석환, 일본 캐릭터 비즈니스의 경쟁력 그리고 한국의 웹툰, 월간 HIM, 2016.09.01

리우올림픽 폐막식의 주인공은 일본산 캐릭터였다


얼마 전 지구촌 최대의 축제 중 하나인 올림픽이 끝났다(2016.9, 월간 HIM에 기고한 원고 임). 리우 올림픽은 수많은 이슈를 쏟아냈고 뜻하지 않은 감동을 만들어 내기도 했다. 개회식에서 보여줬던 남미 특유의 열정과 원색의 화려함은 폐회식에서 절정을 이루는 듯 했다. 하지만 폐회식의 주인공은 브라질도 리우도 아니었다. 폐회식 막바지 마라카낭 주경기장의 메인 스크린에는 여러 종목의 운동선수 이미지가 등장하면서 도쿄가 2020년 올림픽을 준비하고 있고 도쿄는 스포츠를 사랑한다는 메시지가 전달됐다. 그렇게 영상이 끝나는가 싶더니 일본을 상징하는 붉은 공이 등장하고 치어리더로 분한 ‘헬로키티’가 춤을 췄다. 만화 속에서 세계 축구를 평정했던 ‘캡틴 츠바샤’가 공을 멀리 찼고 모든 것을 집어 삼키던 ‘팩맥’이 권투 선수로 분해 공에 펀치를 날렸다. 붉은 공은 아베신조 일본 총리에게 옮겨졌다. 아베는 게임기 속에서 쉬지 않고 뛰어다니던 ‘슈퍼마리오’로 변해 모든 것을 가능하게 만들어주는 ‘도라에몽’의 도움을 받아 경기장 한가운데에 등장했다. 아베 총리가 폐막식의 주인공이 되는 순간이었다. 세계 언론은 ‘아베 마리오(아베+슈퍼마리오)’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내며 이 진귀한 퍼포먼스의 주인공이 자국 내에서 정치적 위기를 맞고 있는 아베였음을 알렸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아베에게 공을 전달한 만화, 애니메이션, 게임 속 주인공 캐릭터에 주목했다. 전 세계인에게 익숙해진 일본의 콘텐츠, 소프트파워로 세계를 지배하고 있는 일본, 올림픽을 정점으로 일본의 IP(지적재산권)산업이 더욱 강대해 질 것이라는 분석 기사들이 쏟아졌다. 



한국의 캐릭터 산업은 미국, 일본의 라이선스 산업과는 결이 다르다


전 세계를 들뜨게 했던 ‘포켓몬고’ 열풍이 채 사라지기 전이었다. 포켓몬고는 일본의 캐릭터와 미국의 기술이 만나서 일군 문화현상이다. 언론은 ‘한국형 포켓몬고’를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고 정부는 AR콘텐츠 기술 개발에 정책적 투자를 하겠다는 의지를 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폐막식에서 ‘포켓몬’의 일본이 보여준 것은 ‘기술이 아니라 내용’이었다. 전 세계인에게 인지 된 캐릭터, 캐릭터에 담겨 있는 스토리, 그 스토리가 전했던 메시지가 그대로 세계인의 눈과 마음을 사로잡은 것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의하면 전 세계 캐릭터라이선스 시장의 규모는 1,557억 달러 규모(이하 ‘2015캐릭터산업백서’ 참고)이다. 한화로는 172조8,445억원 수준이다. 한국의 캐릭터 라이선스 시장은 81억6천 달러(한화 9조527억원)로 세계 시장 점유율은 5.2% 수준이다. 미국이 879억 달러로 최고의 캐릭터라이선스 산업국이고 일본이 101억 달러로 뒤를 잇고 있다. 표면상으로 한국의 캐릭터 산업 규모와 일본의 산업 규모는 자웅을 다툴 수준은 되어 보인다. 하지만 폐막식에서 본 일본산 캐릭터는 한국은 물론이고 전 세계인이 인식하고 있었다. 반면, 같은 상황에서 세계인에게 보여줄 국산 캐릭터가 있을까? 내외부적으로 뽀로로, 뿌까, 폴리, 라마, 또봇 등이 선방하고 있다고 하지만 선뜻 비교할 수준은 못된다. 특히, 국내 캐릭터 산업의 매출구조를 살펴보면 그 차이는 더 심각해진다. 캐릭터산업은 통상 제작업과 유통업으로 나뉜다. 제작업은 개발업과 제조업으로, 유통업은 도매업과 소매업으로 구분된다. 제조업의 경우는 한국 역시 인건비가 저렴한 중국 등을 통해 제작한 캐릭터 상품을 역수입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는 만큼 국내 제조업 매출의 상당수는 외산 캐릭터 상품 제작업이 차지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유통업의 경우는 국내외 캐릭터 상품 전반에 대한 매출로 소비 시장 규모로는 의미가 있지만 국산 캐릭터 상품의 경쟁력을 파악하는 지표로 보기 어렵다. 이런저런 이유를 빼고 나면 국산 캐릭터라이선스 산업의 핵심 영역인 개발업이 남는다. 개발업은 ‘만화, 애니메이션, 개임 등에 등장하는 독특한 인물이나 동물의 모습을 디자인하여 라이선스를 받는 사업’으로 정의된다. 제조와 유통을 제외한 순수 라이선싱 사업 영역이 곧 개발업인 것이다. 그런데 이 개발업은 국내 캐릭터라이선스산업 매출의 8% 수준에 그친다. 미국과 일본의 캐릭터 관련 산업이 상품화 권리를 판매하는 라이선싱 분야에 집중되어 있다면 한국의 캐릭터 관련 산업은 권리자(라이센서)로부터 권리를 대여(라이센시) 받아 제조 및 유통하는 분야에 집중되어 있다. 그래서 전체 매출 규모는 작지 않은 듯 보이지만 캐릭터의 실질적 영향력은 미비한 것이다. 시쳇말로 속 빈 강정 같은 구조이다. 



미국에 히어로코믹스, 일본에 재패니메이션이 있다면 한국에는 웹툰이 있다


캐릭터산업은 그 특성상 콘텐츠산업 전반의 영향력 안에서 작동하는 구조를 취하고 있다. 특정 만화나 애니메이션이 인기를 끌면 관련 캐릭터 상품이 출시되고 캐릭터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지는 만큼 캐릭터의 경쟁력과 판매 효과가 신장되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과거 일본에서 ‘로봇완구를 판매하기 위해 사전에 로봇애니메이션을 제작해 방송 했다’는 이야기를 한국에서는 전문가들의 농담조로 받아들였지만 그들은 이를 ‘미디어믹스(매체혼합)’ 전략으로 완성해냈다. 미국이 ‘아이언맨’이나 ‘캡틴아메리카’ 같은 슈퍼히어로 만화를 허리우드 영화로 재탄생시키고 관련 캐릭터라이선스 시장을 풍성하게 한 것 역시 같은 맥락이다. 즉, 특정 콘텐츠 분야에서 메가 히트작이 나오면 이를 통해 인지된 요소가 곧 캐릭터 상품화 전략의 첫걸음이 되는 것이다. 미국이 히어로코믹스를 허리우드 영화를 통해 세계화 시켰다면 일본은 망가를 재패니메이션과 게임을 통해 세계화 시켰고 이 같은 대중적 인지효과를 통해 캐릭터라이선스 시장을 확장시켜 갔다. 같은 맥락에서 한국에는 웹툰이 있다. 정보통신 강국 대한민국은 인터넷을 통해 전 세계 만화팬들에게 웹툰을 공급하고 있다. 아직 미국과 일본산 캐릭터에 견줄만한 영향력 있는 웹툰 캐릭터가 등장하고 있지는 않지만 전 세계적으로 많은 팬을 확보하고 있는 ‘갓오브하이스쿨’ ‘신의탑’ 등의 웹툰은 차세대 대표 캐릭터로서 손색이 없다. 한국 아이티 기업들이 글로벌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는 메신저 서비스도 대표 캐릭터 생성을 위한 플랫폼으로 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카카오프렌즈, 라인프렌즈로 대표되는 디지털 캐릭터 아이템이 이미 전 세계적으로 판매되고 있고 이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웹툰의 해외 서비스도 확대되고 있다. 미국과 일본 같은 캐릭터라이선스산업의 원천 콘텐츠가 한국에서도 성장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 기회를 어떻게 성장의 계기로 만들어갈지가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무형의 콘텐츠 자원을 유형의 상품으로 만들어내고 무형의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는 마케팅적 사고를 지닌 기획자, 디자인적 사고로 쓸모를 만들어내고 적합한 캐릭터를 찾아 내 새로운 가치를 부여해 줄 수 있는 창조적 법률 대리인 등이 필요하다. 이들이 제조업과 유통업 중심의 국내 캐릭터 산업 환경을 권리 판매 중심의 라이센스 개발업으로 전환시킬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만 된다면 우리도 우리를 대표하고 우리의 꿈과 희망을 상징하는 세계인에게 인지된 캐릭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꿈같은 이야기일 수 있지만 꿈부터 시작해야 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글. 박석환(만화평론가, 한국영상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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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석환(만화평론가, 한국영상대 만화콘텐츠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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