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석환, 전통 문화의 두 날개, 우리문화, 한국문화원연합회, 2019.10. pp42~43.

전통문화, 스토리텔링과 미디어믹스로 확산시켜야

 

 

세계 극장가를 점령한 디즈니

 

올 여름도 우리 극장가의 주인은 월트디즈니컴퍼니였다. 5월 개봉한 <알라딘>12백만 관객을 넘어서며 롱런 중이고 7월 개봉한 <스파이더맨 : 파 프롬 홈>8백만, <라이온 킹>4백만, 6월 개봉한 <토이스토리4>3백만 명을 넘었다. 3월 개봉한 <캡틴마블>(58십만 명), 4월 개봉한 <어벤져스 : 앤드게임>(139십만 명)을 더하면 올 해 개봉작 탑10 6편이 디즈니표 영화이다. <극한직업>을 비롯해 나머지 4편의 흥행작은 한국영화였다. 주목해야 할 것은 흥행 10위 권 내의 구도가 한국영화 대 미국영화가 아니라 한국영화 대 디즈니'라는 것이다. 물론 이는 한국만의 특수한 현상이 아니다. 그간 미국영화는 '허리우드'로 대표되며 세계 극장가를 점령했으나 지금 미국영화의 상징은 '디즈니'가 됐다.

 

만능 예술가였던 디즈니의 초창기 명함

 

전통문화를 현대문화에 담아낸 디즈니

 

월트디즈니컴퍼니의 창업자이자 아이콘인 월터 일라이어스 디즈니(1901~1966)는 예술가이자 탁월한 기업가였다. 가난한 만화가였던 그가 한 첫 번째 비즈니스는 광고용 컷 아웃 애니메이션 제작이었다. 그리고 이 수익을 바탕으로 1922년 샐 애니메이션을 제작했는데 그 작품이 <빨간망토(Little red riding hood)>였다. 빨간망토를 쓴 소녀와 늑대 이야기는 독일의 그림 형제가 쓴 <어린이와 가정을 위한 이야기(일명 그림동화)>(1812)에 게재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이야기는 1697년 프랑스 작가 샤를 페로가 <옛날이야기와 교훈>이라는 민담집에 게재 한 바 있고 14세기경부터 유럽에 널리 퍼져있던 구전설화였다.

 

1922년 디즈니가 제작한 빨간망토 애니메이션

 

이른바 전통문화를 애니메이션이라는 현대문화를 통해 재현한 것이고 중세 유럽의 이야기를 가져와서 미국의 당대인들이 향유할 수 있도록 각색한 것이다. 이야기 속에서 소녀가 입은 빨간 망토(라이딩 후드)는 당시 유럽에서 말을 탈 때 쓰던 방풍용 윗옷이다. 조선시대 여성들이 외출할 때 얼굴을 가리기 위해 쓰던 장옷이나 쓰개치마와 같은 용도로 당시 풍속을 알 수 있는 전통의상이다. 또 이 이야기는 당시 유럽사회에 아동유괴나 부녀자납치 같은 일들이 발생하면서 아동이나 여성에게 주의를 주기 위한 용도로 구전됐다는 해석이 있다. 당대의 사회상이나 가치관에 대해서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처럼 월터 일라이어스 디즈니는 자신의 첫 비즈니스를 위한 작품으로 중세 유럽에서부터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를 선택했다. 이를 온 가족이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카툰화(대상을 단순화해서 명료한 선으로 묘사한 그림) 기법을 활용해 영상물(단편 애니메이션)로 제작했다. 집을 나간 가족에 대한 걱정과 고민, 위기 상황을 벗어나기 위한 행동 요령은 중세 유럽이나 1차 세계대전 후 번영의 시기를 맞은 1920년대의 미국이나, 지금 이 곳, 또는 미래의 어느 시대에서도 공감 할 수 있는 것이고 꼭 전승하고자 했던 가치이자 교훈이다.

 

2014년 실사영화로 리메이크 된 빨깐망토 이야기

 

전통문화를 즐기게 만든 디즈니처럼

 

월터는 시대나 국가, 연령이나 인종을 초월해서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전통문화(민담)에서 찾았고 이를 현대적 방식(미디어)으로 재현하고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도록(테마파크와 엔터테인먼트 비즈니스) 했다. 현대적 의미의 스토리텔링 전략과 미디어믹스 전략을 그 시대에 구사한해 낸 것이다. 그리고 그가 일군 월트디즈니컴퍼니는 100년 가까이 지난 지금도 기업경영과 제품 및 서비스 개발에 이 같은 원칙을 적용하고 있다.

현재 월트디즈니컴퍼니는 세계 최대 규모의 거대 미디어기업이다. 2018년 기준 시가총액은 2,549억 달러로 포브스가 선정한 세계기업순위 48위에 올라 있다. 애니메이션 제작 스튜디오로 출발했지만 출판, 영화, 음악, 비디오게임, 놀이공원, 지상파방송, 케이블TV, 라디오, 인터넷서비스 등을 총 망라한 종합 엔터테인먼트 기업이다. 디즈니는 꿈, 모험, 도전, 우정, 사랑, 영웅 등 인류에게 필요한 전통적이고 보편적인 가치를 케케묵은 옛날이야기에서 찾아내고 이를 시대의 변화에 맞춰 조금씩 변주해 당대 최고의 기술과 시청각적 충격을 줄 수 있는 매체에 실어서 언제 어디서나 즐길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를 위해 디즈니의 고유 아이템이 되어버린 유럽의 명작동화를 여전히 리메이크하고 있고 현대판 그리스로마신화라고 할 수 있는 마블코믹스를 인수해 히어로무비를 만들고 미국의 SF신화로 인식되고 있는 스타워즈 시리즈 등을 제작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전통적이고 보편적인 그 가치 위에는 인류가 계승하고 보존해야 할 전통적 문화와 역사, 유물과 유산도 함께 제시된다.

한국의 전통문화도 그 같은 방식을 취할 수 있지 않을까? 지역문화를 발굴하고 향토문화를 계승 발전시키고자 한다면 그 것들을 엮어낸 이야기를 찾고 가장 보편적인 가치를 가장 현대적인 방식으로 즐길 수 있도록 해야 하지 않을까? 디즈니처럼.

 

1957년 월터가 그린 사업연계도, 현대적 의미의 미디어믹스전략 구상

 

박석환(만화평론가, 한국영상대 교수)

 

* 발간 매체 링크

http://www.kccf.or.kr:8080/dspv1User/bbs/selectBoardArticle.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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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kseokhwan

만화평론가 박석환 홈페이지. 만화 이론과 비평, 웹툰 리뷰, 인터뷰, 보도자료 등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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