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석환, 만화서평-동네 변호사 조들호(해츨링 글/그림), 도서관이야기,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 2016.04.01

조들호는 깡촌에서 태어나 가진 것 하나 없는 청춘이었다. 죽도록 공부해서 고졸 학력으로 사법고시에 합격했다. 아무도 거들 떠 보지 않던 청춘은 어느새 전도유망한 검사가 되고 대형 법무법인을 운영하는 집안의 사위가 된다. 개인적 능력과 함께 든든한 뒷배경을 지니게 된 주인공은 출세가도를 달렸다. 하지만 그가 ‘정의’를 위해 입을 연 순간 모든 것이 사라졌다. 부인과 아이도, 든든한 처가와 검사라는 직업도 사라졌다. 개천에서 난 용이었던 조들호는 다시 개천으로 떨어졌다. 


법 없이 살아왔던 사람들에게 법이 필요한 순간 나타나는 동네 히어로



생활 속 잡다한 문제를 해결해주는 동네 변호사


조들호는 한 때 서울 중앙지부 강력계 검사로 출중한 능력을 보였지만 지금은 허름한 변호사 사무실을 운영하면서 주로 떼인 돈을 받아주고 있다. 일명 ‘생활가정법률전문’ 변호사이다. 거창해 보이지만 주로 입주자와 세입자 간의 금전 문제, 가족 간 갈등이나 이혼 등으로 인한 재산권 문제 등 그야말로 동네에서 벌어질 수 있는 잡다한 문제를 해결해 주고 수임료를 받는 아저씨이다. 길거리 노숙자라고 해도 크게 이상하지 않을 것 같은 옷차림에 과거 주먹 좀 써 봤을 법한 눈빛과 결기가 퇴물 조폭이나 형사처럼 보이기도 한다. 

변호사라는 직업적 이미지는 1센티도 찾아 볼 수 없는 꼴통이다. 법조계에서도 소문이 좋지 않아 변변한 사건을 담당하지도 못하고 의뢰인 하나 찾아오지 않는다. 그런 조들호 곁에 동료였던 이 변호사의 추천으로 법대 휴학생인 황이라가 인턴사원 격으로 찾아온다. 작고 귀여운 여대생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황이라는 수준급의 법률 지식과 함께 긍정적 에너지를 지닌 조력자이다. 찾아오는 사람도 없고 할 일도 없는 변호사 사무실이라고 했지만 황이라의 등장과 함께 조들호에게도 이런 저런 사연을 지닌 의뢰인들이 찾아오기 시작한다. 


모두가 등을 돌릴 때 얼굴을 바라 봐주는 사람


오프닝은 석다은 할머니의 사연으로 시작된다. 할머니는 조폭 건물주에게 전세보증금을 떼일 위기에 처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조들호는 ‘주택임대차보호법’의 여러 조항과 이로 인해 법률분쟁이 벌어지면 발생할 수 있는 위기 상황들을 퉁명스럽게 설명해 간다. 조폭 무리에 둘러싸여 있었지만 위축되는 기색 없이 자신의 일을 했고 할머니의 보증금과 변호사 수임료까지 받아냈다. 조들호의 이런 모습을 숨어서 지켜보던 황이라는 함께 일할 것을 결심한다. 

조들호, 황이라 팀에게 찾아온 첫 번째 의뢰인은 교복 차림의 여고생 도승현이었다. 승현의 어머니는 수술 후 의료사고로 인해 의식을 찾지 못하고 있다. 아버지도 산재로 사망한 상황이다. 승현은 병원의 책임을 물어 적법한 보상을 받고자 하는데 미성년자인 관계로 소송을 진행할 수 없다. 법적으로는 친척이 대리인으로 나서야 하는데 승현의 고모는 승현이 몰래 병원과 합의해 보상금을 빼돌리려 한다. 아버지의 산재 보상금 역시 소송을 통해 빼앗은 전력이 있다. 이제 조들호가 풀어야 할 문제는 ‘피해자에게 보상금을 어떻게 받아 줄 것인가?’라는 간단한 것이 아니라 ‘미성년자인 피해자의 보상금을 법적 대리인인 고모로부터 어떻게 지켜줘야 하는가?’라는 다소 복잡한 문제가 됐다. 친척들은 물론이고 학교나 선생도 복잡해진 승현의 문제를 바라 봐 줄 수 없는 상황이다. 


윤리나 정의가 법에 의해 보호되지 못할 때 등장하는 히어로


우리는 크고 작은 법률적 질서 속에 살고 있다.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먹고 자는 것에서 부터 사회활동과 정치활동 등을 할 때도 법은 우리를 보호하거나 통제한다. 하지만 대부분은 법이 나를 보호하거나 통제하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한 채 산다. 그렇게 ‘법 없이도 사는 삶’을 살았던 대부분의 사람들은 삶의 어느 시점에선가 갑자기 ‘법이 필요해지는 상황’을 맞이하게 된다. 변호사는 그런 때 우리를 법의 공격으로부터 법으로 보호해주는 사람이자 우리의 말을 마지막까지 들어주고 변호해주는 사람이다. 하지만 현실은 꼭 그렇지만은 않다. 변호사의 역할과 성과가 수임료를 지불 할 수 있는 규모에 따라 달라진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중문화는 다양한 형태로 법정 드라마와 판타지를 만들어 왔다. 작게는 법률적 지식과 상식을 교양차원에서 공유하게도 하고 당대의 사회적 질서와 가치를 법정이라는 가상의 무대를 통해 법률에 입각해서 재검토 해 보게도 했다. <동네변호사 조들호> 역시 이 같은 법정 드라마의 형식을 취한 작품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건이 보편적 의뢰자에 의해 진행되지 않고 사건 수임과정이나 해결 과정 역시 법정에서만 이뤄지지 않는다는 측면에서 보면 일종의 해결사물이락 볼 수도 있을 것이다. 특히, 변호사 조들호의 1인 활약극이라기 보다는 사이드킥이라고 할 수 있는 주변 조력자들과의 협력 속에 사건이 해결되고 그 결과가 공익과 사회정의 그리고 윤리에 부합된다는 측면에서 보면 슈퍼히어로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미국산 슈퍼히어로물이 특수한 능력을 지닌 초인 해결사를 그린다면 한국산 히어로물은 대체로 보통사람들이 보편적 능력으로 우리의 삶과 가치를 지켜주는 모습을 그려왔다. ‘팀 조들호’ 역시 한국산 히어로 만화에 부합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목사를 꿈꾸기도 했던 작가 해츨링의 데뷔작으로 포털사이트 네이버 웹툰 코너에서 시즌2가 연재되고 있고 시즌1은 사람in 출판사에서 6권 한 세트로 출시되어 있다. 만화를 전공하지 않은 탓에 작화적 매력은 높지 않지만 법률 전문가들을 통한 세심한 자문과 법률에 우선하는 인간적 가치에 무게를 둔 극적 구성력이 높다. 웹툰을 원작으로 한 동명의 TV드라마가 배우 박신양 주연으로 방영 중이다. 



글/ 박석환(만화평론가, 한국영상대학교 교수)

1997년 스포츠서울 신춘문예로 등단한 후 만화평론가로 활동하고 있다. 만화콘텐츠기획자, 만화정책기획자, 만화전시기획자 등으로 일하다가 2013년부터 한국영상대학교 만화콘텐츠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저서로는 <코믹스 만화의 세계>, <만화리뷰쓰기> 등이 있다. 홈페이지는 www.parkseokhwan.com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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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석환(만화평론가, 한국영상대 만화콘텐츠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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