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석환, 이현세 만화삼국지(이현세 글/그림), 도서관이야기,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 2014.03.01

10명의 영웅, 10가지 키워드로 다시 읽는 삼국지

이현세 만화삼국지이현세 지음녹색지팡이/ 2013/ 10 


작가는 스마트폰에 파묻혀 자신의 세계에만 집중하는 요즘 아이들에게 야성의 DNA를 일깨워주고 싶다고 했다. ‘삼국지라는 무대를 빌린 이 작품은 그의 말처럼 각기 다른 10명의 사내가 어떻게 타인의 세계를 지배하는 영웅이 됐고 또 어떻게 세상을 떠나 역사로 기록되고 아직까지도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인물상이 됐는지를 웅장한 연출과 화려한 묘사로 담아냈다.  



삼국지는 중국 진나라(서진때의 역사가 진수가 쓴 역사서이다한나라(후한)가 멸망하자 위나라의 조조촉나라의 유비오나라의 손권이 중국 대륙을 삼분하고 서로 천하를 통일하기 위해 싸웠다중국 역사는 이때를 삼국시대라고 한다. ‘삼국지는 후한이 멸망하기 시작하던 184년부터 세 영웅이 다투다 결국 위나라의 사마의가 정권을 잡고 그 손자 사마염이 천하를 통일해 진나라를 세운 280년까지 100여 년 간의 중국사를 담고 있다.

이 역사서를 토대로 14세기 경 명나라의 소설가 나관중이 집필한 장편 역사소설이 삼국지통속연의이다. ‘삼국지연의라고도 하는데 실제 일어났던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당대 사람들 사이에서 전해 내려오던 허구적 이야기를 곁들여 흥미롭게 재구성한 것이다세상에 널리 알려진 삼국지’ 이야기가 바로 소설 삼국지이다역사서가 위나라의 조조 일가와 사마씨 일가를 중심으로 구성됐다면 소설은 민심을 얻었던 촉나라의 유비와 그의 의형제 관우장비를 중심으로 서술됐다통상 나관중을 삼국지의 원작자라고 하지만 이후 수세기가 흐르는 동안 수 백수 천 명의 작가들에 의해 삼국지는 새롭게 재탄생했고 동양의 위대한 고전으로 수많은 사람들에게 읽히고 있다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제 삼국지를 읽었느냐는 물음보다는 누구의 삼국지를 읽었느냐가 더 중요한 기준이 됐다.

 

<이현세 만화 삼국지>는 제목 그대로 이현세라는 만화가가 그린 삼국지’ 이야기이다이제 중늙은이가 되어버렸지만 이현세는 80년대 초중반 등장해 90년대 말까지 한국을 대표하는 만화가로 초절정의 인기를 누렸었다프로야구를 소재로 했던 <공포의 외인구단>이 대중적 인기를 얻으면서 시작된 이현세 열풍은 <지옥의 링> <떠돌이까치> <아마게돈> <카론의 새벽> <폴리스>로 이어졌다다수의 작품이 영화나 TV드라마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면서 대중문화계는 이현세 특수라는 말이 생기기도 했다.

자신의 만화 주인공 까치처럼 남성미 넘치는 외모와 거침없는 언변으로도 유명한 이 작가는 CF모델로도 활동하며 한 시대를 풍미했다그러나 2000년대로 접어들면서 그를 찾던 독자들은 나이가 들었고 이현세 만화의 인기는 자연스럽게 사라졌다그때 이현세가 들고 나온 것이 학습만화였다. ‘학부모가 된 이현세 만화팬이 자녀들에게 선물할 수 있는 책을 만들겠다는 의도도 있었고 앞으로 생길 손자를 위한 작품을 만들자는 생각도 있었다고 한다. <만화 한국사 바로보기> <만화 세계사 바로보기시리즈가 각 100만부 이상 판매되면서 왕년의 스타작가 이현세는 요즘 소년소녀 팬들과 다시 친해졌다.


 


2013년 이현세는 5년 여의 준비 기간을 거쳐 전10권으로 <이현세 만화 삼국지>를 발표했다소년소녀팬을 다시 얻은 이현세는 자신의 전공분야인 영웅신화에 학습만화적 요소를 가미해 삼국지를 만들어냈다선배만화가 고우영동료 만화가 박봉성이희재후배만화가 이충호 등이 이미 자신들의 방식으로 삼국지를 그린바 있기 때문에 이현세의 고민은 남달랐을 것이다이현세는 남들이 하던 것한번 한 것을 두 번하는 것을 천성적으로 싫어했기 때문이다.

이현세는 많은 고민 끝에 아버지가 먼저 읽고 아들에게 전해주는 삼국지라는 콘셉트 하에 작품을 진행했다말 칸보다는 그림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도록 구성해 한국적 그래픽노블이라는 차별요소도 만들어 냈다펼친 페이지 전체를 한 컷의 그림으로 구성하는 설정 컷 연출 방식을 강조해 기존의 정보전달 중심 학습만화와는 비교를 불가하게 만들었다특히 이현세는 삼국지 이야기의 흐름 속에 존재하던 대표적인 등장인물 10명을 캐릭터화 하고 10명의 성격과 가치관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흘러가도록 했다 



믿음의 유비실리의 조조결단의 손권을 시작으로 제갈량의 지혜관우의 의리장비의 용맹을 거쳐 소임을 다한 조자룡실력으로 편견을 깬 방통한 번의 기회에 집중해 최후의 승자가 된 사마의충성을 다해 영예롭게 죽은 강유까지삼국지의 등장인물들을 삼국 간의 대립과 전쟁계략과 배신의 이야기에서 끄집어냈다. 10명의 영웅들은 10가지의 키워드로 난세를 산 영웅이 됐다이는 각자의 신념이자 가치관이었으나 그 결과가 타인의 평가에 놓이도록 만들었다가령 난세의 영웅 유비는 의리를 소중히 했다이는 타인에게 유비를 믿음의 아이콘으로 평가 받게 만들었다조조는 적으로 묘사되지만 원칙을 중요하게 여겼고 능력을 중시해 인재를 뽑음으로서 타인에게 실리의 아이콘으로 평가 받았다는 식이다즉 <이현세 만화 삼국지>는 중국의 삼국시대 역사를 읽게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영웅이 된 사람들의 가치관과 이에 따른 타인의 평가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결국 <이현세 만화 삼국지>는 요즘 소년소녀들에게 자신의 세계에 숨어있지 말고 당당히 걸어 나와 나름의 신념대로 이 세상을 살아보라고 주문한다 




박석환(만화평론가한국영상대학교 교수)

유년시절 이두호의 만화로 한글을 깨우치고 이상무의 만화로 울지 않는 법을 배우며 성장했다이현세의 만화를 보며 도전하는 남자의 매력을 알았고 허영만의 만화를 통해 현명한 어른으로 사는 방법을 찾았다스포츠서울 신춘문예로 등단해 만화평론가로 활동하고 있고 대학에서 만화를 가르친다저서로는 <코믹스 만화의 세계>, <만화리뷰쓰기등이 있다홈페이지는 www.parkseokhwan.com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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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석환(만화평론가, 한국영상대 만화콘텐츠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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