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석환, 착하게 살지 않으면 나쁜 신과 살게 될 것(주호민, 신과 함께), 만화 속 세상 읽기, 2013.11.22

"남의 물건을 훔친자, 빌리고 돌려주지 않은 자, 주기보다 받기만을 원한 자를 벌합니다. 해당됩니까?" 


만화 <신과 함께> 중 저승편의 주인공인 김자홍이 별 볼일 없는 삶을 살다가 과로로 사망하자 염라국의 국선변호사 진기한이 재판 준비를 위해 김자홍에게 한 질문이다. 만화 <신과 함께>는 지난 2009년 포털사이트 네이버에 연재를 시작한 작품으로 최근 저승편, 이승편, 신화편 3부작이 완결됐다.


저승편은 불교의 사후세계관을 중심으로 했고 이승편과 신화편은 전통신화에 등장하는 다양한 신들을 소재로 신화의 세계관과 교리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저승편의 경우에는 사람이 죽으면 저승차사가 와서 저승입국동의서에 사인을 받고 지하철 대화역에서 저승열차를 타고 초관문에서 내리게 된다. 여기서 저승에서 정한 국선변호사에게 인계되어 10명의 저승시왕에게 차례대로 현대식 재판을 받게 된다. 변호사가 사망자의 영혼을 변호하는데 잘되면 극락, 잘 못되면 지옥, 아주 잘되면 환생한다는 것이다.

변호사와 현대식 재판 등은 작가가 꾸며낸 것이고 사후세계의 진입단계와 과정, 저승시왕에게 심판을 받고 벌을 받는 방식 등은 불교의 교리에 나오는 내용이다. 불교에서는 사람이 죽으면 3일간 이승에 머물다가 명부사자의 인도로 명부(저승)로 가서 10명의 왕(冥府十王)에게 이승에서의 죄에 대해 심판을 받는다고 믿는다. 처음에는 순서대로 7명의 왕에게 각 7일간씩 49일 동안 심판을 받고 죄가 많은 자는 나머지 3명의 왕에게 3년 동안 추가 심판을 받는다고 한다. 작품에서는 이를 극적 장치로 활용한다. 변호사 진기한은 사망자인 김자홍의 영혼을 위해 그리고 자신이 첫 번째 담당하게 된 이 건을 49일 안에 끝내고자 한다. 그렇지 않으면 사망자는 3년 간 저승에 머물러야 한다.




사람이 죽으면 첫 재판이 열리는 곳은 진광대왕의 도산지옥이다. 칼도에 뫼산, 칼로 이루어진 산인데 재판에서 지게 되면 이 산을 걸어가야 한다. 이기면 통과. 두 번째 재판은 초강대왕의 화탕지옥이다. 역시 재판에서 지면 펄펄 끓는 거대한 무쇠 솥에 들어갔다 나와야 한다. 세 번째는 송제대왕의 한빙지옥으로 이 재판에서 지면 얼음감옥에 갇힌다. 네 번째는 오관대왕의 검수지옥으로 잎사귀가 칼인 숲 속을 걸어가야 한다. 다섯 번째는 염라대왕의 발설지옥인데 저승시왕의 대표격으로 입으로 지은 죄에 대해 심판한다. 여기서 걸리면 혀를 길게 뽑은 뒤 크게 넓혀 놓고 나서 그 혀 위에 나무를 심고 밭을 간다고 한다. 여섯 번째는 변성대왕의 독사지옥, 일곱 번째는 태산대왕의 거해지옥으로 사기꾼들이 걸린다. 이 곳에서는 톱으로 몸이 잘린다. 여덟 번째가 평등대왕으로 부정하게 돈을 모은 사람이 걸린다. 아홉 번째가 도시대왕으로 광풍이 부는 곳인데 성범죄자들이 걸린다. 열 번째가 오도전륜대왕으로 흑암지옥에 가게 되는데 이 곳에서 윤회가 결정된다.


저승에서 재판을 받게 될 김자홍은 평범한 가정에서 태어나서 대학을 졸업하고 군대에 다녀 온 후 취직해서 10년 이상 회사원으로 살아 온 40대의 늙은 총각이다. 20대 무렵 2만원이 든 지갑을 주워서 우체통에 넣어 준 일 외에는 별달리 착한 일을 한 것이 없다. 나쁜 일도 특별하지 않다. 초등학교 시절 조립식 장난감이 든 껌이 너무 탐나서 훔친 것, 오락실에서 동전 대신 전기라이터를 이용해서 게임을 해보려다가 게임기를 고장 낸 정도가 전부이다. 김자홍은 첫 재판에서 진기한의 명확한 판단력으로 무죄 판결을 받는다. 하지만 두 번째 재판이 진행된 화탕지옥에서는 초강대왕에게 변수탕형을 선고 받는다. 별다른 큰 죄가 없어도 엄하게 다스리는 것이 저승의 법률. 변수탕형은 똥물에 들어가는 것이다. 진기한은 여기서도 기지를 발휘해 이승에서 쓰는 최악의 욕 중 하나가 ‘이런 똥물에 튀겨 죽을 놈’이라며 김자홍의 죄가 그 정도는 아니니 형을 감해 줄 것을 요청한다. 김자홍은 사흘간의 변수탕 청소형을 받는다.


<신과 함께>는 평범해도 너무 평범하게 산 사람도 지옥에 가면 10개의 관문을 통과하고 무시무시한 벌을 받아야 하니 ‘나쁜 일 하면서 살면 절대 안 된다’고 위협하는 작품이다. 착하게 살아야 한다. 정말 착하게 살아야 지옥을 경험하지 않는다. 이 때문일까? 최근 착한경제, 착한경영, 착한성장 등 기업이 착해져야한다는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착했던 기업은 착했던 대로, 착하지 않았던 기업에게는 신성장 동력이나 발전전략 차원에서라도 착해져야 한다고 말한다. 착하면 지옥의 관문을 통과할 것이고, 착하면 다시는 지옥을 경험하지 않을 것이다. 물론, 꼭 지옥의 신들이 저승에만 있는 것은 아니라고 말하는 것이 <신과 함께>의 이승편이다. 심판은 죽어서만 받는 것이 아니다. ‘저승 따위는 상관없으니 이승에서나 잘 살자!’라고 하면 이승의 신들이 심판에 나설지 모른다.


그렇다면 기업은, 기업가는. 어떻게 착해져야 할까.

불교의 사후세계를 대리체험 했으니 불교에서 전하는 돈 들이지 않고 할 수 있는 7가지 착한 일, 무재칠시(無財七施)를 알아두자.


어떤 이가 석가에게 하는 일마다 제대로 되는 일이 없다고 했다. 그러자 석가가 ‘네가 남에게 베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석가는 아무리 재산이 없다 하더라도 남에게 줄 수 있는 일곱 가지가 있다며 이를 진실하게 행하면 하는 모든 일이 순조로워질 것이라 했다. 이를 무재칠시(無財七施)라 한다.


첫째는 화안시(和顔施)로 밝은 미소로 남을 대하는 것도 베풂이라 했고, 둘째는 언시(言施)로 아름다운 말로 대하는 것, 셋째는 심시(心施)로 착하고 어진 마음으로 대하면 타인에게 용기를 준다고 했다. 넷째는 안시(眼施)로 부드럽고 편안한 눈빛으로 사람을 대하고 타인의 좋은 점을 보려고 노력하는 것, 다섯째는 신시(身施)로 약한 사람의 짐을 들어주거나 일손을 거들고 고개 숙여 인사를 하는 것이다. 여섯째는 상좌시(床座施)로 다른 사람에게 자리를 양보하는 것, 일곱째는 방사시(房舍施)로 다른 사람들로 하여금 편안하게 쉴 공간을 주는 것이다. 이는 굳이 묻지 말고 상대의 속을 헤아려서 도와주는 행동을 말한다.

돈 들이지 않는 일이라고 쉽게 볼 일은 아니다. 그래도 돈 나가는 것보다는 행동과 태도, 습관을 먼저 바꿔보는 것이 좋지 않을까.



글 : 박석환(만화평론가, 한국영상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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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석환(만화평론가, 한국영상대 만화콘텐츠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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