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기획 사보 - 내가 본 광고 이야기, 네이버앱 광고에 대하여...2013년 초에 쓴 원고, 뒤 늦게 공개!!]
주5일 근무가 시작되던 2000년대 초에는 토요일 아침만 되면 불안했다.
아이는 학교에 가고 아내와 단 둘이서 오전 시간을 보내야하는 것…은 물론 축복이었다. 외출을 하더라도 아이가 돌아와야 같이 움직일 수 있으니 상당한 시간을 대기상태로 있어야 했다.
이런 휴식은 결혼 전에나 하는 거잖아...
물론, 토요일 정오의 따스한 햇살이 들어오는 거실 소파에서, 아내와 함께 모닝커피를 마시며 아침신문을 읽는, 여유로운 삶을 코스튬해보기도 했다. 하지만 불안은 가중됐다. 어느 타임에 아내의 얼굴을 외면하고 떡진머리를 보일 것인가? 어떤 이유를 대며 아내가 타준 커피만 챙겨서 책상 위 모니터와 모닝인사를 나누는 것이 가장 자연스러운가?
어제 인터뷰한 거 정리해야 할거야. 나는야 주말에도 일하는 투잡스. 다 가족을 위한거야~~
어떻게 하면 메일중독, 뉴스중독, 커뮤니티중독 등등으로 이어지는 아내의 드립에 좌초되지 않고 데스크탑PC와 초고속인터넷 단말기의 전원을 누를 수 있을까?
휴일 아침이면 펼쳐지는 홈PC접속을 위한 작전상황은 회사에 두고 온 오피스PC를 그립게 만들기도 했다.
회사에서는 내가 PC가 켜면 사람들이 몰려들어. 그런데 집에서는 마눌님의 잔소리만 뒷통수를 때려~~
돌이켜보면 별 일도 없었지만 PC는 항상 켜져 있어야 했고 눈과 손은 모니터의 알림 메시지에 즉각 반응 할 수 있어야 했다. 부킹보다 부팅시간의 기다림에서 더 많은 기대감을 느꼈던 시절, PC가 진짜 세상을 보여준 윈도우였고 천리안이었다면 포털은 그 세계의 관문이자 테마파크였다.
휴일이라고 다 쉬는 거 아니잖아. 한국이 휴일일 때 외국은 일할 수도 있잖아. 난 글로벌 하니까~~
세상의 모든 지식과 가치를 통합해 낸 포털은 PC인터넷 세상에서 국가보다 더 큰 국가가 됐고 나는 회원이라는 이름으로 의무를 다하고 권리를 누렸다.
네이버 안에서 기뻐하고 분노하며 슬퍼하고 즐거워했다. 그렇게 네이버라는 세상을 살았다.
그런데 몇 해 전 스마트폰이라는 도구가 새로운 방식을 제안했다. 전원을 눌러야 하고 부팅타임을 기다려야 하는 일이 없고 무엇보다 일없이 책상에 앉지 않아도 되는 모바일인터넷세상은 신통방통한 새로운 세상이었다. 사람세상이 열광했고, 낯설게 여겨졌던 애플과 구글이라는 새로운 세상이 눈 앞에 펼쳐졌다.
마치 마블코믹스의 히어로들이 다중우주론(multiverse theory)에 입각해 각자의 우주에서 활동하다가 특수한 위협이 있을 때 특정한 우주에 모이는 것처럼 네이버로 대표되는 ‘PC인터넷 우주’ 옆에 애플과 구글로 대표되는 ‘모바일인터넷 우주’가 열린 것이다. 사람들은 새로운 히어로가 지키는 애플과 구글 우주로 빠르게 이동했고 나도 덩달아 피난길에 동참했다. 어떤 이는 스마트하게 화면터치 한번으로 국적을 포기했고 어떤 이는 이중국적을 유지하며 ‘의무 없는 권리’를 누렸다.
이렇게 모든 기능이 한자리에 모이면 어쩌란 말야...
네이버 우주는 총체적 위기에 빠졌다.
새로운 우주 건설이 필요했다. 세상의 모든 것을 통합했던 서비스를 단위별로 블록화해 ‘네이버앱’이라는 새로운 우주를 만들고 주 수입원인 광고를 배제해 의무는 줄이고 권리는 높였다. 하지만 한번 떠난 회원은 돌아오지 않았다. 새로운 히어로가 지키는 애플과 구글 우주에 대한 신뢰가 더 높았던 것이다. 네이버 향수에 빠져 귀국을 희망하는 이도 있었지만 결정적 계기가 없었다. 이때 등장한 것이 ‘네이버 앱 TV 광고’였다.
사실 이걸 이야기하려고 한 거 임. 제일기획에서 자사가 만든 광고에 대한 에세이 써달라고 해서리~~
네이버 우주의 프랜차이즈 스타인 웹툰히어로들이 위기의 구세주로 나섰다.
이렇게 모아놓고 보니 마블유니버스, DC유니버스 안 부러움. 네이버 웹투니버스 하나 만듭시다~~
TV 우주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던 탈국자들에게 ‘네이버 우주와 연결된 모바일인터넷 우주를 만들었으니 귀국하시오’라는 총동원령을 발표한 것이다.
웹툰히어로들은 네이버 우주로 돌아오는 길과 사용 방식을 각자의 주특기를 활용해 흥미진진하게 설명했고 탈국자들은 웹툰히어로들의 안내에 따라 네이버앱 우주를 통해 네이버로 복귀했다.
나도 덩달아 웹툰히어로의 손을 잡고 네이버로 귀국했다.
익숙한 것이 주는 신뢰, 익숙한 이가 전달하는 사용법, 그 안에서 내 우주를 산다. 그런데 ‘책상 인터넷’을 벗어나 ‘반려 인터넷’ 세상을 살아보니 정보생산은 줄고 정보소비는 늘었다. 이를 어찌 통제해야 할지가 관건이다.
여전히 해법은 아내의 잔소리 드립뿐일까.
여튼. 마눌. 고3때 만나서 살다보니 큰 애가 벌써 중2가 됐구려~~ 이 때는 초딩때인듯한테.
그래도 내가 책도 읽어주고 그랬잖아. 뭔가 설정 샷 느낌이지만...
그리고 요즘은 집에서는 컴퓨터 잘 안하자나자나... 집을 좀 덜 들어가기는 하지만...
글/ 만화평론가_박석환 www.parkseokhwan.com
일찌감치 디지털만화 시대의 도래를 예언하며 ‘잘 가라 종이만화’라고 외쳤다가 만화계의 따가운 눈총을 참아야했다. 웹툰 전성시대가 되자 네이버캐스트에 ‘만화대백과’를 연재하며 종이만화 시절의 향수를 자극하고 있다. 옛 것을 재활용하고 재소비하는 풍토에서 ‘만화의 확장’이 이뤄질 것이라고. 한국영상대학교 만화창작과 교수로 만화의 디지털화, 컨버전스화, 글로벌화를 위해 노력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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