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만화' 개편, 온라인만화에서 웹툰으로
최근 포털사이트 네이버의 만화 콘텐츠 섹션인 '네이버만화'가 개편했다. 웹사이트 랭킹 서비스를 제공하는 '다음디렉토리'의 최근 지표에 의하면 '네이버만화'의 현재 위치는 국내 웹사이트 중 32위이다. 네이버 내부 서비스 중에서는 10위, 전체 연예오락 분야와 만화애니메이션 분야에서는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주간 방문자는 2,648,029명이고 주간 페이지뷰는 76,575,881회를 기록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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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의 온라인 광고 단가표에 의하면 네이버만화 섹션의 광고 공시단가는 CPM(1,000번 노출) 당 1,250원이다. 네이버만화의 페이지뷰를 1회 노출로 가정하고 이를 광고매출 1.25원으로 산정하면 주간 76,575,881회, 월 306,303,524회 곱하기 1.25원으로 월 광고매출은 382,879,405원이 된다. 현재 네이버만화의 모든 광고 페이지가 정상적으로 판매되었다고 볼 수 없다. 하지만 네이버 메인페이지에서 이용자가 원하는 작품을 최종 열람하기까지 노출되는 광고의 숫자, 작품 회당 노출되는 광고의 숫자 등 직접 노출 효과만 고려하더라도 이 수치는 상회할 것으로 추정 된다. 본 고에서 제시된 모든 수치는 별도의 표시가 없는 한 2008년 11월 24일을 기준으로 한다.
'네이버만화'의 이번 개편 이슈는 온라인만화와 웹툰의 자리 교체이다. 개편 이전 '네이버만화'는 출판만화의 디지털 버전인 온라인만화를 중심으로 구성됐다. 웹툰은 온라인만화의 유료서비스를 활성화하기 위한 보조 수단으로 이해됐었다. 하지만 조석의 <마음의 소리>, 김규삼의 <입시명문 사립 정글고등학교> 등의 인기로 지난 3월 주간 1억1천 페이지뷰를 돌파하면서 입장이 달라졌다. 하위에서 운영되던 웹툰 페이지를 사이트 전면에 배치하고 유료로 운영되던 온라인만화 서비스를 하위로 돌렸다. 매주 40여 편의 연재만화가 요일별로 게재 되는 초대형 만화잡지의 디지털 버전인 셈이다. '베스트도전'과 '도전만화' 코너는 이를 유지 관리하기 위한 후방의 작가 양성 및 작품 선정 시스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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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털사이트에는 수많은 성격의 콘텐츠 영역과 커뮤니티 영역이 존재한다. '네이버만화'에서 '요일별웹툰'에 게재되는 만화 작품의 경우는 기업이 작가에게 정당한 원고료(인기에 따라 턱없이 높은 경우도 있지만 반대로 턱없이 낮은 경우도 있다)를 지급하고 게재하는 콘텐츠 영역이다. 반면 '베스트도전'과 '도전만화' 코너는 작가를 희망하는 사용자가 습작을 공개하는 곳으로 커뮤니티 영역에 해당된다. 커뮤니티 영역에서 작품을 올린 작가는 '작가를 희망하는 사용자'로 간주되고 콘텐츠 제공자가 아니라 서비스 이용자의 입장에 서게 된다. 즉 '요일별웹툰'이 만화잡지와 동일한 매체적 성격을 지녔다면 '베스트만화'나 '도전만화'는 일종의 연습 무대이고 사교 공간이다. 이 같은 영역의 구분 없이 '웹툰은 무료로 창작하고 무료로 유통된다'라는 식으로 비판하는 것은 올바른 접근법이라 할 수 없다.
기존에는 웹툰이 곧 장르였지만 작품 분량이 늘면서 '에피소드', '옴니버스', '스토리'라는 세 가지 기준으로 분류했다. 특히 웹툰 비판의 중심이 됐던 '단편성'을 의식한 듯 스토리만화의 게재 비중이 늘었다.
<3단 합체 김창남>, 3단 합체 하일권
'네이버만화' 연재작 중 눈에 띄는 작품은 하일권의 <3단 합체 김창남>이다. 전체 연재작 중 별점 수치가 가장 높은 9.8점을 기록 중이다. 이용자가 뽑은 가장 좋은 작품이다. 그들의 평가를 인식하기 전에 작품을 일독했고 그 뒤 감상 결과를 이용자들의 평가와 비교해 봤다. 웹툰 이용자에게 익숙할 법한 우연한 일상, 극한 과장, 악취미와 엽기적 웃음 등의 요소는 제한적이었다. 하지만 기존의 웹툰에서 찾을 수 없었던 서사적 감동이 가득했다.
지구 온난화로 인해 여름이 계속되는 근미래의 어느 도시. 이제 막 김창남이라는 이름을 지닌 거대로봇이 만들어졌다. 가정부 로봇쯤은 찢어지게 가난한 주인공 호구 네 집에도 있을 만큼 발전 된 세상이다. 하지만 학교는 여전하다. 누군가에게는 너무 화창한 성장의 무대이지만 누군가에게는 벗어나고 싶어도 벗어날 수 없는 무한지옥이다. 반 친구들에게 상습구타와 집단 따돌림을 받고 있는 호구에게 학교는 지옥이다. 아비, 어미 없이 노망난 할머니와 삐뚤어진 여동생을 돌봐야 하는 집도 탈출하고 싶은 지옥일 뿐이다. 호구가 사는 어느 도시는 과학기술이 발전한 미래지만, 호구가 처한 현실은 집단적 억압과 죄의식 없는 가해가 행해지는 지금 이곳의 문제를 그대로 안고 있다.
어느 날 이런 호구의 지옥으로 인간형 로봇 시보레가 들어온다. 거대로봇 김창남에 이어 사람과 함께 일상에서 생활하는 로봇이 개발됐고 이를 테스트하기 위해 호구 네 학교로, 그것도 호구 옆자리 짝궁으로 여학생 로봇 시보레가 왔다. 무리 중 가장 못난 자가 완장을 차듯 호구는 여학생 로봇 시보레의 당번이 된다. 사람으로부터 상처받고 공간으로부터 탈출하고 싶던 호구는 교과서와 사전식 정보로만 세상을 인식하는 시보레에게서 인간미를 느낀다. 호구는 그렇게 미래 사람들이 도구로 여기는 로봇을 사랑하게 되고 이로부터 탈출을 열망하던 호구의 근미래 성장극화가 전개된다.
묘하게 아름답고, 묘하게 현실적이며, 묘하게 감동적인 작품이다. 웹에서만 볼 수 있는 수직으로 길게 펼쳐지는 '스크롤 이미지 서사'만의 경이적 연출 기법은 더욱 강화됐다. 코믹스만화의 핵심 테마인 소년의 열정과 과잉 분노 그리고 성(性)적 관심과 농담도 충분하다. 또 모든 성장 소재 서사물이 고민해왔던 공간에 대한 인식과 사건을 통한 자기 성찰의 과정도 있다. 무엇보다 각자 따로따로 일 것 같은 세 가지 코드가 요령 있게 합체되어 하나의 작품 안에 담겨졌다. 3단 합체 작가 하일권의 탄생이다.
세종대 만화애니메이션과 출신인 하일권은 재학 중 '파란미디어' 내 '카툰' 코너를 통해 데뷔했다. 이용자들은 <삼봉이발소>를 통해 하일권이라는 작가의 독특한 개성과 만났다. '코믹타운'과 '스포츠조선닷컴'에 연재됐던 <보스의 순정>을 통해서는 작가의 재능과 롱런 가능성을 읽었다. 그리고 가장 거대한 이용자 기반을 지닌 '네이버만화'에서 이용자들은 웹툰 은하계의 어떤 작품, 어떤 작가와도 경쟁하지 않고 독특한 코드 조합으로 자신만의 서사 스타일을 구축하고 있는 하일권을 발견한다. 절대적인 조회수를 주지 않았지만 대신 최고의 별점을 줬다. 단순 열람이 아니라 별도의 체크 과정이 필요한 별점을 주면서까지 '만화 속 세상(다음)'에는 있고 '네이버만화'에는 없었던 의미 있는 서사물의 등장을 응원한 것이다. 적절한 상황 인식이고 명확한 분석과 평가임에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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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출판사나 잡지사에서 독자 반응의 절대 지표로 삼았던 독자엽서에 비하면 포털사이트의 반응 측정 시스템은 놀라운 수준이다. 실 이용도와 구체적인 반응이 측정되기 때문에 이를 정확히 측정할 수 없던 시절에 주어졌던 전문 편집자나 평론가의 '권위적 평가'의 영향력은 감소됐다. 웹툰이라는 새로운 미디어 환경 때문에 만화가가 변해야 한다면 마찬가지 기준에서 편집자와 평론가도 달라져야 하고 정책 입안자나 진행자도 달라져야 한다. 물론 다수의 선택이 좋은 작품의 절대적 기준일 수는 없다. 대중을 위해 만화계 내부에서 공통적으로 인식하고 있는 '좋은 만화에 대한 기준'을 배신해서는 안 될 노릇이다. 하지만 그 시대를 대표하는 대중의 선택을 무시해서도 안 된다. 만화의 계승을 위해 고전적 가치를 유지 발전시키는 것도 중요하고 만화 수용자의 변화하는 태도를 주의 깊게 관찰하고 연구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른바 전통과 혁신의 상호보완적 태도가 필요한 것이다. 이를 양비론이라고 비판하고 한 쪽을 선택하라고 강요한다면 평론가로서 나의 입장은 전통보다는 혁신이고 유지관리보다는 변화관리에 있다. 지금은 대중의 평가를 더 소중하게 인식해야 한다는 것이 평론가로서 나의 평가이다.
마이크로 소사이어티 그리고 프리코노믹스
보잘 것 없는 호구가 가진 것은 선한 마음뿐이다. 근미래 도시에서는 없어진, 어디 쓸 일도 크게 없는 선한 마음이 호구가 지닌 재능의 전부다. 천재 소녀가 먼저 발견하고, 미소년은 한참 후에 깨닫고, 여학생 로봇은 만나자마자 알았던 못난 호구의 재능. 이는 곧 하일권이고, 지금의 웹툰이다. 웹미디어 시대의 만화이자 대중문화다.
작고 사소한 것들이 어떤 경로를 통해 발견되고 네트워크를 통해 전파되어 세상을 변화 시키는 큰 힘이 되는 사회. 누군가 말했던 마이크로 소사이어티(Micro Society)다. 지금 이곳의 기준으로 볼 때 보잘 것 없는 것이지만 네트워크상의 수많은 이용자 중에는 그것의 장점, 그것이 지닌 디테일한 코드를 찾아내는 이가 있다. 이들이 새로운 코드를 전파하고 동감하는 세력을 찾아낸다. 소집단을 이루면 하나의 사회가 형성되고 이 사회와 또 다른 사회가 동맹을 맺으면 듣도 보도 못한 신세계가 구축된다. 이는 그 사회의 형성 과정에 참여하지 않았던 이의 시선으로는 절대 이해할 수 없는 것이다. 웹툰 역시 그렇게 형성됐다.
호구와 생활해보지 않고 호구가 가진 선한 마음을 발견할 수 없듯 '작가 1인이 지닌 디테일한 코드가 마이크로 소사이어티를 형성하고 급기야 우리 사회를 변화시키는 거대한 힘이 된다'는 것을 웹툰 밖에서는 누구도 이해할 수 없다. 이 사회를 경험한 1인들이 '도전만화'라고 하는 개방된 연습무대에 자신의 작품을 올리는 것이다. 이런 1인들이 '만화는 공짜'라는 인식을 만들어 '우리 만화의 미래를 어둡게 한다'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공짜경제, 프리코노믹스(Free Economics)가 웹툰의 대세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웹툰의 이용자는 과거처럼 만화잡지나 스포츠신문을 저가에 사 보며 킬링타임을 즐기던 구매자가 아니다. 작품이 지닌 하나의 세상을 창작자와 함께 만들어가는 그 세상의 구성원이다. 그래서 웹툰은 마이크로 소사이어티를 꿈꾸고 프리코노믹스를 받아드린 것이다. 한 편의 작품이 하나의 세계를 만든다는 확신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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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늘 <3단합체 김창남>을 봤다. 전파 수신료를 내고 TV드라마를 보듯, 통신 사용료만 내고 웹툰을 봤다. 작품에 별점도 줬다. 좋은 작품을 제공해준 기업이 어딘지 광고도 눈여겨봤다. 연재가 끝나기 전에 다른 이들에게 일독을 권해야겠다. 단행본이 나오면 사고 싶을 것이다. 영화가 만들어진다면 어떤 감독이 좋을지 생각해본다. 집단따돌림과 자살의 문제에 대해서는 별도로 입장을 밝히고 싶다. 호구가 키우던 강아지는 캐릭터 상품으로 나왔으면 좋겠다. 이것이 우리가 원하던 만화 원작산업 아닌가. 웹툰의 프리코노믹스 전략은 말 그대로 '전략'이다. 나는 오늘 <3단합체 김창남>이라는 사회의 시민이 됐다. 그 곳에서 '누구누구를 살려주세요'라고 요청하는 5642번째 사람이 됐다. 덧글이다.
글/ 박석환(만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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