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선수를 꿈꾸는 아들을 위한 선물 - 축구만화 <날아라캡틴>, 2009.1.1

올 해 11살이 된 아들은 축구 선수를 꿈꾼다.

아들에게 연말연시에 뭘 해줄까 고민하다가 만화책을 사줘야 겠다고 생각했다.

사실 만화평론가 아빠가 아들에게 주는 대부분의 선물은 만화책이었다.

물론 외형이 만화책일뿐 선물을 건낼 때는 주제나 테마에 맞춰서  

"이건 도전이다."

"어, 이건 아빠가 주는 모험이야." 라는 식으로 전하고는 했다.

물론 대부분의 반응은 '어, 만화책이다!!'지만.

내가 만화를 즐기던 시절의 전문 축구만화가는 이상무, 김철호, 오일룡, 신영식 등이었다. 스토리는 이상무, 비쥬얼과 리얼리티 측면에서는 신영식을 높게 생각했다. 이후 조재호, 전세훈 등이 등장했지만 이미 내가 성장한 후라 그 시절의 정서로 소화하기에는 부담스러웠다. 조재호의 최근작 <바모스> 역시 제대로 만들어진 소년만화로 아들 놈과 함께 흥미롭게 읽었고 다음 편을 기대하고 있지만 내 인생의 축구만화가는 역시 이상무와 신영식이었다.

그처럼 J리그의 축구선수들은 <캡틴 츠바샤>, 한국어판 발매명 <날아라 캡틴>을 자신들의 축구만화로 꼽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전 37권에 이르는 이 작품을 선물해야 겠다고 마음먹었다. 

물론 서점에는 없었기 때문에 여기저기 중고만화서점을 뒤졌고 개인 매물을 찾아다녔다. 그리 어렵지 않게 네이버를 통해 판매자를 만날 수 있었고 착한 비용과 절차를 통해 구매할 수 있었다.

국내 연재 당시 부분 부분을 봤지만 전체를 보지는 않았다. 아들에게 읽히기 전에 먼저 읽어봐야 겠다는 생각으로 아들 책꽂이 제일 높은 곳에 꽂아 두고 한권, 한권씩 빼 읽었다.

처음에는 아들이 이 만화를 보면서 축구선수로서의 모델, 축구에 대한 열정, 도전과 성취의 아름다움 그리고 목표 의식을 지닐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읽다보니 아들에게 주고 싶었던 소년만화의 가치가 아직 내게도 중요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소년 선수들은 상대편의 강력한 슈팅을 얼굴로 막아내는 투지를 보여준다. 그리고는 "공은 친구잖아."라고 외친다.

친구니까 두렵지 않고, 친구니까 나를 헤치지 않을 것이고 결국은 나를 이롭게 하리라는 그 순진무구한 믿음이 승리를 이끌어 낸다. 그런 믿음이 11명의 개성을 하나로 뭉치게 하고 팀이라는 새로운 가능성을 만들어 낸다. 

그리고 믿음의 승리를 이끌어 내는 것이다. 그것이 곧 팀이다.  

아~ 이거, 이거...

아들을 키우면서 소년만화를 다시보고, 소년만화를 통해서 다시 어른의 삶을 배운다. 

새롭게 느끼는 만화읽기의 즐거움이다.

2002월드컵 때 아들 업고 호프집을 너무 다녔던 탓일까???

남다르게 축구를 좋아한다.

뭐 애들이야 다 공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잘하기도 하니까^^

풍납동에서 서대문으로 이사 갈 때는 월드컵경기장이 옆에 있어서 유소년 FC서울에서 뛰게 했다.

인천으로 올 때도 가장 먼저 챙긴 것은 유소년 축구클럽과 적당한 구장이 있는지였다. 

다행히 영종도에는 생활체육이 지역민 단합을 위한 중요 기능을 하고 있었고

다양한 형태의 축구클럽이 운영되고 있었다.

그중에서도 '영종도 유소년 축구클럽'은 단연 첫 손에 꼽히는(영종도에서^^) 팀이다.

그런데 주전 멤버들이 중학생이 되고 자리를 비우자 

'이기는 축구보다는 즐기는 축구'를 하자는 쪽으로 모토를 바꿨다고 한다.

그리고 계속 져왔다고 했다.

이 팀에 아들이 들어갔다.

얼마 후 구경갔더니 '미드필더를 하고 싶은데 포워드를 시킨다'고 했다.

유니폼을 가져왔길래 봤더니 지난번 팀에서 받았던 7번이다. 

다른 아이의 번호를 받았다고 한다.

한번도 이겨본 적 없는 초등학교 축구부와 친선 게임이 있다고 해서 갔더니 4, 5, 6학년 틈새에서 투톱으로 뛰고 있었다.     

아 그런데... 이거 좀 더 지켜보자니까

2골 1어시스트를 기록하며 경기를 승리로 이끌었다.

주변에서는 클럽팀이 학교 축구부를 이겼다고 난리고...

상대팀 감독은 다음 경기 일자를 잡자고 난리였다.

아... 하하하... 그렇다는 거지 뭐... 사진은 슛팅 직전 장면!!


* 아들한테 배운다. 상대는 뒤에 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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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kseokhwan

만화평론가 박석환 홈페이지. 만화 이론과 비평, 웹툰 리뷰, 인터뷰, 보도자료 등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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