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비쿼터스 미디어 시대의 만화
철부지 인터넷, 전통미디어와 대결하다
2005년 상반기 정보화실태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인터넷 이용률은 확산기를 지나 성숙・안정기에 진입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의 인터넷 이용률은 71.9%, 이용자수는 3,257만 명(표본오차 : ±0.62%p, 95% 신뢰수준)으로 전년대비 3.7%p(190만 명) 증가했다. 연령별로는 6~19세의 인터넷 이용률이 97.3%, 20대가 97.2%, 30대는 89.8%에 달했으며, 40대(67.2%)와 50대(34.7%)도 전년대비 각각 8.9%p, 7.1%p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터넷 이용이 전 연령층으로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이와 함께 ‘한국의 평균 인터넷 이용자’의 모습도 크게 바뀌었다. 평균 인터넷 이용자는 52.5개월간 인터넷을 이용했고 이용시간은 주11.5시간, 이메일발송은 주12.3회, 인터넷 쇼핑은 월1.7회, 유료 콘텐츠 이용비용으로는 월1만3천원을 사용하는 사람이다.
이 같은 통계는 우리사회의 정보화 수준과 사회 전반의 인터넷 의존도를 쉽게 가늠할 수 있는 지표가 된다.
과학기술의 진보와 네트워크의 광대역화로 인해 우리 사회는 ‘디지털 세대차’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물리적 공간에 있었던 모든 것이 디지털 공간으로 넘어오면서 전통미디어와 디지털미디어의 역전 현상도 눈에 뛴다.
웹사이트 통계 전문 기업인 코리안클릭의 보고에 의하면 이른바 조・중・동으로 통하는 신문 3사의 2001년 9월 사이트 이용자수는 순서대로 1, 3, 4 위였다. 같은 시기 포탈사이트 뉴스 코너의 이용자 수는 다음, 네이버, 엠파스 순으로 각각 7, 8, 9위 규모에 불과했다. 그러나 포탈사이트 뉴스코너의 이용자가 매년 증가하면서 2004년 5월에는 다음, 네이버, 야후의 뉴스코너가 각각 이용자수 1, 2, 3 위를 차지했고 언론 3사의 사이트 이용자수는 4, 5, 6 위로 떨어졌다.
[그림1. 전통언론의 대안으로 떠오른 포탈사이트의 뉴스채널]
시사주간지 ‘시사저널’과 인터넷 포탈사이트 ‘다음’이 공동으로 실시한 ‘가장 영향력 있는 언론매체’에 대한 여론조사에서도 전문가들은 인터넷신문 사이트 ‘오마이뉴스’와 ‘프레시안’의 영향력을 각각 6위와 10위로 꼽았다. 같은 조사에서 네티즌들 역시 ‘오마이뉴스’를 7위로 꼽았다. 진보 매체를 대표했던 ‘한겨레’보다 진보성향의 인터넷신문 사이트를 더 높게 평가한 것이다.
무엇보다 눈여겨 볼 대목은 ‘미디어다음’, ‘네이버뉴스’의 10위권 진입이다. 인터넷 포탈사이트의 뉴스코너는 전통미디어가 생산한 콘텐츠를 배급하는 역할에 그쳤지만 점차로 그 영향력을 확대해가고 있다. 정보화 사회의 이상이나 철학과는 달리 게임이나 채팅 또는 불법 콘텐츠를 즐기는 용도로 이용되던 인터넷이 철부지의 오명을 벗고 당당히 전통미디어와 대결하고 있는 것이다.
관록의 만화계, 아마추어를 따라하다
<만화로 보는 그리스로마신화> <메이플 스토리> 그리고 <파페포포 메모리즈> <포엠툰> <순정만화> 등 다수의 만화작품이 유명서점의 베스트셀러 순위에 장기간 올라있다. 이들 작품을 규정짓는 키워드는 학습만화와 웹툰(또는 인터넷감성만화)이다. 그러나 이를 형식 측면에서 검토하자면 ①컴퓨터를 이용해서 창작과 제작과정을 거친 뒤 책으로 출판된 페이퍼(Paper Publishing) 전자책과 ②인터넷에 유통할 목적으로 컴퓨터를 이용해서 창작과 제작과정을 거친 페이퍼리스(Paperless Publishing)전자책의 종이판으로 볼 수 있다. 다시 말해 학습만화는 종이 책으로 출판할 목적으로 컴퓨터로 제작한 것이고, 웹툰의 경우는 인터넷에 유통시킬 목적으로 전자 책으로 제작한 것을 종이 책으로 출판한 것이다.
[그림2. 인터넷카페를 통해 온오프라인에서 베스트셀러작품이 된 <파페포포메모리즈>(C)심승현]
이중 웹툰의 성공은 디지털환경과 디지털마인드의 필요성을 상징하는 것이다. 웹툰은 만화가를 꿈꾸는 일반인이 컴퓨터 그래픽 응용프로그램을 이용해 창작한 일기체 형식의 만화를 인터넷 게시판에 올리면서 시작됐다. 기존 만화의 형식과 작법에서 자유로운 아마추어들의 그림과 이야기는 인터넷 카페 등을 통해 번지면서 이른바 ‘펌질(게시물을 복사해서 다른 사이트에 등록하는 행위)’ 문화를 만들기도 했다. 개인형 만화사이트를 이용해 작품을 발표하고 있는 이 아마추어 만화가들이 인터넷과 출판 분야를 점령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됐다.
인터넷 이용자 방문순위 15위까지의 개인형 만화사이트 중에서 10개의 사이트는 사이트에 수록된 내용을 1권 이상의 도서로 출판한 실적이 있다. 이중 5개 사이트는 개인형 만화사이트의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만화 관련 전문 기업이 운영하고 있는 사이트이다. 아마추어에 불과했던 개인의 홈페이지 운영방식(출판 마케팅의 한 방법으로서)을 기업이 흉내 내고 있는 꼴이다. 최근 이들의 작업 방식을 따라하는 프로 만화가도 늘고 있다.
전통적인 미디어 기업이 디지털기술과 환경을 바탕으로 한 인터넷 미디어 기업에 뒤처지고 있다. 출판만화계 역시 프로와 아마추어의 위치가 디지털 적응력과 활용도에 따라 바뀌면서 혼란에 빠졌다. 이에 따라 만화작가, 매체, 출판사, 유통망, 서점, 독자 등 출판만화계의 구성 요소별 역할과 기능에도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유비쿼터스, 또 다른 미디어 세상의 등장
컴퓨팅(Computing)의 1세대는 여러 사람이 하나의 대형 컴퓨터를 공동으로 사용하는 것이었다. 개인형 컴퓨터는 2세대다. 개인형 컴퓨터의 대중화와 인터넷은 우리사회의 의사소통방식과 생활양식을 송두리째 바꿔 놨다. 하나하나 열거하기도 벅찬 변화가 어느새 일상이 되는가 싶더니 또 다른 개념의 컴퓨팅 환경이 등장했다. 제3의 컴퓨터 혁명이라고 하는 ‘유비쿼터스 컴퓨팅(Ubiquitous Computing)’이 그것이다.
제록스의 팔로알토 연구소의 마크 와이저가 제안한 유비쿼터스 컴퓨팅은 마치 공기처럼 의식하지 못하는 동안에도 컴퓨터와 네트워크를 이용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PC가 개인적인 도구였다면 유비쿼터스 컴퓨터는 우리의 환경 그 자체에 포함되어 있어서 사람과 기계 간, 기계와 기계 간, 사물과 사물 간에 끊임없이 네트워킹 하는 컴퓨터이다. 집 안, 도로, 건물, 자동차, 전자제품 등등 어디에나 네트워크 컴퓨터가 설치되어 있고 사람들 역시 컴퓨터를 입거나 휴대하는 방식으로 다른 컴퓨터와 커뮤니케이션을 한다. 언제 어디에나 있는 컴퓨터와 항상 컴퓨터를 휴대하는 사람이 네트워크를 통해 계속적인 커뮤니케이션 상태에 있는 세상이 곧 유비쿼터스 시대이고 유비쿼터스 컴퓨팅 환경이다. 방송과 통신이 융합되고 DMB(Digital Multimedia Broadcasting) 서비스와 WiBro(Wireless Broadband Internet) 인터넷 서비스가 상용화 되면서 유비쿼터스 컴퓨팅에 대한 논의도 구체화되고 있다. 정부도 IT 정책 기조를 정보사회->지식기반사회에서 지능사회로 바꿨고 Cyber Korea -> Broadband IT Korea에 이어 2007년까지 유비쿼터스 정보사회를 구축한다는 계획 하에 ‘U-Korea’ 기본구상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UBWN(차세대정보통신망 : Ubiquitous, Broadband, Wireless Network) 사업도 본격화되고 있다.
[그림3. 그림으로 보는 유비쿼터스세상, (C)조선일보]
UBWN을 원 뜻대로 정리하자면 ‘언제 어디서나 고용량의 음성, 영상, 데이터 정보를 한꺼번에 송수신 할 수 있는 광대역 통신망을 무선으로 이용 한다’는 의미이다. 필립 K 딕의 SF소설을 영화로 만든 <마이너리티 리포트>는 UBWN이 고도화 된 미래사회를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예이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은 영화 제작을 위해 MIT 등의 저명한 학자 15명의 연구와 증언을 바탕으로 상용화 이전 단계에 와있는 디지털기술을 총망라해 미래사회를 구체적으로 보여주는데 성공했다. 신원 파악을 위해 사용되는 홍채인식시스템, 공간디스플레이장치, 유리컴퓨터와 촉각디스플레이장갑, 접는 디스플레이장치(e-paper), 손목시계형 PDA, 홀로그램장치, 입는 컴퓨터 등이 그것이다. 이 장치들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통신망이 바로 UBWN이다.
[그림4. 후지쯔에서 제작한 휘는 디스플레이]
유비쿼터스 사회에서 사람은 24시간 내내 광대역 정보통신망을 이용하고 컴퓨터가 설치된 모든 사물과 커뮤니케이션 하게 된다. TV의 영상정보와 신문의 데이터 정보, 영화채널과 음악채널, 게임과 채팅 등은 물론이고 만화도 지금 고민할 수 있는 것 이상의 변화된 형식과 내용을 지니게 될 것이다.
미래의 미디어, 종이만화가 있을까?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의 배경은 2054년 워싱턴DC이다. 이를 조금 앞당겨서 2020년 쯤의 서울을 상상해 보자. 그 속에서 미디어기기나 장치의 모습, 만화의 형식에 대해 고민해 보자.
[그림5. 입는 컴퓨터 모델]
UBWN이 구축됐고 사람들은 손목보호대 형식의 개인형 방송통신장치를 차고 다닌다. 네트워크 기능을 통해 주변의 컴퓨터 성능을 빌려 쓸 수 있기 때문에 크기는 작아지고 기능은 다양해졌다. 정맥인식시스템이 있어서 장치의 주인을 자동 인식하고 주변 사람의 정맥 정보를 수집 관리할 수 있다. 이 장치는 장치 주인의 생물학적 정보와 사회학적 정보, 취향 등에 대한 정보를 표준화된 방식으로 저장하고 있고 다른 사물과의 통신 시에 이 정보를 주고받는다.
2020년의 택시는 유비쿼터스 미디어 환경에 최적화되어 있다. 미래의 택시는 마치 2000년대의 PC방과도 같은 기능을 지녔다. 사람들은 꼭 이동할 일이 없어도 재미로 택시를 탄다. 특히 고령화 사회가 본격화되면서 회사에서 떠나지 않는 고령직장인들 때문에 일자리를 찾지 못한 30대들이 택시를 타고 떠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이들은 ‘유비쿼터스 택시 캥거루족’으로 불린다.
[그림6. FM전파를 응용한 유비쿼터스형 상품(C)리스트넷]
택시를 타면 택시 미터기와 통신을 하고 스마트카드 기능이 있어서 내릴 때 요금 결제가 이뤄진다. 택시는 탑승자의 정맥 정보로 컨디션 등을 확인하고 자동항법 시스템에 따라 운행된다. 이동 중에 탑승자의 성격에 맞는 광고가 운전석 시트의 섬유 디스플레이장치에서 방송된다. 개인형 방송통신장치는 자신이 원하는 광고를 지정해서 공유할 수 있다. 가상의 네트워크 저장장치에 입력할 수 있다. 광고를 저장하면 택시비의 일부가 할인되고 실제로 광고 상품을 구매하게 되면 택시비가 캐쉬백 형식으로 적립된다. 위성을 통해 현 위치와 이동경로를 파악하고 도로 상태에 따라 도착 시간을 예측한다. 15분 정도가 걸릴 예정이다.
[그림7. 텔레메틱스 기능을 적용한 자동차 내부(C)카사운드]
특정 성향의 콘텐츠만 집중적으로 소개하는 방송통신 채널 중 즐겨찾기로 등록해둔 채널에서 15분간 즐길 수 있는 콘텐츠가 장치 소유자의 나이와 성향 등을 분석해서 추천된다. 동시 접속자가 11만 명이고 이전까지 이용한 사람은 512만 명이다. 곧바로 이 콘텐츠를 이용한 이들의 음성쪽지 10여 통이 수신된다. 동시에 열린 음성쪽지는 시끌벅적하게 이 콘텐츠가 재미있었다는 반응을 쏟아낸다. 초소형 골전도 이어폰을 이용하고 있어서 소리는 자신에게만 들린다. 택시에 공간디스플레이장치가 있지만 화질이 선명하지 않기 때문에 개인형 방송통신장치의 적외선포트를 운전석 뒤의 섬유 디스플레이 장치에 연결시켜 프로그램을 재생하기로 한다. 19인치 크기의 대형 화면에서 콘텐츠가 재생된다. 개인형방송통신장치는 키패드 역할을 한다.
재생된 콘텐츠는 자신의 아바타가 직접 참여하는 형식으로 2000년대의 ‘리얼리티 TV프로그램’ 같은 구성을 지니고 있다. 만화적 이미지인 아바타가 등장하지만 만화는 아니다. 애니메이션도 아니고 그렇다고 게임도 아니며 가상영화나 방송프로그램도 아니다. 그저 유티즌들이 재미있다고 추천한 유비쿼터스 미디어 콘텐츠일뿐이다.
미래의 만화, 미디어기기와 장르의 형식적 틀을 넘어
2020년의 미디어 이용 방식이 너무 멀리 간 이야기 같다면 유비쿼터스 미디어 환경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좀 더 가까운 미래를 상상해 보자. 개인형 컴퓨터 시대에 일과 놀이는 책상 앞에 앉아야 가능했다. 컴퓨터가 일상의 모습을 재현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나마 독서와 업무 형식이 개인형 컴퓨터 시대에는 책상에서 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유비쿼터스 시대의 컴퓨터는 인터넷의 동적인 커뮤니케이션 구조를 재현하고 있기 때문에 정보나 감동을 취득하는 방식이 이전의 독서나 감상 개념과는 전혀 다르게 발전할 것이다. 유비쿼터스 시대는 동적인 행동 양식 속에서 컴퓨팅을 하게 될 것이고 놀이의 형식 속에서 일이 수행될 것이다. 이 가까운 미래에서 조차 전통적인 개념의 독서 형식이나 만화 감상이 존재할지 의심된다. 놀이는 점점 감상보다는 체험을 중심으로 이뤄질 것이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미디어 기기의 액정은 현재의 DMB폰 액정 크기보다는 커지겠지만 현재적 개념의 출판만화 한 페이지를 보여 주기에는 역부족이다.
[그림8. 만만이 프로그램을 응용하여 손쉽게 제작한 일기 형식의 만화(C)넥슨]
미디어 콘텐츠 생산자들은 새로운 환경에 준하는 콘텐츠를 생산한다. 만화의 한 페이지는 작아질 것이고 말칸과 그림을 읽는 독서의 개념은 그림을 보고 듣는 시청의 개념으로 바뀐다. 지금의 출판만화는 전통적인 방식의 종이출판만화와 전자출판만화 외에 이 미디어 형식에 걸 맞는 새로운 형식의 출판만화로 만들어 질 것이다. 그 때 이것이 만화적 이미지를 사용하고 있다고 해서 ‘이것은 새로운 형식의 만화다’라고 이름 붙일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그래서 출판만화의 미래는 아직 그 이름조차 지니지 못했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지금의 네티즌이 인터넷 미디어에 걸 맞는 웹툰이라는 새로운 만화의 형식을 주도한 것처럼 미래의 유티즌이 유비쿼터스 미디어에 준하는 새로운 형식의 만화를 출현시킬 것이다.
[그림9. 네티즌들에 의해 제작되고 있는 드라마 패러디 형식의 웹툰]
2000년 초 브로드밴드 인터넷이 가능해진 시점에서 만화계의 외곽에서 이 환경에 어울리는 전자출판만화를 제작했다. 기존 출판만화를 컬러로 편집하고 말 칸에 음성 정보를 넣고 정영상 이미지를 동영상 이미지화 하는 등의 혁신이 시도됐다. 플래시 프로그램을 이용해 제작된 이 같은 만화는 관련 업계와 이용자들로부터 매우 신선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콘텐츠가 평가처럼 의미 있는 실적을 올리지는 못했지만 이는 우리 만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인식시키는 계기가 됐고 이후 플래시만화 제작의 대중화를 이끌었으며 이른바 웹툰이라는 장르를 이끌어 낸다. 이처럼 만화는 새로운 세대의 역동성에 의해 변화해 왔다.
만화의 형식 변화와 관련한 역동적인 흐름은 새로운 기술과 기회를 포착한 특정 기업만의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일반 네티즌들이 고사양의 컴퓨터와 인터넷 홈페이지, 대중화된 디지털카메라와 이미지 저작도구를 통해 자신이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만화언어를 사용한 새로운 형식의 작품을 쏟아내 왔다. 이용자들 역시 이를 만화라 이름 하지 않았지만 만화의 언어를 차용한 유사 만화임에는 분명해 보인다.
이러한 변화의 흐름을 우리 만화계가 우리의 것으로 이끌어가기 위해서는 디지털을 전통적인 형식의 만화를 담거나 제작을 돕는 도구로 삼겠다는 인식은 버려야 한다. 기술결정론적 입장일 수 있지만 지금은 만화를 디지털화 하는 것이 아니라 디지털이라는 기술 환경 속에 만화를 심어야 한다.
[그림10-1, 10-2. 디지털카메라의 대중화가 만들어낸 만화적 일상의 표현]
우리만화계는 창작이라는 본류를 버리지 않은 채 정보통신 기술과 융합하고 궁극에는 정보통신 기술 속에서 만화창작과 만화적 콘텐츠 생산이 생활처럼 이루어지는 환경을 구현해내야 한다. 만화창작을 하기 위한 도구로서 디지털이 있는 것이 아니라 디지털 안에서 만화창작의 역할과 필요성을 찾아야 할 때이다. 그 과정에서 새로운 시대의 만화와 만화작가가 탄생할 것이다. 오늘 우리의 작은 고민과 결정이 엄청나게 변화된 미래의 모습으로 우리에게 돌아온다. 좀 더 크고 열린 시각으로 오늘의 미디어환경과 디지털사회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어쩌면 미래의 만화는 이미 우리 곁에 있을지도 모른다.
(끝)
글/ 박석환(만화평론가, 코믹플러스닷컴 실장)
공저, 만화가가말하는만화가, 부키, 2006 중
http://book.naver.com/bookdb/book_detail.php?bid=2495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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