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만화상이 있다. 각 상별로 그 목적과 선정기준에 차이가 있고 심사위원들의 입장도 달라지기 마련이다. 미발표작을 대상으로 하는 심사장은 새로운 작가의 출현에 대한 흥분으로 넘쳐난다. 반면 발표작을 대상으로 할 때는 ‘한 해 농사의 결실’을 대하는 탓에 냉정한 긴장이 흐르기 마련이다.
접수된 작품은 총 53편, 150권으로 학습만화, 교양만화, 지식감성만화 등이 주축을 이루었다. 몇 년 전까지 주류를 형성하고 있던 코믹스계 만화는 상대적으로 위축된 분위기였다. 접수작 중 공모대상에 부합하지 않는 작품 7편을 제외한 46편의 작품이 1차 심사 대상이 됐다. 1차 심사는 심사위원 6명이 자유롭게 추천하는 방식으로 진행됐고 복수 추천작 9편이 2차 심사 대상에 올랐다. 이중 심사위원 간 열띤 논의를 통해 3편의 작품을 수상작으로 선정했다. 굳이 장르를 나누자면 각각 비주류만화, 순정만화, 무협액션극화로 우리 만화의 최근 경향을 대표하는 작품이라 할 것이다.
먼저 장경섭의 <그와의 짧은 동거>(길찾기)는 집 밖으로 나온 상상력과 관계에 대한 깊은 사유가 넘쳐나는 작품이다. 비주류 성향의 매체를 중심으로 10년 동안 간간이 단편만을 발표해왔던 작가의 첫 번째 단행본이라는 점도 경이로웠다. 무엇보다 이 작품은 만화의 형식적 실험에 집중했던 일련의 작가들이 주류의 감수성과 교감하고 있는 최근 경향을 대표했다.
박기홍과 김선희의 <불친절한 헤교씨>(해든아침)는 능력 있는 여성의 사회진출에 대한 편견과 이를 극복하기 위한 유쾌한 서사가 두드러진다. 다양한 소재에 대한 접근과 형식적 시도가 더해지고 있는 순정만화분야에서 남성작가와 여성작가의 교합이 작품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를 보여줬다.
박중기의 <단구>(학산문화사)는 지배 부족의 인종척결 정책에 따른 대립과 반목을 다룬 전쟁 역사물로 볼 수 있다. 작품 전반을 관통하는 폭발력 넘치는 화풍과 완결을 향해 달려가는 진정성이 높이 평가됐다. 특히 액션 연출의 현실적 묘사는 극도로 과장된 이미지에 익숙해진 독자들에게 만화가 보여줘야 하는 것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 시사하고 있다.
선정된 작품의 작가들에게 축하의 박수를 보낸다. 이번 수상작에는 들지 않았지만 심사위원들의 선택을 걱정스럽게 할 만한 작품이 다수 있었다. 이들 작품의 작품성과 대중성은 우열을 가리기 어려웠지만 ‘오늘의 우리만화상’이 내포하고 있는 최근의 경향성에 다소 미치지 못했다. 우리 만화계에 새로운 경향을 제시할 차기작을 기대해 본다.
2006. 7. 14
심사위원장 이현세(한국만화가협회장, 세종대 교수)
심사위원(가나다순)
김광성(만화가, 우리만화연대 이사)
김형남((주)학산문화사 소년편집부장)
박석환(만화평론가, (주)시공사 콘텐츠연구실장)
윤태호(만화가, 젊은만화가모임 이사)
황미나(만화가, 한국만화가협회 부회장)
글. 박석환(만화평론가, www.parkseokhw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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