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니스의 왕자/ Takeshi Konomi
미주 주니어 테니스 대회 4연패라는 화려한 경력을 지닌 료마. 이 테니스 천재 소년이 일본으로 가족과 함께 돌아왔다. 료마는 아버지의 스승이 코치로 있는 중학교에 입학한다. 이 학교는 이름난 테니스 명문중학교로 2학년이 되야 겨우 레귤러 멤버에 낄 수 있다. 더군다나 선배들은 엘리트 의식에 빠져 치졸한 텃새로 '료마 골탕 먹이기'에 한창이다. 어려운 상황에 처한 '테니스의 왕자' 료마. 하지만 그에겐 모든 것이 쉽기만 하다. 천재니까. 미소년 천재들이 펼치는 주제 넘는(?) 플레이가 볼만하다.
플라이하이/ Kikuta Hiroyuki
평성 중학교에 입학한 후지마끼는 체조부에 가입한다. 체조부에 가입한 바로 다음날 지역 체조대회가 열리는데, 주전인 사나다가 부상으로 나가지 못하게 되고 후지마끼는 엉겁결에 공식대회에 나가게 된다. 그러나 체조 경험이라곤 하나도 없던 후지마끼는 연달아 실수를 저지르게 된다. 우려곡절 끝에 대회가 끝나고 후지마끼는 하나씩 하나씩 기초부터 체조를 배워나가게 된다. 즐거운 체조를 즐기는 주인공의 유쾌한 체조선수 성장기.
스피드도둑/ Masahito SODA
일본작가들은 참 유별난 곳에 관심이 많다. 문화의 다양성 때문에 수준이 높아서일까? 싸이클 마니아인 작가가 만들어낸 '성장형 싸이클 소재 학원만화'. 잘 못된 도시개혁으로 언덕이 많은 동네에서 중학교시절을 보내고 있는 주인공. 자전거의 매력에 끌려 오르락내리락 길뿐인 이 동네에서 유일하게 자전거로 통학을 한다. 주인공이 풀어야할 숙제는 언덕 길 정복. 1권에서 겨우겨우 언덕을 이겨낸 주인공은 싸이클부가 있는 고등학교로 진학을 결심하고, 그곳에서 드디어 꿈에 그리던 레이스를 펼치기 시작한다. 언덕과의 경쟁에서 느끼지 못했던 다양한 경쟁 대상들의 출현. 작가는 평평한 길에서는 빠르지 않지만 언덕에서만큼은 누구한테도 지지않는, 질 수 없는 주인공을 그려낸다. 하나 하나 모습을 드러내는 캐릭터들은 주인공의 언덕길 레이스에 긴장을 조장하기 위한 장치들이다. 질주. 땀 흘리는 질주의 장면들이 소년만화의 단골 메뉴로 등장하고 있다. 21세기에도 쉬지 않고 뛰어야 하는가?
스타트/ NAKAHARA Yu
파도섬에 사는 유스케는 촉망받는 육상선수였던 아버지 이키 켄스케의 피를 이어 달리기에 뛰어난 소질을 지니고 있다. 어느날 도심지에서 여행을 온 대기업사장가족의 낚싯배를 몰아주던 아버지가 물에 빠진 사장의 딸 나오코를 구하려다 물에 빠져 숨지는 사고가 생긴다. 유스케는 나오코를 원망하며 아버지를 그리워한다. 3년이란 시간이 흐르고 나오코는 어머니와 단 둘이 다시 파도섬에 찾아온다. 섬을 배경으로 달리기와 함께 펼쳐지는 잔잔한 이야기.
야와라/ Urasawa Naoki
유도에는 천재적인 소질과 실력을 갖추고 있지만, 야와라는 평범한 성격의 감수성 풍부한 소녀이고 유도에는 아무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 단지 평범한 고교생 생활을 해나가는 게 야와라의 꿈이지만 유도가인 할아버지는 야와라를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로 만들려고 한다. 우연히 야와라의 유도실력을 알게된 스포츠신문기자 마츠다가 야와라를 취재하기 시작하고 야와라는 우여곡절 끝에 공식시합에 데뷔를 하게 된다. 야와라가 유도를 계속하게 하기 위해 끝없이 마음 고생하는 주위사람들(독자 포함)이 안쓰럽다.
스바루/ Soda Masahito
마사히토 소다는 <스피드왕> <긴급구조대119> 등 독특한 소재를 통해 열혈 남자 주인공의 도전과 성취의 과정을 속도감 있게 표현하는 작가로 유명하다. 이 작품은 작가의 차기작. 또 한편의 열혈드라마를 원했던 독자들은 조금 어리둥절했을 법하다. 주인공은 어여쁜 여자이고 소재는 더없이 부드러워 보이는 발레였기 때문이다. 고양이 한 마리를 구하기 위해 불길을 뚫고 돌진하는 열혈 청년의 폼 나는 도전이 작가가 만들어냈던 최고의 재미였는데 발레에서 이를 기대하기는 어렵지 않을까? 그러나 웬걸. 작가는 소녀와 발레를 내세워 독자의 기대감과 자신의 주특기를 더 멋지게 살려냈다. 시한부 삶을 살면서 말과 기억을 잃어가고 있는 쌍둥이 동생에게 자신의 일상을 몸짓으로 표현해 줬던 주인공 스바루. 스바루의 재능에 질투를 느끼는 한편 그 재능을 개발할 수 있도록 돕는 마나. 둘의 애증과 도전. 이 작품은 무대 위에서 콩콩거리며 뛰어다니는 것이 발레가 아님을 뼈 속 깊숙이 일 깨워주는 또 한편의 걸작 열혈드라마이다.
배가본드/ TAKEHIKO Inoue
우리는 아직 <슬램덩크>의 재미와 감동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다. 많은 국내 작가들이 이 작가가 소개한 그림 스타일과 만화문법을 배우고자 했지만 모방 아니면 따라 하기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부끄럽게만 여겨지지 않는 이유는 우리 작가들이 못해서가 아니라 이 작가가 워낙 뛰어난 탓이다. 이 작품은 일본의 전설적인 사무라이 미야모토 무사시의 일대기를 소재로 한다. 타고난 검객이지만 죽음에 대한 공포를 주체하지 못하는 나약한 주인공. 타케조는 자신을 업그레이드 시키기 위해 전국을 떠도는 무사수련을 강행한다. 일반적인 무협만화에서 나오는 무슨 무슨 권법, 또는 이러쿵 저러쿵 필살기라고 소리 지르며 싸워대는 우스운 꼴을 이 작품에서는 볼 수 없다. 등장인물의 대사로 극적인 순간을 과장하지 않아도 될 만큼 그림은 정교하고 연출은 생생하다. 자기와의 싸움을 통해 스스로 철학을 만들어가는 등장인물들은 칼질이나 해대는 검객이라기보다는 구도자의 모습이다.
글/ 박석환(만화평론가, www.parkseokhwan.com)
틴플, 2003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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