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일보]한국만화문화연구원... 숱한 인재 배출 만화사관학교, 2002.08.30

'만화사관학교'라 불리는 곳. 만화계의 인재를 배출하고 만화관련 인프라 정보를 책으로 구축하고 있는 한국만화문화연구원. '한국'이라는 이름 때문에 정부 산하단체로 종종 오해를 사지만 순전히 만화를 좋아하고 만화의 주류문화화를 주창하는 이들이 모여있다.
서울 동작구 보라매공원 부근의 이 연구원에 들어서면 수천 권의 만화책이 먼저 눈을 사로잡는다. 상임 직원들이라고 해야 원장을 포함한 4명뿐. 그러나 요즘 만화계는 이 연구원의 활약상에 주목하고 있다. 도대체 어떤 곳이기에.



우선 그간 발간한 기획서 목록을 보자. 우리만화의 역사를 한눈에 살펴보는 '한국만화통사'와 한·일의 만화를 비교한 '망가 vs 만화',디지털 시대의 출판 만화를 비평한 '잘가라,종이만화',국내 만화계 종사자들의 이력과 출품작을 망라한 '한국만화 인명사전',그리고 가장 최근에 나온 국내 만화를 소개한 '만화가이드 2002'까지 총 5종에 이른다.

하나같이 재미나 돈벌이보다는 한국만화의 역사,현주소에 대한 기획서들.

손상익 원장은 '아무도 하지 않았지만 언젠간 써내야 될 책들'이라고 했다. '한국은 외형상 만화매출이 세계 3위라고 합니다. 그러나 인명사전이나 연간 출간되는 만화의 가이드북 하나 없다고 하면 외국의 만화 관계자들이 웃더라고요. 그래서 지난 95년 연구원을 만들기로 결심했죠.'

당시 '한국만화통사' 출간을 위해 모인 자료수집 요원들이 1기 창립멤버들. 이후 매년 연구생들을 배출,이곳을 거쳐간 이들이 벌써 70여명이다. 현재 7기 과정이 진행 중.

그동안 이곳에서 배출된 면면들은 만화계 전 분야에 걸쳐 있다. 만화출판사 씨엔씨레볼루션 이재식 대표,만화평론가 박석환,만화칼럼니스트 주재국,청강문화산업대 김정영 교수,만화사이트 X2코믹스의 만화사업부 김창균 과장,만화가 조윤숙씨 등.

현재 미국 유학 중인 조씨는 '처음엔 아무것도 모르고 왔다가 졸업할 무렵엔 만화책도 내고 강의까지 뛸 정도였다'고 말한다.

손 원장은 '만화 이론과 비평 능력을 키우는 데 초점을 두고 있으며 때론 인기 만화가들이 직접 강의를 한다'며 '무엇보다 현장에서 바로 쓰일 수 있는 이론·실무가 강점'이라고 설명한다.

수업료 전액이 무료이며 정규과정 1년을 거친 뒤,1년간 선배들과 세미나를 가지는 형태로 진행된다. 하지만 총 300시간 강의에서 3회 연속 출석하지 않으면 '자동 퇴출'될 정도로 엄격하다.

이곳 출신들은 사회활동을 하면서도 연구원의 기획 출간에 편집위원 자료수집 요원으로 참여,'무료 강의'에 보답한다.

90년 이후 국내 발매된 만화 1천여종 1만여권의 작품을 장르와 테마별로 분류한 '만화가이드 2002'의 경우,연구원 출신 20여명이 나눠서 작업했다. 이 책의 편집위원인 박석환(2기생)씨는 '작품별 정보와 줄거리에다 촌평까지 해야 하는 방대한 작업이었다'고 전한다.

연구원은 이달초 자체 홈페이지를 만화정보사이트(www.kocori.com)로 확대 개편하고 월간 웹진을 만들어 '제2의 탄생'을 일궈냈다.

그러나 연구원의 어려움도 많다. 무료 강의에 매번 수천만원씩 드는 출간이지만 제대로 된 지원이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 '초판 찍으면 그만이어서 내는 대로 적자지만 더없이 기쁜 작업'이라는 손 원장의 말에 만감이 교차한다. '만화가들이 십시일반으로 도움을 주거나 출판사인 시공사에서 지원을 해줘 그나마 계속 출간을 할 수 있죠. 행사 지원 중심의 정부나 메세나(기업들의 문화예술 후원)도 출판기획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배동진기자 djbae@busanilbo.com

이미지 맵

Parkseokhwan

만화평론가 박석환 홈페이지. 만화 이론과 비평, 웹툰 리뷰, 인터뷰, 보도자료 등 게재

    'Focus/보도' 카테고리의 다른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