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석환, 한국만화인명사전 출간한 손상익씨, 코믹플러스닷컴, 2007.3.7

손상익, 사)한국만화문화연구원 그리고 코믹플러스

손상익씨는 흰머리가 수북하고 눈썹이 짙은 언론인이다. 역삼각형 얼굴에 광대뼈가 툭 튀어나와 날카로움을 더하는 언론인. 손씨는 평론가이다. 날선 시선에 턱 끝을 살짝 올린 권위와 독설을 준비하고 있는 평론가. 헌데 또 손씨는 만화가이다. 그러고 보니 짙은 눈썹 끝은 아래로 살짝 쳐져있고 눈웃음으로 만들어진 주름과 커다란 눈동자는 장난기가 그득하다. 쉬지 않고 일한 듯 누적된 피로가 얼굴에 묻어나지만 자신에 대한 편견과 만화에 대한 오만으로 하루가 즐겁기만 한 모양이다. 언론인이고 만화가이기도 했던 손씨는 만화평론가이다.   


일방통행로 만화계에 고속도로를 뚫은 행복한 평론가

1993년 스포츠서울 신춘문예로 등단한 만화평론가 손씨는 우리만화사를 통시적으로 기술한  <한국만화통사>를 집필하면서 뚝심있는 연구저술가로 명성을 높였다. 이어 최근 <한국만화인명사전>을 펴냈다. 작고한 작가부터 신출내기 만화가, 이론가에 이르기까지 900여명의 인명이 빼곡하게 담겼다. 설문과 대면 인터뷰, 자료조사, 증언 등 만화계 내부의 사람들을 밖으로 끄집어내는데 필요한 모든 수단이 동원됐고 특정 작가에 대해서는 작가평과 작품관련 비화도 수록했다. 개인의 신상정보와 작품연보까지 꼼꼼하게 수록된 이 책은 도무지 개인의 힘으로 완성될 수 없을 듯한 모양을 지녔다. 우리만화계의 기초가 될만한 두툼한 참고서를 두권씩이나 자신의 것으로 지닌 손씨는 그래서 행복한 만화평론가이다. 

90년대 중반 일반이 만화매체와 만화산업에 관심을 갖게 되고 대학에 만화학과가 인기리에 신설되는 등 전반적인 만화호황기에 출간된 <한국만화통사>는 빼곡한 정보와 통시적 시대구분으로 당시를 뒷받침한 대표적 텍스트 중 하나가 됐다. 이 책의 내용은 각종 전시행사와 학위 논문 등에 중요한 참고자료로 활용됐고, 서울애니메이션센터 만화의 집과 부천만화정보센터 만화박물관을 장식하기도 했다. 이 책의 파생력은 현재도 진행 중에 있다. 여기에 <한국만화인명사전>이 더해졌다. 이 인명집은 출간이전부터 우리만화계의 정보화 수준을 안타까워하고 기초 인프라 구축을 소원하던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았다. 만화규장각 프로젝트를 통해 만화인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겠다며 의욕적으로 출발했던 부천만화정보센터가 이 도서 내용을 토대로 제작된 데이터베이스를 해당 사이트에 수록하기로 했고, 초대형 온라인만화서점을 개발하고 있는 주)리브로가 자사 사이트의 만화파일에 이 데이터베이스를 수록하기로 했다. 책 한 권의 영향력으로 인해 만화가 10명을 꼽기도 힘든 일반인들이 900여 명의 만화가(인)를 손쉽게 찾을 수 있게 됐다. 몇몇 만화출판사와 만화기획자들이 독점하고 있던 만화가들과의 접촉 통로가 일반으로 확장되면서 일방통행로였던 만화계에 갑자기 4차선 도로가 들어 선 것이다. 


우리만화계의 디지털화 앞당기는 한국만화문화연구원

손씨는 만화평론가라는 직함 외에 한국만화문화연구원장이라는 직함이 하나 더 있다. 최근 문화관광부 산하 사단법인체로 전환된 한만연은 손씨가 <한국만화통사>를 집필하면서 95년 출범시킨 민간연구단체이다. 세주문화사의 <미스터블루> 팀장이었던 이용훈씨, 초기 부천만화정보센터에 참여했던 김차선씨 등이 자료수집 및 정리 등의 업무를 도왔다. 다음해 손씨는 한만연의 역할을 만화관련 교육 및 연구에 두고 기수제로 연구원을 모집 기수별 2년 간의  이론 및 실무 교육 과정을 운영했다. 실질적인 1기가 되는 2기 과정에 참여했던 이들은 우리만화계의 다양한 현장에서 활동력을 넓혀가고 있다. <미스터블루>의 기자시절 참여했던 이재식씨는 인터넷만화포탈 <코믹스투데이> 편집장을 거쳐 현재는 온오프라인 만화전문기업 씨엔씨레볼루션㈜의 대표이사가 됐다. 97년 스포츠서울 만화평론에 등단하면서 참여한 박석환씨는 평론 및 저술활동을 하면서 인터넷만화기획자로 변신 디지털만화포탈 <코믹플러스>의 기획실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서울대 대학원 출신의 한영주씨는 만화평론 및 저술활동을 지속하고 있고, 경북대 출신의 성은정씨는 <코믹스투데이>를 거쳐 ㈜리브로가 준비하고 있는 온라인만화서점의 팀장으로 일하고 있다. 현재 6기의 실무과정과 7기의 교육과정이 진행 중에 있으며 한만연 출신 인력들의 상당수는 온라인만화사업이 호황을 이루었던 99년 말에 현장에 참여하면서 만화정보의 기초 인프라를 구축하거나 이를 활용하는 역할을 수행했다. 손씨의 만화사적 성과만큼이나 후학들이 일궈내는 성과도 튼실하다. 한만연은 올해부터 사단법인체제로 전환되면서 새로운 연구사업과 만화정보화 관련 국책사업, 출판사업 등을 10여 명의 이사진과 40여명의 소속 연구원들을 중심으로 의욕적으로 진행한다고 한다. 


뜨내기 만화사업자와는 다른 향기를 지닌 코믹플러스

손씨가 지닌 직함 중 또 한가지는 ㈜엔조이365(전 코믹플러스)의 대표이사라는 직책이다. 이 업체는 99년 ㈜시공사의 단독투자로 진행된 인터넷만화사업 프로젝트의 성과로 구축된 코믹플러스를 운영하고 있다. ㈜시공사의 청소년, 순정 만화잡지의 온라인 판과 성인온라인웹진, 4천여권의 단행본 만화 등을 주 콘텐츠로하는 이 업체는 무리한 투자와 방만한 운영구조를 지녔던 여는 인터넷만화 사업체들과는 달리 내실있는 운영과 콘텐츠 편성 그리고 매출 우선의 비즈니스모델로 착실한 성장세를 유지하면서 대규모 만화사이트들과 대적하고 있다. <트웬티세븐> 팀장 출신인 이호석씨, <영챔프> 팀장 출신인 김종률씨, <화이트> 팀장 출신인 원은주씨가 전담부서에 소속되어 있다. 손씨는 최근 이 업체의 법인명을 코믹플러스에서 엔조이365로 전환하고 사업모델도 ‘만화콘텐츠 배급’에서 ‘콘텐츠 몰 빌더 임대형 종합 콘텐츠’업으로 전환했다. 만화콘텐츠의 수익성을 확대하는 한편 웹어플리케이션 개발 및 콘텐츠 기반 SI전문업체로 위상을 전환하고 만화미디어의 확장을 이룬다는 전략이다. 담당 부서장에는 한만연 4기 출신으로 아바타 전문 벤처기업 아이코의 PM으로 일했던 이성현씨가 참여하고 있다. 

손씨는 <한국만화인명사전>의 서문에 책의 집필을 도운 ‘비빌 언덕’들을 기다랗게 열거했다. 평소 많은 도움을 주고 받았던 선배 만화가, 각 만화인 단체의 대표들, 설문작업을 지원해주었던 각 출판사의 편집장들까지. 무엇보다 한만연과 코믹플러스의 인연으로 손을 빌려주었던 이들을 빼놓지 않았다. 한 술자리에서 손씨는 만화에 대한 이해할 수 없을 정도의 애정을 이들과 함께 공유하는 것이 마냥 기쁘다고 했다. 평생의 업으로 생각했던 신문기자 생활을 때려 치울 때도, 교사 마누라 눈치 보며 자비를 털어 운영하는 연구원에 난방비가 떨어졌을 때도, 만화에 대한 고민을 지니고 있는 이들과 함께 하는 것이 기쁘고 그로인해 한 조각씩 달라질 우리만화계를 기대하는 것이 또 기쁘다고 했다. 그런 손씨가 만화를 사랑해준 것이 얼마나 기쁜일인지. 그와 함께 동시대에 만화열차를 타고 희망의 나라로 향하는 기대감과 열의를 나눌 수 있다는 것이 또 얼마나 큰 기쁨인지. 그가 구축한 만화관련 기초연구자료가 만화계의 어느 영역에서 얼마만큼 진화된 모습으로 구체화될지를 상상해보는 것이 또 얼마나 큰 즐거움인지. 

그가 전하는 만화의 희망이 나의 상상력을 풍요롭게 한다. 


글/ 박석환(만화평론가, www.parkseokhwan.com)


코믹플러스닷컴, 2003-04-01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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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석환(만화평론가, 한국영상대 만화콘텐츠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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