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석환, 코스닥등록 기업으로 거듭난 대원의 정욱 회장, 코믹플러스, 2003.06.01


대한민국 최고의 만화미디어 그룹 구축 


‘대원씨아이(구,(주)도서출판 대원)’. 이 이름은 우리 출판만화계를 대표하는 아이콘이다. 전국 120여 개 총판을 관리하며 월 평균 100여 종의 단행본을 발행하고 있다. 이 출판사는 [슬램덩크]. [협객 붉은매], [소마신화전기], [열혈강호], [짱], [포켓몬스터] 등 100만 부 이상 판매된 초대형 히트작을 여럿 생산해낸 대한민국 1등 만화출판사이다. 

92년 설립이후 수종의 베스트셀러를 출간했고 현재 8종의 정기간행물을 발행하고 있다. 기업 공개 이후 이익률이 적은 출판만화 사업을 다변화하는 전략으로 애니메이션 게임 팬시 테마파크 등 엔터테인먼트 산업으로의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일본 만화관련 기업들과의 탄탄한 유대관계를 기반으로 겜보이 등 게임기 수입판매, 일본 반다이와 국내 게임 개발 업체 CCR과 공동으로 일본 현지에 온라인게임 업체를 설립하는 등 사업 영역의 확장을 꾀하고 있다. 

이와 관련 관계자들 사이에서 ‘대원은 더 이상 만화 출판사가 아니다’는 말이 서슴없이 나오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대원의 오늘을 있게 한 것은 1973년 설립한 ‘원프로덕션’. 1976년 ‘대원기획’, 1977년 ‘(주)대원동화’를 거쳐 2000년 ‘대원씨엔에이 홀딩스(주)’에 이르기까지 대원은 만화출판사가 아닌 애니메이션 전문업체로 성장해왔다. 

70년대 애니메이션 하청 제작의 호황기에 1세대로 참여해서 급성장을 거듭하며 1992년에 ‘(주)도서출판 대원’, 1995년에 ‘(주)학산문화사’를 설립한 것. 하청제작을 통해 얻은 노하우와 자금력을 기반으로 창작 애니메이션 제작에 나섰던 시기에 출판만화 사업을 진행한 것이다.

애니메이션 제작 30년의 역사에 비하면 턱없이 짧은 기간이고 매출 규모도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대원 관계 업체들이 사명을 변경하고 법인을 신설하는 등 기민한 움직임을 보이면서 코스닥 등록 준비를 마무리했던 2000년에는 애니메이션을 중심으로 캐릭터 머천다이징 ‘(주)대원씨엔에이홀딩스’, 출판만화 ‘(주)대원씨아이’, 캐릭터팬시몰 ‘(주)대원캐릭터리’, 인터넷 게임 ‘(주)대원디지털엔터테인먼트’, 위성방송 ‘(주)대원디지털방송’으로 사업영역을 다각화했다. 그야말로 초대형 애니메이션 엔터테인먼트 그룹이 완성된 것. 

언뜻 만화의 사업 다각화 모델을 모범적으로 구현한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애니메이션을 중심으로 연계사업을 영역별로 분할하여 집중력을 높이는 한편, 기획 마케팅 유통에 주력해 기존의 업무구조를 개편하고 수익률을 높인 것이다. 하청 애니메이션 제작 1세대, 일본만화로 구축한 출판만화 1등 기업이라는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대원’의 현재이다. 


신동헌 애니메이션 사단의 우등생


대원의 오늘을 있게 한 사령탑은 정욱 씨. 정씨는 ‘(주)대원씨엔에이홀딩스’의 회장이며 대원 관계기업의 주식을 30~70%(특수관계인 포함) 보유한 최대 주주이다. 

1946년 생으로 강릉고 졸업 후인 1964년 신동헌화백의 문화생으로 출발 <판피린> 등 CF애니메이션 제작에 참여했다. 1967년 신동헌 감독이 제작한 국내 최초의 장편 애니메이션 <홍길동>에 김대중(구 세영동화) 넬슨 신(에이콤 회장) 유성웅(그리미(주)대표) 씨와 함께 원화감독으로 참여하며 하청 애니메이션 1세대 라인을 구축했다. 정씨는 그 중에서도 가장 빛나는 성과를 달성했다. 

정씨는 70년대 아동만화 <초립왕자>로 만화작가 생활을 시작했고 소년한국일보, 일간스포츠 등에 작품을 연재하기도 했다. 김대중과 함께 ‘원프로덕션’을 설립했고 1974년 일본 도에이동화와 계약을 맺고 <캔디캔디> <은하철도999> <아더왕> 등의 하청작업을 했다. 이 과정에서 김대중 씨는 세영동화를 차려 분사했다. 1977년 대원동화로 사명을 바꾸고 80년 대 연간 80여 편에 이르는 많은 양의 일본 TV애니메이션을 하청 제작하면서 수출의 탑 대통령 표창을 수상하기도 했다. 일본제작사들을 집중 관리한 까닭.

1982년 정씨는 첫 창작 애니메이션 <버뮤다>를 발표했지만 디즈니 애니메이션에 밀려 스크린 확보가 어려웠다. 1987년 국내 첫 창작 TV 애니메이션 <떠돌이 까치>를 제작하면서 창작 애니메이션 제작의 새로운 루트를 확보한 정씨는 국산 애니메이션 최다 제작기록을 보유하고 있을 정도로 많은 양의 작품을 생산해냈다. 

정씨는 당시를 회고하며 ‘하청 제작으로 모은 자본을 창작에 투자했다’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제작비 회수에 따른 위험부담이 전혀 없는 하청 제작은 손재주로 대표되는 노동력 중심의 애니메이션 생산 환경으로 ‘머리는 없고 손만 남았다’는 비난을 듣고 있다. 최근 애니메이션 붐과 함께 젊은 인력들이 대거 유입되면서 ‘선두주자들이 안정적 수입에 기대어 창작 애니메이션 제작을 게을리 한 탓에 일본 애니메이션 보다 뛰어난 기술력과 창의력을 보유하고도 이를 사장시켰다’는 등 강도 높은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남의 것으로 이룬 부, 우리 것으로 돌아오다


하청 제작에 한창이던 시기에도 정씨는 창작 애니메이션 제작을 멈추지 않았다. 국내 시장 규모가 작아 창작에 나섰던 많은 업체들이 문을 닫았다지만 정씨는 하청 물량이 없는 3~4개월 동안의 비수기에 사력을 다해 창작 애니메이션을 만들어냈다. 

출판만화 사업의 경우에 있어서도 정씨는 일본만화 수입 출판 1세대라는 오명을 받고 있다.

일본 내 애니메이션 제작사들의 하청업을 지속하면서 ‘슈에이샤’, ‘쇼각칸’ 등 대형 출판사와의 사업설정에 성공한다. 국내작가 기반의 창작만화잡지를 발간하며 일본만화 단행본을 수입판매 했다. 잡지는 손해를 면치 못했고 원고료 부담이 큰 국내작가 단행본은 수익률이 적었지만 저가에 수입해 온 일본만화 단행본은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 

그러나 이 경우도 ‘일본만화 출판으로 돈 벌어서 한국 만화가 먹여 살린다’는 식의 결론을 내고 있다. 

이 점은 정씨가 창작 애니메이션 사업을 부분 중단하고 캐릭터 라이센스 사업에 승부를 걸겠다며 1999년 7월 일본의 포켓몬스터를 들여와 공급한 것에서도 알 수 있다. 현재 정씨의 회사는 국산 캐릭터 10종, 일본 캐릭터 30종을 보유하고 있다. 수익원천은 물론 일본 캐릭터. 

애니메이션, 출판만화, 캐릭터 사업에 이르기까지 정씨는 일관된 사업관행을 보여 왔다. 정씨를 비판하는 일군의 목소리처럼 ‘일본에서 싸게 들여와서 한국에서 제 값 받고 판다’는 것. 정씨의 사업관행에는 창작은 없고 유통만 있다거나 마케팅은 없고 선점 경쟁력만 있다는 식이다. 여기에는 정씨가 30여 년 동안 일본 관계 업무를 해오면서 쌓은 노하우를 부러워하는 목소리도 포함되어 있다. 

정씨는 2000년 회사를 수익 중심으로 개선했다. 사업부 단위의 조직을 분사시키고 직원을 대폭 줄이는 한편 업무분야에 대한 집중력을 높여 수익률을 극대화시키는데 치중했다. 

정씨는 회사를 코스닥에 성공적으로 등록시켰고 자신과 회사가 30% 이상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계열사도 탄탄하게 재편했다. 그리고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국산 창작 3D 애니메이션 <큐빅스>에 자본을 댔다. 포트리스로 유명한 국내 온라인 게임업체와 공동으로 일본에 게임 제작업체를 설립했는가 하면, 만화를 원작으로 한 <열혈강호> 등의 애니메이션 제작에 집중하고 있다. 만화잡지의 줄 폐간사태가 벌어지고 있지만 계열사인 ‘(주)학산문화사’를 논외로 하면 흔들림 없이 버텨주고 있다. 만화잡지가 국내 작가의 창작 기반이 됨은 두말할 까닭이 없다. 정씨는 자신의 사업관행을 비난하고 자신의 열정과 의지를 깍아 내렸던 이들에게 확실하게 한 수 지도해주는 모습을 보여준다. <큐빅스>의 세계적인 성과를 바탕으로 일본 것으로 번 돈으로 한국 것을 만들고, 회수할 수 있는 투자를 하는 노하우를 보여준 것이다.

아이들에게 희망과 꿈을 심어주고, 디즈니와 정면으로 승부 할 수 있는 애니메이션을 만들겠다는 자신의 꿈을 위해 쉴 새 없이 뛰는 정씨. 정육면체의 자석 큐빅으로 어떤 모양이든 만들 수 있는 ‘큐빅스’ 완구처럼 그가 만들고 있는 초대형 만화 엔터테인먼트 그룹이 만화와 연계된 어떤 사업이든 벌일 수 있기를 바란다. 정씨는 지금의 만화계를 구원열차에 태워 하늘나라로 인도할 수 있는 능력자 중 한 명임에 분명하다. 그리고 정씨의 ‘대원’이 우리 만화인들 뿐 아니라 전 세계의 만화애호가들이 환대하는 ‘드림 컴퍼니’로 거듭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글/ 박석환(만화평론가, www.parkseokhwan.com)



코믹플러스, 2003-06-01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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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석환(만화평론가, 한국영상대 만화콘텐츠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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