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면 제약 적고 유통경로 다양...콘텐츠 교류-유료화수익모델 개발해야
출판만화 산업이 침체돼 있는 가운데 인터넷 만화가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국내에는 96년 한아름닷컴이 ‘인터넷 만화방’으로 인터넷 만화서비스를 처음 시작한 이래 현재 관련업체는 60여개로 추산된다. 보통 인터넷 만화는 시나리오·콘티 작성 뒤 데생 원고가 스캐닝돼 수정작업을 거친다. 원고에 색을 입히고 대사를 삽입한 다음 동영상·음향 등 멀티미디어 효과와 책장 자동으로 넘기기·확대보기도 추가된다.
인터넷이나 CD롬 등 매체에 적합하게 파일 변환된 뒤 인터넷 유통을 통해 독자들에게 읽히게 된다. 인터넷 만화는 기존 출판만화의 한계에 도전한다.
만화평론가 박석환(27)씨는 지난해 9월 발행한 인터넷 만화 이론서 ‘잘가라, 종이만화’에서 인터넷 만화가 지면의 한계를 덜 받아 작가들의 작품 발표 기회가 늘어나고, 시장 장악력이 있는 거대 출판사·유통조직의 간섭을 덜 받는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출판만화와 달리 유통통로가 작가의 홈페이지·만화 웹진·인터넷 만화방·온라인 만화서점 등으로 다양하다는 것도 인터넷 만화의 강점이다. 인터넷 만화사이트 봉성기획의 박지현(27) 대리는 사이트 개설 취지에 대해 “유통경로의 다양화”라고 설명했다.
‘키드갱’,‘오디션’을 연재하는 인터넷 만화사이트 ‘코믹스 투데이’는 전체 회원수가 1백2만명에 달한다. 유료회원들의 이용료를 합해 순익은 한달에 1억2천만원선이다. 신광자(申光子·28) 순정만화 팀장은 이미 출간된 단행본을 인터넷에 올리던 기존 스캔 만화들과 달리 코믹스 투데이는 “처음부터 온라인에 연재해 독자들에게 새로운 만화를 접하게 해주는 웹진”이라고 말했다. 코믹스 투데이는 약 1년 전 단행본 사업팀을 발족해 온라인과 오프라인 만화를 연계하는 역할을 한다.
포털 사이트 중 성공한 만화사이트로 꼽히는 라이코스 만화사이트 회원수는 전체 라이코스 회원의 20%를 차지한다. 라이코스 만화사이트는 광고·단행본 판매 등으로 수익을 충당하고 무료로 운영돼 만화 독자들의 인기를 얻고 있다. 기획팀의 양윤형(梁潤馨·28) 대리는 “라이코스 만화가 만화 독자층을 확대했다”고 자평했다.
그러나 인터넷 만화가 마냥 순항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특히 시스템 구축·운영비용이 만만치 않다. 만화평론가 박석환씨는 인터넷 만화서비스 업체들의 60% 이상이 아직 순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라이코스 만화는 다른 만화사이트들의 선례를 따라 1월중 유료화될 예정이다. 온라인만화 서비스업체 대표자 협의회장인 황경태(黃卿太·43) 학산문화사 대표는 장기적으로 볼 때 무료 만화사이트를 조속히 없애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만화서비스 업체들이 콘텐츠를 교류함으로써 비용을 대폭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출판만화의 빅3로 불리는 학산·대원·서울문화사는 곧 일부 기술과 콘텐츠를 공유할 계획이다.
웹 디자이너·웹 프로그래머 등 멀티미디어 전문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것도 문제다. 黃대표는 전문인력이 다수 확보되면 오프라인 만화방의 10%에 불과한 온라인 만화방의 콘텐츠 부족 문제도 해결될 것으로 봤다.
만화업계 관계자들은 인터넷 만화가 출판만화와 별개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다.
이재식 C&C 레볼루션 대표는 “출판만화가 기반이 돼 인터넷 만화·게임·애니메이션의 발전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석환씨의 저서 ‘잘가라, 종이만화’라는 제목도 출판만화의 종말을 선언한 것이 아니라 “출판만화가 인터넷 만화보다 앞서 나아가라는 격려”다. 앞으로 인터넷 만화가 출판만화와 한배를 타고 격랑을 헤쳐갈 수 있을까.
김 혜 수 뉴스위크 한국판 기자
SOCIETY 제 512 호 200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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