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석환, 웹툰 도서정가제 논란-웹툰에 대한 법적 위치 마련해야, 한국만화정책연구소리포트, 2019년 여름호(통권21호), pp. 26-32.

웹툰도 도서정가제 대상이다!?

 

지난 2월 28일 대한출판문화협회는 도서정가제 관련 관리감독 기능을 지닌 출판유통심의위원회가 ‘카카오페이지, 네이버시리즈 포털사를 포함한 웹소설 업체에 판매되는 전자출판물(웹툰 포함)은 반드시 매 편마다 서지정보와 함께 정가표시를 의무화’하라는 내용을 의결했다며 회원사에 공문(문서명 ‘웹소설 전자출판물 정가표시 의무화 안내’)을 발송했다.

 

대한출판문화협회 홈페이지 공지사항

 

웹툰인사이트는 4월 23일 ‘웹툰, 웹소설 서지정보 등록 초읽기’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위 공문과 관련 후속 보도를 했다. 문화체육관광부 소속 기관인 국립중앙도서관과 관련 기관인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웹툰/웹소설 업계에 유통단위별(회차별)로 ISBN을 발급받고 서지정보를 등록하라고 권고’했다는 내용이다. 이 권고대로라면 웹툰과 웹소설이 도서정가제의 대상이 되고 할인 등 기존의 가격정책이나 마케팅정책을 유지 할 수 없게 된다. 대한출판문화협회는 2월에 발송한 공문에서 ‘정가를 미표시 할 경우 … 건당 1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 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기사가 SNS와 각종 커뮤니티사이트로 퍼지면서 업계 관계자나 일반 사용자들은 부정적 반응을 나타냈다. ‘사용자에게는 불리하고 업계에는 불편한 제도’라는 의견부터 ‘잘 되고 있는 분야(웹툰/웹소설)를 안 되는 제도(도서정가제)로 망치려 한다’는 의견까지 다양했다. 반면, 공문을 발송한 기관과 위원회 관계자들은 ‘법률에 따라 지켜야 하는 것’이고 ‘당장에 적용하라기보다는 점진적으로 실행할 수 있도록 계도 중’이라는 입장이다.

 

웹툰 도서정가제 도입에 대한 다양한 의견들(클리앙 사이트)

 

웹툰 도서정가제 논란이 불거지기 전인 4월 2일, 공교롭게도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은 국립중앙도서관과 ‘웹툰 아카이브 구축 사업을 위한 업무 협약’을 체결한다. 도서관법 제20조 2항(온라인 자료 수집)을 근거로 웹툰 자료의 법적 수집과 보존 권한을 지닌 국립중앙도서관과 협약해 웹툰 자료의 유실을 막고 영구 보존한다는 계획이다.

 

웹툰도 도서정가제 적용해야 하나?

 

3건의 이슈가 한 덩어리로 논의되면서 만화계의 오피니언들과 웹툰계는 큰 혼란에 빠졌다. 논란이 된 내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웹툰도 전자출판물이다.

2) 전자출판물은 도서정가제 대상이다.

3) 도서는 국립중앙도서관에서 국제표준도서번호(ISBN)를 발급 받고 납본의무를 지닌다.

4) 이제 웹툰 업체도 웹툰 생산시 국립중앙도서관에서 회차별로 ISBN을 발급 받고 유통 시 납본을 해야 한다.

5)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은 ISBN 발급 및 납본 권한을 지닌 국립중앙도서관과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웹툰아카이빙(웹툰 자료 파일의 수집 및 보관) 사업을 추진한다.

6) 웹툰도 도서정가제의 대상으로 정가를 정해서 표시해야 하고 발행 후 18개월이 지나면 정가를 변경할 수 있다. 정가의 10퍼센트 이내에서 가격할인을 할 수 있고 마일리지 등을 포함해 15퍼센트 까지만 혜택을 줄 수 있다.

 

웹툰아카이브 구축을 위한 업무 협약식(한국만화영상진흥원 보도자료)

 

이대로라면 현행 웹툰플랫폼 비즈니스의 생산과 소비 과정, 각 플랫폼의 서비스 운영 방식과 가격정책 등 모든 것이 재조정 되어야 한다. 2003년 다음 만화속세상 서비스를 시작점으로 보자면 웹툰은 10여 년 간 무료 서비스로 운영됐다. 2013년 유료 웹툰 플랫폼(레진코믹스)이 등장했으니 유료 서비스가 본격화 된 것은 불과 몇 년 되지 않은 상황이다. 현재 웹툰업체들은 무료서비스를 통해 얻은 기반으로 단계적 유료화를 추진하고 있다. 웹툰이 무료 서비스임을 전제로 최신 회차 ‘미리보기 유료(기다리면 무료)’, 시즌제 도입 및 재연재를 통한 완결작 ‘다시보기 유료’, 코인제를 적용해 구매 금액에 따른 보상(보너스 코인) 및 재구매에 따른 추가 보상 지급 등 다양한 방식의 유료화정책과 가격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런데 웹툰이 도서정가제 적용 대상이 되면 이 같은 노력은 물거품이 되고 만다. 법대로라면 당장 최신 회차 미리보기 유료서비스에 정가가 표기되면 이는 발행 후 18개월이 지나야 가격을 다시 정할 수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출판진흥5개년계획 비전체계도

 

정부(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2017년 출판문화산업진흥5개년계획(’17~’21)을 발표했다. 이 계획의 핵심은 출판유통선진화시스템구축이다. 당시 보도자료에 의하면 ‘문체부는 출판유통 선진화를 위해서는 도서 판매량 및 재고, 신간 정보 등 생산·유통 정보가 통합적으로 제공되는 출판정보시스템 구축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보고, 현재 ▲서점 판매 시점 정보관리시스템(POS) ▲국제표준도서번호(ISBN) 서지정보시스템 ▲오닉스(ONIX) 기반 출판유통정보시스템 등으로 분산 추진되고 있는 생산·유통 시스템의 연계·통합을 추진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를 위해 출판정보위원회 출범, 한국출판유통정보센터 설립, 도서정가제를 합리적으로 보완한 출판문화산업진흥법 개정, 한국출판산업연구개발센터 출범, 출판정책기획단 조직 등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최근 진행되고 있는 일련의 일들은 출판유통선진화라는 큰 틀 안에서 온·오프라인 발간물의 통합 관리 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행정 당국과 관계 기관들의 활동이라고 볼 수 있다. 긍정적인 측면이 많고 필요한 정책적 움직임이다. 하지만 거기에 웹툰이 포함되어야 한다면 이야기가 다르다.

‘웹툰’을 ‘만화’가 아니라 할 수 없고 ‘만화’를 ‘도서’가 아니라 할 수도 없다. 하지만 법적으로 웹툰을 만화와 같이 도서 출판물로 정의한 바 역시 없다. 출판물, 출판물을 디지털로 전환한 전자출판물과 웹툰은 제작 형식과 유통 방식이 전혀 다르다. 출판물의 기준을 무리하게 적용해서는 안 된다. 또, 이를 위한 웹툰계와 출판계 간 논의와 협의도 없었다. 정부나 관계 기관의 이 같은 움직임은 웹툰을 출판물, 특히 전자출판물이 아니라고 선언하게 만드는 역할을 할 뿐이다.

 

웹툰은 전자출판물이 아니다! 하지만...

 

출판문화산업진흥법에서 정의한 출판이란(제2조 1항) ‘저작물 등을 종이나 전자적 매체에 실어 편집, 복제하여 간행물을 발행하는 행위를 말한다.’ 저작물을 전자적 매체에 담으면 다 출판물이 된다. 과도하게 넓은 정의다. 그래서 법은 ‘전자적 매체를 이용하여 발행하는 경우에는 전자출판물만 해당한다.’고 제한하는 부분을 명시하고 있다. 여기서 전자출판물이란(제2조 4항) ‘이 법에 따라 신고한 출판사가 저작물 등의 내용을 전자적 매체에 실어 이용자가 컴퓨터 등 정보처리장치를 이용하여 그 내용을 읽거나 보거나 들을 수 있게 발행한 전자책 등의 간행물을 말한다.’고 정의했다. 또 별도의 행정규칙(전자출판물에 대한 부가가치세 면세 대상 기준 고시)을 통해 전자출판물의 기준을 분명히 했다. 법이 정하고 있는 전자출판물의 기준은 다음과 같다.

 

가. 형태 및 내용에서는 이 법에 따라 신고한 출판사가 발행하고 음악/영화및비디오물/게임 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의 적용을 받지 않는 것

나. 기록사항에서는 저자, 발행인, 발행일, 정가, 출판사, 자료번호가 부여된 것

다. 자료번호에서는 콘텐츠산업진흥법의 콘텐츠식별체계(한국전자출판협회 인증 부여), 도서관법의 국제표준자료번호(ISBN)가 부여된 것에 한한다.

 

이 기준대로라면 웹툰은 법적으로 전자출판물이 아니다. 웹툰 업체가 출판사로 신고하고 웹툰 작품에 대한 기록사항을 부여했거나, 자료번호를 발급 받지 않은 경우라면 웹툰은 전자출판물이 아니다. 현재 상황이라면 웹툰 업체는 출판사 신고, 작품 등록, 자료번호 발급 등을 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경우에 따라 몇몇 웹툰 업체와 웹툰 작품은 법적으로 전자출판물이다. 법적 고지나 관계 기관의 권고에 따라야 한다.

 

가령 네이버웹툰 섹션, 다음웹툰 섹션, 레진코믹스 등에 게재된 ‘연재 웹툰’은 전자출판물이 아니다. 당연히 도서정가제 논란과 관련이 없고 ISBN을 발급 받지 않아도 된다. 그런데 문제는 남아있다. 네이버시리즈, 카카오페이지, 전자책/웹소설을 기반으로 한 업체가 웹툰을 서비스하는 경우이다. 이들 업체는 ‘연재 형식의 웹툰/웹소설’과 함께 출판물로 발행된 만화와 장르소설의 온라인판도 판매하고 있다. 또, 통상적인 개념의 전자출판물인 e북도 함께 서비스 한다. 문제는 이 지점이다.

 

카카오페이지의 만화 서비스

 

e북은 법률에 따라 전자출판물의 기준에 맞춰 표시 정보를 제공하고 도서정가제를 반영해 권 단위로 판매중이다. 그런데 만화와 장르소설의 온라인판은 e북처럼 팔기도 하지만 웹툰이나 웹소설처럼 연재 형식을 적용해 회차별 판매를 한다. 이들 작품 중에는 출판사로 신고한 업체의 것도 있고 그렇지 않은 곳도 있다. 동일 제목의 출판물로 발행된 적이 있는(ISBN을 발급 받은) 작품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것도 있다. 하지만 법률이 정한 기준을 따르지 않고 일괄적인 방식으로 서비스하고 있다. 출판관련 기관과 협회가 문제를 제기하고 계도 기간을 정해 유통 질서를 잡겠다고 나서는 것도 이 대목이다.

 

정리하자면 웹툰이나 웹소설이 ISBN을 발급 받고 도서정가제 기준을 적용해 서비스를 해야 한다고 볼 수 없다. 다만, ISBN을 발급 받고 출판물로 발행한 적이 있거나, 면세 혜택을 받기 위해 출판사로 신고하고 ISBN 또는 콘텐츠식별번호를 발급 받아 유통한 만화나 장르소설의 온라인판 그리고 이 기준에 부합하는 웹툰이나 웹소설은 도서정가제의 기준에 따라야 한다. 전자출판물이면서 전자출판물이 아닌 척 하는 작품과 그런 작품을 유통하는 업체는 관계 기관의 기준에 따라야 한다. 출판계 입장에서 보자면 도서정가제를 지켜서 판매해야 할 전자출판물을 웹툰과 웹소설 형식을 취해 회차별로 쪼개 팔기하고 있는 것이고 이는 명백하게 도서정가제 위반 행위이다. 단, 이 상황이나 단계를 기점으로 ‘웹툰과 웹소설도 전자출판물이니 법률에 따라 출판사로 신고하고 작품에 대한 ISBN을 발급 받고 도서정가제를 지키면서 유통하라고 권고’하는 것은 수용해서는 안 된다.

일부에서는 모든 플랫폼이 정가제를 적용하면 ISBN을 중심으로 웹툰의 유통 체계가 확립되고 기존 판매 방식에서 불명확했던 창작자의 수익배분 기준이 명확해질 것이라고 하는 이들도 있다. 또 대형 포털이 무료서비스를 중단하고 정가제에 맞춰 전면 유료화를 시행하면 중소 플랫폼의 유료서비스 경쟁력이 높아질 것이라고 기대하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이는 큰 규모의 소비자를 떠나게 하는 것일 수 있고 시장을 크게 경색 시킬 수 있다. 특히 과도한 유료화로 인해 이탈한 무료서비스 이용자는 오히려 불법서비스 수요를 늘릴 수 있다. 웹툰 붐이라고 하지만 아직 웹툰산업계에 그만한 체력은 없다. 다만, 새로운 시장에게 요구되는 새로운 제도와 정책적 이슈에 대해서는 오랜 숙의와 사례 검토 작업이 필요해 보인다. 특히, 웹툰에 대한 법률적 위치는 재 확정해야 할 필요가 있다. 유료 웹툰 시장이 본격화되기 전인 2012년 제정된 ‘만화진흥에 관한 법률’은 현행 웹툰 산업이 활용하기에는 너무 제한적이다. (끝)

 

* 게재 매체에서 보기

http://dml.komacon.kr/research/research/27001

 

한국만화정책연구소 리포트 계간 1호(통권 제21호) 여름호 : 디지털만화규장각

디지털만화 규장각

dml.komacon.kr

 

* 관련 게시물(이 원고는 이전 게시물의 내용을 해당 매체의 기준에 맞춰 재작성한 것입니다.)

https://parkseokhwan.com/1002

 

웹툰은 '전자출판물'이 아니다!!, 2019.04.24

4월 23일 웹툰인사이트에 이재민 평론가가 쓴 기사가 개재됐다. 한국출판문화진흥원과 국립중앙도서관이 웹툰과 웹소설 업계에 유통단위별(회차별)로 ISBN을 발급받고 서지정보를 등록하라고 권고하는 공문을 발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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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석환(만화평론가, 한국영상대 만화콘텐츠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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