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은 '전자출판물'이 아니다!!

4월 23일 웹툰인사이트에 이재민 평론가가 쓴 기사가 개재됐다. 

한국출판문화진흥원과 국립중앙도서관이 웹툰과 웹소설 업계에 유통단위별(회차별)로 ISBN을 발급받고 서지정보를 등록하라고 권고하는 공문을 발송했다는 내용이다. 이 권고대로라면 웹툰과 웹소설이 도서정가제의 대상이 되고 할인 등 기존의 가격정책이나 마케팅정책을 유지 할 수 없게 된다. 이를 따르지 않을 시에는 벌금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https://www.webtooninsight.co.kr/Forum/Content/5899

 

웹툰, 웹소설 서지정보 등록 초읽기... 코인 시스템 변혁, 개인 창작자에게도 영향 예고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권고로 웹툰과 웹소설의 ISBN 등 서지정보 등록과 관련한 내용이 웹툰계의 유통 시스템에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보입니다. ISBN을 발행하는 국립중앙도서관과 이번 공문을 발행한 출판문화산업진흥원에서는 "유통 단위별로 ISBN이 부여받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는 답을 내놓았습니다.  웹툰 서지정보 등록 권고안을 보낸 출판문화산업진흥원 로고 * '슬라이딩' 방식 코인 시스템 변경, 프로모션 변화 예고이에 따라 웹툰은 유통단위인 회차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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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기사가 SNS와 각종 커뮤니티사이트로 퍼지면서 업계 관계자나 일반 사용자들은 부정적 반응을 나타냈다. 만화평론가 박인하 교수(청강대)는 국립중앙도서관과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이 웹툰아카이빙 사업을 위해 양해각서를 체결한 것도 이와 관련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앞서 지난 2019년 2월 28일에는 대한출판문화협회가 도서정가제 관련 관리감독 기능을 지닌 출판유통심의위원회에서 '카카오페이지, 네이버시리즈 포털사를 포함한 웹소설 업체에 판매되는 전자출판물(웹툰 포함)은 반드시 매편마다 서지정보와 함께 정가표시를 의무화'하는 내용을 의결했다며 회원사에 공문을 발송했다. 

 

일련의 상황을 웹툰계의 인식을 중심으로 정리해보면 ...

1) 웹툰도 전자출판물이다. 

2) 전자출판물은 도서정가제 대상이다. 

3) 도서는 국립중앙도서관에서 국제표준도서번호(ISBN)를 발급 받고 발간물은 납본의무를 지닌다. 

4) 웹툰업체는 웹툰의 생산시 국립중앙도서관에서 ISBN을 발급 받고 유통시 납본을 해야한다.

5) 발급 및 납본 기준은 유통단위별(회차별)이다. 

6)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은 웹툰을 포함한 도서물의 생산 전, 생산 후 관리 기관인 국립중앙도서관과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웹툰아카이빙(웹툰 파일 기록 및 보관) 사업을 추진한다. 

7) 이제 웹툰도 도서정가제의 대상으로 정가를 정해서 표시해야 한다. 발행 후 18개월이 지나면 정가를 변경할 수 있다. 정가의 10퍼센트 이내에서 가격할인을 할 수 있고 마일리지 등을 포함해 15퍼센트 까지 적용할 수 있다.

8) 그럼, 현행 웹툰플랫폼 비즈니스의 생산과 소비 과정, 각 플랫폼의 서비스 운영 방식과 가격정책이 변경된다. 어렵게 형성된 웹툰생태계가 머리부터 발끝까지 변해야 한다. 

 

그렇다면 큰일이다. 그런데 사실은 꼭 그렇지 않다.

 

정부(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2017년 출판문화산업진흥5개년계획('17~'21)을 발표했다.

https://www.mcst.go.kr/kor/s_notice/press/pressView.jsp?pSeq=15904

이 계획의 핵심은 출판유통선진화시스템구축이다. 당시 보도자료에 의하면 '문체부는 출판유통 선진화를 위해서는 도서 판매량 및 재고, 신간 정보 등 생산·유통 정보가 통합적으로 제공되는 출판정보시스템 구축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보고, 현재 서점 판매 시점 정보관리시스템(POS) 국제표준도서번호(ISBN) 서지정보시스템 오닉스(ONIX) 기반 출판유통정보시스템 등으로 분산 추진되고 있는 생산·유통 시스템의 연계·통합을 추진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를 위해 출판정보위원회 출범, 한국출판유통정보센터 설립, 도서정가제를 합리적으로 보완한 출판문화산업진흥법 개정, 한국출판산업연구개발센터 출범, 출판정책기획단 조직 등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최근 진행되고 있는 일련의 일들은 출판유통선진화라는 큰 틀 안에서 온오프라인 발간물의 통합 관리 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행정 당국과 관계 기관들의 활동이라고 볼 수 있다. 긍정적인 측면이 많고 필요한 정책적 움직임이라 본다.

하지만 거기에 웹툰이 포함되어야 한다면 이야기가 다르다.

법적으로 웹툰을 만화와 같이 출판물로 정의한 바 없고 웹툰은 출판물과 다른 생산과 유통과정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출판물의 기준을 무리하게 적용해서도 안된다. 또, 이를 위한 웹툰계와 출판계 간 논의와 협의도 없었다. 정부나 관계 기관의 이 같은 움직임은 오히려 웹툰을 출판물, 특히 전자출판물이 아니라고 선언하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그렇다. 웹툰은 전자출판물이 아니다. 

출판문화산업진흥법에서 정의한 출판이란 '저작물 등을 종이나 전자적 매체에 실어 편집, 복제하여 간행물을 발행하는 행위를 말한다.' 

http://www.law.go.kr/행정규칙/전자출판물에대한부가가치세면세대상기준고시/(2018-36,20181016)

저작물을 전자적 매체에 실으면 다 출판이 된다. 과도하게 넓은 정의다. 

그래서 법은 '전자적 매체를 이용하여 발행하는 경우에는 전자출판물만 해당한다.'고 제한하는 부분을 명시하고 있다. 여기서 전자출판물이란 '이 법에 따라 신고한 출판사가 저작물 등의 내용을 전자적 매체에 실어 이용자가 컴퓨터 등 정보처리장치를 이용하여 그 내용을 읽거나 보거나 들을 수 있게 발행한 전자책 등의 간행물을 말한다.'고 정의했다. 또 별도의 행정규칙(전자출판물에 대한 부가가치세 면세 대상 기준 고시)을 통해 전자출판물의 기준을 분명히 했다. ' 

http://www.law.go.kr/행정규칙/전자출판물에대한부가가치세면세대상기준고시/(2018-36,20181016)

가. 형태 및 내용에서는 이 법에 따라 신고한 출판사가 발행하고 음악/영화및비디오물/게임 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의 적용을 받지 않는 것

나. 기록사항에서는 저자, 발행인, 발행일, 정가, 출판사, 자료번호가 부여된 것

다. 자료번호에서는 콘텐츠산업진흥법의 콘텐츠식별체계(한국전자출판협회 인증 부여), 도서관법의 국제표준자료번호(ISBN)가 부여된 것에 한한다. 

웹툰은 법적으로 전자출판물이 아니다. 

웹툰업체가 출판사로 신고하거나, 기록사항을 부여하거나, 자료번호를 발급 받지 않은 경우라면 웹툰은 전자출판물이 아니다. 현재 상황이라면 웹툰은 절대 신고/등록/발급 등을 해서는 안된다. 

하지만 경우에 따라 몇몇 웹툰업체와 웹툰콘텐츠는 법적으로 전자출판물이다.

법적 고지나 관계 기관의 권고에 따라야 한다.

네이버웹툰 섹션, 다음웹툰 섹션, 레진 등에 게재된 연재 웹툰은 전자출판물의 대상이 아니다.

당연히 이 문제와 일련의 상황과는 아무 관련이 없다.

문제는 네이버시리즈와 카카오페이지, 전자책/웹소설 기반 웹툰서비스업체의 경우이다.

이들 업체는 업계에서 공통으로 인식하고 있는 "연재 형식의 웹툰/웹소설"과 함께 출판물로 발행된 만화와 장르소설을 함께 판매하고 있다. 또, 통상적인 출판물을 전자출판물로 전환한 e북도 함께 서비스 한다.

문제는 이 지점이다.

e북은 법률에 따라 전자출판물의 기준에 맞춰 표시 정보를 제공하고 도서정가제를 반영해 권 단위로 판매중이다. 그런데 만화와 장르소설은 웹툰이나 웹소설의 회차별 판매방식을 적용하고 있다. 이들 작품 중에는 출판사로 신고한 업체의 것도 있고 그렇지 않은 곳도 있다. 동일 제목의 출판물로 발행된 적이 있는(ISBN을 발급 받은) 작품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것도 있다. 하지만 법률이 정한 기준을 따르지 않고 일괄적인 방식으로 서비스하고 있다.

그러니까 혼란하고 출판계가 질서를 잡아야 한다는 이야기를 한다. 

문제가 되는 것을 명확하게 정리하자면 웹툰이나 웹소설이 문제의 대상이 아니라 '웹툰이나 웹소설의 형식을 취해 판매중인 만화나 장르소설, 즉 전자출판물이면서 전자출판물이 아닌 척 한 작품이 대상이다.'  

출판계 입장에서 보자면 도서정가제를 지켜서 판매해야 할 전자출판물을 웹툰과 웹소설 형식을 취해 회차별로 쪼개 팔기하고 있는 것이다. 기업의 마케팅 활동을 제한하는 것일 수 있지만 이는 그 전에 정해진 법이다. 지켜야 할 대목이다. 

단, 이 상황이나 단계를 기점으로 '웹툰과 웹소설도 전자출판물이니 법률에 따라 신고하고 등록한 후 법을 지키면서 유통하라고 권고'하는 것은 수용하지 않으면 될 일이다. 

 

그런데 이제 점점 시간이 없어지고 있다. 

웹툰의 법률적 지위와 위치를 명확히 해야 한다. 

웹툰의 생산과 유통 관리 체계를 업계 실정에 맞춰 재구축해야 한다. 

 

[추가] 

웹툰은 콘텐츠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인쇄출판만화산업의 대안적 비즈니스모델이기도 하다. 이와 관련 박인하 교수님이 웹툰콘텐츠뿐만 아니라 웹툰비즈니스모델의 형식을 취한 만화(전자출판물)도 기존의 규제 안에 넣으면 안된다고 한 지적에 대해 일정 부분 동의한다. 하지만 이 부분은 좀 더 엄격한 분리가 필요하다. 규제와 보상 기준이 법적으로 있다면 법의 기준에 따라야 한다. 기준이 없으면 만들자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기준이 있는데 따르지 않으면 질서를 잡겠다고 나서는 이들을 보게 된다.

또 다른 측면에서는 개인적으로 네이버시리즈, 카카오페이지의 종합콘텐츠몰화에 대해 반대한다. 웹툰/웹소설로 성과를 얻은 기업이 만화/장르소설을 함께 취급하는 것이 낯설지는 않다. 하지만 그 기반을 통해 e북, 영화, 방송 콘텐츠까지 하나로 묶어서 판매하고 있는 모습은 유감스럽다. 전체 매출은 늘 수 있겠지만 소비자의 선택은 분산된다. 종합콘텐츠몰일 때 웹툰으로 유입되는 타장르의 소비자보다 웹툰소비자가 타장르로 유출되는 속도와 규모가 더 클 것이다. 당장 이번 일 역시 서로 다른 규제 안에 있는 콘텐츠를 한 그릇에 담다가 생긴 일이라 본다.

과거를 생각해보면 만화방에 사람 모인다고 한쪽 귀퉁이에 음성적인 비디오방 만들었다가 많은 업주들이 경찰서에 갔다. 만화대여점 잘 된다고 일반도서와 아동물까지 취급하다 만화서가가 축소됐고 망해가는 비디오대여점 한 쪽 귀퉁이에서 멀티대여상품이 됐다.

성공을 경험한 비즈니스 마인드는 지속적인 확장과 계열화를 꿈꾸게 된다. 하지만 업의 본질에 충실해야 한다. 웹툰의 수직계열화는 좋지만 웹툰콘텐츠나 비즈니스모델을 활용한 수평계열화는 이 업의 혼란과 다른 업과의 갈등만 조장할 뿐이다.

 

짤방은... 뽀스베이비다. 그렇다면 이야기가 다르다... 그렇다면 웹툰은 전자출판물이 아니다. 

 

한국만화영상진흥원과 국립중앙도서관의 웹툰아카이빙 사업과 웹툰 납본에 대해서는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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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석환(만화평론가, 한국영상대 만화콘텐츠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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