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우리가 살펴봐야 할 숫자
네이버웹툰, 카카오페이지로 상징되는 양대 웹툰플랫폼이 내수시장과 해외 시장을 리드하면서 수많은 고객과 투자가 몰리고 있다. 고객이 쓰는 돈은 제작사와 신예작가의 등장을 부채질하고 투자자들은 더 많은 이익을 실현시키기 위해 양대 플랫폼에 종잣돈을 밀어 넣고 있다. 정부는 시장의 확대를 위해 재정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고 시장의 역기능을 차단하기 위한 행정적 노력도 지속하고 있다.
△ 정부가 웹툰 세계화와 창작자 복지 증진을 목표로 추진하고 있는 웹툰융합센터 조감도
문화체육관광부는 2000년대 초부터 본격적으로 만화산업을 육성해 왔다. 매년 ‘만화산업육성’ 예산을 마련해 창작 및 제작지원, 유통 및 기반지원 등을 하고 있다. 올 해 정부의 만화산업육성 예산은 210.5억원이었다. 2018년 예산이 126.3억원이었던데 비하면 크게 확대됐다. 2020년 정부의 만화산업육성 예산 규모도 올 해와 유사한 수준으로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또 정부는 올 해 매 5년마다 발표되는 만화산업중장기계획(4차)을 발표했다. 만화산업 1조원 시장이 열리면서 3차 계획의 매출 목표를 달성한 정부와 만화산업계는 2023년까지 만화산업 시장규모를 1조5천억원 수준으로 성장시키기로 했다.
2019년 11월 말 현재, 웹툰가이드 DB서비스에 의하면 현재 서비스 되고 있는 웹툰 작품 수는 11,385편이다. 현재 연재되고 있는 작품 수는 1,210편이고 연재를 지속하고 있는 작가 수(글작가 포함)는 1901명이다. 과거 만화잡지를 기준으로 1개의 매체에 작가 10명이 활동했다고 보면 무려 190종의 만화잡지가 발행되고 있는 셈이다.
△ 네이버 서비스 밋업 행사 중 발표중인 김준구 대표
네이버웹툰은 지난 9월, 자사에서 연재하는 작가들의 연 평균 수익은 3억1천만원이라고 했다. 탑20위 작가들의 평균 연 수익은 17억5천만원, 신인작가 평균 연 수익도 1억 6천만원이라고 했다. 연재작가의 84%가 연 5천만원 이상의 수익을 지급받고 있고 62%는 연 1억원 이상을 받는다.
네이버웹툰은 글로벌 시장에서 올 해 거래액 규모가 6000억원에 이를 전망이라고 발표했다. 카카오페이지도 올 해 글로벌 시장 거래액이 전년도보다 48% 증가한 4300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와 관련 미래에셋대우는 2020신성장산업 투자포럼에서 네이버웹툰(5.7조원, 라인망가 1.8조원)과 카카오페이지(2조원, 픽코마 1.4조원)의 적정 가치를 총 10.9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그간 만화산업에서 볼 수 없었던 숫자들이다. 2020년 양대 플랫폼의 거대한 행보를 주목해야 한다.
2019년 우리가 되돌아봐야 할 숫자
1명, 만화가 김성환 금관문화훈장 수훈
△ 만화가 김성환의 부인 허금자 여사
2019년 9월 8일 향년 86세로 ‘고바우영감’의 만화가 김성환이 우리 곁을 떠났다. 정부는 문화예술 발전에 공을 세워 국민문화향상과 국가발전에 기여한 공적이 뚜렷한 자에게 문화훈장을 수여한다. 1973년 상훈법에 의거 신설됐고 만화계에서는 2001년 작고한 김종래가 보관문화훈장(3등급)을 수훈한 이래 2002년 김성환(보관), 2003년 길창덕(보관), 2004년 박기정(보관), 2005년 고우영(은관, 2등급), 박기정(옥관/4등급), 2007년 이두호(옥관), 2008년 김산호(옥관), 2014년 신문수(옥관) 등이 수훈자로 선정된 바 있다.
그간 정부가 만화가에게 수여한 최고 훈격은 은관이었다. 그런데 올 해 고인이 된 만화가 김성환에게 금관문화훈장(1등급)이 추서됐다. 한국현대만화의 개척자이자 권력의 감시자였던 고인에 대한 국가적 인정이자 예우라 할 수 있다. ‘만화’의 위상이 고인의 작품만큼이나 크고 견고해졌다. 2016작고한 만화가 이상무에게도 올 해 보관문화훈장이 추서됐다.
22편, 스튜디오N의 웹툰 원작 영상화 라인업
만화와 웹툰의 힘은 만화 내부에서는 물론이고 엔터테인먼트 산업 전반으로 확장되고 있다. 스튜디오N은 2017년 네이버에서 독립한 네이버웹툰주식회사가 2018년 설립한 자회사이다. 네이버웹툰을 원작으로 한 영상콘텐츠기획사로 22편의 작품에 대한 영상화 계획을 사전 발표한 바 있다. 이 계획에 따라 올 해 8월 ‘타인은 지옥이다’가 OCN, 9월에는 ‘쌉니다 천리마마트’가 tvN에서 드라마로 방영됐다. ‘스위트홈(스튜디오드래곤)’, ‘여신강림(본팩토리)’ 등의 웹툰이 드라마 제작 예정이고 ‘상중하(큐로홀딩스)’, ‘대작(오스카10스튜디오)’ 등의 웹툰이 영화로 제작될 예정이다. 지난해 연재되며 화제를 모았던 ‘연의 편지’는 네이버웹툰주식회사의 또 다른 자회사인 리코에서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된다.
전 국민 엔터테인먼트 플랫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네이버웹툰의 슈퍼IP(Intellectual Property)가 TV드라마와 영화계까지 영향력을 확대한 것이다. 네이버웹툰의 광폭 행보에 카카오페이지도 맞불을 놓고 있다. 사내회사격인 다음웹툰컴퍼니의 ‘좋아하면 울리는’이 넷플릭스에서 드라마로 방영됐고 ‘아이템’ ‘아내를 죽였다’ ‘시동’ 등의 웹툰 원작 콘텐츠가 TV와 스크린에 올라탔다. 반갑고 기대되는 현상이다. 하지만 웹툰 콘텐츠의 생산보다 웹툰 IP의 활용에 방점이 찍히는 경우 시장은 기형적으로 발전될 수 있다.
△ 색다른 마케팅으로 흥행 몰이를 하고 있는 영화 시동
100개국, 네이버웹툰 애플리케이션 1위 국가 수
한국의 만화와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웹툰이 리딩하고 있는 형상이다. 내수시장에서 역할이 강화되고 있는 것은 해외시장에서의 실적이 뒷받침되기 때문이기도 하다. 지난 9월 24일 열린 네이버 서비스 밋 업(Meet up) 행사에서 네이버웹툰주식회사의 김준구 대표는 네이버웹툰 앱이 전 세계 100개국에서 수익 1위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한국은 물론이고 라인웹툰이라는 서비스명으로 운영되는 미국과 동남아 지역 등 100개국(일본 서비스 라인망가)에서 최고 매출 앱이 된 것이다.
앱마켓 분석 업체 센서타워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 3분기 기준 미국 라인웹툰 거래액은 전기 대비 83% 증가했다. 김준구 대표는 이 같은 성장세에 힘입어 ‘올 해 월간 활성 이용자(MAU)는 6000만 명, 연간 거래액은 6000억 원(전 세계 기준)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국내 정보공시 기준 2018년 722억원의 매출액을 신고했던 네이버웹툰주식회사가 2019년 얼마의 매출을 신고할지 기대된다.
네이버웹툰이 펼치는 ‘세계경영’의 성과는 카카오페이지를 자극하고 있다. 제휴모델을 기반으로 비독점 웹툰 콘텐츠를 모았던 카카오페이지는 ‘선공개’에 이어 다른 곳에서 볼 수 없는 오리지널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이처럼 해외시장 진출에서도 제휴 기반 진출(텐센트-중국, 타파스-미국)을 시작으로 직접 운영(픽코마-일본, 네오바자르-인도네시아) 모델을 가동하고 있다. 이와 관련 이진수 카카오페이지 대표는 ‘플랫폼 회사에서 IP회사로 진화’할 것이라고 했다. 두 회사의 라이벌 구도는 2019년 웹툰세계를 키웠다. 하지만 그로인해 더 많은 기업의 다양한 시도와 도전은 가려졌을 것이다. 큰 역할에 맞는 사회적 책무도 잊지 말아야 한다.
△ 독점 콘텐츠를 강화하고 있는 카카오페이지
1400여 회, 10년 연재 ‘덴마’ 완결
△ 완결을 향해 가는 덴마
한국만화사에서 이보다 좋았던 적이 있었을까. 한국만화는 1960년 대 첫 번째 만화 붐을 맡았다. 이 시기 황금세대라 불리는 만화방 스타(박기정, 손의성, 방영진, 엄희자 등)들이 탄생했다. 이때를 만화팬으로 경험했던 이들(이상무, 허영만, 이현세, 황미나 등)에 의해 80년대 만화르네상스가 열렸다. 2000년대에는 웹툰이라는 새로운 전통이 만들어졌다. 만화산업의 변화나 혁신이 아니라 완벽하게 새로운 세계가 구축됐다. 만화의 세계는 저물어 가지만 웹툰의 세계는 거대하게 부상했다. 저물고 오르는 두 세계의 교차지점에 양영순과 ‘덴마’가 있다. 양영순은 만화르네상스 시기의 끝자락에 등장한 이른바 신세대 만화가로 만화와 웹툰의 세계를 공유하고 있는 만화가들(이충호, 윤태호, 강도하, 양영순)중 한 명이다. 1995년 ‘누들누드’로 만화세계에 충격을 선사했던 그는 2004년 ‘1001’로 웹툰세계의 한 축이 됐고 2010년 ‘덴마’를 연재했다. 만 10년, 주2~3회 연재를 자유롭게(?) 이어가며 총 1400여 회를 연재했다. 보기 드문 장기 연재작이고 우주를 무대로 펼쳐지는 대서사시였다. 양영순은 12월 16일 자 한겨레 인터뷰에서 ‘덴마’의 완결을 예고했다(오는 12월 31일 최종화가 업데이트 된다). 웹툰세계는 난리가 났다. 10년간 1400회를 연재했지만 성실성 문제를 지적 받고 1400회 동안 이어진 방대한 설정과 등장인물들의 서사가 촘촘하게 연결되어 있지만 이른바 떡밥 회수를 못했다며 실력을 의심한다. 완결의 아쉬움에 하는 소리치고는 높은 강도의 비난이다. 이쯤 되면 웹툰의 덧글 시스템에 대한 재고, 웹툰작가의 건강과 플랫폼 노동의 강도에 대한 논의, 창작과 생산의 주체인 작가가 소비의 대상이 되고 있는 현실 등에 대해 살펴봐야 한다.
글에 남긴 여러분의 의견은 개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