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석환, 만화산업 가치사슬의 변화와 권리 분배 방향, 2015만화산업백서, 2016.03.31

제조업 기반 산업에서 저작권산업으로 변화한 만화산업


만화산업은 근본적으로 저작권리 유통 사업이다. 작가가 작품 창작을 통해 발생시킨 유무형의 권리를 생산기업이 권리자인 작가와의 계약에 의거 인쇄․복제․전송 등의 방식으로 제품화하면 유통기업은 이를 상품화해서 소비자가 구매할 수 있도록 한다. 저작권리를 담은 저작물을 ‘생산→유통→소비’하는 구조이다. 원저작물의 생산․유통․소비를 중심으로 다양한 유형의 2차, 3차 생산․유통․소비시장과 이를 촉진하고 매개하는 자본시장, 동기를 부여하고 선순환을 확산시키는 문화시장, 각 분야의 활동을 전수하거나 주요 인력을 배출시키는 교육시장, 그리고 이를 육성하고 통제하는 정책(법․제도)시장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산업의 기초가 작가가 창작한 저작물과 이에 따른 저작권리에 의해 형성된 것이다. 그런데 전통적인 만화산업은 최종 상품이 책 또는 잡지 같은 인쇄․출판물의 형식을 취했다. 작품화 과정을 통해 발생한 저작물(원고, 原稿)과 저작권리에 기초하고 있지만 제품화나 상품화 단계의 과정을 통해 생산된 출판물(복제 배포물)의 유통에 의해 매출이 발생한다. 즉, 작품이 아닌 상품화 과정에 의해 가치(이윤)가 창출되고 배분됐다. 이에 따라 전방에서 작품화를 전담한 작가의 권리보다 후방에서 상품화를 위해 비용을 투자하고 이를 회수한 기업의 권리가 더 큰 구조를 취했다. 이 중심에 제품화를 전담한 생산기업(출판사나 매체사)이 있었다. 그래서 그간의 만화산업은 저작권리 유통 사업에 입각해 있다기보다는 출판물유통업 또는 제조업의 기준에 맞춰져 있었다. 하지만 최근 만화산업의 핵심 상품이 책이나 잡지 같은 물리적 상품이 아닌 디지털화 된 비물리적 상품으로 전환되면서 산업의 주축을 형성하고 있던 생산기업의 역할에 변화가 발생하고 있다. 이른바 한국형 디지털만화라고 하는 ‘웹툰’이 국내만화산업의 주류 장르가 되면서 만화산업 내에서 작가와 기업, 생산기업과 유통기업 간의 역할과 권리 분배 과정에서 혼란과 분쟁이 발생했다. 



전통적인 만화산업의 주축이 됐던 기업이 저작물을 출판물 등의 형태로 제조해서 유통하는 역할을 했다면 최근 만화산업의 중심 장르가 된 웹툰은 원 저작물을 별다른 제조 과정 없이 유통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기업의 역할 역시 생산기업이라기 보다는 유통기업의 성격을 취했다. 

웹툰이 장르화 되고 산업화 단계로 접어들면서 이를 주 업무 영역으로 하는 신생기업이나 인터넷 기반의 기업 같은 경우는 이 같은 변화를 시장진입 전략 차원에서 수용해 왔다. 디지털화로 인해 제조와 유통에 따른 비용이 절감 된 만큼 이에 따른 매출 이익을 작가의 권리로 분배해 주면서 전통적인 만화산업 기반 기업과의 차이점을 명확히 한 것이다. 그런데 최근 웹툰이 유료화 단계로 빠르게 접어들면서 이 같은 전략에도 변화가 발생하고 있다.


 
포털을 중심으로 했던 기존의 웹툰산업이 작품의 트래픽을 중심으로 한 광고 매출을 기반으로 손익을 계산했다면 유료화를 기반으로 한 전문 웹툰서비스사의 경우는 작품 자체의 이용료 매출을 기준으로 손익을 계산하고 있다. 광고 수익 모델이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만큼 매출의 확장성이 높고 원고료 등의 비용은 고정되어 있는 반면, 유료 수익 모델은 웹툰의 고관여자(헤비유저)를 대상으로 하고 있는 만큼 매출의 확장성이 낮고 저작권료 등의 비용은 매출에 비례해서 지급되기 때문에 변동된다는 특징이 있다. 다시 말해 사업화 초기에는 기업의 비용 구조가 명확하지 않아 ‘작가에게 많이 주고 기업이 덜 버는’ 시장 진입 전략을 취했다면 사업을 일정부분 전개해보고 원가에 대한 계산이 가능해지면서 ‘이제는 번만큼 적정하게 나누는’ 전략이 필요한 상황이 된 것이다. 이와 관련 최근 발생한 레진코믹스와 작가 간의 분쟁은 이 같은 문제의 일면이 부각된 것이라 할 수 있다.
분쟁의 이유는 여러 측면에서 검토해 볼 수 있지만 본질적 문제는 ‘기업의 이익과 작가의 이익이 충돌’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양측 모두 어느 정도의 이익을 취하는 것이 상호 간 이익과 성장을 존중하는 동반자 관계로서의 최적점인지 알지 못한다는 점이다. 이 같은 문제점을 검토하고 조정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서는 변화 된 만화산업의 생태계와 가치사슬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20세기형 만화산업의 생태계와 가치사슬

만화에 대한 산업적 논의가 시작된 것은 1990년 대 중후반부터이다. 정부는 문화산업에 대한 재인식을 바탕으로 만화의 산업적 효과에 대한 기대감을 표했다. 정부가 주도했던 1995년 제1회 서울국제만화애니메이션페스티벌의 개최는 만화산업의 가능성을 증명하기에 충분한 행사였다. 이를 시작으로 다양한 유형의 만화진흥정책이 추진됐다. 서울, 부천 등의 지방자치단체는 만화계와의 공조를 기반으로 만화의 문화적, 산업적 위상 제고를 위한 지원 사업을 추진했다. 축제, 시상행사, 관련시설 구축 및 운영 등이 주를 이뤘다. 
2001년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현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설립되고 만화 분야 전담 팀이 생기면서 만화산업 육성을 위한 지원 사업이 다양화되기 시작했다. 2003년 제1차 ‘만화산업 진흥 5개년 계획(2003년~2007년)’이 발표 됐고 매 5년을 주기로 2차(2008년~2012년), 3차(2013~2017년) 진흥계획이 수립되어 추진되고 있다. 




1차 진흥계획은 창작계, 산업계, 학계, 관련기관 등의 대표자 간 회의와 논의를 거쳐 도출됐다. 1차 진흥계획에서 정부는 만화산업의 개념을 ‘만화의 창작, 가공, 유통, 소비 과정 전반에 관련된 산업 및 이를 지원하는 연관산업을 통칭’ 하는 것으로 정의하고 만화산업의 1차 시장을 ‘만화의 창작, 제작, 유통산업’으로 2차 시장을 ‘만화를 원작으로 활용한 … 연관 콘텐츠 산업’으로 봤다. 이와 함께 만화산업의 구성주체를 ‘작가→출판사→유통업체→소비자’로 분류했고 각 주체의 역할을 중심으로 ‘만화산업의 창작·제작·유통·소비 단계’를 도식화 했다. 이 같은 조사결과를 토대로 ‘만화산업의 구조’를 제시했다. 
만화산업의 가치사슬과 생태계에 대한 논의가 촉발된 것 역시 이 시점부터이다. ‘가치사슬(Value chain)이란 기업활동에서 부가가치가 생성되는 과정을 의미한다. 1985년 미국 하버드대학교의 마이클 포터(M. Porter)가 모델로 정립한 이후 광범위하게 활용되고 있는 이론 틀로, 부가가치 창출에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관련된 일련의 활동·기능·프로세스의 연계를 의미한다.’ 



간단하게 정의하자면 가치사슬은 ‘사용한 자원보다 더 많은 가치 재화와 서비스를 생산하기 위해 자원을 결합하는 과정’을 뜻한다. 그래서 가치사슬 분석이란 ‘최종 제품이나 서비스에 부가되는 가치(마진, Margin)의 관점에서 각 활동을 분석하는 것이다.’ 이는 기업 활동의 과정별 체계화를 촉진하고 기업의 강‧약점과 차별화 요인을 도출해 낼 수 있다는 측면에서 매우 유용하다. 보통 기업에서는 가급적 많은 가치사슬을 수직적으로 통합(vertical integration)해 규모의 경제(economy of scale)를 만들어내서 경쟁우위를 구축하거나 내부역량을 분석하기 위한 도구로 이를 활용하고 있다. 
반면, 만화산업계는(학계를 포함해) ‘만화산업의 가치사슬’에 대한 논의를 전개하면서 1차 진흥계획이 정책 수요 발굴을 위해 제시한 만화산업의 4대 주체별 역할과 산업 구조 모델(작가/창작→출판사/제작→유통업체/유통→소비자/소비)을 단순 차용했다. 이는 ‘만화산업의 생태계’ 논의 과정에서도 동일하게 반복됐다. 



생태계(ecosystem)란 원래 ‘상호작용하는 유기체들과 또 그들과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주변의 무생물 환경을 묶어서 부르는 말이다. 즉, 같은 곳에 살면서 서로 의존하는 유기체 집단이 완전히 독립된 체계를 이루면 이를 생태계라고 부를 수 있다. […] 이러한 생태계의 개념이 다양한 분야로 적용되면서 비즈니스 생태계란 용어도 탄생했다. 무어(Moore, 2006)는 비즈니스 생태계에 대해 각자의 경영활동이 전체 공동체의 운명에 의해 상당 부분이 좌우되는 경제주체들의 의식적인 공동체로서 조직을 구성하고 있는 상호 의존적인 존재들의 네트워크라고 정의했다.’  이 같은 정의는 이안시티와 레비언(Iansiti & Levien)에 의해 ‘개별 기업의 가치 창출과 제공에 영향을 미치며 그것으로부터 영향을 받는 기업들, 예를 들어 공급자, 관련 제품과 서비스의 생산자, 기술 제공자, 유통업자, 아웃소싱 기업들의 느슨한 네트워크’로 재정의 되기도 했다. 





그런데 만화산업계는 이 역시 1차 진흥계획이 제시한 ‘만화산업의 구조’ 모델을 부분 수정해서 논의의 기본 틀로 활용했다. 즉, 현재 만화산업의 가치사슬은 만화산업의 참여 주체별 활동 단위를 단순화하여 제시하고 있을 뿐 가치사슬의 핵심 요소인 ‘이윤 창출을 위한 가치 활동의 단위와 과정’을 명확하게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 또, 만화산업의 생태계 모델도 제작형식과 유통방식을 나열하고 있을 뿐 생태계의 핵심 요소인 ‘가치 창출과 제공을 위한 상호 의존적인 관계’를 제시하고 있지 않다. 
물론, 1차 진흥계획이 제시한 ‘만화산업의 구조’ 모델과 이를 바탕으로 전개된 ‘만화산업의 가치사슬과 생태계’ 모델은 나름의 역할을 충실히 했다. 1차 진흥계획이 제시한 모델은 만화산업의 복잡한 유통구조를 개선하도록 했고 만화원작산업이라는 대안을 도출시켰다. 이를 근간으로 한 만화산업의 가치사슬과 생태계 모델 역시 2차, 3차 진흥계획과 맞물리면서 만화산업의 다양한 분화와 전개 국면에 대해 증언했고 만화산업의 디지털화를 촉진 시키는 역할을 했다. 그러나 이 모델은 만화산업 내에서 발생하는 가치(이윤)창출 활동의 과정과 부문, 비중과 상호 연관관계에 대해서 명확히 하지 않고 있다. 이로 인해 달라진 시장의 문제와 부문별 역할, 가치의 분배 문제 등에 있어서도 의미 있는 기준이 되지 못한다. 

디지털 기반 만화산업의 매출액 구성과 분배의 변화



전통적인 만화산업의 매출구조는 도서 판매액을 기준으로 하고 있다. 도서의 정가는 대체로 작가의 인세10%, 출판사의 제작비 30%, 판매비와 관리비 30%, 유통비(대행 수수료) 30%로 구성된다. 


출판사는 유통사에 정가의 70%에 도서를 공급한다. 이에 따라 매출액이 70%면 이중 매출원가는 인세와 제작비를 포함해 40%가 된다. 매출액에서 매출원가를 뺀 영업이익은 30%이다. 그런데 출판사는 매출을 발생시키기 위한 판매비와 관리비로 30%를 투입하거나 예정한다. 그래서 영업이익은 제로가 된다. 이를 기준으로 출판사는 더 많은 도서를 발행해 더 많이 판매되게 함으로서 제작비, 판매비와 관리비의 비율을 최소화하거나 고정시키는 방식으로 이익을 창출해왔다. 그런데 만화산업이 디지털화 되면서 비용과 이익 구조에 변화가 발생했다. 소비자의 구매가를 100%로 할 때, 신용카드사나 통신사가 받는 결재수수료와 결재 전문 대행업체의 수수료가 20% 가량 발생한다. 저작권리자가 매체사를 통해 직접판매하는 경우는 80%가 매출이 된다. 저작권리자가 에이전시 등의 중개업체를 통해 매체사에 간접판매하는 경우는 중개수수료가 20% 가량 발생한다. 이를 기준으로 디지털 기반의 만화산업에서 작가는 최소 40%에서 최대 60%의 저작권료를 받는다. 반면 기업은 각 역할별로 20% 가량의 몫(결재대행사, 매체사, 중개사)을 받는다. 사업 활동을 수행하기 위한 비용을 20% 미만 수준으로 유지해야 한다. 전통적인 만화산업처럼 판매비와 관리비가 30% 투입된다면 영업이익은 -10%가 되는 구조이다. 
전통적인 만화산업은 베스트셀러의 재판과 중쇄를 통해 제작에 따른 비용은 고정시키거나 줄이고 영업이익을 늘려 규모의 경제를 이끌어 낼 수 있었다. 반면 디지털 기반의 만화산업에서는 대량 판매를 한다고 하더라도 수익분배율에 따른 비용이 발생하는 구조여서 투입감소분에 따른 이익이 발생하지 않는다. 고정된 분배률을 기반으로 영업이익을 플러스로 전환시키기 위해서는 판매비와 관리비를 절감하거나 고정시키고 저작권리자와 저작물의 수량을 확대해서 규모의 경제를 만들어 내야 한다. 가령 전통적인 만화산업에서 기업이 10%의 영업이익율을 보였고 디지털 기반의 만화산업에서는 2% 영업이익율을 보였다면 동일한 효과를 발생시키기 위해서는 5배의 매출을 올려야 하고 생산도 5배 늘려야 한다. 전통적인 만화산업 대비 디지털 기반 만화산업의 생산량 증대는 소비인구의 증가라는 측면도 있지만 이 같은 이익률의 제한에서 비롯된 측면도 있다. 
또한, 만화산업이 디지털화 되었다고 해서 제작과 유통에 투입되는 비용이 이론처럼 ‘제로’가 되는 것도 아니다. 디지털 전환, 가공, 편집 등에 따른 비용은 제외하더라도 콘텐츠 서비스를 위한 사이트, 서버, 네트워크 운영비는 초기 투자비에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가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증가하는 구조를 보인다. 이익 구조가 제한적인 상태에서 이 같은 비용 증가 요인은 기업체에게 적지 않은 부담이 된다. 2014년 다종다양의 웹툰 플랫폼이 오픈했다가 별다른 성과 없이 서비스를 종료한 것 역시 이익률의 한계와 고정비의 지속적인 증가에 대한 대비를 하지 못한 탓이다. 



웹툰산업 고도화에 따른 변화된 가치사슬과 생태계 모델



디지털만화산업의 수익 모델 문제와 이익 도출의 한계성은 사업화 초기부터 노출됐고 이에 따른 문제제기가 이어지면서 대안적 사업모델이 제시되어 왔다. 포털사이트를 중심으로 제시된 ‘광고매출 중심 무료웹툰 서비스 모델’이 최초의 대안모델이었다면 고비용이 발생하는 매체를 직접 운영하지 않고 기성 매체에 콘텐츠만 제공하는 ‘웹툰 콘텐츠 제공자 모델’도 있다. 또, 콘텐츠 유통을 통해서는 제작비만 회수하고 부가가치를 창출해 이익을 만들어내는 ‘웹툰 콘텐츠 원작 사업 모델’ 등이 있다. 물론 이런 대안적 모델이 일반화 되는 것을 경계하며 근원적 문제를 제시해 시장에 진입한 기업도 있다. 최근 각광받고 있는 ‘유료 웹툰 서비스 모델’이 대표적이다. 직접판매를 통해 유통비용을 최소화하고 매출을 극대화해 이익을 창출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처럼 다각화된 움직임으로 인해 현재 만화산업계에는 전통적인 만화산업에서는 구체화되지 않았던 새로운 주체들이 등장했다. 이들은 만화산업의 가치사슬과 생태계를 변화시키고 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플랫폼(Platform)과 에이전시(Agency)이다. 
플랫폼은 전통적 만화산업의 입장에서 보자면 유통사의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현재적 의미에서 플랫폼은 만화콘텐츠의 생산(창작)을 촉진하거나 직접 투자하고 제작과 유통의 기준을 제시해 관련 기업의 참여를 이끌어 내는 한편, 직접 운영 주체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 또, 지속적으로 소비자를 내부로 유입해 참여 주체들의 이익을 증진시켜주는 역할을 한다. 포털사이트 웹툰서비스로 대표되는 플랫폼은 초기 전통적인 만화산업의 대안적 매체나 만화산업 내 한 부문으로 평가됐지만 현재는 전통적인 만화산업의 각 부문과 디지털만화산업의 전 영역을 아우르는 형태로 발전했다. 디지털 기반 만화산업이 이익률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규모의 경제를 통해 이익을 창출할 수 있다는 믿음을 주고 있는 것 역시 대규모 사용자층을 거느리고 있는 포털이 웹툰의 플랫폼 역할을 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에이전시는 통상 대행사라고 할 수 있다. 전통적인 만화산업 내에서는 제작사가 창작자의 작품 제작을 대행하고, 유통사가 제작사의 작품 유통과 판매를 대행하는 형식을 취했다. 하지만 이는 명확히 구분되어 있는 업종 간 역할 수행이었다. 그런데 만화산업이 본격화되고 다각적으로 파생되면서 업종 내에서 직접 수행하던 역할을 대리하는 이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제작사의 국제부에서 전담하던 수출입 업무를 전문적으로 수행하는 수출입 에이전시를 시작으로 작품 기획과 편집을 전담하는 기획 에이전시, 편집 에이전시 등이 등장했다. 이들의 등장은 생산량과 질적 성장을 강화하는 역할을 했고 내부에서 수행하던 일의 비용을 책정하게 함으로서 원가 개념을 명확하게 만들었다. 최근에는 작가 에이전시와 저작권 에이전시가 전문화 되면서 플랫폼과 함께 디지털 기반 만화시장의 분화와 확대 발전을 촉진시키고 있다. 작가 에이전시는 만화가의 작품 계약과 활동을 중재하는 매니저 형태를 취하다가 최근에는 작가 조합 같은 형식으로 발전해 작가의 이익과 권익에 관한 업무를 포괄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반면 저작권 에이전시는 특정 작가가 아닌 작가의 작품과 저작권리에 대해 제한적으로 대리인 역할을 한다. 작가 에이전시가 작가의 활동에 집중한다면 저작권 에이전시는 저작권리의 활용에 집중하고 있다. 플랫폼의 활성은 플랫폼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자 하는 다종다양의 에이전시가 등장하면서 본격화 됐다고 할 수 있다. 
플랫폼과 에이전시는 전통적인 만화산업 가치사슬에서 도출되지 않았던 ‘기획’ 또는 ‘기획개발’ 부문을 도출시켰다. ‘싸게 만들어서 많이 파는 방식’에서 탈피해 ‘적합하게 만들어서 다양하게 판매하고 명확하게 분배하는 구조’가 등장한 것이다. 이를 포터의 가치사슬 모델을 중심으로 재구조화하면 다음과 같다. 



창작 이전 단계와 창작 이후 단계에서 기획의 영역이 강조된다. 이는 창작된 콘텐츠를 중심으로 이윤을 극대화하고 참여자간 분배를 명확하게 하기 위한 경영과 운영활동 전반을 아우르는 역할을 한다. 기존 가치사슬이 작가의 역할을 창작에, 기업의 역할을 제작과 유통에 집중시켰다면 변화된 가치사슬은 산업 전반에서 작가의 역할을 창작과 제작으로 확대했고 각급 기업의 역할을 기획과 유통으로 전문화 시켰다. 현재적 의미에서 플랫폼 기업이 산업 전 영역에서 활동하고 있다면 작가 에이전시나 기획개발 에이전시는 기획부문에서 저작권리 에이전시나 콘텐츠 유통 대행 중심 플랫폼(서비스사) 등은 유통부문에 위치한다. 만화산업을 콘텐츠 생산주의적 관점에서 본 기존의 가치사슬은 작가와 작품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측면이 있다. 하지만 변형된 가치사슬은 만화산업을 콘텐츠 생산이전 단계로 확장시켰다. 콘텐츠 생산에 있어서 사전기획과 투자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이는 웹툰산업의 활성과 유료 수익모델의 등장에 따라 만화산업이 고도화 되면서 자연발생적으로 전개되고 있는 측면이 있다. 산업화 이전에는 희생적 작가의 창작의지가 만화산업의 중요한 생산동기였다면 산업화 이후에는 기업의 철저한 시장분석에 따른 자본투자가 만화산업의 핵심 동력이 된다. 이를 자연 생태계 모델을 중심으로 구조화 하면 다음과 같다. 




만화산업 생태계를 구성하는 주체로 ‘작가→기업→고객’이 있고 이들은 생태계 내에서 ‘생산자→소비자/매개자/2차생산자→분해자/최종소비자/생산적소비자’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 
만화산업 생태계 내에서 작가와 기업은 ‘자본’의 직접적 영향을 받고 인재교육과 소비문화 측면에서 상호적 영향을 주고받는다. 이를 기초로 다양한 층위의 작가들이 양산되고 생태계 내에서 창작 활동을 한다. 다종다양의 기업이 작가들의 창작활동을 위해 자본을 중개하고 고객에게 작품을 매개한다. 그리고 작품의 2차적 생산과 소비를 유도한다. 고객은 최종소비자로서 자신들의 자유로운 의지에 의해 자본의 선순환을 만들어내고 생산적소비자로서 또 다른 생태계를 구축해낸다. 이 생산적 소비자들이 20세기 말을 코믹스 시대로 이끌었고 21세기를 웹툰의 시대로 만들었다. 


창작의 존엄성과 자본의 기여 그리고 기업에의 존중



만화산업의 핵심은 콘텐츠이다. 산업생태계에서도 콘텐츠를 생산하는 주체인 작가의 역할이 누구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시장의 성숙과 유지 발전을 위해서는 건강한 자본의 참여와 구축 그리고 유지가 필요하다. ‘투자 없는 생산’은 가능할 수 있지만 한계가 있다. 이를 지속 가능하게 하는 것이 곧 자본이다. 그리고 이 자본을 매개하고 만화계의 생산을 촉진하는 것이 기업이다. 그런데 그간의 만화계에서는 자본의 유입과 기업의 역할에 대해서 다소 부정적인 입장이 존재했다. 물론, 기존의 자본과 기업 역시 만화계에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의 많은 문제를 양산했다. 주요 사안에 대한 역사적 평가와 검토가 필요한 대목이다. 하지만 이 같은 문제점들을 바탕으로 현재가 구축됐다. 역대 어느 시기보다 많은 사람들이 만화를 즐기고 있고 어떤 때보다 많은 양의 국산만화가 생산되고 있다. 생산과 소비를 집중화하고 있는 안정적 매체가 있고 이를 매개하고 활용하는 신규 주체들도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세계도 달라진 한국의 만화판을 주목하고 있다. 그야말로 황금시대라 할만하다. 그런데 생산과 소비에 집중한 나머지 이익의 분배 문제에 대해서는 아직 그만한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새로 활성화 된 판이 유료 매출에 입각해 있지 않았던 것도 한 이유가 됐다. 하지만 ‘작가의 이익’에 대한 부분은 웹툰 시장 초기부터 현재까지 심심치 않은 이슈가 되고 있다. 대체로 작가에게 돌아가는 비용이 아주 적다거나 매우 많다는 식이다. 반면 ‘자본과 기업의 이익’에 대한 부분은 언급되지 않고 있다. 기업 역시 이 같은 내용을 공개적으로 언급하는 것에 대해 주의하고 있다. 소비자들이 많이 보고 있다는 것은 데이터를 통해 알려진 사실이지만 그래서 매출이 얼마나 나고 있는지, 영업이익이 얼마인지에 대한 구체적 사실은 알려져 있지 않다. 추정된 데이터가 제시되고 있을 뿐이다. 영업비밀이라는 측면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상황의 이면에는 기업의 이익에 대한 일반의 부정적 인식도 작용하고 있다. 기업의 이익에 대해 인색한 것이다. 자본이나 기업이나 이익을 추구하고 영리를 목적으로 한다. 이익이 나지 않으면 기업은 유지 될 수 없다. 기업이 유지 되지 않으면 작가의 이익 역시 도출될 수 없다. 기업이 부정적 이익을 달성한 것이 아니라면 기업의 활동 영역만큼 이익 역시 존중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만한 자본의 기여와 역할에 대해서도 평가해야 한다. 
웹툰을 중심으로 변화된 만화산업의 가치사슬은 작가의 역할만큼이나 기업의 역할에 대해서도 강조하고 있다. 잘 만들어진 콘텐츠를 많이 파는 것만이 기업의 역할이 아니라 어떤 필요에 의해 콘텐츠를 만들고 어디에 어떻게 팔지에 대해서 사전에 계획하고 사후에 관리해야 한다. 기획분야와 유통분야에서 기업의 역할이 변화됐고 이는 산업의 다각화와 함께 더욱 강조될 전망이다. 기업이 자신의 이익을 강화하기 위해 한 활동이 곧 작가의 이익을 동반 상승 시켜줄 것이다. 그래서 그만한 신뢰 관계와 지속적인 대화가 필요하다. 최근 만화산업계가 활성화 되고 시장 붐이 유지되면서 한시적 투기 자본과 악성 자본의 참여가 이뤄지고 있다. 또 만화산업의 활성화를 저해할 수 있는 기업의 부정적 활동으로 인한 사건․사고도 줄을 잇고 있다. 물론, 이 같은 부정적 이슈에서 창작자들 역시 자유로울 수 없다. 이 같은 생태계 저해 활동에 대해서는 상호간 경계하고 억지력을 보여줘야 한다. 하지만 그런 이들이 아니라면 작가와 기업은 단순 거래처가 아니라 상호 이익을 추구하기 위한 동반자이다. 창작에 대한 존엄과 기업활동에 대한 존중이 필요하다. 이 같은 입장 하에 비용투입과 가치창출 활동에 대한 정확한 제시가 있어야하고 분배에 대한 적합한 설정이 이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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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석환(만화평론가, 한국영상대 만화콘텐츠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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