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그간 우리만화계는 언론학, 사회학, 교육학, 미술학, 경제학, 국문학, 정보학 등과 복합학 분야에서 만화매체/유통론, 만화역사론, 만화커뮤니케이션론, 만화문화연구, 만화작법론, 만화효과론, 만화활용교육론, 만화산업/정책론, 만화기호론, 만화콘텐츠론, 만화스토리텔링론, 사이버만화론 등의 만화연구가 이뤄졌다. 물론 이 같은 연구성과는 대개 각 분야 전문가 및 현업 경력자들의 개별적인 집필에 활동에 기대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전문가 진영의 집필 활동이 정체되고 있는데 반해 만화를 주제로 한 석・박사 학위논문은 지속적으로 그 폭과 깊이를 넓혀가고 있다. 이에 본 논고는 만화관련 도서와 만화관련 학위논문의 연구경향과 만화연구의 전개과정을 검토하고 대학 연구실 중심의 만화연구가 중요해진 이유와 그 의미에 대해 논하기로 한다.
<그림1> 천리구 김동성(1890-1969)
동아일보 기자로 정부수립과 함께 초대 공보처장을 지냈다. 김동성은 빼어난 만화가이자 만화연구가로 최초의 만화작법이론을 <동명> 등의 잡기에 기고해 만화연구의 기초를 마련했다.
기존 만화연구 현황
국립중앙도서관의 소장자료 검색 서비스를 이용해 ‘만화’라는 검색어를 포함하고 있는 전체 자료를 검색해봤다. ‘만화’라는 검색어를 포함한 도서자료는 1,648건, 학위논문은 385건이 검색됐다. 이중 외국어 자료와 ‘만화로 보는...’ 유의 도서를 제하고 학위논문 중 만화와 무관한 항목을 제하면 도서 290건, 논문 371건이다. 도서의 경우는 1974년부터 1990년까지 총 29건에 불과하던 것이 1996년부터 2005년까지는 연평균 24.6권이 발행되다가 최근에는 주춤한 상태이다. 반면, 학위논문은 1969년부터 1993년까지 총 18건에 불과하던 것이 1994년 이후 현재까지 353건으로 연평균 26.07건이 발행됐다. 각각의 연구성과에 대한 개별적인 논의와 분야별 검토는 다른 기회로 미루고 여기서는 전체적인 연구 경향을 파악해 보기로 한다.
<표1>국립중앙도서관 소장자료 중 검색어 ‘만화’ 검색결과
<그림2> 박기준, 만화작법, 1975
박기준은 형 박기정과 함께 당대 최고의 만화가이자 만화편집자, 만화교육자로 다양한 형식의 만화창작 관련 도서를 집필하고 있다.
단행본 도서의 경우
먼저 도서 분야의 만화연구는 언론인, 만화가, 문학인, 미술사가, 교육자, 잡지편집인, 만화평론가 등에 의해 이뤄졌다. 이해창, 윤영옥, 손상익 등 언론인 출신 연구가들은 신문시사만화의 사례를 중심으로 시사만화의 역사와 역할을 밝히는데 집중했고, 김성환, 김용환, 고우영, 박재동, 이현세, 이두호 등의 만화가는 자전적 수필을 통해 만화창작과정의 고단함과 만화라는 표현형식의 중요성에 대해 주장하는 한편 당대 만화계의 현실을 묘사했다. 박기준, 박무직의 경우는 만화작법 이론의 대중화에 기여했고 교수 출신 만화가인 임청산, 이원복은 해외만화 소개 및 만화학의 이론적 기초를 다지는데 충실했다.
오규원, 이주향, 함성호 등의 문학인 출신 연구가들과 최열, 최석태 등의 미술사가 등은 만화작품 및 작가에 대한 평가에 주목했고 문학과 미술의 비평이론을 적용한 이론비평의 사례를 만들어냈다. 교육자 그룹은 초중고 선생과 대학교수 출신의 연구자들로 구분되는데 전자가 만화유해론과 만화활용학습론을 전개한데 반해 한창완, 백준기, 성완경, 손기환 등은 만화산업, 만화미학, 만화예술, 예술만화창작 등 전공 분야에서 다양한 연구성과를 발표했다. 잡지기자 또는 편집인 출신으로는 이명석, 오은하, 김봉석, 황민호, 이동훈, 박창석, 박성식 등이 다양한 만화작품과 만화세계를 조명하는데 집중했다.
박인하, 박석환, 한영주, 김낙호, 김성훈 등 만화평론가들은 만화작품의 창작 경향 분석과 논평에 치중하는 한편 만화산업, 만화매체, 만화역사, 만화이론, 만화정책 등 전문분야별로 다양한 영역의 성과를 발표했다. 도서 분야의 연구성과들은 1995년 서울국제만화페스티벌 이후 불붙기 시작한 만화산업론과 각급 대학의 만화관련학과 개설 붐과 함께 큰 폭으로 늘었다가 최근 신규 이슈를 생산하지 못하면서 주춤하고 있는 형국이다. 반면 문화연구, 커뮤니케이션론, 스토리텔링론 등의 분야에서 만화를 포함한 연구 도서들이 늘어나고 있다. 만화관련 연구 도서를 가장 많이 집필한 연구자는 박기준(12건), 손상익(9건), 박인하(9건) 우은정(8건) 순이다.
발행년도 |
만화관련 도서 |
만화관련 학위논문 |
1994 |
3 |
6 |
1995 |
8 |
6 |
1996 |
11 |
10 |
1997 |
18 |
11 |
1998 |
14 |
19 |
1999 |
33 |
15 |
2000 |
26 |
22 |
2001 |
24 |
22 |
2002 |
22 |
28 |
2003 |
24 |
42 |
2004 |
26 |
43 |
2005 |
23 |
74 |
2006 |
7 |
41 |
계 |
239 |
339 |
<표2> 1994년부터 2006년 까지 만화관련 도서 및 학위논문 발행 현황
<그림3> 오규원(1941-2007), 한국만화의 현실, 1981
시인이자 교육자로 많은 문인을 배출했다. 오규원은 잡지 <뿌리 깊은 나무> 등에 만화비평을 기고하며 다양한 형식의 만화비평 방법론을 제시했다.
학위 논문의 경우
논문 분야에서는 만화애니메이션학회와 만화를 연구대상에 포함하고 있는 언론학회, 기호학회, 스토리텔링학회, 콘텐츠학회, 대중서사학회 등 다수개의 연구학회가 있지만 관련 학술지에 대한 정보를 국립중앙도서관에서 제공하지 않는 관계로 학위논문을 중심으로 연구경향을 파악했다.
만화관련 논문과 학위를 가장 많이 발급한 대학은 특수대학원에 만화 관련 석사학위 과정을 개설하고 있는 세종대와 상명대로 각각 26건을 발급했다. 영상학계열에서 석사과정을 개설하고 있는 세종대는 만화가 신진 연구자들을 중심으로 만화와 애니메이션의 기법 연구와 활용 방법론에 대한 연구가 중심을 이룬다. 디자인계열에서 석사과정을 개설하고 있는 상명대는 현직 만화가인 장진영, 김병수, 이해광, 강일구, 김을호 등 스타급 석사를 다수 배출했다. 만화작품의 발상과 구현 과정을 중심으로 한 연구가 발표됐다. 홍익대의 경우는 예술계열을 중심으로 23건의 논문이 만화의 표현형식과 응용산업 분야를 중심으로 발표됐고 중앙대의 경우는 신문방송계열을 중심으로 다양한 전공 분야에서 21건의 논문이 발표됐다. 학부와 대학원과정에 만화전공을 두고 있는 공주대의 경우는 만화작품에 대한 분석방법론을 중심으로 20건의 논문이 발표 됐다.
대학명 |
전공분야 |
학위논문 |
세종대학교 |
영상계열 만화전공 외 |
26 |
상명대학교 |
디자인계열 만화전공 외 |
26 |
홍익대학교 |
미술계열 만화전공 외 |
23 |
중앙대학교 |
신문방송전공 외 |
21 |
공주대학교 |
만화전공 외 |
20 |
계 |
116건 |
<표2> 주요대학 만화관련 학위논문 발행 현황
다음으로 고려대, 서강대, 교원대에서 각각 13건이 발표됐다. 한양대, 연세대, 외국어대, 부산대도 10여 편 내외의 논문을 발표했다. 특기할 만한 사항은 각 지역 교육대에서 발표된 만화 관련 논문의 총 건수가 34건으로 교원대 논문까지 합하면 총 47건이었다. 이들 논문은 한결 같이 아동만화와 만화가 아동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것이다. 타대학의 비슷한 주제의 연구논문까지 합하면 학위논문 중 20% 가량이 만화유해론과 만화활용학습효과론에 대한 것이었다. 이 같은 학위 논문은 설문조사 결과를 중심으로 한 양적연구방법을 주로 채택하면서 만화에 대한 부정적인 통계를 양산하는 결과를 낳기도 했다.
만화유해론은 만화관련학과를 개설하고 있는 대학들이 석사학위과정을 운영하고 학위논문을 발표하면서부터 변화하기 시작한다. 작품 창작을 위한 발상과정을 중심으로 한 색다른 논문 형식이 구축되는가 하면, 양적연구 중심에서 질적연구 중심으로 석사논문의 연구방법론이 변화되면서 부정적 만화연구의 숫자도 축소됐다. 또, 최근 교양학습만화의 호황과 에듀테인먼트 스토리텔링학습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만화효과론에 대한 연구도 긍정적 문제제기와 연구결과를 낳고 있다. 반면 만화관련 대학원의 석사논문에 대해 최소한의 구성요건과 연구결과가 미비하다는 지적도 늘고 있다.
만화연구의 경향
만화관련 도서와 학위논문을 중심으로 최근까지의 연구경향을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다. 만화관련 도서의 경우는 만화기초작법/ 테크닉 > 국내외 만화작가/ 작품소개 > 만화역사/ 만화개론 > 만화산업/ 유통현황연구 > 문화연구 등으로 나눌 수 있고, 만화관련 학위논문의 경우는 만화유해론/ 활용학습론 > 신문만화 기능/ 역할론 > 만화기호/ 의미론 > 만화기법/ 원작산업론 > 연구작품 등으로 나눌 수 있다.
이 같은 연구 경향을 간명하게 정리하자면 만화관련 도서를 집필하는 연구자들이 그간의 연구성과 및 현업에서의 경험을 토대로 만화연구의 기초 자료를 집필하거나 번역 소개하고, 석・박사과정의 대학원생들은 이를 토대로 전공분야의 연구방법론을 적용하여 나름의 연구 성과를 발표하고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림4> 한창완, 한국만화산업연구, 1995
만화산업론을 제기했던 한창완의 연구는 만화산업화라는 거대한 목적지를 예고했다. 이 연구는 서강대 석사학위논문에서 출발했다.
만화연구의 전개 및 발전
80년대 이전까지 한국만화에 대한 연구는 만화가 지망생을 위한 작법 연구, 만화유통 규제와 통제를 목적으로 한 시장분석, 신문만화를 중심으로 한 정태분석, 만화 형식을 활용한 학습 프로그램 연구 등이 전부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후 문학평론가 김현에 의해 만화작품에 대한 기호학적 분석론이 제기됐고 시인 오규원은 길창덕, 고우영 등의 작품 분석 방법론을 제시했다. 이어 대본소를 중심으로 한 극화 만화 붐이 일고 ‘만화광장’, ‘주간만화’ 등 성인만화전문지들이 창간되면서 한국만화연구에 대한 지면이 생기기 시작했다.
90년 이후 영국의 문화연구 전통을 흡수한 지식인들 사이에서 우리의 현실문화에 대한 이해와 분석을 시도하는 것이 하나의 트랜드로 자리 잡으면서 민중예술과 문화운동계열의 미술사학자, 사회학자들이 한국만화연구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고 만화연구의 새로운 지평을 형성했다. 곽대원, 최열, 최석태, 김창남, 정준영, 김이랑, 백정숙 등이 우리만화연대를 중심으로 만화평론가협회를 결성해 한국만화사와 역대 주요작가들을 개관하는 한편 한국만화의 현재를 조망하는 저술활동에 임했다. 임청산, 박세형, 이원복, 한창완, 손기환 등을 중심으로 학회가 결성되고 다양한 만화정책이 입안되기도 했다. 이 시기에 스포츠서울이 장르문학과 대중문화평론을 중심으로 한 신춘문예를 시행했고 만화평론 부문의 당선자를 배출했다. 손상익, 임화인, 박인하, 박석환, 나호원 등이 이 공모전을 통해 등단했다. 한국만화연구원의 만화연구과정이 개설됐고 이동훈, 박석환, 한영주, 박창석, 김기홍, 주재국, 이대연, 김성훈, 박소현 등이 배출되어 저술활동에 임했다.
만화연구가 공든 탑을 쌓고 있는 사이 영화연구는 ‘로드쇼’, ‘키노’에 이어 ‘씨네21’이 창간되면서 대중화 시대를 열고 있었다. 만화연구도 이 대중 논의의 장에 일부 참여했고 이와 같은 로드맵을 그렸다. 각종 일간지에 만화지면이 생기기 시작했고 어수웅, 장상용 등의 기자들과 상기 필자들이 만화리뷰를 연재했다.
2000년을 전후로 만화정보지 ‘만화세상’, 만화비평지 ‘오즈’, 만화작법지 ‘만화창작’, 만화비평웹진 ‘두고보자’, 만화정론지 ‘계간만화’, 인터넷만화언론 ‘만’ 등이 연이어 창간되면서 노수인, 김낙호, 박관형, 원종우, 선정우, 이영미, 서찬휘 등이 온오프라인을 오가며 최근까지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이 같은 만화연구의 전개과정에는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간에 문민정부로부터 시작된 문화산업정책이 크게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영화, 만화를 중심으로 시작된 논의는 애니메이션, 캐릭터, PC게임, TV드라마, 모바일콘텐츠 등으로 발전하며 최근까지 이어지고 있고, 정부의 개입으로 1995년 1회 행사를 개최한 서울국제만화애니메이션페스티벌의 흥행성공과 춘천, 부천 등 지방자치단체의 만화・애니메이션 도시 지원 등이 이어졌다. 이와 함께 각급 대학에 만화관련 학과가 개설되기 시작하고 산업계에서도 출판중심의 만화산업에서 만화저작권 중심의 사업구도가 형성됐다. 관, 학, 산의 움직임이 구체화되면서 그만한 연구수요가 발생했고 만화연구를 담당했던 다수의 연구자들이 대학, 정부 및 산하기관, 정부지원 민간단체, 산업체 등에 안착하여 나름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만화관련 석・박사 학위논문의 숫자가 긍정적 연구결과로 채워지고 있는 것 역시 이들의 선행연구와 논문지도에 의한 것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그림5> 2001년 서울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 전시 현장
이전에 만날 수 없었던 만화세계, 만화천국, 만화궁전이 열렸다. 많은 만화인들이 ‘만화산업화’라는 하나의 목표에 매달렸던 시기이고 이때 만화연구는 가장 큰 역할을 했다.
만화연구의 현재와 위기
만화연구는 그간의 전개과정을 통해서 알 수 있는 것과 같이 허리우드 문화로부터 자국문화를 보호 발전시키기 위해 색다른 연구 전선을 형성했던 영국식 문화연구의 전통과 이론을 받아들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일본만화는 극복이나 비판의 대상이었지 향유와 학습의 대상이 아니었다. 그런데 국내 출판만화계는 일본만화의 수입출판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다. 해를 거듭할수록 그 의존도는 줄지 않았고 주류 출판만화업계는 만화연구자들의 ‘한국만화응원전’을 달가워하지 않았다. 대중과의 접점 찾기에서도 문제는 발생했다. 상당한 연구와 발표가 이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일본만화 열독자들은 돌아오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한국만화응원전’은 ‘한국만화의 경쟁력 비판’으로 이어졌고 작가진영 역시 만화연구의 수고를 부정하기 시작했다.
IMF와 출판불황, 게임산업의 발전 등이 이어지면서 출판만화산업은 위축됐고 정부 역시 투입 대비 효과가 미비한 출판만화 대신 다른 쪽의 성장 아이템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만화연구의 헤게모니도 인쇄매체를 중심으로 했던 활동에서 PC통신에 이어 인터넷 매체를 중심으로 전개됐다. 이 과정에서 잠재력 있는 논객들이 등장하기도 했고 경쟁력 있는 불법서버를 운영하는 만화중개상이 등장하기도 했다. 국내외 작품, 번역자료, 작품정보, 관련기사를 디지털화해서 집대성하고 있는 이들의 경쟁력은 그간의 만화연구가 이뤘던 성과를 하찮은 것으로 치부하기에 충분할 정도로 방대했고 대중의 요구도 그곳에서 충족됐다.
특히 작품을 대표하는 이미지 몇 장과 마니아들만 이해할 수 있을 듯한 짧은 촌평 또는 네티즌의 호기심과 덧글이라는 상호작용을 유도하기 위한 자극적인 문구를 적어내고 있는 그들만의 수사법은 기존의 만화연구자들이 적어낸 난해한 설명문보다 경제적이고 매혹적일 때도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최근까지 만화연구 지면을 확보하고 연재를 하고 있는 몇몇 연구자들도 개별적으로 블로그를 개설하고 인터넷 글쓰기를 실험하고 있는 눈치다. 물론 그들에 비해 연구자들의 블로그 활동과 성과는 민망한 수준이다.
<그림6> 북데일리, 만화독서토론회
온라인 매체를 중심으로 다양한 규모와 형식의 만화연구가 행해지고 있다.
만화연구의 중심 이동
만화연구는 20년이 못 되는 기간동안 나름의 지형을 형성하며 급속도의 확장을 거듭했다. 그런데 이제는 그 시절만한 우군이 없는 상태다. 1999년 33건의 연구성과를 발표했던 저력은 2006년 7건으로 폭삭 내려앉았다. 반면 2005년 74건의 이상 집중 현상을 기록한 만화관련 학위논문은 당 해 년을 제하더라도 2003년 이후 40건 이상의 연구성과를 꾸준히 발표하고 있다. 학위논문의 연구경향 역시 기존의 부정적 문제제기에서 벗어나 긍정적이고 생산적인 문제제기로 발전하고 있다. 특히 만화작품의 발상에 대한 연구나 만화작품을 활용한 문화상품 개발 사례 연구 및 제안, 만화작품에 대한 이론비평 등은 본격적인 만화연구의 성과를 달성할 수 있는 기회이자 대안이다.
이는 어찌 보면 매우 당연한 귀결이다. 기존의 만화연구는 대학과는 거리를 두고 있는 관련 분야 전문가들이 해당 분야의 이론적 토대와 현업의 경험 등을 통해 각종 매체에 1차 공표하고 개인 저서 형태로 발간했다. 그런데 만화관련 석・박사가 400여 명이 되는 지금 시점에서는 석・박사 학위논문이나 학회지 등을 통해 연구성과를 1차 공표하고 이를 보완 발전시켜서 도서로 발행하는 과정을 통해야 한다. 이전에는 그만한 시스템이 없었기 때문에 그럴 필요성이 없었지만 이제는 시스템이 존재하기 때문에 그만큼 견고한 논의 결과를 작성할 수 있게 됐다. 이미 상당수 만화연구 분야의 교강사들이 학술지에 연구실적 게재를 위해 이 같은 방식을 취하고 있다. 하지만 그 수가 극히 제한적이고 대중적인 논의의 장에 오를만한 이슈를 생산하지 못하고 있다. 이제 그 범위와 기능을 확대하고 본격적인 만화연구의 시스템을 가동시켜야 한다. 석・박사과정의 학위논문 연구는 이 같은 시스템을 안정화 시킬 수 있는 터전이 됨은 물론이고 신진 연구인재와 참신한 연구문제를 수혈 받는 계기가 된다.
학위논문을 연구하는 과정이 단순히 학위를 받기 위해 지정된 연구방법론에 기존사례를 털어 넣고 나름의 연구문제 몇 가지를 해결하는 수준이라면 이 주장은 원점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러나 기존의 만화연구 지평이 더 이상 확대 발전되지 않고 새로운 인재의 등장과 이슈 생산을 주도하지 못하면서 이른바 블로그 포스팅 수준에 머물고 있는 상황에서 대학 연구실과 강단연구자들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시되고 있다. 또 현 수준이라면 만화연구는 그간의 구축된 지형을 유지하기도 어려울 것이다. 이는 기존의 만화연구계를 강타하는 충격이라기보다는 앞으로 만화연구를 담당해야하는 만화관련 석・박사들의 진로문제가 된다. 그래서 현재보다 학위논문은 더 진지하고 더 폭넓은 연구주제를 다뤄야 하며 더 많은 연구결과들을 공표해 만화연구의 새로운 담론 형성의 틀이 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림7> 2001년 서울국제만화애니메이션페스티벌 전시회 입구
SICAF에는 많은 방문객이 다녀갔다. 만화에 대한 높은 관여도를 지닌 이들이 성장하여 만화연구의 길을 찾고 있을지 모른다.
나오며
석・박사 학위논문 제출을 위한 연구와 세미나, 논문평가의 강도를 지금보다 한 수준 높이고 지도교수의 참여와 공동연구의 폭을 확대하는 한편, 논문 공표의 방식 등에 대해서도 더 확대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전문가, 산업체를 포함하는 연구사업에도 더욱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석・박사 학위과정 연구생들이 사업 참여 경력을 토대로 발전적인 연구문제를 제시하고 좀 더 많은 투자와 노력으로 튼실한 연구결과를 달성해서 대학 연구실을 나설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 같은 노력이 기존에는 전문가 진영에서 이뤄졌지만 이제는 대학의 연구실을 중심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그 연구실에서 배출된 전문가 그룹이 새로운 만화연구의 지형을 담당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할 것이다.
이 같은 노력 뒤에 만화연구는 만화지원에 대한 당위성을 정부에 강조할 수 있을 것이고, 만화시장 확대를 위한 산업계의 투자에 대한 희망과 확신을 줄 수 있을 것이며, 내수시장 확보와 한국만화 대중화를 위한 독자와의 접점 찾기 노력에도 가시적인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로부터 더 많은 인재들이 대학의 연구실을 찾는 선순환 구조를 이끌 수 있다. 그러면 만화연구는 과거 수준으로 돌아갈 수 있고 그 곳에서 새로운 의미와 가치를 생산해 더 넓은 지형 구축이 가능해 질 것이다. (끝)
글에 남긴 여러분의 의견은 개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