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해도 네이버 대학만화 최강자전이 진행되고 있군요.
전 년도에 비해 대중적 관심과 집중력이 좀 덜해진 것 같습니다. 저만 그렇게 느끼는지도...
크게 두가지 변화에 기인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첫째는 명칭의 변화입니다.
'대학만화'라는 대상을 특정한 타이틀이 빠지고 '네이버 최강자전'으로 이름이 바뀌었지요. 명분은 네이버 데뷔 기회를 '대학생'이 아닌 '일반인'으로 확대한다는 측면인데 긍정적인 부분도 있지만 부정적인 부분도 있는 것 같습니다. 공모나 대회는 참여 대상의 폭을 넓히는 것 만큼이나 정통성과 고유성이 지니는 가치가 높다고 믿습니다. 최초에 어떤 필요성에 의해서, 어떤 성격을 부여해 행사를 진행했고 그 같은 특성이 판 내에 인식되고 유지되느냐가 아주 중요합니다.
한국에는 관에서 추진하는 다양한 성격의 만화 공모전이 있습니다.
1)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공모 행사로 '세계어린이만화가대회'가 있지요. 부천국제만화축제 기간 중 운영위원회가 주최합니다.
2) 중고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공모 행사로 '전국학생만화공모전'이 있지요. 부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 중 조직위원회가 주최합니다.
3)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공모 행사로 '네이버대학만화최강자전'이 있었고요.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이 주최합니다.
4) 일반일을 대상으로 하는 공모 행사로 '대한민국 창작만화대상'이 있지요.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이 주최합니다.
5) 또, 만화의 영상화를 목적으로 하는 공모 행사로 '다음온라인만화공모대전'이 있습니다. 일반인 참여 공모입니다.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이 주최합니다.
6) 이밖에도 잡지사가, 플랫폼이, 대학이, 정부나 지자체가 필요에 의해 무수한 공모전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중 1), 2), 4), 6)은 기존에 있었던 공모전이고 3)과 5)는 없어서 필요에 의해, 목적을 지니고 만들어졌던 공모였습니다.
네이버 대학만화 최강자전이 잘 되니까 이를 일반에게도 개방해야 한다는 이유로, 명칭과 대상을 변경한 것은 기존 공모의 특성을 위축시키는 일이고 그렇지 않아도 강력한 네이버의 대표성을 더욱 강화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둘째는 형식의 변화입니다.
2012년 처음 네이버 대학만화 최강자전이 기획 될 때는 대학의 만화과가 전에 비해 주목받지 못하는 상황이었습니다. 교육 환경이나 교수, 학생도 디지털로 전환되고 있는 시장의 변화에 대응하지 못하던 상황이었습니다. 이에 '대학 간 선의의 경쟁 체제를 마련'하면 자연스럽게 대학의 만화과가 시장의 변화를 수용하고 이에 따라 교육환경과 여건을 재편하리라 믿었습니다.
실제로 다수의 만화과들이 네이버 대학만화 최강자전에 학교의 명예를 걸고 출전했고, 소기의 성과를 이뤘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대학 만화 교육이 새로운 탄력을 얻었고 교육 환경과 여건이 극명하게 달라지기도 했습니다. 대학의 마케팅 수단이 되기도 했으니 시설 투자가 이뤄질 수 있었고 현장 중심, 작가 출신 신규 교수 임용이 당연스럽게 여겨지기도 했습니다. 최강자전 출전이 신입생의 비전이 되기도 했고 졸업예비생의 미션이 되기도 했습니다. 여름 방학 중 진행되는 일정 상 방학 중에도 학사 일정이 진행됐고 긴장이 유지되면서 '학생들이 창작에 매진하는 풍토'가 자리 잡기도 했습니다. 좋은 제도가 만들어낸 긍정적 변화들입니다.
1) 대학의 이름을 걸고, 2) 교수가 멘토로 참여해, 3) 학생이 방학중에 작업한 결과물을, 4) 토너먼트 형식으로 타대학 학생과 경쟁한다는 초기 설정 중 1)과 2)가 사라지고 3)은 대상이 넓어졌습니다.
대학과 교수 이름이 노출됨에 따라 생겼던 긴장이 사라졌고 경쟁 우위에 있으면서 이를 수성하고자 했던 대학과 이제 경쟁에 나서기 위해 내부 쇄신을 한 대학들이 더이상 그럴 이유가 없게 된 셈입니다. 경쟁이 사라져서 아쉬운 곳도 있을 수 있지만 경쟁의 과정과 결과가 노출되지 않음에 따라 다시 안일해진 대학도 있게 된 셈입니다.
물론, 네이버 대학만화 최강자전은 많은 문제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특정 대학 집중화 문제, 이로인한 서열화 문제, 멘토와 멘티 간 갈등, 참가자들의 부적절한 행태, 지지하는 팬들 간 설전 등등. 하지만 이 같은 문제는 제도가 만든 성과로 인해 도출된 반작용입니다. 제도 자체의 문제라기 보다는 제도가 성과를 만들어내면서 생긴 부정적 상황들입니다. 그렇다면 그 상황을 해소하고 제거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지 성과를 만들어낸 제도의 내용을 바꾼다는 것은 적절해 보이지 않습니다.
그 것은 유지되어야 할 전통의 측면에서, 예측 가능한 제도와 이를 대비하는 사람들의 측면에서, 그리고 그 제도가 어떤 역할을 해냈고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측면에서 세밀한 점검이 필요했다고 생각합니다.
네이버 대학만화 최강자전은 단순히 만화과 학생들을 경쟁에 내몰고 대학 간 편차를 드러내 서열화한 공모전이 아닙니다.
네이버 대학만화 최강자전은 대학 만화과의 헤묵은 문제점들을 혁신적으로 개선하고 경쟁의 방식을 재정의한 탁월한 제도였습니다.
이로인해 대학은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교육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해야 했고
교육 소비자들은 어느 대학이 현장 중심 교육을 시키고 있는지 알게 됐습니다.
대학은 교육과정과 교수 자원을 변화해야 했고 실습 장비와 환경, 학사일정과 교육 프로그램을 변경해야 했습니다.
그리고 이를 통해 공개된 작가 지망생들은 네이버 안에 머물지 않고 한국 웹툰 시장에 안정적으로 진출하기도 했습니다.
네이버 대학만화 최강자전이 곧 한국의 만화교육 생태계를 재정의한 셈입니다.
그런 제도를 몇몇 문제들을 들어 변경한다는 것은 그로인해 발생했던 수많은 긴장을 제거하고 변화의 동력을 좌절케하는 것입니다.
2017 네이버 최강자전이 2018년에는 기존의 이름과 명성을 되찾기를, 그로인해 대학을 실력 중심으로 변화 시킨 대표적 사례가 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불가능한 일일지도 모르지만 네이버 최강자전이 '네이버 대학만화 최강자전'이라는 원래의 이름을 되찮기를 기대해 봅니다.
그리고... 덧 붙이자면...
네이버 최강자전의 묘미는 월드컵 처럼 예선 순위에 따라 조별 배정을 받는 시드 제도에 있습니다.
조별로 최고 순위자와 최하 순위자가 붙어서 각 조의 대표가 4강전을 치르는 구조지요.
예선전 1위가 32강전에서 32위와 붙고, 2위가 31위와... 16위가 17위와 붙습니다.
그래서 상위권과 하위권의 경쟁은 어느정도 정해진 반면, 중위권의 싸움이 불꽃을 튀게 되어 있습니다.
또, 이변도 가장 많이 발생하지요.
특히, 예선전 1위와 2위가 조 리드를 맡고 있는 A, B조에 비해
3위와 4위가 리드를 맡고 있는 C, D조가 매 대회마다 변화 무쌍한 결과를 만들어왔습니다.
올 해 C, D조에서 가장 흥미를 끄는 작품은 예선 30위로 올라온 '자판귀'와 20위로 올라온 '바다 건너 만나러 갑니다'입니다.
'자판귀'는 C조 1위, 예선 3위로 올라온 '다시 사랑한다 말할까'를 32강전에서 잡았고
예선 11위로 올라온 '마법소녀 란'을 16강전에서 잡았습니다.
현재는 8강전에서 예선 6위로 올라온 '별빛이 내린다'와 경쟁하고 있습니다.
9월 9일, 12시33분 기준, 1만 4천 여 표 차로 압승이 예상됩니다.
'바다 건너 만나러 갑니다'는
32강에서 예선 13위였던 '우주가 은하에 닿는 시간'을 잡았고
16강에서는 예선 5위였던 '네비아'를 잡았습니다.
현재는 8강전에서 예선 4위로 올라온 '숙녀가 대머리면 어떻단 말인가'와 경쟁하고 있습니다.
같은 시간 기준, 5천 표 차.
A, B조의 8강전은 예선 1, 2위를 차지했던 '늑대와 빨간모자' '청춘예찬'이 큰 표차로 의 압승할 것 같습니다.
8강 종료가 28시간 남은 현재. 가장 쫄깃한 승부는 D조가 되겠군요.
저는 '숙녀가 대머리면 어떻단 말인가'도 재미있지만... D조를 핫게임으로 이끈 '바다 건너 만나러 갑니다'의 나라나라 작가를 지지합니다.
이 긴 글을 쓰게 된 이유기도 하겠네요. 콜록콜록
한 표 부탁~~
** 내용추가(8강전 결과 포함)
나라나라 작가의 최강자전은 8강에서 끝났습니다. 5천표차에서 출발, 3천표, 2천표차로 차이를 좁혀가기는 했지만
최종 결과는 86,692표 대 85,050표로 '숙녀가...'의 1천5백표차 신승이었네요.
아쉽지만 또 다른 무대에서 만나기를 기대해봐야지요.
나라나라님 고생했어요~~.
푹 쉬시고 넥스트를 준비해야지요. 화이팅!!
글에 남긴 여러분의 의견은 개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