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석환, 한국형 세계만화 웹툰, 웹툰10년사, 국립중앙도서관, 2014.12.10

국립중앙도서관 웹툰체험전-올웹툰, 전시 서문


한국형 세계만화 웹툰

한국의 IT환경이 탄생시킨 만화 ‘웹툰(Webtoon)’



1. 정보통신강국 한국의 만화

   

1988년 서울올림픽 이후 한국은 빠르게 발전했다. 김영삼 정부(1993년~1998년)는 이를 ‘세계화’ 정책으로 확장했고 김대중 정부(1998년~2003년)는 ‘정보화’ 정책으로 체계화했다. 이 시기 한국의 문화산업은 세계와의 교류 협력을 확대하고 정보통신산업 발전에 따라 급격하게 변화된 매체 환경에 몸을 맞춰가고 있었다. 신문‧잡지, 인쇄‧출판분야에 주력했던 만화(Manhwa, Korean Comic book)산업 역시 1990년대 중후반부터 PC통신과 인터넷으로 유통망을 확장하며 ‘인터넷만화(Internet Manhwa)’ 세상을 열었다.


2. 인터넷만화, 웹애니메이션, 웹툰


 

기존의 출판만화는 일반서점에서 구매하기 어려웠다. ‘대본소’ 또는 ‘대여점’을 통해 빌려 보는 형태가 일반화 되어 있었지만 이를 불편하게 여긴 사용자가 많았다. 반면 ‘인터넷만화’는 장소와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실시간으로 열람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었다. 하지만 기존 출판만화산업의 위축을 우려한 만화출판사가 소극적으로 인터넷만화 시장에 참여하면서 신규 콘텐츠의 유입이 제한되는 현상이 발생했다. 반면 멀티미디어 콘텐츠를 제작하기 위한 입출력장치 등이 빠르게 대중화 되면서 IT벤처기업이나 관련분야 종사들을 중심으로 인터넷 환경에 최적화 된 만화콘텐츠 제작 열풍이 불었다.

기존의 만화 이미지(Image)에 컬러를 입히고 텍스트(Text)와 사운드(Sound)를 넣고, 무비(Movie)효과를 주는 등의 방식으로 만화 형식을 유지한 멀티미디어 콘텐츠가 만들어졌다. 때마침 플래시(Flash) 프로그램과 유통 포맷이 대중화 되면서 파일용량은 작고 화질은 뛰어난 저예산 ‘웹애니메이션’ 제작도 붐을 이뤘다. 내용상으로는 단순 명확하고 자극적인 소재가 중심이 됐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콘텐츠를 웹에서 볼 수 있도록 제작된 동영상만화라는 의미에서 ‘웹툰(Web + Cartoon)’이라 불렀다. 지금은 한국의 대표 캐릭터 중 하나가 된 ‘엽기토끼 마시마로’가 이 시기에 탄생한 웹애니메이션이다.

2000년대 초반 초고속통신망이 대중화되면서 콘텐츠의 파일용량이나 전송속도 문제가 사라졌다. 인터넷에서 극장용 애니메이션이나 TV시리즈 애니메이션을 즐길 수 있게 되자 웹애니메이션은 자연 도태됐다. 대신 이 같은 정서를 바탕으로 한 짧은 이야기 만화가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사회 참여적이고 자기주장이 강하면서 디지털 저작도구의 활용에 능했던 세대들이 이른바 UCC(User Creative Content)만화를 양산하기 시작했다. 개인홈페이지나 커뮤니티사이트를 중심으로 확산됐던 UCC만화는 포털사이트로 생산자와 소비자를 끌어 모으는 역할을 했다. ‘스노우캣’ ‘마린블루스’ ‘파페포포’ 등 캐릭터성이 강한 작품이 이 시기에 탄생했다. 사람들은 이를 ‘웹툰’이라 불렀다.


3. 포털웹툰의 인큐베이팅시스템과 플랫폼전략

   



한국의 대표적인 포털사이트 중 한 곳인 다음(DAUM)은 2003년 뉴스 섹션에 ‘만화속세상’이라는 웹툰 코너를 개설했다. 개인 홈페이지에 분비물 관련 웹툰을 올려 유명해진 강풀은 이 코너에 <순정만화>라는 제목의 진지한 연예만화를 연재했다. 세로로 긴 롤페이퍼에 그린 것 같은 작품이었다. PC 모니터에서 보려면 스크롤마우스를 아래로 스크롤하며 읽어야 했다. 좌에서 우로 1페이지씩 넘기면서 봤던 기존의 연재만화와는 다른 형식이었다. 많은 사람이 우려를 표했지만 이 만화는 그 해 최고의 작품이 됐고 ‘웹툰’이라 불린 새로운 만화장르의 문법을 제시한 작품이 됐다. 이후 기존 만화계에서 활동하던 강도하(<위대한 캣츠비>, Empas), 양영순(<1001>, Paran) 등 탁월한 작화력과 서사 능력을 지닌 작가들이 각기 다른 포털사이트에서 작품을 연재하며 웹툰의 형식과 문법을 정교화 시켰다.

다음이 새로운 장르를 선도해가자 한국 최대 규모의 사용자 기반을 지니고 있던 네이버(NAVER)도 2005년 웹툰 서비스를 본격화 한다. 다음이 스토리에 기반 한 작품을 집중 편성했다면 네이버는 캐릭터에 기반 한 작품을 전면에 내세웠다. 조석과 김규삼 등 코미디 연출에 능한 작가들이 인기를 얻으면서 웹툰은 사람들의 일상을 지배하기 시작했다.

사용자가 많아지면서 콘텐츠의 수준과 양도 급격하게 늘었다. 콘텐츠를 생산하는 작가와 사용자층도 늘어났고 광고에 기반 한 수익모델도 다양해졌다. 사용자가 2배씩 늘어나면서 이른바 ‘네트워크 효과’가 발생했다. 하루 1천만 명 가량이 방문하기 시작하자 포털웹툰 서비스는 한국의 만화산업을 대표하는 플랫폼 기능을 수행하게 됐다. 여기에는 웹툰작가를 희망하는 이들이 작품을 등록하고 평가 받을 수 있도록 구성한 ‘웹툰 인큐베이팅 시스템’도 한 역할을 했다. 이를 두고 포털이 ‘비용을 들이지 않고 콘텐츠를 확보하는 전략’이라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고 ‘돈 못 버는 인기인’을 양산한다는 이야기도 있었지만 ‘창작후속세대’가 끊임없이 양산된다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으로 평가되기도 했다.

 

4. 세계로 향한 웹툰, 수익모델은 여전히 고민중


 


이제 웹툰의 인기는 한국 내에 머물고 있지 않다. 이미 다양한 언어권에서 웹툰을 무단 번역해서 인터넷에 공유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웹툰이 다른 언어권에서 자연스럽게 소비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반면 해외 시장 진출을 염두에 두고 있는 작가나 사용자 트랙픽 분산을 막아야 하는 포털 입장에서는 걱정스러운 대목이다. 다른 언어권의 만화시장이 아직 출판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보자면 인터넷을 통해 무료로 공개된 작품을 굳이 책으로 사려하지 않을 수 있다.

또 다른 측면에서는 포털웹툰 플랫폼의 수익 모델 악화이다. 포털의 주수익 모델은 광고영업이다. 사용자에게 공짜로 콘텐츠를 제공하고 이들을 대상으로 기업광고를 노출시켜 수익을 발생시키고 있다. 사용자의 신규방문과 재방문율을 극대화 시키는 것이 핵심 전략인 셈이다. 웹툰을 소재로 한 영화가 제작되는 것도, 웹툰 주인공을 캐릭터 아이템으로 판매하는 것도 궁극적으로는 포털웹툰 플랫폼으로 사용자를 유입시키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다. 반면, 해외사용자는 다른 사이트를 통해 포털웹툰을 소비하고 있는 셈이다. 즉, 포털로 유입되어야 할 트래픽을 차단하거나 가로채기 하고 있는 셈이다.

이와 관련 포털은 최근 적극적인 방식으로 웹툰산업 관리에 나서고 있다. 모바일기기 사용자가 많아지면서 앱이나 모바일웹으로 분산되는 트랙픽을 중심으로 한 광고 수익 모델을 마련하는 한편, 경쟁력 있는 작품들을 중심으로 부분 유료화에도 나섰다. 이에 따라 웹툰의 형식은 멀티미디어적 요소를 가미한 형태로 또 한 번 진화하고 있다. 부분 유료화에 따라 중소포털들의 시장경쟁력이 생기면서 다양한 성격의 유료웹툰들도 등장하기 시작했다. 또한 포털은 한국 웹툰의 해외출판을 측면 지원하는 한편, 웹툰 해외서비스를 자사의 해외사업 전략에 맞춰 직접 운영하면서 디지털캐릭터 아이템 등 부가적인 수익 확보에도 적극성을 보이고 있다.


5. 웹툰 탄생 10년의 의미

   



한국 만화계는 1909년 <대한민보>에 게재된 이도영의 만평을 ‘최초의 한국 만화’로 평가하고 있다. 이후 만화는 신문, 잡지, 단행본, 대본소, 교양잡지, 전문잡지, 대여점, 인터넷만화, 교양학습만화를 거치며 웹툰에 이르렀다. 개화기 서구문물의 유입과 일제강점기의 문화통치, 미군정시절의 보급문화, 군사정권 하의 산업화와 민주정권 하에서 세계화와 정보화를 거치면서 한국은 불운한 시대의 혼탁한 문화에서 벗어나 독자적이고 차별화된 ‘내 것의 문화’를 만들어 내기 시작했다. 한국만화 역시 유럽만화와 일본만화, 미국만화의 융단 폭격 속에서 자신의 꼴을 만들어 나갔다. ‘형(形)’을 받았으나 ‘식(式)’을 달리했고 ‘식’을 따랐지만 ‘형’은 새로 만들어 가는 과정을 반복했다. 이를 통해 한국적 극화, 한국적 코믹스, 한국적 망가 등이 100년의 만화사를 통해 구체화 됐다. 그리고 한국만화는 100년의 역사를 통해 작가, 화풍, 매체, 문법과 서술형식, 유통형식과 연관사업화 방식 등에 있어서 전혀 다른 ‘우리 것의 만화’, ‘웹툰’을 만들어 냈다. 그리고 이 웹툰은 지금 만화선진국은 물론이고 만화라는 전통을 지니지 않은 나라에서도 지켜보는 ‘만화’가 됐다. 웹툰은 한국만화 100년의 역사를 통해 구축된 한국이 만들어낸 세계 만화의 한 장르가 됐다. 한국이 만든 세계만화의 한 틀이 된 것이다.


글 : 박석환(만화평론가, 한국영상대학교 교수)

www.parkseokhwan.com 


1. 한국형 세계만화 웹툰 100선 - 스노우캣에서 포엠툰까지 ; 웹툰 이전의 웹툰

2. 한국형 세계만화 웹툰 100선 - 순정만화에서 위대한 캣츠비까지 ; 포털사이트의 히든 콘텐츠가 된 웹툰

3. 한국형 세계만화 웹툰 100선 - 돈까스취업에서 이끼까지 ; 포털의 네트워크 효과가 만들어낸 웹툰플랫폼 

4. 한국형 세계만화 웹툰 100선 - 와탕카에서 퍼펙트게임까지 ; 다양한 장르와 취향을 종합한 웹툰

5. 한국형 세계만화 웹툰 100선 - 삼국전투기에서 와라편의점까지 ; 만화저작권리산업을 재구축한 웹툰

6. 한국형 세계만화 웹툰 100선 - 나이트런에서 어쿠스틱라이프까지 ; 인큐베이팅 시스템으로 완성 된 웹툰생태계 

7. 한국형 세계만화 웹툰 100선 - 여자만화구두부터 패션왕까지 ; 영상콘텐츠 산업의 스토리뱅크가 된 웹툰

8. 한국형 세계만화 웹툰 100선 - 살인자ㅇ난감에서 닥터프로스트까지 ; 색다른 소재와 세분화된 독자층으로 2차 전성기 이끈 웹툰  

9. 한국형 세계만화 웹툰 100선 - 리버스에서 돌아온 럭키짱까지 ; 전통적인 만화장르를 품에 안은 웹툰 

10. 한국형 세계만화 웹툰 100선 - 옥수역귀신에서 잉어왕까지 ; 세계로 가는 웹툰, 세계의 만화 웹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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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석환(만화평론가, 한국영상대 만화콘텐츠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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