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망의 새 연재만화 ‘창천수호위’가 24일부터 스포츠동아를 통해 독자 여러분을 찾아간다. 한국 만화계의 거인 이현세 화백의 신작 창천수호위는 우리나라 만화사에 큰 획을 그을 대작으로, 가까운 미래의 통일한국을 배경으로 한 미래무협 수사극이다.
스포츠동아는 창천수호위의 연재에 앞서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만화평론가 박석환(36) 씨의 논평과 함께 창천수호위에 대한 감상의 폭을 넓혀 줄 국내외 다른 만화 애니매이션 작품들을 소개한다.
1990년대 한국 만화계의 거인으로 군림했던 이현세는 ‘천국의 신화’가 검찰과 마찰을 빚으면서 작품적으로 다운이 되는 시기를 맞았다.
하지만 최근 이현세가 다시 움직이고 있다. 한 번 몸을 일으키니 ‘과연 이현세다’ 싶다. 나는 그를 ‘호랑이의 눈을 가진 사나이’라 부른다. 용맹하고, 야성적인 이현세.
한 마디로 그는 ‘쪽 팔린 것’을 극도로 싫어하는 진짜 남자다.
이현세의 최근 작품 경향을 보면 크게 3분할을 할 수 있다.
골프만화 ‘버디’는 성인이 된 자신의 독자들을 위한 작품이다. ‘한국사 바로보기’는 학부모가 된 독자의 자녀를 위한 작품이다.
그렇다면 창천수호위는? 진정한 이현세의 귀환을 알리는 작품이다. 이것이 진짜 이현세의 만화다. 개인적으로 창천수호위야말로 가장 이현세다운 작품이 될 것이라 보고 있다. 마치 “나는 나다”라고 선언하는 듯하다.
이현세 작품의 코드는 열정적인 사나이의 삶이다. 사회와 조직으로부터 인정을 받지는 못하지만, 주어진 사명을 수행해 내는 영웅의 일대기이다.
‘공포의 외인구단’ 성공 이후 ‘이현세의 만화는 너무 남성 위주다’는 비판이 있었다. 이를 의식했는지 이현세는 ‘블루엔젤’, ‘며느리밥풀꽃에 대한 보고서’ 등 여성을 주인공으로 한 작품들을 잇달아 내놨다.
그러나 이현세 작품의 본질은 결국 야성의 남자, 일도 사랑도 미치도록 하는 미친 사나이의 이야기에 놓여있다.
창천수호위에서 이현세는 본연의 자리로 돌아온다. 이현세 특유의 광폭한 사랑, 과장된 영웅의 감성이 고스란히 살아있다.
2000년대 들어서며 서서히 거세됐던 이현세류의 과잉된 판타지가 창천수호위에서 다시 한 번 모습을 드러낸다.
이현세의 작품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주요 캐릭터에 대한 이해가 우선되어야 한다.
이현세의 또 다른 모습이라 할 까치 오혜성을 비롯해, 백두산, 배도협, 엄지 등 전형적인 이현세 인물의 특성이 창천수호위에서도 담겨있다.
분명한 것은 이현세가 창천수호위를 통해 자신이 80년대, 90년대의 작가가 아닌 21세기에 야성을 부르짖는 현재의 작가임을 선언하고 있다는 점이다. 수많은 후배 작가군이 존재하지만, 여전히 이현세라는 카테고리 안에서 그와 맞설 자는 보이지 않는다. 이는 이현세 본인으로서도 부담일지 모른다. 디펜딩 챔피언은 언제나 고독한 법이니까.
영웅의 귀환. 야성의 본능을 되찾은 이현세라는 거인의 신작이 마냥 기쁠 뿐이다. 한국만화계의 최대 고민은 ‘킬러 콘텐츠’의 부재다.
창천수호위의 스토리작가 최성현의 말처럼 창천수호위가 한국만화계의 진정한 ‘킬’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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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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