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30, 40대들이 소년이던 시절, ‘허영만’이란 이름은 곧 ‘만화’라는 단어와도 같았다. 그리고 그들이 어른이 된 지금까지도 허씨의 펜은 쉬지 않고 ‘꿈’을 그려내고 있다.
데뷔 31년째임에도 최고 인기작가의 자리를 유지하면서도 명성을 더욱 공고하게 쌓아가고 있는 이 경이로운 작가는 동시에 수많은 후배들에게 이상적인 본보기였다. 실제 1990년대 이후 한국 만화계의 중견으로 활동 중인 작가들 가운데 상당수가 허영만의 작품을 보며 자란 세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허씨의 〈무당거미〉를 보고 만화가가 되기로 결심한 박산하씨를 비롯해 허씨 만화를 통해 만화가의 꿈을 키운 작가들이 수두룩하다.
요즘 활발하게 활동하는 만화평론가 박석환(31)씨 역시 허영만 만화와 함께 성장한 ‘허영만 키드’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허씨의 만화에 매료되어 만화를 접했고, 결국 만화평론을 직업으로 삼았다. 박씨는 수백권의 허영만 만화를 소장한 수집가이자 허영만 팬카페 운영자인 ‘허영만 마니아’로 단연 국내 최고의 ‘허영만 전문가’로 꼽힌다.
최근 그가 한국만화문화연구원 소속 평론가들과 함께 허영만 만화세계를 분석하는 책 〈허영만표 만화와 환호하는 군중들〉을 펴냈다. 허씨의 데뷔 30주년을 맞아 지난해 그가 기획한 책으로 생존 만화가에 대한 상세한 해설서로는 거의 처음 나온 책이란 점에서 더욱 눈길을 끈다.
“만화평론가로서 만화라는 문화가 커다란 흐름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가시적으로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 상징적 존재로서 허영만이란 작가를 현시점에서 분석한 거죠. 이제는 이런 책이 나올 때가 됐다고 봐요.”
책은 허씨와 평론가들의 집중 인터뷰를 비롯해 주요 작품에 대한 비평, 허씨의 연보와 작품세계 자료 및 허씨가 키워낸 ‘제자 만화가’들이 바라보는 허씨의 모습까지 ‘허영만의 모든 것’을 종합적으로 분석하고 있다. 허씨의 활동이 한국 만화산업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1970년대와 함께 시작됐기 때문에 허영만이란 작가를 통해 한국 만화의 과거와 현재를 들여다보는 책이기도 하다.
박씨는 허영만이란 작가를 한마디로 “장르만화의 위대한 스승”이라고 규정짓는다. 허영만 만화의 가장 큰 특징은 시대와 장르의 흐름을 늘 개척하고 선도했다는 점으로, 한 작가가 이처럼 다양한 모습을 보인 예는 찾아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장르라는 것이 만화산업의 근간인 점에 비춰볼 때 장르를 만드는 것은 곧 새로운 산업틀을 만들어내는 것이죠. 이처럼 만화실력 못잖게 뛰어난 자기관리와 위기관리 능력으로 대변되는 ‘경영 마인드’를 지닌 것이 허영만 신화의 밑바탕이 되었습니다. 그의 이런 장점은 우리 만화의 소중한 자산이자 곧 미래의 한국만화가 갖춰야 할 경쟁력이 어떤 것인지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영사/1만1900원.
글 구본준 기자 bonbon@hani.co.kr
사진 황석주 기자 stonepo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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