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석환, 장애인 소재 웹툰과 ‘병맛만화’,2011.4.10

장애인먼저 실천 운동본부 - 2010 언론모니터 보고서


만화, 장애인 그리고 인터넷


- 장애인 소재 웹툰과 ‘병맛만화’를 중심으로


Ⅰ. 들어가며


 

개인 휴대용 정보 단말기의 보급이 확대되면서 이른바 스마트 미디어 시대가 한층 가까워졌다. 과거의 정보는 특수한 계층에 의해 생산됐고, 미디어는 정보소비의 매개체 역할을 했다. 그러나 스마트 미디어 시대에는 생산자와 소비자의 구분이 모호해지고, 미디어 역시 ‘소비 중심의 도구’가 아니라 ‘정보생산과 창조적 소비의 도구’가 되고 있다.

만화도 이 같은 미디어 환경의 변화에 맞춰 새롭게 재정의 되고 있다. 과거의 만화작품이 만화가의 창작과 출판사의 편집과정을 통해 신문‧잡지‧책의 형식으로 유통되었다면, 최근에는 제작과 유통과정에 IT기반의 정보생산기업과 유통기업이 참여하고 있다. 또, 만화작품의 기획과 작가의 창작을 관리해왔던 출판사의 기능은 축소되고 있는 반면, 작가의 역할과 지위는 확장되고 있다. 즉, 작가가 스스로 자신의 작품을 통제하고 유통을 결정할 수 있게 됐다. 물론, 작가 역시 전통적 진입장벽이 해체되면서 수많은 지망생들의 도전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다.

블로그, 마이크로블로그, 소셜네트워크서비스 등으로 대표되는 ‘1인 미디어 시대’는 만화계뿐만 아니라 미디어 산업 전반에 새로운 기회와 불안요인을 만들어가고 있다. 정보 민주주의 시대가 열렸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지만, 편집이나 검수과정을 거치지 않은 만화작품 또는 만화와 유사한 형식물이 폭넓게 유통되고 있다는 점에서는 부정적 사례들이 도출되고 있다. 특히, 개인을 지목한 경우나 사회적 약자를 소재로 한 내용의 경우, 예상치 못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어서 사회적 관심과 검토가 요구된다.

이에 본 고에서는 최근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인터넷 포털사이트의 연재만화, 이른바 '웹툰'에 대해 알아보고, 웹툰분야에서 최근 유행하고 있는 ‘병맛만화’라는 장르의 개념과 이를 웃음코드로 활용하고 있는 ‘사용자만화’ 속에서 장애인이 어떻게 그려지고 있는지를 고찰해보고자 한다.


Ⅱ. 만화와 장애인


1. 만화의 정의와 형식

‘대상의 성격을 과장하거나 생략하여 익살스럽고 간명하게 인생이나 사회를 풍자하거나 비판하는 줄거리가 있는 여러 컷짜리 그림’이 만화에 대한 사전적 정의이다. 흔히 논의되는 만화의 3요소 역시 이 정의에 기반하고 있다. 만화는 ‘단순, 과장, 풍자’의 표현 예술이다. 만화는 형식적 측면에서 세상을 컷(칸) 단위로 단순화 시키고, 표현적 측면에서 대상을 과장되게 묘사하고, 내용적 측면에서 풍자성이 담긴 이야기를 담고 있다. 물론, 이 같은 간략한 정의는 ‘만화예술과 창작의 역사가 증명한 다양성의 세계’에 와서는 아무런 의미를 지니지 못 할 만큼 초라해지고 만다. 만화는 ‘해학의 예술’, ‘우스개의 미학’ 등 만화에 대해 내려진 모든 정의에 도전하고 새로움을 추구하는 ‘반작용의 문화’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전통적인 기준에서 만화는 창작 형식에 따라 크게 3가지로 분류된다. 인물의 특징을 우스꽝스럽게 묘사한 ‘캐리커처’, 정치적 내용이나 철학적 사유 또는 웃기는 상황을 1칸으로 묘사한 ‘카툰’, 신문 또는 잡지에 연재되는 4컷 이상의 연속 만화인 ‘코믹스트립’이 그것이다. 이중 가장 대중적이고 상업적으로 발전한 것이 코믹스 형식이다.

코믹스는 매체 연재물이나 책으로 묶은 단행본으로 유통되기도 하고, 디지털로 변환되어 온라인으로 유통되기도 한다. 코믹스는 내용이나 독자층에 따라서도 분류된다. 소년만화, 순정만화, 성인만화 등으로 나뉘기도 하고, 오락만화, 교양만화, 학습만화 등으로 나뉘기도 한다. 이중 오락적 기능이 강조 된 상업만화를 장르만화라 부른다. 명랑, 학원, 액션, 스포츠, 무협, 로맨스, 드라마, SF, 공포, 추리 등으로 나뉜다.

 


2. 만화의 생산과 소비 유형

만화의 일반적 형식과 함께 우리 만화계에서는 크게 네 가지 형태의 만화 작품 생산형식과 소비 시장이 존재한다. 첫째가 전통적인 독과점 생산과 유통 방식을 취했던 ‘대본계 만화’, 둘째가 일본식 만화 전문 잡지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대본계 만화의 장벽을 뛰어넘었던 ‘코믹스계 만화’, 셋째가 최근 뚜렷한 시장을 형성하며 위축된 만화 시장을 견인하고 있는 ‘서점계(교양학습) 만화’, 넷째가 인터넷을 중심으로 한 ‘온라인계 만화’이다.

 

첫째, 대본계 만화는 한때 전국적으로 2만여 개에 육박했던 만화방을 중심으로 ‘책만 있으면 팔린다’는 논리가 통용될 정도로 탄탄한 소비 시장이었다. 1960년대의 1차 호황, 1980년대의 2차 호황을 거치며 대중화되었으나 1990년대 이후로는 무협만화와 성인만화로 특화된 시장만 남아 있다.

둘째, 코믹스계 만화는 1990년대 초 등장해서 대본계 만화의 견고한 울타리를 넘어섰다. 타성에 젖어있던 기존 만화계를 비판적으로 수용했다. <드래곤볼> <슬램덩크>로 대표되는 일본 만화를 직수입하는 한편 만화애호가들을 중심으로 활성화됐던 아마추어 만화계에서 <열혈강호>의 양재현, <팔용신전설>의 박성우 등을 발견했고, 만화 잡지 공모전을 통해 <라그나로크>의 이명진 등을 발굴하면서 만화시장의 중심이 됐다. <짱>의 임재원, <힙합>의 김수용, <용비불패>의 문정후 등이 등장해 시장을 리드했으나 IMF 이후 위축기에 접어든 후 제 모습을 찾지 못하고 있다.

셋째, 서점계 만화는 2000년 이후 코믹스계 만화를 대체하며 신흥 시장으로 급성장했다. 초기 형태의 서점계 만화는 이원복의 <먼나라 이웃나라>로 대표되는 이른바 ‘학습교양 만화’였다. <만화로 읽는 그리스로마신화> <마법천자문> <why?> 시리즈가 1천만부 판매신화를 이어가면서 현재 우리만화계의 ‘캐시카우’ 역할을 하고 있다.

넷째, 온라인계 만화는 출판 만화를 온라인으로 전환하는 형식의 ‘온라인 만화’와 인터넷에 수록할 목적으로 그렸다가 출판 만화로 출간하는 형식의 ‘웹툰’으로 나눌 수 있다. ‘온라인 만화’가 단순히 보는 방식을 전환한 것에 그쳤다면 ‘웹툰’은 ‘새로운 창작 형식→유통 구조→소비 방식→수입구조’ 등 생산과 소비의 형식 전체를 뒤바꿔 놨다. <스노우캣>, <마린블루스> 등 에피소드 중심의 일상웹툰과 강풀의 <순정만화>, 강도하의 <위대한 캣츠비>로 대표되는 서사웹툰은 각급 포털사이트들의 지속적인 투자와 함께 우리만화계의 가장 ‘핫’한 장르이자 미래 성장 동력으로 꼽히고 있다.


Ⅲ. 창조적 소비 시대의 만화와 장애인 소재 만화


1. 인터넷 시대의 만화창작과 소비

웹툰이 대중화되기 시작한 것은 2000년 초중반 대형 포털사이트가 창작 만화콘텐츠를 자사 사이트에 연재물 형식으로 게재하기 시작하면서 부터이다. 먼저, 포털사이트 다음이 뉴스 채널인 미디어다음 내에 '만화속세상'이라는 코너를 개설하고 강풀을 비롯한 다수의 인터넷 출신 작가를 영입해 창작 콘텐츠를 연재했다. 이 코너를 통해 페이지 형식으로 장을 나누던 전통적인 만화창작과 구독 형식이 파괴됐다. 작가들은 장 단위의 구분을 파괴하고 롤페이퍼형식으로 세로가 길게 늘어지도록 작품을 창작했고, 사용자들은 휠마우스의 스크롤 기능을 이용해 작품을 구독했다. 또 포털은 만화가로부터 작품의 유통권리를 확보하고 이를 사용자에게 무상으로 제공했다.

이에 따라 최종 소비자가 대가를 지불해야 하는 출판만화의 전통적인 유통구조도 파괴했다. 또 만화 콘텐츠를 구독한 사용자가 이른바 '덧글'이라는 형식의 대단위 감상 정보를 남기고, '펌질'이라는 행위를 통해 해당 콘텐츠를 다른 사이트에 옮겨서 등록하기도 했다. 이 같은 사례는 에세이툰을 통해서 이미 시도됐던 부분이다. 하지만 강풀의 '순정만화'가 이 같은 형식으로 창작되어 다음이라는 대형 포털을 통해 유통되면서 웹툰만이 지닌 특수한 형식으로 자리 잡게 됐다. 특히 이전까지의 웹툰이 신변잡기적인 에피소드 위주로 구성된 것과 달리, 이 작품 이후로 서사성을 내재한 연재만화 형식으로 발전했다. 또 포털을 통해 획득한 인지도를 기반으로 단행본, 캐릭터상품, 영화, 드라마 등 연관 상품이 출시되면서 새로운 스타콘텐츠 형성 모델로 이해되고 있다.

출판만화의 독자층과 인터넷 포털을 통해 웹툰을 이용하는 이용자층의 규모는 비교 자체가 무의 할 만큼 큰 격차를 보였다. 만화책의 권당 판매부수가 1만 권이면 대단한 히트작이었지만 웹툰에서는 웬만한 작품이면 회당 이용자 수가 1백 만 명을 넘나들었다. 웹툰의 이 같은 성과는 ‘개방․참여․공유’라는 웹2.0의 정서에 기인한 바가 크다.

포털은 작가 기용 시스템을 완전히 오픈하고 있다. 창작을 희망하는 만화가 지망생을 위해 포털 사이트는 ‘작가 승급 시스템’을 제공한다. 이 사이트는 프로작가들의 작품과 동일한 영역에서 노출되고 이용자들은 이를 평가한다. 여기서 좋은 평가를 받은 작가는 곧바로 프로작가들처럼 정상적인 원고료를 받고 작품 활동을 하게 된다. 최근에는 포털사이트뿐만 폭넓은 사용자층과 만날 수 있는 1인 미디어 시스템을 활용해 창작활동을 전개하는 이들도 생기고 있다. 창작물의 노출도와 집중도가 특정 매체의 힘이 아니라 작품 자체의 이용도와 품평에 따라 높아지고 그에 따른 보상이 주어지는 형식이다. 이는 누구나 만화작가가 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냈고, 누구나 작품의 창작과정이나 흥행에 참여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 냈다.


 


2. 웹툰과 장애인 소재 만화


웹툰이 새로운 창작 형식으로 인기를 얻으면서 웹툰의 소재가 다양화되고 있다. 초기 웹툰은 이른바 ‘황당개그’라고 할 수 있는 짧은 에피소드 위주의 작품이 주를 이뤘다. 그러나 점차로 웹툰에 서사성을 더하는 시도가 이뤄지면서 러브스토리부터 SF환타지까지, 스포츠부터 심리추리물까지 실로 다양한 소재의 작품이 등장했다. 이중 장애인을 소재로 한 작품의 유형을 살펴보면 아래와 같다.

첫째는 작가들이 재능기부의 형식으로 창작한 작품이다. 웹툰 작가들이 인기스타로 부상하면서 사회적 참여도 증대됐다. 웹툰작가들은 ‘러브콘서툰’이라는 이름의 정기 모임을 만들고 매년 한 번씩 공연을 시작했다. 2003년부터 시작된 공연의 수익금은 불우이웃을 돕는데 활용됐다. 곧이어 작가들은 럽툰(www.lovetoon.co.kr)이라는 사이트를 만들어 재능기부 형태의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사회적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 대한 실제 이야기를 웹툰으로 옮겨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인터넷 모금활동을 벌이고 있다. 웹툰 작가들이 올린 작품 중에는 장애와 가난이라는 두 가지 어려움에 직면한 이들에 대한 이야기가 여럿 있다. 국중록의 <착한 내 아들 민우> 편에는 진행성 근이영양증이라는 병에 걸렸지만 프로게이머를 꿈꾸는 민우와 당뇨로 인해 시각장애 6급 판정을 받은 가난한 아버지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웹툰 작가들은 또 장애인의 날을 맞이해서 자신이 연재하는 포털사이트의 작품 코너에서 장애인의 인권을 소재로 한 작품을 게재하는 특별한 활동을 하기도 했다. <마스코 마스코>라는 작품을 연재하고 있는 남정훈은 척추 장애인의 이동권에 대해 경각심을 일 깨우는 내용을 담은 <작은 관심>을 발표해 인터넷 이용자와 장애인들로부터 호평을 받기도 했다.

둘째는 정부나 공공기관 또는 비영리단체에서 장애인 관련 사업을 홍보할 목적으로 제작한 작품이다. 정부나 공공기관에서는 주로 장애인을 위한 민원서비스나 복지사업 등에 대해 알기 쉽게 소개할 목적으로 만화를 활용하고 이를 인터넷을 통해 공개하고 있다. 또,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을 중심으로 다양한 성격의 단체에서 장애인에 대한 인식개선과 사회적 참여 확대를 위해 노력하고 있고, 그 일환으로 장애인을 소재로 했거나 장애인이 직접 참여한 웹툰이 발표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장애인올림픽을 홍보할 목적으로 장애인 선수단의 일화를 소재로 한 작품 <날개를 펴라>(정광숙)를 국정 홍보지에 게재한바 있다. 보건복지부는 장애인 차별금지법에 대한 홍보를 위해 다수의 웹툰 작가와 함께 캠페인성 웹툰을 발표하기도 했다.

셋째는 창작 웹툰의 소재로 장애인을 등장시킨 작품이다. 대본계 만화의 무협서사에서는 장애인 주인공이 초기에는 보통인 미만으로 그려졌다가 조력자를 만나면서 보통인 이상의 영웅이 되는 과정을 그린다. 코믹스계 만화에서는 몇몇 작품에서 장애인 주인공이 등장하기도 하는데 주변과의 연대를 통해 장애를 극복해가는 과정으로 묘사된다. 이는 전자가 성인 독자의 처세와 성공욕에, 후자가 청소년 독자의 우정과 도전에 코드를 맞추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서사성이 강조된 창작 웹툰에서는 장애인을 소재로 한 작품을 찾기가 쉽지 않다. 웹툰의 인기가 높다고는 하지만 현재까지 발표된 작품의 수는 과거 전통적인 출판만화에 비할 수 없는 수준이다. 또, 출판분야의 작품이 이미 내용이나 소재 측면에서 세분화 되어있는 반면 웹툰은 이제 조금씩 세분화가 이뤄지고 있는 과장이기 때문에 장애인 소재 만화의 특징을 대표할 만한 코드를 일반화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단, 최근 장애인 소재 만화를 발표하며 주목받고 있는 신예작가 늑대삼의 <유토피아>가 한 사례로 평가 될 수 있다.

<유토피아>는 교통사고로 가족을 잃고 외상성 뇌손상과 다리를 절단한 후 항경련제에 의지하며 혼자 살고 있는 고교생 제갈늑과, 말 실수로 인한 상처로 의도적으로 실어증 흉내를 내는 여고생 황삼을 주인공으로 한 작품이다. 기본적으로 학원연애물의 성격을 취하고 있지만 장애인에 대한 인식과 태도를 다시 생각해보게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3. 사용자만화 속 장애인 이미지

웹툰의 인기와 함께 또 한 축으로 성장하고 있는 것이 ‘사용자만화’이다. 웹툰의 등장 자체가 프로작가가 아닌 일반인의 창작활동을 통한 것인 만큼 사용자만화는 웹툰의 한 분야이자 새로운 트랜드나 미래를 제시하는 역할을 한다고 봐야 할 것이다.

사용자 만화는 디씨인사이드(www.dcinside.co.kr), 웃긴대학(www.humoruniv.com) 등 유머갤러리를 통해 등록되고 사용자들의 ‘덧글’을 통해 화제가 되고 ‘펌질’을 통해 재전송된다. 이미 유명만화가가 된 다수의 웹툰작가들이 이 사이트를 통해 포털사이트에 데뷔하면서 디씨인사이드에 만화를 올린다는 의미의 ‘디씨질’은 ‘미래의 만화가가 당연히 거쳐야 할 코스’가 되고 있다. 때문에 이들 사이트는 예비 작가의 수련장이자 인터넷 유행이나 신조어의 근원지로 통하고 있다.

얼마 전부터 이 사이트를 중심으로 화제가 되고 있는 신조어 중 하나가 ‘병맛’이다. 인터넷 백과사전인 위키피디아 한국어판은 ‘병맛은 대한민국의 인터넷 유행어로, 정확한 의미를 규정하기는 어려우나, 어떤 대상이 '맥락 없고 형편없으며 어이없음'을 뜻하는 말이다. '병신 같은 맛'의 줄임말로 받아들여지고 있으며, 주로 대상에 대한 조롱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 … 인터넷상에서 병맛의 개념을 가장 널리 표방하는 방식은 웹툰으로, '병맛 만화'로도 불린다. 병맛 만화의 특징은 대충 그린 듯한 작화체, 비정상적인 이야기 구성 및 내용’으로 정의하고 있다. 이와 함께 ‘병맛만화’의 유행에 대해서는 각종 언론의 보도를 인용해서 '완전무결함만 살아남는 답답함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욕구'와 '스스로를 패배자라고 인식하는 사람들의 증가', '획일화된 기성품만을 내놓는 교육제도에 대한 반동' 또는 '일반적이지 않은 자신의 취향에 대한 소극적인 표현' 등으로 분석하고 있다.

‘병맛만화’는 인터넷 사용자들 사이에서 일종의 웃음코드로 이해되고 있다. 이 분야를 대표하는 작가는 이말년(본명 이병건)으로 디씨인사이드에서 아마츄어 만화가로 활동하다가 포털사이트 야후 담당자에게 픽업되어 정식만화가로 활동하고 있다. 얼마 전부터는 네이버에서도 연재하고 있다. 이미 웹툰계의 대표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조석의 ‘마음의 소리’도 이 전에는 ‘엽기만화’로 분류되었으나 최근에는 ‘이말년씨리즈’와 함께 대표적 ‘병맛만화’라 불린다.

두 작가가 제도권 내(포털사이트 정식 연재)에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면 디씨인사이드나 웃음대학 등의 사이트에서는 다양한 필명의 사용자 만화가 등록되고 있고 수많은 네티즌들에 의해 재배포되고 있다. 제도권 내에서 활동하고 있는 작가들이 작품의 소재와 내용, 전개 과정을 일정부분 통제하고 있다면 비제도권으로 볼 수 있는 사이트에서 자유롭게 창작활동을 하고 있는 아마추어 만화가들의 경우에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비하’를 통해 웃음을 유발하는 등 표현의 정당성을 잃은 사례들이 여럿 등장하고 있다. 특히 ‘일상의 허무한 상황에 대한 만화적 표현’으로 볼 수 있는 ‘병맛만화’와 달리, 신체의 어느 부분이 일정하지 못한 사람을 지칭하는 ‘병신’이라는 비하적 용어 자체를 주 내용으로 삼은 사용자만화도 등장하고 있다.

인터넷을 사용하는 불특정 다수에 의해 그려지고, 재전송되고 있는 사용자만화 중에는 소개 문구 자체를 ‘장애인만화’로 표한 작품도 있다. 비장애인을 사회 부적응자라는 이유로 장애인이라 표하거나, 장애인은 비장애인의 일상과 분리되어 있어야 한다거나, 장애인을 배려하는 듯 비하하는 내용 등이 있다.


Ⅳ. 결론 - 만화의 웃음코드

웹툰은 다양한 형태로 장애인 또는 장애인과 관련된 내용을 작품화하고 있다. 이는 각 유형별로 장애인에 대한 인식을 알리는데 긍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재능기부 형식으로 사용자의 모금을 유도하는 형식을 취한 첫 번째 유형의 웹툰은 장애인에 대한 대중적 관심과 사회적 책임의식을 공론화하는 측면이 있다. 두 번째 유형의 웹툰은 공공기관에서 공익목적을 위해 웹툰의 형식을 활용한 것인데 이는 장애인 관련 정보제공 측면에서 효과적이다. 세 번째 유형인 창작웹툰은 특정한 이야기 소재 속에서 장애인의 삶을 다루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이는 재미있는 이야기를 통해 장애인에 대해 새롭게 인식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한다. 반면, 최근 불특정 다수의 네티즌에 의해 확산되고 있는 ‘병맛 코드를 중심으로 한 사용자만화’에 대해서는 사회적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만화의 미덕 중 하나는 ‘웃음’이다. 만화를 창작하는 이들도, 이를 보고 즐기는 이들도 만화를 보면서 ‘웃음’을 찾는다. 웃음에 대한 이론은 매우 다양하게 연구되고 있으나 그중 만화와 연관해서 검토할 수 있는 이론이 ①우월성 이론 ②부조화 이론 ③놀람 이론 ④반대감정 병존 이론 등이다.


구분

내용

우월성 이론

농담이나 유머를 듣고 웃는다면 그것은 웃음꺼리가 된 대상을 유쾌하게 내려다보기 때문

“다른 사람의 하찮고 무해한 결점에서 우스꽝스러움을 느낀다”-아리스토텔레스

부조화 이론

둘 또는 그 이상의 모순되는 개념이 융합하려고 할 때 웃음이 발생

“팽팽한 기대가 갑자기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변화했을 때”-칸트

놀람 이론

갑작스럽게 놀라는 감정에서 웃음이 발생

“웃음의 원인은 갑작스러운 자부심에서 나온다”-데카르트

반대감정 병존 이론

기쁨과 슬픔을 함께 느끼게 되면 심장 박동이 빨라져 폐가 진동하고 웃음이 터진다

“웃음은 무한한 기쁨의 상징인 동시에 무한한 비탄의 상징이기도 하다”-보들레르


이는 만화 작품의 연출에서 활용되는 ‘웃음 유발방식’이기도 하다. 만화가는 독자의 웃음을 유발하기 위해서 다양한 방식을 활용한다. 등장인물을 의도적으로 우스꽝스럽게 묘사하여 독자에게 우월감을 줌으로서 웃음을 만들기도 하고(우월성 이론), 기대감을 강조했다가 허무한 결말로 웃음을 유발하기도 한다(부조화 이론). 또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상황을 갑작스럽게 묘사하기도 하고(놀람 이론), 반대의 감정을 함께 표현함(반대감정 병존 이론)으로서 독자의 웃음을 유발 한다.

‘병맛 코드가 적용된 사용자만화’ 역시 일반적인 웃음 이론과 만화의 웃음 유발 방식을 따르고 있다. 문제는 그 대상이 장애인이라는 점이다. 일부 작품의 경우에 제한 된 것임에 분명하지만 사회적 약자인 장애인을 등장시켜 이를 웃음의 대상으로 삼을 때는 준엄한 검토가 필요하다. 특히 사회적 약자에 대한 재인식과 배려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병신맛’의 약자로 알려진 ‘병맛’이라는 용어 역시 순화하여 사용할 필요가 있다. 인터넷 사용자들 사이에서 이미 폭넓게 통용되는 신조어라 할지라도 이를 무의식적으로 확산시키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특히 언론이 최근 이슈와 트랜드를 소개한다는 차원에서 이 같은 용어를 일반화 시키는 것 역시 주의해야 한다.

‘맥락없고 어이없음’을 뜻하는 ‘병맛’의 개념은 과거에는 ‘엽기만화’, ‘허무만화’ 등으로 통칭 된 바 있다. 물론, 이 같은 개념과 현재 사용되고 있는 ‘병맛’이라는 코드는 아직 까지 개념화하지 못한 ‘어떤 새로운 요소’가 담겨 있음이 분명하다. 그러나 아직 개념화되지 않은 ‘어떤 것’을 표기하기 위해 장애인의 속어적 표현을 담고 있는 신조어를 지속적으로 사용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Ⅴ. 나오며 - 다양성과 자율성

다양성은 세계화 시대의 키워드이기도 했지만 1인 미디어 시대를 대표하는 용어이기도 하다. 거대 미디어에서 통제되었던 일편향적 내용과 집중됐던 정보권력이 분산되면서 세상은 색다른 개인의 견해와 주장을 받아들이고 있다. 이는 문화적 다양성의 증폭으로 해석하고 이해해야 할 것이다. 또, 정보를 소비하는 방식에 있어서도 정보를 재창작하는 형태로 창조적인 소비를 즐기고 있다. 즉, 기존 내용을 변경해서 자신의 미디어를 통해 재전송하고 있다. 이 같은 문화적 환경과 기술적 활용이 제한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러나 표현의 자유와 다양성을 위해서 우리 사회가 함께 지켜가야 할 기존 가치와 도덕성이 무시되거나 위협 받아서도 안 될 것이다. 물론 이는 자율성을 기반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이다. 표현의 자유와 다양성은 유지하되, 사회적 책임과 자율성이 지켜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한 환경조성이 요구된다.


박석환(만화평론가, www.parkseokhwa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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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석환(만화평론가, 한국영상대 만화콘텐츠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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