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석환, 2009년 출판만화현황분석, 2010한국만화연감, 한국만화영상진흥원, 2010.04.26

2009년 출판만화 현황 분석


1. 분석 대상


2009년 출판만화 현황분석을 위해 다음과 같은 자료를 분석 대상으로 했다. 먼저 디지털만화규장각(www.kcomics.net)의 만화관련 도서DB 중 2009년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등록된 데이터를 수집했다. 디지털만화규장각은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이 우리 만화계의 정보자산을 수집, 보존하고 관리하는 ‘만화규장각 사업’의 일환으로 만화도서에 대한 서지정보를 등록 관리하고 있다. 이 DB의 특징이라면 국립중앙도서관이나 대형인터넷서점에서 등록 관리되지 않고 있는 이른바 ‘대본만화’와 ‘일일만화’에 대한 발행 현황과 서지정보를 관리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이 DB에서만 관리되고 있는 독보적인 자료이다. 반면, 일반도서 유통망을 중심으로 생산 및 유통되고 있는 아동만화에 대해서는 전수 등록관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이는 만화도서와 일반도서 유통망의 차이, 전수 등록 관리를 위한 도서 자료 수집의 범위, 일반도서 출판사에서 발행한 만화의 모호한 분류 등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디지털만화규장각의 DB가 국내 유일, 최대규모의 만화류 도서 발행현황을 기록 관리하는 역할을 하고 있는 만큼 이에 대한 대책을 조속히 마련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에 따라 디지털만화규장각이 전수 등록관리를 하고 있는 이른바 만화단행본과 일일만화 발행현황을 기초데이터(4139건, 4,469건)로 삼고, 전수 등록관리가 되지 않고 있는 아동학습만화 부문에 대한 데이터는 대형인터넷서점(리브로, www.libro.co.kr)에서 관리하고 있는 데이터(927건)를 기초데이터에 포함시켰다. 이에 따라 기초데이터 중 아동학습만화 데이터(362건)를 인터넷서점 데이터로 대체하여 만화단행본 총4,704건(4139건-362건+927건), 일일만화 총 4,469건 그리고 잡지 217건, 총 9,390건을 본 고의 분석 대상으로 삼았다.




2. 대상 자료의 재분류

출판만화는 전통적으로 일반도서와 다른 생산과 유통 시스템을 구축해왔다. 만화전문출판사와 만화전문총판 그리고 대본소와 만화대여점 또는 만화전문매장(문방서점 등 포함)으로 이어지는 유통망은 독점성과 폐쇄성 등에 대한 비판을 받기도 했고, 일반도서 유통망을 중심으로 새로운 출판만화 시스템의 도전을 받기도 했다. 이 같은 흐름은 1960년대 대본소만화의 붐 이후로 지속되어 왔다. 수 십 년 간 만화전문출판사와 유통망이 존재했다. 또, 그 반대지점에서는 종합출판사 또는 대형 미디어사(신문, 잡지사)를 중심으로 한 출판만화 시장이 존재했다. 이처럼 이원화 되어 발전한 출판만화시장은 우리 만화의 내외적 형식을 구성하는 중요한 요인이 되기도 했고, 주 소비층과 소비형태 등에 따라 관련 시장을 대표하는 장르만화의 전통과 관습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그러나 디지털만화규장각과 인터넷서점의 만화 DB는 일반 소비자 대상의 정보 분류 기준을 취하고 있는 만큼 이를 기준으로 출판만화시장의 전통적 흐름과 새로운 도전을 계량화해서 분석하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 이에 상기한 DB를 다음과 같은 기준으로 재분류 한다.




3. 출판만화 발행현황 개관


2009년 우리 만화계는 비정기, 정기 간행물을 포함 총 9,390종의 만화책을 출판했다. 전체 수치상으로는 2008년 9,433건 대비 소폭 하락한 수준이다. 2000년 이후 지속 감소세였던 발행량은 지난해 소폭 상승했다가 다시 소폭 하락하는 요요 현상을 보여주고 있다. 단, 세분류별 발행현황을 검토해보면 출판만화 시장의 최근 흐름과 변화를 명확하게 반영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대표적 경향으로는 첫째, 주류 시장을 형성했던 코믹스 출판물의 지속 감소와 코믹스 출판사의 변형판 발행 증가를 꼽을 수 있다. 둘째는 출판만화 3사 외각에서 발행되고 있는 도서류만화의 발행 증가이다. 이른바 에세이툰(이는 디지털만화규장각에서 웹툰형식으로 창작되어 인터넷을 중심으로 유통됐던 작품이 만화단행본으로 발행되었을 때 분류하는 명칭이다. 초창기 분류 명칭이 그대로 쓰이고 있을 뿐, 최근 웹툰의 경향을 포괄하는 명칭은 아니다.)으로 분류되고 있는 웹툰이 인터넷 포털사이트의 창작연재만화 시스템을 구축하며 일반만화 발행 증가세를 주도했고, 아동학습만화 역시 대규모 기획 단행본 발행이 이어졌다. 이는 국내창작만화 시장의 위치 이동을 가늠하게 한다. 셋째, 대본만화와 일일만화는 ‘대여시장 붕괴’라는 만화계 내외부의 인식과 무관하게 소폭 하락하며 발행 규모를 유지했다. 특히, 대본성인 분야는 깜짝 상승한 결과를 보여줬다. 넷째, 잡지는 콘텐츠 소비 방식의 디지털화 추세를 반영하듯 감소세가 이어졌다. 반면, 아동 대상의 이른바 기능성 만화잡지에 대한 도전적 시도 역시 계속됐다.





4. 만화단행본

4-1. 코믹스

코믹스는 이른바 코믹스판형이라고 하는 B6(128×188), A5(148×210) 등의 판형으로 제작되는 만화도서류를 의미한다. 2009년 이 분야의 도서 발행 종수는 2,430종이다. 일일만화를 제외한 만화단행본 중 51.6%를 차지했고 지난해 대비 223종이 줄었다. 이 수치만으로 보자면 출판만화 시장의 전체적 규모 축소 속에서 코믹스가 50% 이상의 점유율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파악할 수 있다.



그러나 한 겹 더 벗겨보면 일본만화 중심의 해외 번역만화 출판 비율이 84%에 이름을 알 수 있다. 또, 국내 창작만화 중 2009년 1권을 발행한 작품은 47종에 불과했다. 반면 10권 이상을 발행한 작품은 72종, 20권 이상을 발행한 ‘장수 연재 만화’는 40종이었다(주간만화잡지 연재를 기준으로 1권 분량이 창작되려면 2.5~3개월이 소요된다. 특정 작품이 1년에 5권을 발행한다고 할 때 20권 분량을 작업하려면 최소 4년 이상 연재된, 시장에서의 매출파워가 확인된 작품이라고 볼 수 있다.). 이 같은 지표는 코믹스의 시장 축소와 함께, 코믹스 분야에서 국내 창작만화에 대한 신규 투자가 매우 소극적으로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코믹스에 대한 소비 위축과 기업의 투자 경색을 확인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지표는 이른바 ‘코믹스 변형판’이다. 책의 판형 및 장정, 종이의 지질, 번역과 부속물 등을 통해 소장 가치를 높이고 이와 함께 가격을 높인 단행본 상품이 변형판이다. 변형판은 최근 몇 년 사이 지속적으로 발행종수가 늘어나고 있다. 발행 초기에는 복간판, 완전판, 한정판 등의 이름으로 소장가치가 높은 걸작 만화를 재출간하는 형식을 취했으나, 최근에는 첫 출간작의 경우도 변형판 형식으로 발행하고 있다. 출판만화 3사 기준 지난해 대비 28종이 늘었다.


코믹스 변형판 역시 일본만화의 점유율이 높다. 하지만 코믹스에 비해서는 국내창작만화의 비중이 높은 편이다. 이에 대한 평가는 엇갈리게 나오고 있다. 대여 성격이 강했던 코믹스 시장에서 소장가치가 높은 고가 상품을 통해 판매시장을 키우고 있다고 보는 긍정적 견해가 있다. 반면, 큰 차별성 없는 동일 상품을 재출간해 책 값만 상승 시켰다고 보는 부정적 견해도 있다. 전자의 경우 2000년 중반이후 불붙기 시작한 초기의 변형판 출간 붐에 대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후자의 경우는 최근까지 이어지고 있는 변형판 출간이 별다른 변화요인을 주도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 무게를 둔 평가이다(기실 이 같은 견해 역시 대여점주들을 중심으로 한 단체에서는 초기부터 등장했던 해석이었다. 그러나 당시에는 시장 이동에 따른 ‘잡음’ 정도로 이해하는 분위기가 강했다).
본고에서는 코믹스와 변형판의 최근 흐름을 속칭 ‘원가 개념’으로 해석하고자 한다. 기업은 상품 개발 시 수입과 지출을 예측하고 이를 기반으로 유통 가격을 결정한다. 작은 가격, 작은 이익으로 많이 팔아서 이익의 크기를 늘렸던 상품이 과거의 코믹스였다면, 현재 시장은 높은 가격으로, 높은 이익을 내야 하는 ‘적게 팔리는 시장’ 임에 분명하다. 초기 변형판이 적게 팔리는 시장을 ‘많이 팔기 위한 시장으로 전환’시키기 위한 촉진 작용을 했다면, 현재의 변형판은 기업의 새로운 시도(신작 창작 및 유통)는 축소시키고, 안정적 운영(장수 연재만화 및 재출간작)을 위한 묘안만 확대 시키는 결과를 낳고 있다.
안정성을 유지하려는 기업의 전략적 판단과 고충이 폄훼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다만, 1990년 코믹스만화 시장을 창출했던 출판만화 3사의 역동성은 ‘신예 작가의 발굴과 국내 창작만화에 대한 투자 의지’에서 출발했음을 상기해야 할 상황이다.

4-2. 도서류만화

도서류만화는 코믹스 시장과 별개로 서점 유통망을 중심으로 형성된 만화상품을 의미한다. 전통적으로는 교과 학습 참고용 만화 시장과 ‘만화로 보는’이라는 형식을 취한 지식 교양 소재의 만화가 주종을 이뤘다. 현재도 이 같은 구도가 강세를 보이면서 시장의 완고함을 대표하고 있다.


눈에 띄는 변화로 지목될 수 있는 부분은 이른바 에세이툰으로 분류되고 있는 포털사이트 연재 웹툰의 만화판본이다. 올 해 127종이 발행되면서 코믹스 시장의 국내 창작만화 종수(코믹스47종, 변형판48종)를 앞도하고 있다. 이는 기존 만화잡지의 신작 생산 기능이나 신예작가 배출 기능을 포털사이트가 대체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반면, 학습만화가 아닌 교양 또는 오락성 도서류 만화를 발행했던 종합출판사들의 도전적 시도는 지난해에 비해 위축된 것으로 보인다. 이는 재출판의 대상이 되는 역대 국내 창작만화의 수요가 제한적이었다는 점과 초기 투자비용의 손익분기를 따져봐야 하는 시점에 도달했다는 점에서 그 요인을 찾을 수 있다. 반면, 웹툰은 포털의 대중적 플랫폼을 통해 인지도가 높은 작가와 인기도가 높은 작품을 지속적으로 창출하면서 자연스럽게 출판으로 이어지는 구조가 형성됐다. 포털 웹툰의 도서 판매 효과에 대해서는 ‘인지도나 인기도가 곧 판매도는 아니다’라는 공격적 견해도 있으나 현행 국내창작만화 분야의 시장 기능을 ‘양분 또는 대체’해 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아동학습만화는 발행종수 대비, 판매부수가 높은 만화상품으로 현행 국내창작만화 분야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브랜드화 된 빅 타이틀의 강세가 여전한 가운데 후속권에 대한 관심도 지속되고 있다. 아동학습만화는 코믹스의 위축과 포털웹툰을 중심으로 한 에세이툰 시장의 형성과 함께 국내 창작만화 시장의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반면, 학습만화 성공신화를 쫓는 후발주자의 참여가 거세지면서 늘어나는 출판 종수와는 별개로 눈에 띄는 신규 흥행작이 부족하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는 새로 등장하는 학습만화의 품질 저하에 대한 문제로 논의되고 있다. 양적 팽창이 질의 저하를 부른다는 단순한 논리가 또 다시 등장하기 시작한 것이다. 과거 대본만화나 일일만화의 집단 창작 시스템과 대량 공급 방식에 대한 폐해를 경험한 우리 창작만화계가 함께 고민해야 할 문제이다. 단, 프로덕션 시스템 하에서 이뤄지던 대량 생산방식과 지금의 스튜디오 시스템 하에서 진행되고 있는 학습만화 등의 공동 창작 시스템에 대해서는 진중한 재검토 및 재평가의 기회가 마련되어야 한다. 또, 이 같은 시스템을 선진화하기 위한 내부의 고민도 필요하다. 이는 국내 창작만화 시장의 투자 및 소비환경 변화와도 무관하지 않다.

4-3. 대본만화

현행 대본만화 출판물은 도서류만화나 일일만화와 다른 각도에서 현황을 관리하고 분석할 필요가 있다. 과거 대본만화가 일일만화의 한 분야로 분류되거나 도서류만화 또는 코믹스의 특정 장르로 분류된 적이 있다. 그러나 이는 무관한 시장(작가, 출판사, 유통사, 소비자로 구성된)의 발행종수를 확대 시키는 요인이 된다. 148×210mm 판형에 정가 5,000원으로 유통되고 있는 이 유형의 출판물은 대본소를 중심으로 등장해서 성인장르의 경우는 인터넷서점으로, 순정장르의 경우는 대여점으로 유통망을 넓혀가고 있는 출판형식이다. 창작에서는 일일만화의 전통을, 유통에서는 코믹스나 도서류만화의 전통을 따르고 있다. 코믹스 변형판이 있듯, 일일만화의 변형판으로 볼 수 있다.


<도시정벌> 시리즈 6부 163권을 발행하며 대본만화 장르를 이끌고 있는 신형빈, 다수의 작품이 연달아 TV드라마로 제작되면서 대중적 스타작가로 141종을 발행한 박인권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김세영, 김성모 등의 활동이 지속되고 있고 일일만화계를 떠났던 천제황 프로덕션이 진열을 정비하고 신비월이라는 필명으로 새롭게 시장 진입에 성공했다. 한유랑, 황미리로 대표되는 두 명의 작가가 유지하고 있는 대본순정은 하향세로 접어들었다. 대본성인은 코믹스, 일일만화, 대본순정과 달리 유일하게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는 분야이다. 독특한 소재와 특정 분야의 속내를 과도할 정도로 면밀하게 파헤치고 있는 박인권의 스토리텔링은 더욱 주목 받을 전망이다.


5. 일일만화

일일만화 역시 지난해 대비 198종이 준 4,469종을 발행했다. 지난해 769종으로 최고의 발행종수를 기록했던 황성이 665종으로 발행량을 104종 줄인 영향이 컸다. 일일만화 분야의 최고 장르는 올해 역시 무협이 차지했다. 황성에 이어 야설록이 607종, 사마달이 545종을 발행하며 무협소설가 출신 프로덕션의 영향력을 유지했다.


눈에 띄는 변화는 지난해에 이어 꾸준히 성장하고 있는 일일만화판 성인물이다. 액션에서 무협으로 창작 노선을 확대했던 고행석이 성인물 발행종수를 500종으로 늘리면서 이 장르가 강조됐다.
주목해야 할 지점은 지난해까지 코믹스, 도서류만화, 대본만화를 포괄한 만화단행본의 총량(2008년 기준 4,553종)보다 많은 량(2008년 기준 4,667종)을 발행했던 일일만화가 올 해는 만화단행본 총량보다 235종 적게 발행됐다는 점이다.


6. 잡지

현행 잡지의 출판 경향을 분석하기 위해서는 코믹스와 도서류만화의 발행종수 사이에서 잡지의 발행종수를 파악하고 분석해 볼 필요가 있다. 이는 현재 만화잡지가 코믹스 전문출판사와 아동 성향의 도서류만화를 발행하는 출판사(또는 언론사)에서 발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잡지의 시스템이 다수 개의 연재만화를 게재하고 이후 이를 단행본 형식으로 묶어 출판하는 과정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코믹스와 도서류만화의 현황과 연관해서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코믹스 발행량의 감소는 출판만화3사의 잡지 발행호수 감소와 직결되고, 도서류만화와 아동학습만화 발향량의 증가는 아동만화잡지 발행호수 증가와 직결된다.
출판만화 3사의 만화잡지가 발행주기 변경에 이어 연령별로 세분화했던 잡지를 폐간하면서 독자 구분이 모호해 졌다(특정 연령대를 대표했던 잡지가 폐간됨에 따라 해당 잡지의 인기작품이 다른 연령대를 대표하는 잡지로 이동하면서 생기는 현상). 반면, 아동학습만화는 단행본 시장의 성장과 함께 특정 연령대 및 특정 소비자의 요구에 부응하는 기능성 잡지를 만들어 냈다. 과학에 이은 수학, 아동 교양에 이은 아동논술 주제의 신규 잡지가 등장했다. 출판만화계와 창작만화 시장의 새로운 경향을 대표했던 무크지 발행이 뜸해졌고 올 해 연말 폐간을 선언한 <팝툰>도 만화잡지 출판현황에 아쉬움을 더했다.


7. 결론

올 해 출판만화 발행 현황의 경향을 한 마디로 정리하자면 ‘원가 개념의 재인식’으로 볼 수 있다. 대여소비 유통망을 중심으로 형성됐던 코믹스와 대본만화, 일일만화 시장의 상품 발행량이 줄었고, 구매소비 유통망을 중심으로 형성된 코믹스 변형판과 일반도서류만화, 학습만화 시장의 상품 발행량은 늘었다. 이는 과거 우리만화 시장의 문제점으로 지적됐던 대여소비 시장이 축소되고 구매소비 시장이 확대되었다는 점에서 긍정적 요인으로 분석할 수도 있다. 그러나 좀 더 면밀하게 검토하자면 코믹스 시장의 경우 다품종 소량생산 시스템이었던 대여시장의 붕괴가 소품종 소량생산 형태의 구매시장을 형성했다고 봐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지점은 시장 축소에 발맞춰 소량판매 될 것을 염두에 두고 정가를 높이거나 투입비용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이른바 ‘원가 개념’을 도입한 출판물이 증가했다는 점이다. 이는 도전적 기획과 국내 작가 중심의 신규 창작, 고급편집과 장정, 판매를 촉진시키기 위한 마케팅 활동을 제한하는 요소가 된다. 국내 작가 창작만화에 비해 투입비용은 적으나 산출효과는 더 높은 번역물과 재판물의 발행량 증가는 코믹스뿐만 아니라 도서류만화 시장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났다.
원가 개념을 내세워 신규 창작 없는 유통 중심(번역 출판 포함)의 소비시장을 이어가고 있는 경향을 단순히 출판사의 탓으로 돌릴 수는 없다. 2000년 이후 지속되고 있는 출판만화의 위축은 소비자의 미디어 접근도 변화에 기인한 것이다. 과거와 달리 디지털 미디어 접근도가 높은 젊은 세대는 출판물을 오락성으로 소비하기 보다는 교육적 목적으로 소비하는 경향이 높고, 이 같은 인식은 전 연령대에 고르게 확산되고 있다. 미디어 소비 환경변화와 이에 따른 출판만화의 매출 감소, 그리고 이 같은 위기를 넘어서기 위해 ‘원가 개념을 재인식’하고 판매 시장의 규모에 맞춰 투자와 생산 규모를 조정하는 기업의 당연한 활동을 탓해서는 안 될 일이다. 오히려 90년대 코믹스 시장의 붐을 주도하고 이후 출판만화 불황 10년을 버텨오면서 쌓은 경험과 지혜를 구할 필요가 있다. 특정 작품, 개별적 시장이 아닌 출판만화 전체 현황을 놓고 ‘신규 창작이 제한된 디지털 소비 시대’의 만화계를 고민해야 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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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석환(만화평론가, 한국영상대 만화콘텐츠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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