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석환, 한국 만화100년의 특산품, 웹툰 [한국만화100주년 전시도록 원고], 2009.6.7

한국 만화100년의 특산품, 웹툰

박석환(만화평론가, (재)부천만화정보센터 차장)

근현대 만화의 등장은 인쇄 출판매체와 함께 했다. 만화를 대표하는 형식과 특징 역시 신문, 잡지, 단행본을 중심으로 발전했고 세계 만화의 현재도 인쇄 출판을 벗어나지 않고 있다. 한때 인쇄 출판매체는 방송을 중심으로 한 영상매체의 급격한 발전과 확산에 따라 위기를 맞기도 했다. 이에 따라 만화의 역할도 축소되는 듯 했지만 인쇄 출판매체는 특유의 경제성과 심층성 등을 내세워 제 위치를 찾은바 있다. 이렇게 인쇄 출판매체는 1세기 동안 만화를 지배해왔고 만화는 인쇄 출판매체를 통해 독자와 만나왔다. 그러나 근현대만화 100년을 맞이하는 한국의 만화와 매체 환경은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화하고 있다.

달라진 생활공간과 만화 매체 환경

디지털 정보통신 기기의 등장과 보급에 따라 사람들의 생활이 달라지고 만화를 읽는 사람들의 형태도 달라졌다. 아동들은 여전히 행동 발달 과정의 하나로 집에서 책을 읽는다. 책 속에는 만화 또는 만화적 이미지가 포함되어 있다. 하지만 집이 정보통신 기기의 충전소가 되어 버린 청소년의 경우는 사정이 다르다. 머물러 있는 공간에서는 PC를 통해 인터넷의 다양한 서비스를 받고 있고 이동 중에는 다기능 휴대전화로 통화, 문자송수신, 게임, MP3 듣기 등을 하고 있다. 교과학습용 서적 외의 인쇄 출판매체에 몰입할 시간과 여유가 없어졌다. 얼마간 출판만화의 사수대 역할을 하며 만화방과 만화대여점을 지켰던 청춘들 역시 인터넷이 알아서 챙겨주는 흥미로운 정보와 24시간 쉬지 않는 케이블TV의 오락 채널 앞에 몰려있다. 직장인들도 출퇴근 시간과 점심 식사 후의 나른한 한 때를 신문이나 잡지를 통해 해결하려 하지 않는다. 인터넷에 접속되어 있는 업무용 PC를 쉽게 떠나려 하지 않고 있다. 출판만화계에는 일부 여성 독자의 첫사랑이 남아있는 정도고 뉴미디어의 접근률이 떨어지는 중장년층이 교양학습만화라는 새로운 영역을 통해 만화책 읽기에 참여하고 있는 정도다.

디지털 정보통신 기기 시대에 펼쳐진 새로운 만화 시장

과거 만화책을 볼 수 있었던 공간도 하루가 다르게 달라지고 있다. 동네마다 즐비했던 대본소와 만화책 대여점은 비디오대여점으로 흡수됐다가 사라지고 있는 추세다. 은행, 병원, 미장원, 찜질방, 카페, 터미널 등 대기 시간이 필요했던 모든 공간에 비치됐던 만화책도 사라져 버렸다. 그 자리에는 대형 LCD TV가 자리해 있다. 만화책을 통해 찾았던 생활의 여유와 몰입이라는 가치는 새로운 미디어 환경에 의해 빠르게 대체되고 있다. 하지만 만화의 영토는 100년의 기간 동안 더욱 넓어졌다.

새로운 매체의 등장과 보급은 기존 매체를 죽이기도 하지만 기존 매체의 색다른 가치와 역할을 강조해 주기도 한다. 과거 속보 시장을 TV에 빼앗긴 신문이 분석 시장을 얻었던 것처럼, 만화책은 청소년과 청년층 중심의 오락적 효과 대신 아동층과 중장년층을 대상으로 한 정보적 효과를 얻었다. 또, 최근의 음반계가 LP에 이어 CD를 버리고 핸드폰 벨소리를 음반사업의 중심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처럼 신세대 만화가들은 만화잡지나 만화책이 아니라 인터넷 포털사이트의 만화 채널에 집중하고 있다. 이처럼 디지털 정보통신 기기라는 새로운 매체 환경은 우리 만화계에 두 가지 가치를 강조했다. 이는 그대로 새로운 장르가 됐고 시장을 형성하는데 성공한다. 첫째는 정보성(지식)이 강조된 교양학습만화시장이고 또 하나는 오락성(감동)이 강조된 웹툰시장이다.

이중 웹툰은 인터넷에 연재할 목적으로 브라우저의 이용환경에 최적화 시켜 창작한 만화를 뜻한다. 초기 웹툰은 인터넷 이용자의 환대에도 불구하고 만화계 내외부의 비판을 받아야 했다. 이용자는 그 작품이 지닌 ‘새롭고 예외적인 가치’를 인정했지만 만화계 내외부에서는 숙련 되지 않은 작화 능력이나 진지하지 못한 서사 방식과 창작 태도 등을 비판 했다.

하지만 독자는 ‘그림은 못 그리지만’ 이야기의 소재와 전개 방식이 뛰어난 강풀(<순정만화>)의 작품에 심취했고 엽기적 설정과 기상천외한 소재로 폭소를 퍼뜨리는 조석(<마음의 소리>)의 만화에 열광했다.

출판만화의 독자층과 인터넷 포털을 통해 웹툰을 이용하는 이용자층의 규모는 비교 자체가 무의 할 만큼 큰 격차를 보였다. 웬만한 작품이면 회당 이용자 수가 1백 만 명을 넘나들면서 출판만화계의 별종 스타였던 양영순(<천일야화>)과 강도하(<위대한 캣츠비>)가 웹툰 창작에 참여했다. 두 작가의 작품은 그 간의 비판을 일소하기에 충분했다. ‘정보통신 강국 대한민국의 특산 콘텐츠’로서 웹툰의 형과 식을 완성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그 해 만화상(償)을 휩쓸기도 했다. 특히 ‘만화잡지 연재 후 만화단행본 출판’이라는 그간의 전통을 ‘인터넷포털 사이트 연재 후 만화단행본 출판’이라는 형식으로 전환했고, 웹툰이 출판만화시장을 위축시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활성화하거나 견인하는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례를 확인 시켜 주기도 했다. 또 출판만화에 집중됐던 만화원작의 영상화와 저작권리 사업 역시 폭 넓은 노출효과와 인지도를 확보한 웹툰의 몫이 됐다.

초-대중매체 포털의 핵심 콘텐츠, 웹툰

웹툰은 초창기 플래시 애니메이션 형식을 포함한 ‘짧은 유우머’라는 개념에서 탈피해 현대만화의 가장 대중적 형식인 서사만화의 성격을 취하면서 급속하게 발전했다. ‘다음에 계속’으로 대표되는 연재만화의 ‘궁금증 유발효과’는 포털 사이트의 막대한 이용자 유입률과 함께 ‘만화 독자’를 기하급수적으로 확산시켰다. 이는 갈래갈래 찢어졌거나 중도에 이탈한 ‘만화세대’ 즉, 과거의 만화독자와 현재의 만화독자를 한자리에 모으는 역할로 확대됐다.

기존의 인쇄 출판만화는 100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시사만화, 서사만화(코믹스, 순정, 무협액션, 교양)로 분리됐고 각 분야나 세부 장르별로 창작자, 출판사, 유통구조가 다르게 형성되어 있었다. 또 각 분야별로 특정 세대나 연령대의 독자가 참여하고 있었다. 이 같은 구조는 기존 체제에 대한 비판과 도전 그리고 변화와 발전을 상징하며 체계화 된 것임에 분명하다. 하지만 인쇄 출판만화계에 새롭게 등장한 분야와 장르는 새로운 독자층을 형성하기도 했지만 고정 된 시장을 나눠 갖는 결과를 가져오기도 했다. 반면 웹툰은 이렇게 나뉘고 이탈했던 독자층, 특이 취향에 매몰된 독자층, 만화책에 접근할 기회가 없던 독자층 까지를 포털이라는 초-대중매체를 통해 한자리에 불러 모으는데 성공했다. 마치 국내 만화계가 기억하고 있는 ‘70년대 온가족이 함께 보던 교양만화잡지의 전성시대를 재현’한 것 같은 성과이다.

웹툰의 이 같은 성과는 ‘개방․참여․공유’라는 웹2.0의 정서에 기인한 바가 크다. 작가는 포털의 콘텐츠 제작 및 유통 서비스를 통해 창작의 자유를 확보하고, 창작물의 노출도와 집중도는 이용자의 이용도와 품평에 따라 형성된다. 관리자는 극히 제한적인 선에서 작품의 제작과 유통 관리에 참여하고 그에 따른 수혜와 효과는 참여주체인 창작자·매체사·이용자가 동일 수준으로 나눠 갖는 개방형 구조를 취하고 있다. 이는 다양한 층위와 주체의 참여를 지속 가능하게 만들고 있고 우리 만화의 발전과 역동적 미래를 상징하고 있다.


(끝)

* 이 원고는 이전에 썼던 원고를 전시도록에서 원하는 구성으로 재집필한 것 임. 엮인글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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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석환(만화평론가, 한국영상대 만화콘텐츠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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